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 주치의가 IPTV 타고 안방으로
심평원, IPTV 원격의료상담ㆍ의료정보시스템 구축하기로

# 강원도 산골에 사는 박말자 할머니(67)는 월말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당뇨병 진료를 위해 시내에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로 2시간이나 걸린다. 더구나 지난 3월 발목을 다쳐 거동까지 불편해지면서 여간 고생인 것이 아니다. 박 할머니는 "병원 갈 날 2~3일 전부터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이런 상황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연말까지 `IPTV(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 의료정보 서비스` 시범사업을 마친 뒤 곧바로 본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IPTV는 방송과 통신(인터넷)을 융합해 쌍방향 정보 교환이 가능한 `차세대 TV`라고 보면 된다. 정부는 이 같은 IPTV를 기반으로 `실시간 원격 건강 상담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현실화되면 환자는 가정에서 TV를 통해 자유롭게 의사와 상담할 수 있게 된다. 심평원은 또 머지않은 미래에 진료는 물론 약처방(택배 전달)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말 그대로 `TV 주치의`가 생기는 셈이다.

심평원 IPTV 사업단 양영권 부장은 "도서 산간지역 사람들은 병원 한 번 가는 게 그야말로 고생 그 자체다. 전국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이런 애로점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11월까지는 이에 필요한 기술들을 모두 개발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정부 최종 평가를 거쳐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가 주로 필요한 만성 질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방 중소)병원 등에도 도움이 된다. 진료 수가(진료비) 등의 문제를 논의해 합의를 이뤄 새로운 진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43세 황철민 씨는 허리 통증이 심해져 진료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집을 나서려고 하니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인터넷에서 `진료를 잘하는 병원`을 찾으려 했지만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헷갈린다.

IPTV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은 물론 모든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심평원이 갖고 있는 막대한 양의 의료 정보가 IPTV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국내 어떤 기관보다 의료 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구축하고 있는 정부 산하 단체다.

각종 질환과 의약품 정보는 기본이고 국내 모든 의료기관들의 장단점까지 포함한다. 특히 의료기관 정보에는 보건복지부의 평가 결과, 수술 건수, 연구논문 수 등 자료까지 모두 수록돼 있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양영권 심평원 부장은 "TV 리모컨만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이면 누구나 정보를 쉽고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면서 "본인의 질환을 어느 병원, 어떤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은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알림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언제, 어디서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 아래 2005년부터 `보건의료 정보화사업`과 `U-health 활성화`를 실시해 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공공의료정보화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심평원을 사업자로 선정해 `IPTV 의료정보시스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평원은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민간 매칭 펀드로 조성된 6억원이 투입된다.

[MK헬스 = 진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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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2 15:16:4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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