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상 최대 돌팔이 허준



작성자 : 00 작성일 : 2006-04-05 오후 12:38:25 조회수 : 210 추천 : 8 반대 : 0

1. 여러번 강조하지만, 저는 허준을 한반도 최악의 돌팔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준이 돌팔이면 히포크라테스도 돌팔이냐고요? 히포크라테스는 중세도 아니고 고대, 그것도 기원전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이게 근세에 임금님 어의를 했다는 사람과 비교가 되는 문제일까요? 물론 히포크라테스 역시 제 기준에는 돌팔이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대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이론은 히포크라테스 선언 외에는 단 한가지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두뇌를 냉각기관이라고 주장하고 다닌 사람이고 그래서 그의 자연학은 일찌감치 부정된바 있지요. 현대 자연과학 분야에 있어서 뉴턴 이전의 시대의것 중에서는 고전이라고 할만한 것은 단 한가지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동의보감이 고전이지요. 이게 정말 문제 아닌가요?

아르키님의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뉴턴)가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어리석은 연금술에 심취했던 것을 보면 그에게도 한계가보이지 않습니까? 뉴턴이 연금술에 심취해서 오랜 세월 헛짓을 한 것을 비아냥거려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뉴턴의 한계요? 뉴턴이 무슨 황당한 짓을 하고 다녔건 프린키피아는 진리입니다. 세종대왕이 아내를 몇을 뒀건 그의 한글창제는 진정한 세계적인 업적이죠. 김정호가 가족을 버렸건말건 그의 대동여지도는 걸작품입니다. 동의보감은 뭡니까? 쓰레기 모아놓은 책이지요. 허준이 황당한 짓을 했건 말건 동의보감에 있는 내용은 현대 임상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뭐 평가를 해줄것 아닙니까? 허준이 인류에 보탬이 된게 있습니까? 하나도 없습니다.

3. 無所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동의보감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는 당시 중국의 의학서밖에 없었던 한국의학계에 한국적 텍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한국의 약초를 바탕으로 약학을 집대성했습니다. 허준이 한국 한의학계에서 갖는 가치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요."

이게 바로 소중화 사상입니다. 중국이 뭐가 그렇게 잘난 나라입니까? 중국의학부터가 과학적으로 전혀 올바르지 않은 사이비 학문입니다. 그걸 한국에 도입했다면 매국노라고 봐야지 무슨 거기서 애국자가 나옵니까? 의학은 사람을 살리냐 마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래서 그 내용이 맞냐 틀리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집대성이니 뭐니 다 부질없는 소리라는 얘기입니다. 중국보다 합리적인 얘기를 한가지라도 해야 한국적인 것이지 다 틀린 얘기 모아놨는데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죠. 인습과 전통도 구분못합니까?

동의보감에 무언가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한자로 기술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글로 기술되었다면 지배층뿐만이 아니라 애매한 민중들까지 줄줄이 시체가 되었을테니까요. 물론 당시 한의사들이 동의보감을 읽었을테고 결국 민중들에게 막심한 피해가 갔기는 했겠지요.

4. 아래는 또 역시 無所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참, 한가지 더 허준 당대에 대해 말씀을 드리지요. 당시 소위 민초들은 병에 걸려도 병원을 갈 능력이 없었습니다. 님이 돌팔이라고 비난하시는 그 병원조차 가서 진료를 받을 돈이 없었지요. 병에 걸리면 그저 죽거나 어찌해서 낫거나였습니다."

의사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병이 났을때 처방을 모르면 무엇이 가장 좋은 완치법이냐고요.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인체에는 자연치유기능이 있으니까요. 약도 웬만하면 안먹는게 좋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서양의학이나 동양의학의 기원보다 더 긴게 인체의 기원입니다. 수십억년 진화의 짬밥을 갖고 있지요. 물론 진화라는게 주먹구구, 엉망진창 식으로 이루어졌기에 비논리적인 신체기관도 꽤 여러 가지됩니다(가령 '눈'이지요. 오징어눈보다 잘못 설계되어있습니다. 오징어는 맹점이 없지요.) 일단 어느 방향으로 진화해버리면 되물릴 수가 없거든요. 멸종할때까지 나아갈뿐입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짬밥이 그리된다면 그 생존력 하나는 알아줄만하다 이거죠. 서양의학이고 동양의학이고 범접하지못할 그런 기술들이 꽤 많이 됩니다(진화의학에 관한 저술로는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를 참고바랍니다)

사실 한의학같은 학문이 동양에만 있는게 아니고 중남미, 아프리카에도 꽤 많습니다. 이 동네 사는 돌팔이들의 밥벌이 수단이 바로 자연치유를 자신의 실력이라고 우겨대는데 있지요. 심지어 암도 그냥 낫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은 다 자기 의술덕분이고 재수없게(?) 죽어버리면 이미 때가 너무 늦은 것이죠. 이들은 과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반증가능성"을 인정을 안하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의사입니까? 무당에 불과하지요.

저는 허준이 로또 스타일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라고 봅니다.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지요. 다행스럽게도 어의로 뽑혀서 지배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물론 지배귀족 본인들은 느꼈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민중사관으로 봤을때는 혹시 영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동의보감의 저술이 결정적인 패착이었으며, 이거 정말 반민중적인 저술이지요. 당시 민초들에겐 한의원에 가지않는게 최대의 복이 아니었나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조선시대의 생명연장, 어렵지 않았죠.

4. 허준은 차라리 문제가 덜되죠. 진짜 문제는 현대의 한의학이지요. 과학기술문명이 가장 발달한 현대 미국에도 자기가 시체와 대화가 좀 통한다고 보는 사람들(소위 영매)이 많다지만 우리나라는 몇술은 더 뜹니다. 한의학처럼 내놓은 사이비학문이 상아탑에 진출했을 정도니까요.

無所依님이 그러셨습니다.

"한의학이 서양의 과학적 기술들과 관념들을 받아들여서 양의학과 경쟁가능한 학문적 체계를 쌓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노력을 해야 할 겁니다. 전 한의학이 서양의 과학적 사고방식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학문을 검증가능한 체계로 만들어놓기를 바랍니다."

아, 그러게 이 말이 20년전인가 30년전부터 나왔다니까요. 왜 안하냐는것이죠. 차라리 샤무엘 바케트의 소설처럼 고도를 기다리든지, 황우석이 줄기세포를 실용화할때까지 기다리는게 더 빠를 것입니다. 아니 뭐 제 솔직한 진심을 말하면 기다리고 말 것도 없습니다. 사이비학문이 증명될게 뭐가있겠습니까?

길거리에는 한의학의 효험 좀 봤다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무슨 신앙고백도 아니고 이런 증언은 많은데도 정작 지금도 여전히 한의학은 통계적으로 치료효과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분해하건 해체하건 종합하건간에 어떤 기술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치료되었는지 자료 좀 보여달라 이겁니다. 그게 없으면 우연적인 현상인지뭔지 어떻게 믿습니까? 한자를 동원한 희한한 언설로 똥폼만 무지 잡고 말이지요. 이게 학문입니까?

한의학 치유효과에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일부 한의학을 평가한다는 학자들도 대개는 괴짜들이고 취미로나 연구하고 있고 진지한 자연과학자중에서 한의학의 과학성을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한의사? 그냥 한방사라고 불러줍시다. 보양학으로나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아무튼 한방사를 의사라고 부른다는 것은 성실히 연구에 몰두하는 생명과학자들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철학이면 철학답게 문과로 퇴출시켜야지요.

5. 현대서양의학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종의 기술적 물리적 한계때문에 영원히 치유불가능한 질병을 만날 수도 있죠. 그러나 최소한 자신의 한계에 정직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한의학은 거만하기까지 합니다. 서양의학은 기술이 하나 나와도 치료의 효과가 증명될때까지(가령 FDA 승인) 수십년을 기다려야할 정도입니다. 함부로 쓰다가 의사면허 반납하는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의학은 증명도 안된 것들을 현장에서 바로 쓰고 있습니다. 사람잡겠다 이것이죠. 서양의학자들더러 당신들이 게을러서 그렇다며 어서빨리 한의학의 과학성을 증명시켜달라며 큰소리까지 치고 실정입니다. 임상 먼저 증명 나중에? 제대로 분석도 안된 줄기세포를 들고서 바로 임상에 적용하겠다고 설쳐댔던 황우석조차 경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이밍님에게도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방법론의 차이를 떠나서 자기들끼리도 합의안된 이론을 갖고서 환자에게 적용한다는 측면에서 한의사들을 731부대원과 비교해서 누가 더 윤리적이냐 따질 수가 있을까요?

자연과학자중에서 가장 오만한 사람은 흔히들 물리학자라고 지적합니다. 파울리는 아내가 화학자에게 새시집을 간것을 두고 "차라리 투우사에게 시집을 갔어야지."하면서 한탄했다고 하고 러더퍼드는 물리학 이외의 자연과학을 우표수집에 비유하기도 했답니다. 기실 물리학의 정확성, 논리성은 여타 자연과학이 따라갈 수가 없지요. 허나 물리학이 뭐 그렇게 대단한 학문은 아니고, 다루는 대상 자체가 '변산성'이 작아서 반복 증명이 쉽다는 장점이 있을뿐입니다. cute님이 의학 분야의 커다란 오차성을 지적하셨는데 맞는 얘기입니다. 황우석 사건도 반복 시연 문제가 큰 논란의 대상이 되었는데 애초 생물학이나 의학은 대상이 지니고 있는 속성인 '변산성'때문에 오차가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변수가 하도 많아 실험을 하나 하려해도 조건통제가 도통 안되죠. 환자 무선배정, 이중맹검 등등 치료효과 증명은 정말이지 베테랑에게도 기가 질리는 일입니다(담배-폐암 메카니즘이 아직 100%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어쨌건 수렴적 증거는 담배-폐암 메카니즘이 사실임을 가리키고 있지요. 90% 유효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기실 대다수의 의학전 진리는 수렴적 증거로 구성되지 "한방"은 잘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치료기술 하나가 나오기까지 10년동안 학자들로부터 비판받고 또 비판받아 나오기에 그만큼 믿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의학에는 왜 낭비와 사이비가 없겠습니까? 황우석 사건을 보시지요. 허나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믿을만한 지식을 내놓지요.

한의학이 내놓은 지식에 정상적인 지식이 없는 명백한 이유가 있습니다. 민간에서 전수된 한의학은 서양의학처럼 Peer View라는 과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끼리 치열한 치고박기가 없었다는 것이죠. 대개 도제식(유의태-허준을 참고바람.)으로 전수되었으니, 물론 제자들도 별로 아는게 없었겠지만, 설사 뭘 알았대도 대부분 황우석 비리에도 입밖에 못내는 PD수첩 제보자들 심정이 아니었겠습니까? 환자 살리면 스승탓, 환자 죽으면 제자탓도 비일비재했을 것입니다. 허준의 신화가 만들어진 원인이었을지도 모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의사에 몸맡기는 것과 서프라이즈 네티즌 연대에 몸맡기는 것이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생명문제를 신토불이 포퓰리즘에 경도된 민초들에게 맡기자? 저는 엘리트주의자는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문제를 무식하고 무책임한 인간들에게 맡기는데 분노할뿐입니다.

5. 이미 한의사들은 한탕을 쳤고 그간 쌓아놓은 자본만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정치세력이 되었습니다. 별의별 희한한 언설을 동원해서라도 한의학의 신화를 만들어내려고 용을 쓰겠죠.

솔직히 저는 브릭은 황우석의 사기성을 밝혀낸 그 정신으로 한의학의 국립대 진출을 막고 장기적으로 사립대에 설치된 학과들의 폐쇄운동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회가 한의학이라는 말도 안되는 학문에 지불하는 비용을 생명과학자들에게 돌리는 것만으로 한국의 Bio분야는 미국에 근접하게 성장할지도 모른다는게 제 생각이예요. 정말 안타까운 것은 똘똘한 젊은이들의 재능을 살려주는 문제인데, 불황기에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가 한의대에 재입학하는 코메디도 속출했었다고 하니 정말로 비극입니다(제 주위의 자연과학 전공자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한의학과는 안간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굶어죽더라도 '인간의 길'을 걷고 싶다네요. 현대의 진정한 선비들이죠). 왜 한의학은 서울대, 포항공대 출신이 쳐들어가도 과학적인 증명은 영원히 먼 것일까요?

뭐 브릭이 안나서더라도 밥그릇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 정치적 분석으로는 의사들이 언젠가 한의학 폐쇄운동에 돌입하리라고 봅니다. 신문 유심히 보신 분들이면 요근래 의사들의 한의사 공격횟수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한국의 의사들도 항생제 오남용, 낙태 시술, 제왕절개 등 수많은 오류들을 범하고 있기는 하지만, 또 결국 밥그릇 문제에 봉착했을때야 나서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자연과학자라면 의사, 한의사간 대결에는 의사들을 지지해주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6. 전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를 미국과 방글라데시의 차이로 비유하길 즐겨합니다. 묘하게도 막상 자신은 가서 살지도 않을거면서 방글라데시의 높은 행복도를 예찬을 하는 사람도 사회에는 일부 있지요.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한의학에 자기 몸을 맡기겠다는 사람을 도시락 싸들고 말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겠다면 도리없는 것이죠. 행복은 주관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피해자는 줄여야겠기에 저같은 사람이 이렇게 군소리를 하는겁니다.

여담을 좀 하자면, 한의학과 비슷한 학문같지도 않은 학문으로 그야말로 인습에 불과한 풍수지리사상이라는게 있습니다. 풍수지리사상도 아마 조사를 해보면 부동산업에 막심한 피해를 입혔을 것입니다. 조선후기부터 실학자들이 그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 아직도 믿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지요.

이 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여러번 얘기했지만 IQ는 세계 1~2위에다가 교육수준도 그에 걸맞는 나라, 그래서 2050년에는 세계 2위의 국민소득을 누릴 것으로 예측되는 나라(골드만삭스의 분석)입니다. 80년대 이후 민주화 과정은 제 3세계 모든 나라가 배워가고, 90년대 이후 정보화 과정은 미국, 핀란드 등 선진국도 배워가는 초강대국 예비국가입니다. 그런데도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세상에나 이회창, 김종필 등 한때 유력한 대권후보들은 허구헌날 조상묘를 이리 매장했다가 저리 매장했다가 하고 다닌게 신문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얼마의 돈이 낭비되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렇게 미신에나 빠졌던 대선후보들이 정작 대통령 꿈은 다 접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저같은 소시민이 잠시나마 혹시 저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경제부양 씻김굿은 하지 않을까 무서워해야 했다는 것은 정말 문제있는 것 아닙니까?

결국, 허준이건 동의보감이건 현대 한의학이건 풍수지리상이건 대표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예일뿐입니다. 이제는 황우석사건으로부터 다들 교훈을 얻으셨으면 좋겠네요. 한국적인 것이 셰계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야말로 한국적인 것이라는 것을 말이지요.불행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브릭이 황우석 박사의 사기극을 적발한 것이 근현대 과학사에 있어서 최고의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을 계기로 근현대 발전의 가장 큰 동력인 과학적 회의주의와 방법론이 사회 곳곳에 파급되길 기대한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그야말로 국운융성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현재 브릭에서 저의 주도로 한의학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소도 장소이거니와 제 기대에 다소 못미치는군요. 이해는 갑니다. 워낙 제가 상식을 깨는 주장을 했으니까요. 차차근 나아지겠죠. 황우석 학습효과의 긍정적인 면을 저는 믿습니다.

보니까 일단 많은 사람들이 한의학의 학문적 위상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게 서양의학과 상호보완이 될만한 어떤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도 계시구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99%가 부정되고 수정되어야하고 나머지 1%나마 서양의학에 기여하면 다행인게 정확한 한의학의 현 위치죠.

사람들이 제 주장에 충격을 받는다면 그건 아마도 언론의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 언론이 그간 한의학을 서양의학과 등가의 가치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를 해왔으니 말이지요. 드라마와 소설의 영향도 크구요. 한국사람들이 분위기에 약해서 확 쏠려버리는 경우가 제법 있거든요. 더구나 이게 수십년 지속되면 정말 속수무책이죠. 전문가들조차 이런 대세앞에서는 혼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Jeremy Bernstein이라는 유명한 과학작가이자 물리학자는(시공사에서 나온 <아인슈타인>전기의 저자이지요.) 대중매체의 과학오도를 우려하며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좀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지난 수년간 일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대중과학의 글을 일종의 감각적 도피문학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점증해온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 매우 성공적인 대중과학잡지들이 물밀듯이 출현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정말로 그것들을 읽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흔히 그것들이 대중문화를 최악의 상태로 반영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기사들은 피상적이고, 오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전혀 엉터리여서 궁극적으로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흔히 그 기사는 돌팔이 과학자에 의해서 쓰여지거나 바로 돌팔이 과학자에 관한 것이다.

과학계가 이러한 유형의 현란한 폭로를 계속해서는 유지할 수는 없다. 진정한 의미의 획기적 발전이란 드물며 일반적으로는 이해하기도 매우 어렵다(이러한 발전을 제기하는 사람조차도 처음에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모든 대중문화적 자극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필연적으로 환멸감과 권태감으로 이끌어간다. 양자역학은 선불교가 아니다. 광자는 의식의 현시를 나타내지 않는다. 상대성이론은 윤리의 상대성 이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창조론은 종의 기원에 대한 경쟁적인 과학이론이 아니다. 진화는 단순한 사색이 아니다. 만일 사람들이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대중과학기사를 읽는다면, 결국에 가서 진정한 과학연구에 대한 일반대중의 지원과 흥미를 상실하는 식으로 종결될 것이다."

지금도 연일 대중매체는 고려인삼의 효능이니, 침술의 경이성이니 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민족 의학에 대한 과잉예찬은 아프리카에서도(아프리카의학이 있음), 중남미에서도(중남미의학이 있음), 동남아에서도(동남아의학이 있음) 역시 마찬가지란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저는 우리나라 신문만 보면 과연 김치가 못고치는 질병이 있는지 그게 궁금할 정도입니다. 메주는 암도 고친다니 할 말을 잃게되지요. 그렇게 효능이 좋다는데 이런 만병통치약들을 좀 수출해서 줄기세포를 대체해 33조원 벌 생각은 왜 안하는걸까요?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흔한 기사중에 하나는 서양의학자들도 예찬한 한의학의 무엇무엇하는 스토리입니다만, 아쉽게도 서양의학자들은 한의학을 아프리카의학이나 중남미의학과 동일한 비중을 두고 연구해볼뿐 남다른 가치를 느끼진 않아요. 압도적인 연구비의 차이와 쏟아지는 논문수가 그것을 증명하지요. 사람 입을 보지말고 손과 발을 보라고 그랬답니다. NIH가 어쩌고 그러는데 대세에는 별로 지장없는 얘기구요.

부탁합니다. 과학에는 제발 애국심은 좀 뺐으면 좋겠네요. 자꾸 서양 어디다가 태극기를 꽂으시려고 그러는데 그건 경축일에 자기 집에서 하면 되는거예요. 오버하면 곤란하죠.

제가 허준을 비판한 것도 그렇습니다. 자꾸 동일한 시대에 서양도 별 수 없었다 그러는데 그것도 일면맞는 얘기이긴 합니다. 그러나 허준에 대한 평가는 비교사학이라는 공시적인 고려보다는 현대의학에 대한 기여라는 통시적인 고려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왜냐?

서양의학자들은 중금속 퍼먹였던 자기 조상들을 전혀 자랑스러워하지 않거든요. 역사책에서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가르치지만 의학서에서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서 아예 안가르친다 이겁니다. 그런데 현대 한의학에서는 동의보감이 고전이예요. 결국 현대에까지 이어지는 허준의 중요한 업적이 있다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믿고 있다는거잖아요. 그러므로 허준이 얼마나 돌팔이인지 비판해주는 것은 상당히 가치가 있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는거예요. 각종 중금속 복용 얘기는 조그만 것에 지나지 않구요.

현대의 한의학은 제 정의에 의하면 명백한 사이비학문입니다. 이 나라의 보건증진에 무슨 기여를 한게 없지요. 그리고 허준은 사이비학문에 기여했으므로 전혀 역사적 인물이 못됩니다. 중금속 퍼먹였던 이름없는 서양의 중세 의학자들과 같은 취급을 해줘야지요. 혹시 제가 지금 논리적으로 무리를 범하고 있나요?

거듭 강조할게요. 한의학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아요. '전혀'가 지나치다면 '거의'로 수정하지요. 아무튼 그래서 가치가 별로 없답니다.

의학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치료효과예요. 치료효과만 있다면 일단 어떤 민족의 의학이라도 수용할 수 있지요. 가령, 한의학이 당뇨병을 고칠 수 있다면 어떤 메카니즘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있고 치료할 수 있는가? 일단 그것을 서술해줘야해고 단순히 말로 끝낼게 아니라 피험자 무선배정, 이중맹검 등의 엄격한 실험을 거친 후 통계를 내서 우연적인 효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자료가 웬만큼 믿을만해졌다면 한의사들끼리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져야하고 정립된 진단법, 치료법을 만들고 의사간 실력 차이와는 무관하게 동일한 시술이 이뤄져야하죠. 이런 것들은 정말 상식적인 일입니다. 물어봅니다. 한의학이 정말 그러고 있습니까?

사람들은 한의학의 사업적 발전과 학문적 발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30년 전통이라 강남에는 초대형 한의학 병동도 있다고 합니다만, 정작 한의사들은 같은 질병이라도 시술이 다르고 진단이 다르지요. 양의사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부정을 못합니다만 오차범위는 천지 차이지요. 말빨이 중요한 사업수단이라는 것은 그 학문이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게 있다는 증거가 아닐는지?

한의학에서는 서양과학의 통계학따위는 필요없다. 읽어봐라. 믿어라. 이건 과학적 회의주의자에게는 다 부질없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성서를 읽으라고 하세요. 불교를 믿으라고 하세요. 한의학 검증에는 서양과학의 실험방법론은 필요없다? 서양의 윤리로 황우석팀의 난자윤리를 따지지 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긴 합니다만, 글로벌스탠다드 운운했던 브릭의 젊은 학도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는것은 정말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철학의 차이 문제가 아니라 다름아닌 인간 생명과 유관한 문제입니다. 100% 증명이 된 지식이라도 함부로 임상에 적용하는 것을 경계할판에 증명은 나중에 하겠다는 의학을 일단 믿어보자고요?

'혈'이요? '맥'이요? '기'요? 웃기는 소리입니다. 정말 그런게 있으면 의학이 무너지기전에 물리학이 무너질겁니다. 차라리 '에테르'를 믿고말지요. 대체로 들리는 얘기로는 침술이 인체에 어떤 전기적 자극을 준다는 식의 얘기가 떠도는데요. 어차피 현대 생물학과 의학은 인간이 자극을 감지하는 전기적 원리에 대해서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만 분석 다 해놨습니다.

구지침의 효용성? 글쎄요. 메카니즘을 알고있으면 치료법은 차라리 얼마든지 응용가능한 것입니다. 침에 매달릴 이유도 별로 없는 것이죠. 더 나은 대안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구요. 하지만 동양의학의 그 '혈'이니' 맥'이니 '기'니 하는 것에서 나오는 생산적인 결과가 뭔지 전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안개가 빨리 걷혔으면 좋겠네요. 한의학계에 "각 질병들의 치료효과에 대한 통계적 근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황우석측에게 "만들었다고 그랬으니 그 줄기세포 유전자검사라도 한번 해봅시다"고 요구하는 것과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자신이 있으면 검증받아야죠. 전혀 엉뚱하게 보양학적인 얘기나 하고 그러는 것은 스너피 얘기로 줄기세포 문제를 덮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요.

제 주장에 반론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제가 과문한 탓인지 저는 한의학이 특정 유명한 질병의 치유에 남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어떤 믿을만한 문헌도 들어보질 못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논문이 있고 그 논문이 여타 과학자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을 증명만 해주시면 되는 것입니다("인삼이 몸에 어떻게 좋더라"식의 논문은 사양합니다). 포퍼가 반증가능성을 말했잖아요. 저는 "하나도" 못봤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했으므로 "하나라도" 제시만 해주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저도 손털고 집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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