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 20년] 10년 후 한국의 미래는 ‘인공지능’에 달렸다
[커버스토리=한경비즈니스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뉴 밀레니엄 20년’ : 미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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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향후 10년 동안 우리 삶과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무엇일까. ‘뉴 밀레니엄 20년’ 설문에 참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인공지능(AI)’을 1위(19.5%)로 꼽았다.
21세기 첫 20년을 스마트폰 혁명이 주도했다면 향후 10년간은 AI가 모든 기술과 산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전 바둑기사를 이길 때까지 AI 기술은 대중에게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AI 기술은 우리 삶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스마트폰,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 홈 등 실생활은 물론이고 의료·자동차·금융·정보기술(IT)·통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 걸쳐 AI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AI 기술은 빅데이터와 빠른 처리 능력, 더 강력한 알고리즘이 결합돼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AI 기술은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1.2% 끌어올리고 총 13조 달러(약 1경530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AI에 국가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이 달린 셈이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AI 이니셔티브 행정 명령을 통해 AI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 역시 2017년부터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헬스케어 등 분야별 특화 플랫폼을 육성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AI 전문 기업 수는 각각 2000개, 1000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유럽도 팔을 걷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까지 AI 분야에 15억 유로(약 2조원)를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독일과 영국 역시 국가 전략을 수립해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2019년 12월 ‘AI 국가 전략’을 발표하는 등 국가 간 AI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구 구조 변화가 사회 시스템 바꿀 것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구 구조의 변화(15.8%)’가 2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출산율은 바닥을 쳤다. 급기야 2018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하며 세계 유일의 0명대 출산율 국가가 됐다.
2019년 10월에는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를 비교한 자연 인구 증가율이 0%대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이 멈춘 것이다.
인구 절벽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성장 걸림돌로 꼽힌다. 생산 연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지방 소멸, 재정 압박 등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부작용이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65년까지 50년 동안 인구 감소로 GDP가 5.7%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구 구조 변화는 경제 성장과 산업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령화·저출산·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에 따라 가계에서 소비한 항목 가운데 식료품·교육비 등의 비율이 낮아진 반면 외식비· 통신비 등은 급증했다.
3위는 미국과 중국이 21세기 패권을 두고 다툰 ‘G2 갈등(10.2%)’이 차지했다. 무역 분쟁으로 시작된 G2 갈등이 기술 패권 다툼, 환율 전쟁으로까지 번지면서 세계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 경제를 떠받치던 두 나라가 관세 부과, 기업 제재, 금융 조치에 나서자 세계 교역이 위축됐고 투자 심리 역시 얼어붙었다.
2001~2007년 연평균 5.8%였던 세계 수출 물량 증가율은 2011~2018년 2.8%로 떨어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 무역 갈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장기화되느냐 혹은 회복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G2 갈등·양극화도 넘어야 할 산
4위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양극화 심화(9.6%)’가 차지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상위 0.1% 임금 소득자가 중위 소득자의 31배를 벌었다.
특히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득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부의 양극화 역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12월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9년여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가 예고되면서 ‘저성장 고착화(7.0%)’가 5위에 올랐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앞으로의 10년도 글로벌 경제에 약세의 그림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1월 1일 이 연구소가 발표한 ‘새로운 10년-2030년 내다보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의 연평균 GDP 증가율은 2.3%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성장률(4%)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의 같은 기간 성장률은 연평균 5.4%로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일본은 2021~2025년 0.4% 수준에서 2026~2030년 0.0%로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목표보다 낮은 2.0%로 내다봤다. 저물가 흐름도 이어졌다. 한국의 포괄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2019년 사상 처음으로 4분기째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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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수단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전기차 등 모빌리티 혁신(6.4%)’이 6위를 차지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고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신기술의 집합체이자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IT업계와 통신업계가 일제히 자동차 전장 사업과 이동 혁신을 위한 투자를 이어 가는 이유다.
또 자동차로 시작된 공유 모빌리티는 전기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로까지 확장됐다.
◆‘초연결’ 시대가 가져올 혁신
IT와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7위 ‘핀테크 시장의 진화(6.3%)’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몇 년간 금융 시장은 송금·결제·투자 등 전 영역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 왔다.
오픈 뱅킹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2020년부터는 국내 핀테크 시장의 판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핀테크 영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선정되며 핀테크 시장에서의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2017년 암호화폐 광풍과 함께 떠오른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8위, 3.9%)’은 각 산업 분야에 적용되며 미래를 이끌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도 블록체인 기술 육성과 정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정부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연방·주정부의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페이스북·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 등 글로벌 기업들은 2019년 속속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며 블록체인 기술 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난 20년 동안 석유 등 화석 연료 고갈에 따른 ‘에너지 위기(9위, 3.0%)’와 이에 따른 에너지 전환에 대비해 왔다.
앞으로 10년, 신재생에너지 패권을 잡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도 ‘탈석유’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에너지 전환을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와 수소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며 2019년 ‘수소 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10위는 ‘로봇 기술의 고도화(2.9%)’다. 2019년부터 산업용 로봇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스마트 공장 등 산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도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 기술 트렌드 다섯 가지 중 하나로 ‘로봇의 발전’을 꼽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로보틱스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 로봇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과 LG 역시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삼성봇 셰프와 삼성봇 클린 이외에 다른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LG는 로봇 브랜드 ‘클로이’를 통해 2020년 접객·주문·음식조리·서빙·설거지 등 로봇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했다.
◆[돋보기] 2010년 조사와 비교해 보니...
‘모바일 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뚜렷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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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10년 전 한경비즈니스 조사와 비교해 보면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뉴 밀레니엄 그 후 20년, 향후 10년 트렌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 패권 전쟁’이었다.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혁신, 핀테크 진화,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로봇 기술의 고도화 등 10년 전 조사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기술이 트렌드 10위 안에 대거 안착했다.
특히 미래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별 기술에 대한 투자와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10년 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지구 온난화와 자연재해 증가’는 순위권 내에서 사라졌다. 대신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 될 ‘AI’가 향후 10년을 지배할 키워드로 올라섰다.
10년 전 2위에 올랐던 ‘인구 구조의 변화’는 이번 조사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출산율 0명대의 인구 절벽에 진입하면서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3위를 차지했던 ‘아시아의 부상’은 ‘G2 갈등’으로 변했다.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10년 전에도 ‘G2 갈등’은 6위를 차지했었다.
지난 조사에서 8위를 차지했던 ‘양극화 심화’는 이번 조사에서 4위에 올랐다. 10년 동안 한국 경제의 양극화와 저성장 기조가 더 심화된 것을 알 수 있다.
10년 전 4위를 차지한 ‘모바일 혁명’과 9위인 ‘인터넷 영향력 확대’는 ‘인공지능(1위)’, ‘모빌리티 혁신(6위)’, ‘핀테크(7위)’, ‘블록체인(8위)’, ‘로봇 기술의 고도화(10위)’, ‘헬스 케어 산업의 성장(11위)’ 등 다양한 기술로 진화했다.
kye0218@hankyung.com
[뉴 밀레니엄 20년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뉴 밀레니엄 20년, 향후 10년 트렌드는
-국내 10대 뉴스 : ‘혁신’에서 ‘일상’이 된 스마트폰…글로벌 금융 위기 후 ‘3저 현상’ 고착
-국제 10대 뉴스 : 미·중 갈등이 불러온 신냉전, 뉴 밀레니엄 이후 ‘최대 뉴스’
-10대 히트 상품 : 21세기 최고 히트 상품은 ‘스마트폰의 원조’ 아이폰
-최고의 CEO : 삼성을 바꾼 ‘프랑크푸르트 선언’…이건희 회장, 21세기 최고의 경영자
-차세대 CEO : 이재용·정의선 나란히 1·2위…‘창업가’ 김범수 4위, 김봉진 9위
-미래 트렌드 : 10년 후 한국의 미래는 ‘인공지능’에 달렸다
-10년 후 한국의 1등 기업 : 제약·바이오 ‘셀트리온’이 이끈다…금융 최강자는 ‘신한은행·미래에셋대우’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인구 감소·AI 혁명 ‘후폭풍’…‘공급과잉의 시대’가 시작됐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직관’을 갖추기 시작한 AI, 이제는 사람의 마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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