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의 만남…'깜짝' '돌발' '파격' 예정없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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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념촬영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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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11년 만에 마주한 두 정상은 '허심탄회'한 만남을 예고한 것과 같이 예정에 없던 돌발 행동이 나왔다. 실무진들이 여러차례 판문점에서 리허설을 가졌지만 남북 정상의 진정성은 정해진 틀을 뛰어 넘었다.

두 정상은 27일 오전 3번이나 예고되지 않은 장면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과 군사정전위 소회의실(T3) 사이에 그려진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눴다.

이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안내에 따라 MDL을 넘어 남측 땅을 밟았다. 두 정상은 북측 판문각을 바라보고 기념촬영을 하고, 이어 남측 자유의 집을 바라보면서 기념촬영을 했다.

기념촬영을 가지면서 문 대통령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하자 김 위원장은 즉석에서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을 북쪽으로 이끌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MDL을 넘어 북측 지역에 서서 기념촬영을 다시 했다. 두 정상은 손을 맞잡은 채로 MDL을 다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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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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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순간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세 차례,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씩 도보로 MDL을 넘는 기록을 남겼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정상회담을 북쪽에서 열자는 제안을 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은 순간 기지를 발휘하면서 역사적이고 이례적인 모습이 만들어졌다.

의장대 사열에서도 두 정상의 파격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이 끝나고 양측 수행원과 악수 나눈 뒤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다시 이끌고 리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을 소개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 사열대 앞에서 예정에 없던 기념 촬영이 이뤄졌다.

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농담을 건내거나 남북의 경제적 차이에 대해서도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15분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하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에게 권하면서 김 위원장은 냉면이 "멀리서 왔다"고 표현했다가 "멀다고 말하면 안되겠구나"라며 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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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에 앞서 회담장에 걸린 장백폭포와 성산일출봉 그림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문 대통령이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갔다온 분들이 말하는 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며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통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며 순순히 부족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남북 유일한 여성 수행원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남측 수행원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강 장관을 지칭하면서 자세하게 소개를 했다. 이에 강 장관은 세 차례나 김 위원장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방한 경험이 있는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이번 회담을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또 김 부부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레드카펫에서 두 정상을 계속 뒤따라가다가 안내원의 안내를 받고 돌아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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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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