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패닉 바잉' 대신 집값 하락 운동을 벌이자[똑경제-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그들 앞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
▲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 연합뉴스
30대의 주택 '패닉 바잉' 기사를 접할 때마다 서늘한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6년간 두 배 폭등한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만큼 위험천만한 일이 있을까. 더군다나 소위 '영끌'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평생 갚아야 할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가.
30대가 '패닉 바잉'에 뛰어드는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내 집 마련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하락시킬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3년을 기다렸는데 집값은 더 무섭게 폭등했다. 철썩같은 믿음이 극도의 불신으로 변해 패닉 바잉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패닉 바잉에 나서는 30대 중 상당수가 주택시장에서 정부와 시장 역할에 대해 잘못된 주장을 사실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장의 힘을 이길 수 없어서 집값이 급등했다는 주장 말이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자칭 시장주의자들이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집값이 더 급등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왜곡한 거짓 주장이다.
시장의 힘 때문이라는 거짓말
23번의 집값 대책의 내용은 주로 세금 강화와 금융 규제였다. 2017년 8.2대책에서 최근의 7.10대책에 이르기까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인상은 집값 대책의 단골 메뉴였다. 8.2대책에서 양도세를 중과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역대급'으로 강력한 대책이라고 평가했고, 7.10대책에서 종부세와 양도세를 대폭 인상하자 일부에서는 '징벌적' 과세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8.2대책에서 양도세 중과는 매우 강력했다. 3주택자 이상은 양도차익의 62%를 세금으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만약 그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었다면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택 투기에 뛰어들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로도 서울 집값은 더 급등했다.
올해 7.10대책에서는 양도세를 72%까지 올렸다. 분양권을 포함해 3주택 이상을 가진 사람이 내년 6월 이후 보유 주택을 매각하면 최대 72%까지 양도세를 내게 한 것이다. 이 정도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면 다주택자들이 내년 6월이 오기 전에 서둘러 매도에 나설 만도 한데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양도세 중과를 빠져나갈 아주 큰 구멍이 있었기에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지 않고 투기꾼들은 주택 투기를 멈추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운 종부세 강화도 마찬가지다. 빈틈이 있다.
구멍
▲ 지난달 28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서울의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41평 초과) 평균 매매가격은 20억2692만 원으로 집계돼 처음 2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6년 1월 이후 최고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정부는 2018년 7월 종부세 강화를 발표한 이후 몇 차례 종부세를 더 인상했고, 급기야 7.10대책에서는 최고 6%까지 대폭 올렸다. 종부세는 주택을 보유하는 기간 동안 매년 부담해야 하는 주택보유 비용이다. 보유 주택의 시가를 모두 합쳐 123억원 이상인 사람은 수천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매년 6%의 세금을 부담하면서 주택을 계속 소유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종부세 부담 때문에 다주택자가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양도세 인상과 종부세 중과를 빠져나갈 구멍은 2017년 12월 13일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그 방안에 의하면 다주택자라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게 해주고, 10년간 임대할 경우 양도세도 100% 면제해준다.
23번의 집값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시장의 힘이 막강해서가 아니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이라는 '투기조장 정책'이 세금 강화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 활성화 방안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한다면, 160만채 임대주택의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고 30대의 패닉 바잉은 진정될 수 있다.
평생 은행의 노예로 살 것인가
30대에게 가능한 선택은 두 가지다. 먼저 각자도생을 추구하며 지금의 '패닉 바잉'을 지속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집값 하락 운동'에 나설 수 있다.
패닉 바잉의 결과는 평생 '은행의 노예'로 살기다. 은퇴할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해서 번 돈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대출을 갚아야 한다. 이런 인생이 얼마나 삭막할지는 쉽게 상상이 간다.
다른 선택은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무지막지한 세금 특혜를 당장 폐지하도록 압박에 나서는 것이다. 이미 이런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값 정상화 시민행동'은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집값을 하락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30대와 무주택 국민이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폐지를 한목소리로 외치면, 청와대와 정부·여당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권 재창출을 지상의 목표로 하는 그들에게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30대의 패닉 바잉은 일생일대의 위험한 일이다. 평생 은행에 저당잡여 살아가야 하는 패닉 바잉 대신, 집값 하락 운동을 벌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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