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저지관련 환경회의가 있어서 자정을 넘어서야 광화문 네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친소 만큼이나 치열하게 싸워야 할 미친물, 대운하는 이미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쇠고기를 넘어 이미 패키지가 되었다. 쇠고기, 대운하, 건보민영화, 미친교육까지 어느 하나 내 주어서는 안 되는 싸움이 되었다.


청계광장으로 가지 위해 지나며 본 시청광장엔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를 위한 농성천막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자리, 여성민우회 앞의 촛불과 구호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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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을 만난 청계광장에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웹2.0의 시대에 시민2.0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누가 앞서지도 조직하지도 않는 집회에 인터넷을 통해 수만 명이 모이고, 누가 이끌지도 않는 시위가 질서 있게 움직이는 것, 이는 이미 2.0시민의 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인들과 광화문네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수천명의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자유발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들을수록 재미있고 감동이 있다. 고등하교 학생과 대학생들의 발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늘은 지방에서 올라 온 학생들의 발언이 많다. 약간씩 섞여 있는 사투리가 감칠맛을 더한다. 그들은 말하고 싶어 한다. 이제 쇠고기를 넘어 이 현장이 중요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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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쯤 보급품이 나왔다. 김밥이다. 김밥에 적힌 글을 읽는 데 마음이 찡하다.

"함께 참여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

김밥으로 대신함을 용서해 주세요!

{국내.외 배후 시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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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이 먹을거리를 나눠주면서도 미안해하는그들의 마음이 내 마음 한켠 저리게 한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온 터라 그리 배고프지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김밥을 하나 집어 입에 넣는 데 눈물이 핑 돈다. 참 이게 무슨 일이람, 추위에 몸은 떨리는 데, 마음은 이렇게 따뜻하다. 뜨겁다.

사정이 있어 오지 못하고 멀어서 오지 못하고 외국이라 오지 못했지만, 그들은 그 걸음 대신 미안함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들은 직접 참여보다 더 소중할지도 모를 어떤 것을 내게 가르치고 있다. 그들은 진정 깨어 있는 시민이다.

곧 물이 도착하고 쵸코파이 그리고 작은 크런치쵸컬릿이 돌려진다.

어디에서 그렇게 예쁜 마음이 나오는 걸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열심히 커피를 타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어디서 나왔냐고 했더니 배후가 없단다. 그저 아는 사람 몇이서 하고 싶어서 한단다. 커피 타는 손놀림이 힘차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먹는 데 별 관심이 덜한 내가 먹을 것 마실 것 앞에 놓고 이렇게 흔들리다니, 이게 광화문 네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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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새벽 광화문 네거리, 정말 깨어 있는 시민의 가슴 뭉쿨한 나눔의 장이다.

어느 누구도 이들을 이기지는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든든히 가슴 저 아래에서 묵직히 올라온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본다는 기쁨은 늘 그렇듯 행복하다.

by 우리예리
http://www.moveo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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