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붕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포노사피엔스》 저자 (boong33@skku.edu)
- 승인 2020.01.08 17:00
- 호수 1577
2020년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포노사피엔스 문명 혁명의 파도는 더욱 강렬하게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2020년 1월1일 기준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창조 기업인 애플의 시가총액은 1500조원(1조2900억 달러)을 뚫었고, 세계 7대 플랫폼 기업(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에 집중된 자본은 6876조원으로 한 달간 200조원 이상 증가했다. 포노사피엔스 문명을 이끄는 이들 기업에 투자된 자본은 다시 빅데이터·자율주행·인공지능·바이오테크 등 미래 기술을 리드하는 테크 기업들에 재투자되면서 시장을 바꾸고 있다.
새해가 되면 모두들 트렌드 분석에 집중한다. 매우 분명한 트렌드가 있다. 스마트폰 뱅킹 이용비율은 70%를 넘어서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청자 수는 증가하며 온라인 쇼핑과 음식배달 또한 계속 늘어난다.
이미 산업 전 분야에서 기업들은 디지털 마케팅 및 플랫폼 구축,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도입 등을 위해 인력과 자본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급격한 이동이 확인된 이상 기업들은 망설일 겨를이 없다. 거기에 새로운 일자리가 있고 미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규제를 통해 신문명의 진입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용기 있는 도전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50~60대 ‘꼰대 세대’가 미래 먹거리 가로막아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하다. 대한민국 인구의 99%는 기존 문명에 의해 교육받았고 기존 업무 방식에 익숙하며 기존 기업들에 의존해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진입하면서 미디어를 보는 방식도, 물건을 사는 방식도, 돈을 주고받는 방식도 바뀌긴 했지만 그건 나의 소비생활이지 일하는 전문영역은 아니다. 유튜브 기반의 광고는 어떻게 하는지, 온라인 쇼핑몰은 어떻게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지, 핀테크는 또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두렵기만 하다.
카톡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생활의 변화도 두려운데 심지어 그걸 잘 이해하고 전문성을 키워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해야 한다니, 차라리 마음 문을 닫고 싶다. 이건 모두 잘못된 문명이라고 비난하고 싶다. 그렇게 나를 지키고 싶다.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다. 특히 50~60대 우리나라 리더 그룹 대다수가 바로 이 문명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신문명의 부작용을 싸잡아 비난하고 규제 도입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리더 세대는 정말 도전보다 지키기에 익숙한 사람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아니다.
얼마 전 영국 BBC에서 BTS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취재를 담당한 기자의 멘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기억되던 코리아(한국)에서 탄생한 보이밴드가 어떻게 ‘21세기 비틀스’로 불리게 됐는지, 심지어 ‘영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웸블리 구장에서 6만 명의 서양 팬들을 모아 한국말로 떼창을 하게 만들 수 있었는지, 그걸 알고 싶습니다.” 그의 멘트에서 서구문명이 느끼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경이로움을 읽을 수 있다. 1960년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올해 60세, 환갑을 맞이한다. 놀랍게도 1960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80달러였고 이 금액은 아프리카 우간다와 같았다. 서구 선진국가들이 자동차와 TV를 만들어 즐기고 있을 때 우리는 그냥 최빈국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이 전력을 다해 공부하더니 산업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1988년에는 올림픽이라는 엄청난 행사를 치러내고 무모하게도 당시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도전장을 내민다. 그리고 20년 만에 철강과 조선에서 일본을 잡고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적을 만든다.
물론 그때도 중공업이나 가능하지 첨단산업은 일본에 안 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2019년 최첨단 기술의 상징인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세계 1위와 3위를 차지한다. 그사이 일본은 아예 반도체를 포기해 버렸다. 현대인류 100년사에 최빈국에서 출발해 60년 만에 최첨단 제조기술로 무장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연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산업뿐만이 아니다. 어지럽기는 하다지만 우리는 정치적으로도 국민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 민주주의를 이뤄냈다. 이 말도 안 되는 무모한 도전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이 바로 50~60대, ‘꼰대 세대’들이다. 이것은 데이터가 전하는 명백한 팩트다. 평생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고 성취하며 살아온 사람들, 삶이 도전 그 자체였던 세대가 지금의 50~60대다.
기적을 만든 것은 대한민국의 엄청난 잠재력이다. 이제 제조업으로 우리에게 앞선 나라는 미국·중국·독일·일본밖에 없다. 불과 60년 만에 무엇이든 잘 만들 수 있는 놀라운 기술력을 축적했다. 그걸로 다 된 줄 알았는데 그사이 세계시장의 생태계가 바뀌는 문명 교체, 혁명의 시대가 와버렸다. 모든 거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자본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이 시장을 좌우하는 소비자 권력 시대가 시작됐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스마트폰·자동차·가전제품에 ‘팬덤’ 얹어야
그렇다면 새로운 문명시대 우리에게 희망은 없을까. 시작도 안 했는데 성공사례는 가득하다. 콘텐츠 분야만 따져봐도 BTS, 네이버웹툰, 아기상어, 보람튜브 등 자발적 팬덤이 키운 세계 최고들이 즐비하다. K팝(Pop), K뷰티(Beauty), K콘텐츠(Contents)의 성장도 눈부시다.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무신사·닥터자르트 등 우리나라 신규 플랫폼과 제조기업들도 가능성을 인정받아 해외 기업들로부터 큰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50~60대가 제조업에서 보여줬던 잠재력은 플랫폼 소비 시대에도 팬덤의 포텐으로 터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간은 제조업이다. 제조업이 살아야 한다. 한·중·일의 제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성공의 비결을 이미 애플이 보여주고 있다. 기술력으로는 삼성전자에 뒤진다는 애플이 삼성전자에 비해 1100조원 이상의 높은 기업 가치를 갖게 된 건 소비자의 자발적 팬덤 덕분이다.
애플은 제조업에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팬덤을 더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작은 이어폰 하나에 거대한 팬덤을 얹어 수십조원의 놀라운 매출을 만드는 걸 언제까지 구경만 할 것인가. 이 길은 문명의 기준이 바뀌어야 갈 수 있는 길이다. 기업문화에 고객에 대한 배려와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매력을 담아야 한다.
기술과 자본으로 소비자를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자본 권력의 시대는 가고 소비자 권력의 시대가 왔다고 모든 데이터가 한 방향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것을 바꾸는 길은 우리 사회의 기준을 바꿀 때에만 가능하다. 그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마음의 기준을 바꿀 때 시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자동차에, 가전제품에 BTS와 네이버웹툰이 보여준 팬덤을 심어야 한다. 우리의 포텐은 이미 충분하다고 데이터가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기성세대가 축적한 첨단 제조 기술력에 신세대가 만드는 세계적 팬덤을 입힌다면 세계가 열광하는 멋진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할 수 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대한민국에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2020년 대한민국, 포노사피엔스 시대로의 위대한 도전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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