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애플 16형 맥북프로 “새로운 최고급 맥북”

2020.01.06

애플 ’16형 맥북프로’가 나왔다. 2016년 나온 터치바 맥북프로의 최신형인 16형 모델은 화면을 키운 것 말고 겉으로 보이는 대단한 디자인 변화는 없다. 그러나 열흘 가량 기기를 사용해보니, 16형 맥북프로는 15형 맥북프로의 후계자라기보단 맥프로의 모바일 버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 애플 16형 맥북프로

겉모습을 뺀 여타 하드웨어 측면에서 이 맥북프로는 꽤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더 얇아진 화면 베젤(테두리)과 3072×1920(226ppi) 해상도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분명 새롭지만 본질적인 변화는 사용 목적에 따라 성능 범위를 선택할 수 있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 구성이다. 그동안 애플은 트루톤 디스플레이와 풍부한 메모리, 블랙매직 eGPU 같은 맥북프로에 전문가용 기능을 꾸준히 추가해왔다. 그러나 이런 면면이 애플 울타리 밖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본질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재설계…프로다워졌다

데스크톱 PC와 마찬가지로 노트북은 팬을 사용해 과열되는 부품들을 냉각한다. 16형 맥북프로 내부에는 프로세서와 그래픽 칩을 냉각시키는 커다란 방열판과 두 개의 팬이 있다. 이 냉각 시스템은 다른 부품들과 가로 357.9mm 세로 245.9mm 크기, 두께 16.2mm의 알루미늄 소재 케이스에 담긴다. 가능한 한 얇게 만들기 위해 모든 부품들이 밀집되어 있고 이는 내부의 공기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 16형 맥북프로 내부. 좌우로 길게 뻗은 히트파이프 중앙에 GPU(왼쪽)와 CPU(오른쪽)가 배치되어 있다. GPU 아래 VRAM이 CPU 아래 메인 메모리가 납땜돼 있다. 하단 6개의 커다란 부품이 배터리다.

| 히트파이프 가장자리 검정 칩이 썬더볼트3 컨트롤러다.

이 같은 이유에서 노트북은 열 설계에 따라 실제 작업에서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지속적인 고성능 유지에는 전력 소비량이 매우 중요한데 노트북이 얇아지면 자연스럽게 발열이 큰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애플에 따르면 16형 맥북프로는 15형 모델보다 최대 지속 전력이 12와트 증가했다. 섀시 디자인을 설계하며 냉각 구조도 손봤다. 히트파이프 레이아웃을 개선해 부피를 35% 키운 방열판과 28% 향상된 공기 흐름을 일으키는 팬 조합의 냉각 시스템이 작동된다.

리뷰 제품(8코어 코어 i9 칩과 AMD 라데온 프로 5500M 4GB, 16GB 메모리 탑재)의 실제 사용 성능을 보려고 엑스코드에서 동시에 5개의 다른 해상도의 아이폰, 아이패드 에뮬레이션 테스트를 했는데 이때 키보드 중앙, 힌지 같은 열이 집중되는 부위는 미지근한 정도의 여유를 보였다. 소비 전력량에 비례해 발열이 증가하는 과부하가 걸리는 작업에서 상당히 조용하며, 일반적인 부하에서는 아무 소음도 느낄 수 없다. 과부하가 걸릴 때 CPU와 GPU가 있는 키보드 R-O 주변 온도가 손목 받침대와 본체 좌우 가장자리보다 높게 측정되는데 이는 데워진 공기가 힌지 부근에서 배출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 뜨겁거나 하지는 않다.

| 13형 맥북프로 2016년 모델(위쪽)과 16형 맥북프로

| 13형 맥북프로 2016년 모델(위쪽)과 16형 맥북프로

16형 맥북프로는 15형 모델에서 가로 세로 5.2, 8.6mm 커졌고, 두께는 0.7mm 더 두껍다. 무게는 170g 늘어난 2kg이다. 이 작은 차이는 직전 모델에서 경험하지 못한 데스크톱 PC 수준의 성능이 발휘되도록 해준다. 그중에는 지금껏 소비 전력 때문에 미뤄왔던 최대 64GB DDR4 메모리와 DDR6 그래픽 메모리 8GB 옵션이 포함된다.

| 맥CPUID에서 확인한 CPU 정보. 9세대 코어 i9-9880H가 탑재돼 있다. GPU는 AMD 라데온 프로 5500M 4GB 버전이다. 16형 맥북프로는 작업 부하의 높고 낮음을 인식해 CPU 내장 GPU와 라데온 프로 칩 사이에서 자동 전환된다.

SSD는 8TB 옵션이 준비돼 있다. 단일 용량으로 노트북 가운데 신형 맥북프로가 최초 지원이다. 포토샵, 3D 모델링, 시각 효과, 영화 편집, 음악 작업 같은 콘텐츠 작업에서 외장저장장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 SSD 벤치마크 툴 AJA 측정 결과

전송 속도도 엄청나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AJA 시스템 테스트 측정 결과, 읽기와 쓰기 성능은 초당 각각 2902MB, 3034MB를 기록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 편집자들이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 16형 맥북프로는 역대 맥북 중 가장 큰 배터리를 탑재한다.

그리고 데스크톱 PC 성능을 휴대하며 쓸 수 있게 신형 맥북프로는 100Wh(직전 모델은 83.6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다. 무선 인터넷 또는 동영상 재생 시 최대 11시간 배터리 지속을 기대할 수 있다. 100Wh인 이유는 비행기에 반입할 수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용량이 제품당 최대 100Wh이기 때문이다. 최대 용량에 맞게 설계됐다.

| 본체 좌우에 총 6개로 구성된 스피커 시스템을 갖춘다.

스피커도 업그레이드됐다. 총 6개(채널당 트위터 1+우퍼 2)의 스피커가 있는데 이 중에는 듀얼 포스 캔슬링 우퍼가 포함된다. 이 우퍼는 나란히 붙은 두 개의 스피커 드라이버를 통해 각각의 진동을 상쇄하는 기능을 한다. 볼륨을 높이면 쿵쿵 울리는 사운드가 훨씬 선명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풍부해졌으며 만족도가 높다. 돌비애트모스 같은 몰입형 오디오 음향 소스를 재생할 때 웬만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다시 ‘가위식’

| 사용자와 오랜 갈등 끝에 가위식 키보드로 돌아왔다.

애플은 신형 맥북프로에서 2016년 처음 넣었던 나비식 키보드를 버렸다. 새로운 키보드는 아이맥과 아이맥 프로에서 쓰는 가위식이다. 나비식 키보드는 제대로 눌렀는데도 중간에 걸쳐있다는 느낌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무의식적으로 조금 더 누르는 과정이 반복됐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맛봐야 했다. 새로 설계된 가위식 키보드는 중간에 걸리는 느낌이 사라졌고, 아주 조금 더 키 이동 거리가 길어진 인상이다. 실제로 키 스트로크는 나비식에서 0.45mm 길어진 1mm다. 다시 말해 2015년 맥북프로 키보드와 매우 비슷하다. 이것은 물론 칭찬이다. 그리고 훨씬 조용하다. 키 배열에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 터치ID 버튼 주변에 여백이 생겼고 물리 ESC 키가 생겼으며 화살표 키가 T자형으로 구성됐다.

| 키보드 상단에는 터치바가 있다. 왼쪽에 물리 ESC 키가 생겼다.

터치바는 펑션키를 대체하는 동시에 앱별 생각지 못한 다양한 제어 기능들을 제공한다. 터치바의 느낌은 아이폰 화면을 터치했을 때와 비슷하다. 기본 설정은 오른쪽 고정된 4개(시리, 음소거, 볼륨, 밝기)의 ‘컨트롤 스트립’과 실행 중인 앱이 전환되면 그에 따라 기능 키가 바로 바뀌는 나머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컨트롤 스트립의 가장 왼쪽 ‘<‘ 버튼을 누르면 추가 기능 키가 펼쳐지고 그 상태에서 ‘×’ 버튼을 누르면 숨겨진다. 그리고 60초 이상 사용을 안 하면 어두워지고 15초 후 터치바는 완전히 꺼진다.

터치바의 매력은 앱이 전환되면 그에 따라 기능도 바로 바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파리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열 때 즐겨찾기에 등록되어 있는 사이트가 탭으로 표시된다. 이것을 탭 하면 맥북 프로 화면에 곧바로 해당 사이트가 뜨는 식이다. 메시지, 메일은 자주 사용하는 텍스트나 이모티콘을 보여준다. 사진 앱의 전체 화면 앨범으로 표시하면 저장되어 있는 사진과 동영상의 썸네일이 터치바에 표시돼 다른 보고 싶은 사진, 동영상을 찾을 때 편리하다.

터치바는 위치상 키보드의 확장 역할도 한다. 사진 편집을 할 때 밝기, 회전 각도 조정을 터치바에서 지정할 수 있다. 트랙패드에서 마우스 커서를 누른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같은 작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패드를 누른채 위치를 이동하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편집 중인 메일을 닫을 때 저장 여부를 묻는 선택 버튼도 나타난다. 전에는 그 버튼을 키보드 엔터 키나 마우스로 클릭해야 했다. 키보드 작업을 하는 도중 트랙패드나 마우스로 이동하는 시간을 없애 훨씬 작업이 간결해 진다. 좀 과장해서 칭찬하자면 터치바는 서브 디스플레이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포토샵 같은 편집 툴이 많은 앱의 경우 화면 상의 툴이 터치바로 이동하므로 제한적인 화면을 최대한 넓게 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트랙패드는 정말 크다.

트랙패드는 딱 보기에도 커졌다. 거대해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제스처를 많이 쓰는 사용자들이 환영할 만한 변화다. 트랙패드 면적이 너무 넓어 타이핑할 때 실수로 건들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지만 내 경우엔 타이핑 도중 커서가 화면 다른 곳에 이동하는 경우는 없었다.

16형 레티나 디스플레이

| 16형 맥북프로(왼쪽)와 13형 맥북프로

| 테두리 비교. 16형 맥북프로(왼쪽)가 확실히 얇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밝고, 선명하다. 2016년형 맥북프로와 나란히 놓았더니 신형 맥북프로의 채도, 휘도가 조금 더 뛰어나다. 베젤을 줄여 13형 내지 15형 맥북프로를 한동안 사용하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16형 맥북프로로 바꿨을 때 그 차이를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폰11처럼 P3(디지털 시네마 규격) 색영역을 지원한다.

| 디스플레이 주사율을 변경할 수 있다.

그리고 주목할 점이 디스플레이 재생률을 47.95/48/50/59.94/60Hz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거다. 동영상 프레임 속도(23.97/24/25/29.97/30/60fps)의 정수배다. 29.97fps 동영상을 60Hz 디스플레이에서 재생하면 깜빡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16형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영상 포맷에 맞는 재생률을 선택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다. 영상 제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기능이다.

| 좌우 4개의 썬더볼트 단자가 있다. 확장 단자는 이게 전부다.

확장성을 보면 썬더볼트3 단자 4개가 전부다. 썬더볼트3 단자는 최대 40Gbps 처리 속도로 선더볼트2의 2배의 대역폭을 이용할 수 있다. 큰 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디스플레이 포트와 USB 3.1(최대 10Gbps)과 호환이 되고 충전도 이것으로 한다. 6K 디스플레이 2대를 동시에 연결 가능하고 변환 어댑터를 따로 구입만 하면 외부 기기 연결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용자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만능 단자라는 의미다. 물론 단자를 일원화한 결정에는 단점이 따른다. 변환 어댑터를 구입해야 하는 비용적 불합리는 애플이 책임지지 않는다.

벤치마크

16형 맥북프로는 쾌적하게 움직인다. 리뷰 모델은 9세대 코어 i9-9880H(2.3GHz)를 탑재해 처리 성능이 향상됐고, 웹서핑이나 메일 확인 같은 가벼운 작업은 전력을 절약하는 기능이 작동을 한다. 16GB DDR4 메모리가 적용됐고, 저장 장치는 SSD 1TB를 채택했다.

먼저 시네벤치 R20 결과를 보자. 시네벤치는 CPU의 3D 렌더링 성능을 측정하고, 멀티스레드를 지원하며, 특히 순수한 CPU 성능을 측정하는 믿을 만한 수단으로 정평이 나 있다. 13형 맥북프로 2016년 모델(2.9GHz로 작동하는 듀얼 코어 코어 i5 칩과 인텔 아이리스 550, 8GB 메모리)은 772점을 기록했다. 같은 테스트에서 리뷰 제품은 3213점이 나왔다. 격차가 엄청나다. 과부하가 급증할 때의 성능 테스트인 시네벤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작업에서 이 격차는 어떻게 작용할까.

이미지 편집 도구 ‘픽셀메이터 프로’에 새로 추가된 기계학습을 사용해 이미지의 해상도를 향상시키고 선명도를 유지하는 ‘ML 슈퍼 리솔루션’ 기능은 CPU 성능 차이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예다. 2개의 이미지(2682×1698 해상도와 1536×768 해상도)를 대상으로 진행된 테스트에서 리뷰 제품은 선명도를 2배 개선하는 작업을 각각 22초51, 11초96에 마쳤다. 2016년 13형 맥북프로는 같은 실험에서 각각 1분8초57, 18초51이 소요돼 이미지가 클수록 16형 맥북프로의 작업 시간이 눈에 띄게 단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장 장치 성능도 만족스럽다. 블랙매직 디스크 스피드 테스트의 결과는 평균 쓰기 속도가 2874.5MBps였고, 읽기 속도는 2788.2MBps를 기록했다. 비교 제품인 2016년형 맥북프로가 여기서 얻은 점수는 각각 1932.6/2386.2MBps였다.

| 불이 들어오지 않는 사과 마크

애플 16형 맥북프로는 맥북 역사를 다시 쓰는 거대한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제품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전작에서 개선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내부 디자인을 재설계해서 데스크톱 PC급의 처리 속도와 엄청난 저장 공간을 휴대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소비 전력 때문에 미뤄왔던 64GB 메인 메모리와 DDR6 그래픽 메모리 8GB 옵션도 반갑다. 나비식 키보드를 더 조용하고 정확도 높은 가위식으로 바꾼 점도 주목된다. 트루톤도 좋은 기능이다. 개선된 스피커와 배터리 지속 시간 등 신형 맥북프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애플 울타리 밖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업데이트를 이뤄냈다. 새로운 최고급 맥북의 시대를 열었다.

aspe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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