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수의 물결은 연푸른 빛깔로 찰랑거리며 무지개가 사방으로 뻗어 있었으며 햇빛처럼 반짝였습니다. 감로수 물속에서는 숨 쉬는 것도 너무나 쉬웠으며 온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처음으로 마음껏 숨을 들이쉬면서 물결 속에 몸을 눕혔습니다.
잠시 후 관세음보살님이 다가 오시더니 다시 이마에 손을 짚으셨습니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관세음보살님! 이 많은 감로수를 저 혼자 다 써버려서 어떡하죠?”
병이 나은 것은 둘째 치고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의 마음을 아시는지 관세음보살님께서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스님이 웃으셨을 때처럼 너무나도 천진난만하고 깨끗한 웃음이었습니다.
“감로수는 곧 저의 마음이니 한량없습니다. 이 온 우주, 온 법계를 적시고도 수억 겁 동안 흐릅니다. 그 마음 고이 간직하소서.”
온 세상에 퍼져나가는 아름다운 음성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감격하여 그 감로수 물결 속에서 삼배를 올렸습니다. 절하면서도 몸이 얼마나 가벼운지 마치 날아갈 듯 했습니다.
“여보!”
남편의 절박한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남편이 눈물을 흘리며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옆에 계시던 스님께서 제 이마에 손을 얹고 계셨습니다.
“보살님! 괜찮으십니까? 지금 구급차를 불러 두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저는 활짝 웃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무릎에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스님.”
“여보?”
남편이 울먹이며 저를 불렀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관세음보살님의 감로수를 마시고 완전히 몸을 담그기까지 했어요!”
남편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괜찮은지 의심스러워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보았습니다. 정말 멀쩡했습니다. 어지럽거나 구토증세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신기한 지 저 자신도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뛰어도 보았습니다. 남편은 그런 저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었습니다.
그래도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아보고서야 남편은 그 사실을 믿었습니다. 대장염은 물론이고, 빈혈과 그 합병증도 증세가 완화되어 있었습니다. 생활하는데 조금의 불편도 없었고 약을 먹지 않고도 빈혈이 차츰차츰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2주쯤 뒤에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먹는 것도 아주 소화가 잘 되고 아무 탈이 없었습니다. 아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아이는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산달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관세음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무런 선업도 지어보지 못한 제가 부처님의 가피를 입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또 이웃을 위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남편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남편의 인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순간 지은 부처님과의 인연이 저와 아기를 살린 것입니다. 이 인연들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바로 제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대구시 동구 덕곡동 이법수지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