나폴레옹과 노병의 일화
1814년 1월, 프랑스 군대의 사열이 시작되었다. 장병들이 엄숙하게 정렬한 복판을 나폴레옹이 말을 타고 지나다가, 문득 한 노병에게 눈길을 고정하였다. 그는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는데, 낯익은 얼굴이다.
“오래 전에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데, 자네 이름은 무엇인가?”
나폴레옹이 묻는 말에, 병사는 뺨에 홍조를 띠면서 답했다.
“노엘입니다. 폐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나폴레옹이 물었다.
“나와 함께 이탈리아원정에 참전하지 않았는가?”
“네! 아르콜레 다리에서 함께 싸웠습니다.” 병사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아르콜레 전투(1795∼6년)는 이탈리아 원정에서 젊은 나폴레옹이 격렬한 포화에도 기죽지 않고, 삼색의 혁명 깃발을 휘두르면서 적진에 돌입하여, 아군을 승리로 이끈 유명한 전투이다. 이 병사는 20년 가까이 나폴레옹과 생사를 함께 해온 것이다.
“그래, 생각이 나는군. 그럼 언제 하사가 되었나?”
“마렝고 전투에서였습니다.” 마렝고 전투는 1800년, 나폴레옹이 역전 승리한 유명한 전투이다. 이 병사는 그 치열한 전투에서도 활약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다시 물었다.
“근위병(황제직속부대)에 지원하지 않은 것인가?”
“제 유일한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우스터리츠, 바그람 등 모든 전투에 참가했습니다.”
“그렇겠지. 그래서 훈장후보에는 올랐는가?”
“타지는 못했지만, 매번 올라가기는 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도 있는가. 치열한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워온 용사에게 훈장도 수여하지 않았다니……. ‘무관(無冠)의 노병’을 본 나폴레옹은 대령을 불러 무언가를 지시하였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자신이 달고 있던 프랑스 최고의 훈장 ‘레지옹 드 누르 훈장’을, 노병의 가슴에 손수 달아주며 말했다.
“노엘! 그대는 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너는 이전부터 용사였기 때문이다!”
엄숙한 순간, 북소리가 울렸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대령이 큰 소리로 외쳤다.
“황제의 이름으로, 노엘 하사를 연대의 소위로 임명한다!”
만년 사병에서 갑자기 장교로의 승진이다. 축하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본인은 꿈을 꾸는가 싶었다. 그러자 나폴레옹의 신호와 함께, 다시 북이 울리고 대령이 외쳤다.
“황제의 이름으로, 노엘 소위를 연대의 중위로 임명한다!”
연달아 승진이다. 그리고 세 번째 북이 울리고, 대령이 또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병사들이여! 황제의 이름으로, 노엘 중위를 연대의 대위로 임명하노니 깍듯이 대우하라!”
감격한 나머지 노병은 쓰러질 뻔했다. 한 번도 운 적이 없는 노병은 눈시울을 적시며 감격의 순간을 참는다. 나폴레옹은 곧바로 말 잔등에 올라타고 마지막 열병을 계속하였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드라마이며, 카리스마 넘치는 통솔력인가.
나폴레옹 스피치의 특징
인류역사상 영웅열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나폴레옹, 그의 성공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한 마디로 ‘화력’이다. 화력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불화(火)자, 힘력(力)자로 ‘불의 힘(火力)’을 잘 활용할 줄 알았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말할 화(話)자, 힘력(力)자로 ‘말의 힘(話力)’을 잘 활용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화력(火力)의 사용은 그가 군사학교에서 전공한 대포의 명수였을 뿐만 아니라, 전략 전술에 능한 군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화력(火力)만 가지고는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싸우는 군대의 정신력을 강화하고, 전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전투할 의욕을 불태우는 것은 말의 힘, 화력(話力)이다.
나폴레옹의 스피치 특징을 요약하면 ‘동기부여’와 ‘합리적’인 설득력이다.
1796년에 사령관이 된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군을 인수받고 보니, 병사들은 헐벗고 굶주리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우선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아야 했다.
“장병여러분. 여러분들은 헐벗고 굶주리는 처량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 우리는 기다릴 수도 없고, 후퇴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 싸워서 기적을 이루는 것입니다. 적들은 현재 배불리 먹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쿨쿨 자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틈을 타서 신속하게 습격하면 적들을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위대한 승리의 수확으로, 우리 목전의 있는 모든 난관을 벗어납시다!”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대처방안과 비전을 제시한 스피치로 장병들은 전투욕이 솟구쳤다.
연전연승, 승승장구한 나폴레옹은 1799년 정권을 장악하고 황제가 되어 내각을 구성하면서, 폭넓게 인재를 등용하였다. 나폴레옹의 인재임용 원칙은 정부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 그래서 인재라면 나이가 젊어도, 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도, 자기에게 욕을 했던 사람도, 심지어 자기 부인의 전 애인도 임용하였다.
‘능력은 있지만, 전 정권에서 일했을 뿐 아니라, 음흉하며 교활해서 속셈을 모르니, 잘못하면 화근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심복들에게 나폴레옹은 이렇게 설득하였다.
“전 정부의 사람이지만, 그 사람들은 재능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막 바로 정권을 얻었다. 아직도 꿋꿋이 서있지 못한다. 우리는 그들을 의지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꿍꿍이속이 있다고 한들, 현재 그들은 감히 어쩔 수가 없다. 내가 깃털이 다 자라나서 힘이 생기게 되면, 그들을 제거하는 것은 여반장(如反掌)이다. 지금은 인재가 필요한 때야.”
의욕을 솟구치게 하는 동기부여와 합리적인 설득력이야말로 리더의 필수조건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