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라는 이익단체가 정부정책 굴복시키는 건 말도 안돼"

남궁소정 / 기사승인 : 2020-09-04 17: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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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윤홍식 사회복지위원장 인터뷰
"명분도 없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파업"
"의대서 공익성 가르치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
"대한의사협회(의협)라는 이익단체가 정부 정책을 굴복시키는게 말이 되나." 참여연대 윤홍식(53) 사회복지위원장(인하대 교수)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국가이고,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내는 세금인 만큼 다자구도 속에서 의료정책이 결정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대병원 본관 입구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의사 파업을 지지하는 피켓을 든 전공의 옆에서 진료 거부 철회를 촉구하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의협은 공공병원 예산 확충의 필요성을 말해야지, 의대 증원만 물고 늘어지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아울러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의료 강화의 출발점은 당연히 의대 증원이고, 이어 공공인프라도 미국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3일 전화로 진행했다.

▲ 참여연대 윤홍식 사회복지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의료계의 진료 거부 철회 및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 옆에는 한 의사가 정부 의료정책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ㅡ의사들이 정원 증대를 반대하는 명분이 있나

"명분도 없고 실리도 못 챙기는 파업이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57%가 정원 확대를 찬성하고, 국민 절대다수가 의사 파업을 지지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봐도 우리나라 평균 국민 10만 명당 의사 수가 OECD 국가에 비해 모자라다. 게다가 이번에 증원되는 인원 대부분은 의료 취약 지역으로 배치가 된다. 서울 의사분들께서 지방으로 갈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민감한지 잘 이해가 안 된다."

ㅡ정원 늘리자는 건 박근혜 정부 때 서울대 용역연구서에서도 나온 얘기 아닌가

"2015년 서울대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지역 의료 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정원을 늘려야 하고 지역의사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서울대 교수들은 국립 의과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지금 정부 정책은 그 주장보다 약하다. 그런데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면서 지지한다. 이런 반응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ㅡ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도 많다

"의사가 많아지면 수입이 줄 것이라는 염려가 깔려있다고 본다. 물론 가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그분들은 정원 증원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정부안이 지역의사제 도입과 지역 10년 복무 아닌가. 전공 진학할 때도 성형외과·피부과 못하게 하고 내과·소아과·산부인과 등을 하게 한다."

ㅡ의대 정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의협은 현재 의사 수 증가율로 볼 때 앞으로 한국 의사 수는 OECD 평균치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연평균 의사 증가율은 점점 감소해왔다. 현재 상태에서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의협이라는 하나의 이익단체가 정부의 정책을 굴복시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보건의료 정책은 전부 의사들에게 끌려가지 않겠나."

ㅡ정부가 한 사회에서 필요한 의사수를 결정할 때 꼭 의협 동의를 받아야 하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단체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참여해서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단,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국가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가 내는 세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의사뿐만 아니라 시민도 참여해야 한다. 또 공익적 활동을 하는 사람도 참여해야 한다. 그러한 다자구도 속에서 의료정책이 결정돼야 한다. 의료 정책을 전문가만 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ㅡ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나 독일의 의료시스템이 우리보다 뒤처지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 서비스 문제는 일반적으로 평균 수명이나 영아사망률로 비교하는데, 우리랑 비슷하다. 의사수가 늘어난다고 의료질이 떨어지는 것은 말도 안된다. 객관적 증거를 보여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ㅡ의협 주장 중에 일리 있는 주장은 없나

"의협이 말한 대로 '공공의료 시설'을 확충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있다. 현재 정부 개혁안에는 그 내용이 잘 담겨있지 않기 때문에 그 대안을 어떻게 담을지는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의협은 한국의 지역 의료 격차, 그리고 지방의 의료공공성을 확대할지 자신들이 가진 대안들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 윤홍식(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윤홍식 제공]

ㅡ공공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현재 정부는 공공의료를 강조하고 있고, 의대 정원 확대는 그 출발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인프라다. 적어도 지역에 300인 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이 많아져야 한다. 지금은 개인병원도 아니고, 300인 병상 규모 병원도 아닌 병원이 많은데 위기 상황에서 의료행위를 하기는 부족한 감이 있다. 대형병원급의 의료 시설이 필요하다. 또 공공병원에 좋은 분들이 오기 위해선 그 분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필요하다."

ㅡ공공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을 보면 공공병원을 확대하는 것은 예산에 잡혀있지 않다. 여기서 의협이 해야 할 일이 나온다. 의협은 정부가 말한 대로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공공병원 예산 확충하라는 말을 정부에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정원 문제만 물고 늘어지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다."

ㅡ병원 많아지면 좋은데 적자 문제가 항상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보지 않았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공공의료 시설이 깔려있는데, 민간 의료처럼 효율성을 강조했다. 병상 회전율을 높여 적자 내지 않고 이윤 보기 위해 노력했다. 소위 말해 공공부문에 경쟁적 체제를 도입한 건데, 이런 시스템은 위기가 닥치면 작동하지 않는다. 엄청난 의료붕괴를 야기한다. 적자 문제를 언급할 순 있지만, 그건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ㅡ현대 의료가 너무 상업화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공의료 시스템은 지난 30~4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신에 따라 모두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제는 효율성보다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즉, 효율성이 아닌 공익적인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공인프라를 늘려야 한다. 현재 전체 의료기관 병상 가운데 공공의료기관 병상 비중은 10% 남짓인데, 미국은 30% 정도다. 최소한 미국 정도 수준은 돼야 한다."

ㅡ어떤 의료시스템이 필요할까

"이제는 평시를 위한 의료시스템이 아니라 팬데믹 상황이나 위급상황을 대비한 여유 있는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 팬데믹 상황은 앞으로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의료시스템이란 적자를 감수하는 공공의료 시스템이다. 그게 돈으로는 적자지만 국민 생명의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필요한 적자다."

ㅡ의사 양성 교육과정도 변해야 할까

"의사 양성하는 시스템과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대학에 있으니까 의대 지원하는 학생들 자기소개서를 보면 100% 전부 의대에서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공익적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의대에서 공익적 활동을 배우지 못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얼마 전 의협에서 전교 1등 의사랑 공공 의대 의사 중 누굴 선택할 것이냐는 게시물을 보고 정말 황당했다. 나름 엘리트인, 교양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상식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학교에서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교육이 안 돼 있는 것 같아서 교과과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홍식은…
△ 1967년 서울 출생 △ 미주리 주립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워싱턴대학교 사회복지학 석·박사 △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U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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