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빚더미..은행은 돈더미

 은행들이 지난해 올린 막대한 규모의 순익으로 성과급과 배당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여론과 금융당국이 돈잔치에 제동을 걸자 잠시 기부금과 사회공헌 활동을 쏟아내는 등 여론 달래기에 나서다 해가 바뀌면서 다시 잔치에 나선것.

 ■새해 일제히 성과급·배당잔치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본급의 150% 성과급을 지급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산술적으로 8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하나은행은 100%의 성과급을 이미 지급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있는 우리은행은 노조가 "지난 6년간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며 100%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당초 200~300%에 이르는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개인별, 부서별로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측은 연말에 지급되는 성과급은 제도상 없으며 아직 당해연도 결산도 끝나지 않아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주주들에 대한 고배당도 여전한 논란거리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올린 금융지주사들이 올해도 수조원 규모의 배당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감독당국은 줄기차게 금융지주, 은행 등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다. 그런데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이익의 30% 내외를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했다. 이들이 내놓은 배당 근거는 '주주들의 이익'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논란이 뜨거워지자 각 지주사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민 이자·수수료부담 눈덩이

 지난해 은행들의 예상 순익은 사상 최대규모인 16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KB, 우리, 신한,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10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오랫동안 성과급을 받지 못한 은행들도 있고, 이익을 많이 냈으니 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차원에서라도 성과급을 주는 게 꼭 지탄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대규모 이익에 서민들의 대출이자와 수수료가 크게 한몫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총 수수료 수입은 2010년에 7조78억원, 작년엔 상반기에만 3조6009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은행들이 대출이자로 거둬들인 수익은 315조5892억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대출 이자부담 총액은 5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문제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찔끔 인하한 것에 불과했다"며 "대출과 수수료에 은행들이 지나치게 기대어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힘겹게 낸 이자와 수수료로 벌이는 돈잔치가 곱게 보일 리 없다"고 지적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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