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믹스 살아남기]➂ 강북에만 임대주택? 한국도 프랑스 따라갈까
  • 이서영 기자
  • 승인 2020.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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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부촌 공공임대주택 3%, 빈촌 35%…임대주택 대신 수백억 벌금
성공사례 '네덜란드', 임대주택은 '자가보유 전 통과관문' 인식 차이 존재
공공재건축·재개발 강남3구 반응 싸늘해…차별 유발하는 단지 배치도 기준 없는 정부
네덜란드의 THE Whale 사회주택 외부 모습. 사진=국토연구원 

 

네덜란드의 THE Whale 사회주택 외부 모습. 사진=국토연구원

 

톱데일리 이서영 기자 = 소셜믹스는 일명 성공사례는 없다고 한다. 만약 소셜믹스가 성공적이라면 더 이상의 소셜믹스를 외쳐야 할 상황이 없을테니 말이다. 그건 해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프랑스는 공공임대주택이 480만호로 절대호수로는 OECD 국가 중 1위다. 전체 주택 중 임대주택 비율은 약 17%다. 임대주택은 분명 우리나라보다 많이 보급돼 있지만 소셜믹스 측면에서는 어떨까.

 

한국주택학회의 ‘프랑스 공공임대주택의 지속 성장의 기반과 최근 정책 딜레마’에 따르면, 파리에서 부르주아 지역(주로 중서부)으로 불리는 6~9구는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2~3%에 불과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많은 19, 20, 13구는 35%가 넘는다. 

 

프랑스는 2000년 공공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을 강제하는 SRU법을 재정했다. 이로 인해 소셜믹스가 나아질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SRU법의 의무 공급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프랑스의 200여 자치구는 2016년까지 5000만유로, 한화로 675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내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들일바에 수 백 억원의 벌금을 선택했다.

 

달리 말하면 200여 자치구는 수 백 억원의 벌금을 낼 능력이 있는 지역이다.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무려 40여년 간의 꾸준히 소셜믹스 가치를 추구했지만 프랑스 파리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는 공공주택 공급률로도 가늠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6~9구와 19, 20, 13구의 임대주택 비율 차이는 이런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와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곧 있으면 OECD의 공공임대주택 평균 비율인 8%에 도달할 예정”이라고 말한 적 있다. 2007년 5.1%였던 것이 2016년 6.8% 2022년에는 8%로 양적으로 그 공급량은 커졌다.

정부는 최근 공공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임대주택을 공급을 늘리기도 결정했다. 공공재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지역은 용산구 한남1구역 동작구 흑석2구역, 성북구 성북1구역과 장위9구역, 영등포구 양평14구역 등이 있다. 그러나 공공재건축에서 특히 물량이 많은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에서는 반응이 싸늘하다. 프랑스처럼 지역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OECD 국가 중 네덜란드는 그럼에도 소셜믹스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우리나라와는 기본적인 환경의 차이가 있다. OECD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전체 주택 중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30%가 넘는다. 네덜란드는 이를 사회주택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건 아니지만 협동조합 측에서 진행하고 정부의 지원금이 들어간다.

 

네덜란드가 소셜믹스의 성공사례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최진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네덜란드는 대다수가 아파트에서 살지 않으니까, 기본적으로 임대주택과 옆 주택을 비교되도록 짓지 않는다”면서 “행정적으로도 임대주택 내에서도 옆집이 소득분위 60% 내에서 아무나 들어오기 때문에 재산수준을 알 수 없어 소셜믹스가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소득분위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영구임대, 행복주택 등으로 나뉜다. 

 

물론 네덜란드는 기본적으로 임대주택이 우리나라의 전세와 같은 개념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가를 위해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와는 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깔려 있다.

이로 인해 우리에게서 나타나는 흔한 님비(NIMBY) 현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셜믹스 단지에서는 분양동과 임대동을 설계부터 분리해 다른 단지처럼 보이게 만든다. 또한 서울시가 땅을 매입해 청년주택을 지으려고 하면, 해당 지역주민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기도 한다. 

 

네덜란드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차별' 요소를 줄였다는 점이다. 행정적으로 옆집의 소득분위를 알수 없게 임대주택을 배정하는 네덜란드와 달리 우리 정부는 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소셜믹스에 대한 숙제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공공이 시행자로 들어가지만,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단지배치도를 조합의 자유에 맡기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조합의 자유에 둔다는 이야기는 공공이 시행자로 들어가면, 브랜드는 LH꺼를 써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민간 시공사의 브랜드를 써도 된다는 차원에서 한 것이다"며 "단지 배치에 현재 딱히 규범이 없어 정부 차원의 기준이 없지만, 만약 임대동을 아예 2단지로 따로 배치하는 정도로 (차별이) 심해지는 상황이면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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