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동료애와 희망을 향해 뛴 제주
스포츠칸 | 서귀포 | 양승남 기자 | 입력 2011.05.12 06:03
제주 김은중이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2011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차전 멜버른 빅토리와의 홈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최근 의식불명 상태인 후배 신영록의 쾌유를 기원하며 속옷에 '일어나라 영록아!'라고 쓴 문구를 선보이고 있다.
제공|2011 World Sport Group Pte.Ltd/World Sport Football Ltd.
2011년 5월11일 제주의 밤은 을씨년스러웠다. 오후에 비를 뿌렸던 잔뜩 찌푸린 하늘은 안개까지 머금었다. 희뿌연 서귀포월드컵경기장 주변엔 적막감이 흘렀다.
멜버른(호주)과 2011 아시아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6차전을 앞둔 제주 유나이티드의 팀 분위기처럼 제주도는 가라 앉아있었다. 손으로 헤아릴 수 있는 수백여명의 관중이 찾은 월드컵경기장은 어느때보다 조용했다. 경기 전 몸을 푸는 제주 선수들은 묵묵히 훈련만 할뿐이었다. 전반전 킥오프 휘슬 소리가 울려도 경기장의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에 비로소 잠잠하던 경기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신영록 선수의 쾌유를 위해 관중 여러분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제주 골문 뒤 서포터스와 관중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박수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그라운드 곳곳에는 신영록의 회복을 기원하는 문구가 보였다. 본부석 정면에는 제주 구단에서 '일어나라 신영록, 그대의 심장은 제주와 함께 뛴다'고 새긴 25m짜리 대형 플래카드가 있었다. 서포터스석에는 '신영록! 우리의 심장을 너에게 바친다!'는 현수막과 신영록의 유니폼이 걸려있었다.
제주의 공격수 신영록이 경기 도중 부정맥에 의한 급성심장마비로 쓰러진지 나흘째. 선수단과 제주 팬들은 조용하지만 가슴 속에서 그와 함께 하고 그의 회복을 기원하고 있는 있었다.
마침 희망을 주는 소식도 전해졌다.
제주 한라병원에서 저체온 수면치료를 받고 있는 신영록이 빠르면 12일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병원에서 만난 신영록의 아버지 신덕현씨는 "내일부터 수면 약물의 양을 줄인다고 하는데 그러면 곧 깨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고 당일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와 아내와 함께 병상을 지키고 있는 신씨는 "건강한 몸이니 꼭 이겨내리라고 믿는다"고 희망을 말했다.
제주 선수들은 경기 전 함께 모여 "영록이를 위해 꼭 이기자"는 결의를 했고, 어느때보다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선제골을 넣은 김은중의 골 세리머니는 후배 영록이를 위한 것이었다. 언더 셔츠에 새긴 '일어나라 영록아'라는 글귀를 선보인 세리머니는 모든 선수들의 하나된 마음이었다. 신영록과 수원 삼성 시절부터 가장 친했던 박현범은 자신의 유니폼 안에 10번 신영록의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뛰었다.
제주는 아쉽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멜버른전에서 더없이 소중한 경험을 했다. 사랑하는 동료를 위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을 확인했고, 신영록의 회복에 대한 희망의 소식도 받았다.
< 서귀포 |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제공|2011 World Sport Group Pte.Ltd/World Sport Football Ltd.
2011년 5월11일 제주의 밤은 을씨년스러웠다. 오후에 비를 뿌렸던 잔뜩 찌푸린 하늘은 안개까지 머금었다. 희뿌연 서귀포월드컵경기장 주변엔 적막감이 흘렀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에 비로소 잠잠하던 경기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신영록 선수의 쾌유를 위해 관중 여러분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제주 골문 뒤 서포터스와 관중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박수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그라운드 곳곳에는 신영록의 회복을 기원하는 문구가 보였다. 본부석 정면에는 제주 구단에서 '일어나라 신영록, 그대의 심장은 제주와 함께 뛴다'고 새긴 25m짜리 대형 플래카드가 있었다. 서포터스석에는 '신영록! 우리의 심장을 너에게 바친다!'는 현수막과 신영록의 유니폼이 걸려있었다.
제주의 공격수 신영록이 경기 도중 부정맥에 의한 급성심장마비로 쓰러진지 나흘째. 선수단과 제주 팬들은 조용하지만 가슴 속에서 그와 함께 하고 그의 회복을 기원하고 있는 있었다.
마침 희망을 주는 소식도 전해졌다.
제주 한라병원에서 저체온 수면치료를 받고 있는 신영록이 빠르면 12일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병원에서 만난 신영록의 아버지 신덕현씨는 "내일부터 수면 약물의 양을 줄인다고 하는데 그러면 곧 깨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고 당일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와 아내와 함께 병상을 지키고 있는 신씨는 "건강한 몸이니 꼭 이겨내리라고 믿는다"고 희망을 말했다.
제주 선수들은 경기 전 함께 모여 "영록이를 위해 꼭 이기자"는 결의를 했고, 어느때보다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선제골을 넣은 김은중의 골 세리머니는 후배 영록이를 위한 것이었다. 언더 셔츠에 새긴 '일어나라 영록아'라는 글귀를 선보인 세리머니는 모든 선수들의 하나된 마음이었다. 신영록과 수원 삼성 시절부터 가장 친했던 박현범은 자신의 유니폼 안에 10번 신영록의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뛰었다.
제주는 아쉽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멜버른전에서 더없이 소중한 경험을 했다. 사랑하는 동료를 위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을 확인했고, 신영록의 회복에 대한 희망의 소식도 받았다.
< 서귀포 |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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