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남북 경협시대…준비 없인 텃밭 뺏긴다
기사입력 2018-05-23 06:2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견제-주도’ 투트랙 전략 세워야

제재 해제시 인프라 시장 ‘활짝’

美ㆍ中ㆍ日ㆍ러 4강 ‘실속 외교’ 뻔해

민관 사전준비 ‘코리아 패싱’ 차단

남 좋은 일 아닌, 南 좋은 일 돼야



“전세계 비즈니스 업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밀려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 있어요.”(권영경 통일연구원 교수)

“북한 시장 쟁탈전이 치열합니다. 한국이 대북 경협의 주력 파트너가 될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김민관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원)

대북 경제협력사업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제재 해제로 가는 국제 정치무대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먹혔지만, 대북 인프라 비즈니스를 놓고 벌이는 경제 전쟁에선 주변 강대국들에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4ㆍ27 판문점 선언’에는 “기존 10ㆍ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07년 발표된 10ㆍ4선언에는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건설,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안변ㆍ남포 조선협력단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경제특구 건설 등 당시 기준으로 14조원대 규모의 대형 사업들이 포함됐다. 실제 경원선 남측구간 복원, 경의선 문산∼임진각 전철화 등 접경지역 인프라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지역 인프라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덩달아 건설사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한편에선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 경협으로 가는 길이 아직 멀다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한다. 남북 고위급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이 재등장한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협상은 정부에 맡기고, 민간에선 다가올 대북 경협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권영경 통일연구원 교수는 “한국에선 대북 경협에 대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강조하지만 국제적 움직임은 이와 다르다”면서 “미국 트럼프의 신마셜플랜 전략,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북한에 대한 빠르고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북 경협 여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이미 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다.

조진희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북ㆍ중 접경지역에선 부동산이 들썩이고 라진선봉지역의 아파트가 완파되는 등 중국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며 “중국의 북한 경제에 대한 개입 수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은 중앙급 경제특구 5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19개 등 모두 27개의 특구ㆍ개발구를 만들어 중국 자본유치에 힘쓰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현실화될 경우 북한이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고 중국, 러시아와 더욱 가까워질 가능성도 높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시장을 둘러싼 미ㆍ중ㆍ일ㆍ러 4대 강국의 강력한 공세가 예상된다”며 “한국의 입지를 미리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북한 비즈니스 진출전략>을 펴낸 삼정KPMG의 김교태 대표는 “사전에 준비만 돼 있다면 (대북 경협이) 우리 기업들에겐 더 큰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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