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심층수 연구개발] 먹는 물에서 에너지까지 실용화 눈앞
[국민일보 2006-07-02 18:21]

‘신비의 물’ ‘마지막 바다자원’으로 불리는 해양심층수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동해안 북부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은 정부산하 연구소인 해양심층수 연구센터를 유치,심층수를 지역특화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성군은 심층수를 활용한 사업다각화를 위해 ㈜대교홀딩스,강원도,일본업체와 공동으로 주식회사까지 설립했다. 하지만 심층수개발을 지원할 관련 법안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당초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 ‘먹는물’ 등 제품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해양심층수 개발=처음 해양심층수에 주목한 미국은 1974년 오일쇼크에 대응할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접근했다. 차가운 심층수를 뽑아 올려 따뜻한 표층해수와의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얻는다는 ‘해양온도차발전’을 구상해낸 것. 그러나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이 연구는 시들해졌다. 그러나 최근 유가 급상승으로 친환경적 미래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면서 또다시 활용방안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1976년 해양심층수의 청정성,저온성 등을 활용한 새로운 이용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일본이었다. 각종 불순물을 많이 함유한 표층해수와 달리 심층수는 염분만 제거하면 미네랄이 풍부한 먹는물이 된다는 것에 착안했다. 일본은 고우치현,도야마현 등 18개소에서 심층수를 개발해 연간 2조5000억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도 이같은 일본의 연구성과에 따라 향후 물부족 사태에 대비한 먹는물 확보차원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일본보다 한세대 가까이 늦은 2000년부터다.

◇어떻게 활용되나=심층수는 깨끗한 식수와 이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농수산물 배양,저온성을 이용한 냉방,소금과 희소금속 추출 등 활용가능성이 광범위하다.

우선 심층수는 지하 광천수로 만드는 생수보다 상품성이 뛰어나다. 병원균이 거의 없고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이 풍부한 데다 제조원가도 생수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현지에서 광천수보다 20% 정도 비싼 일본의 심층수 생수는 국내에 수입돼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또한 생수를 걸러내고 남은 소금도 보통 소금과 다른 청정염이다. 일본에선 심층수의 저온성을 이용해 냉장시설,제빙시설,화훼재배시설 등에도 활용하고 있다.

심층수는 질소,인산이 표층수보다 풍부해 해조류 양식에 도움을 주며 이를 활용한 어패류 양식도 경제성이 있다. 일본에서는 새우 종묘장에 심층수를 사용해 바이러스 발병률을 줄였다는 보고가 있다. 농사활용도도 크다. 고추,배추,토마토의 육모배양에 심층수를 사용한 결과 농약을 쓰지 않고도 웃자람을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수를 토마토 재배에 활용했더니 당도가 높아지고 항암성분인 라이코펜이 많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에서는 16개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심층수를 개발해 생수,맥주,음료,소금,화장품 등 관련상품 1000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개발실태=2000년 한국해양연구원 주도로 해양심층수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일본 노르웨이에 이은 세계 4번째. 해양수산부가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2010년까지 250억원을 지원하는 장기계획이 수립됐다. 2005년 9월에는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해변에 해양심층수연구센터가 건립됐다. 오호리 앞바다는 심해 200m까지 거리가 해안선에서 불과 2.4㎞밖에 되지 않는 천혜 입지조건을 갖췄다.

연구센터는 300m와 500m 수심에서 매일 심층수 1000t을 끌어올려 연구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심층수에서 담수와 미네랄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역삼투 분리막’을 개발,한국형 담수화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센터는 강원대(농산물 재배),충북대(해양미생물자원개발),배재대·수자원연구원(담수화장치연구),경상대(전복·김양식),기계연구원(진공동결분무건조장치)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심층수 실용화를 위해 국순당(소주),애경산업(화장품),샘표식품(간장),동원F&B(바다녹차음료),현대약품(이온음표),강릉초당두부(두부),두산(해양수청주),경북과학대(발효음료) 등 8개 기업에 시제품 생산을 위탁,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발빠른 지자체 움직임=연구센터가 위치한 고성군은 심층수를 지역특화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성군은 역내 경동대와 함께 심층수를 활용한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보육센터를 지난 2월 개설한 데 이어 3만평 규모의 심층수 전용 농공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특히 3월에 고성군,강원도,㈜대교홀딩스,일본 KIBI시스템이 공동출자한 ㈜강원심층수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강원심층수는 2008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심층수 개발 시스템 구축과 함께 심층수를 관광과 연계한 테마파크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고성군 외에 심층수 개발이 용이한 인근 양양군,강릉시,속초시,울진군,울릉군 등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심층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뒷받침이 없어 아직은 실용단계가 아니다. 현재 심층수를 활용한 생수 등 각종 시제품이 개발돼 있으나 판매는 불법이다. 심층수에 법적 생명력을 불어넣는 법규가 없는 탓이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심층수 개발법안을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심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상반기쯤 입법이 될 것으로 예상해 투자계획을 마련했던 지자체와 기업들은 당황하고 있다. 법령 제정이 늦어지면서 지역마다 난개발로 인한 피해도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현주 해양심층수 연구센터장은 “법제정이 늦어져 당초 올 하반기로 예정했던 제품 출시가 빨라야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며 “심층수 사업이 향후 1조원 시장규모가 예상될 정도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므로 조속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심층수란… 해양심층수란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의 해수를 말한다. 수온이 항상 섭씨 2도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해양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염류와 미네랄이 풍부할 뿐 아니라 유기물이나 병원균 등이 거의 없는 청정한 해양수자원이다. 청정성과 저온성,기능성식품 및 약품개발과 농수산물 배양을 할 수 있는 부영양성,소금이나 희소금속 등을 추출할 수 있는 미네랄성 등 4대 특성이 있다. 그래서 21세기 인류를 위한 환경친화적 해양종합자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서완석 편집위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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