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관세음보살님의 감로수를 받아 마시고(상편)
작성자 buddhabook

저는 오래전부터 대장염을 앓아 왔습니다.

처음에는 빈혈이 심해 병원에 갔다가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도 몇 년간 꾸준히 다녔지만, 증세는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곤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얼마간 치료하면 곧 낫는다고 하는데 저는 완치가 되지 않고 더 심해졌습니다.

식이요법은 물론 좋다는 약은 다 먹어 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빈혈로 밖을 다니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아기를 갖게 되었는데 문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모든 약을 중단하고 음식물로써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데 몸이 그 음식을 받아 주지를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유산을 권했습니다. 산모까지 위험해 질 수도 있다면서…….

 

그러다가 남편이 결혼 전에 가끔씩 나가던 한국불교대학에서 신문을 가지고 왔더군요. 집에서 끙끙거리는 제가 안쓰러워 뭐든지 읽을거리를 가져다주곤 했습니다. 그 신문을 보다가 신행 수기를 써 놓은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도로써 가피 입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죽을 고비를 기도로서 넘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곧 남편을 졸라 大관음사를 찾았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낳고 싶었습니다. 또 지금 낳지 않으면 언제 또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었습니다. 몸이 더 건강해지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이상하게도 大관음사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고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노천법당에 서 계시는 대원력 관세음보살님을 뵙는 순간 저절로 고개 숙여 절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大관음사가 남구청 앞에 있을 때 청년회 하던 이야기를 하면서 제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습니다. 남편 역시 청년회할 때가 무척 그리운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같이 불교 공부하러 오자고 제의했습니다. 남편은 좋아하면서도 제 건강이 걱정되는지 좀처럼 승낙하지 않았습니다.

 

그 날 1, 2, 3층 법당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스님도 뵈었습니다. 아주 엄격해 보이셨는데 남편과 이야기 하다가 한순간 웃는 모습이 마치 아이처럼 천진스러웠습니다. 마음속으로 꼭 스님의 법문을 들어 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오래 서 있었더니 금방 어지럼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저의 안색이 변하자 남편이 곧 알아차리고 저를 노천법당 마루에 앉혔습니다. 앞이 캄캄해지더니 몸에서 힘이 쫙 빠져나갔습니다. 남편을 의지한 채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남편이 제 몸을 주무르는 것이 느꼈습니다.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정신력의 한계를 넘은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저는 언뜻 관세음보살님을 보았습니다.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며 제 옆에 서 계셨습니다. 저는 절하려고 손을 합장하였습니다.

 

“관세음보살님, 관세음보살님! 아기를 낳고 싶어요. 살려주세요. 보살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다가오시더니 이마에 손을 짚어 보시고는 들고 있던 감로수병을 쏟아 부으시는데 갑자기 제 온 몸에 향기로운 감로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곧 그 감로수 물에 머리까지 다 잠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제목 관세음보살님의 감로수를 받아 마시고(하편)
작성자 buddhabook

감로수의 물결은 연푸른 빛깔로 찰랑거리며 무지개가 사방으로 뻗어 있었으며 햇빛처럼 반짝였습니다. 감로수 물속에서는 숨 쉬는 것도 너무나 쉬웠으며 온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처음으로 마음껏 숨을 들이쉬면서 물결 속에 몸을 눕혔습니다.

 

잠시 후 관세음보살님이 다가 오시더니 다시 이마에 손을 짚으셨습니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관세음보살님! 이 많은 감로수를 저 혼자 다 써버려서 어떡하죠?”

 

병이 나은 것은 둘째 치고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의 마음을 아시는지 관세음보살님께서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스님이 웃으셨을 때처럼 너무나도 천진난만하고 깨끗한 웃음이었습니다.

 

“감로수는 곧 저의 마음이니 한량없습니다. 이 온 우주, 온 법계를 적시고도 수억 겁 동안 흐릅니다. 그 마음 고이 간직하소서.”

 

온 세상에 퍼져나가는 아름다운 음성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감격하여 그 감로수 물결 속에서 삼배를 올렸습니다. 절하면서도 몸이 얼마나 가벼운지 마치 날아갈 듯 했습니다.

 

“여보!”

남편의 절박한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남편이 눈물을 흘리며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옆에 계시던 스님께서 제 이마에 손을 얹고 계셨습니다.

“보살님! 괜찮으십니까? 지금 구급차를 불러 두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저는 활짝 웃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무릎에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스님.”

“여보?”

남편이 울먹이며 저를 불렀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관세음보살님의 감로수를 마시고 완전히 몸을 담그기까지 했어요!”

 

남편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괜찮은지 의심스러워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보았습니다. 정말 멀쩡했습니다. 어지럽거나 구토증세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신기한 지 저 자신도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뛰어도 보았습니다. 남편은 그런 저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었습니다.

 

그래도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아보고서야 남편은 그 사실을 믿었습니다. 대장염은 물론이고, 빈혈과 그 합병증도 증세가 완화되어 있었습니다. 생활하는데 조금의 불편도 없었고 약을 먹지 않고도 빈혈이 차츰차츰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2주쯤 뒤에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먹는 것도 아주 소화가 잘 되고 아무 탈이 없었습니다. 아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아이는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산달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관세음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무런 선업도 지어보지 못한 제가 부처님의 가피를 입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또 이웃을 위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남편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남편의 인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순간 지은 부처님과의 인연이 저와 아기를 살린 것입니다. 이 인연들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바로 제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대구시 동구 덕곡동 이법수지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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