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이산의 제언 '지동원 EPL 적응수칙'
기사입력 | 2011-06-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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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이 25일(한국시각)에 영국 뉴캐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당당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자신감이 읽혔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축구 외에도 지동원이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현재 스포츠조선 영국 통신원으로 활약 중인 이 산씨(26)가 눈물 젖은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중동중학교 1학년 때 일찌감치 영국행을 택한 이씨는 웨스트햄 유스 출신으로 2부리그 쉐필드 유나이티드에서 2005~2006 시즌 15골을 넣는 등 기대를 한몸에 받던 공격수였다. 영국 무대를 먼저 경험한 축구 선배로서 객지 생활의 외로움을 극복할 것, 공격수로서 골 욕심을 최우선시할 것 등 지동원의 프리미어리그 연착륙에 도움이 될, 실질적인 팁을 제시했다.
▶외로움을 이겨낼 것
영국 프로축구 선수들은 이런 농담을 한다. "축구선수는 축구선수와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다." 매주 11명의 선발 라인에 뽑히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비열하고 신사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면서까지 동료를 모함하고 싫어하는 경우를 종종 옆에서 지켜봤고, 내 자신도 직접 느껴봤다.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보이지 못할 때 가차 없이 냉랭하게 돌아서는 곳이 프로축구계다. 더구나 영국 그라운드에는 한국 축구에 아직까지 살아 있는 '끈끈한 정'이라는 것이 눈꼽만큼도 없다. 좋은 활약을 할때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몇 번의 부진으로 팀의 선발라인에서 멀어질 때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혼자라는 외로움, 입지 불안에서 오는 정신적인 고통을 마주하게 된다. 독하게 이겨내야 한다. 말이 통하는 동료가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모든 외국 선수들이 마주하게 되는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이 적응의 제 1조건이다.
▶ 영어 공부에 매진할 것
대한민국 일류 대학을 나왔어도 영어로 말을 할 수 없으면 접시닦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의사소통이 축구에 미치는 영향은 축구 실력 이상으로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배고플 때 밥을 달라고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영어를 익혀야 한다. 가까이는 자기 주장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멀리는 팀 동료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전투력을 키울 것.
해마다 영입되는 최상위 클래스의 외국선수들과 감독들의 힘으로 프리미어리그는 기술적으로 한단계 올라섰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위 몇 클럽을 제외하고는 기술보다 파워를 중시하는 팀들이 많다. 몸싸움에 능하고 전투력이 강하면 그라운드 안에서 손해 볼일은 없다. 지동원 선수도 4년 전 레딩 유소년 유학 시절 이미 체험했겠지만 경기장 안에서 더욱 다부지게 맞붙어야 한다. 파워 넘치고 투지 강한 스트라이커를 싫어할 감독과 팬은 없다.
▶ 공격수는 결국 골이 열쇠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인정받고, 골로 비난을 잠재우고, 골로서 돈을 번다. 좀더 욕심을 부려야 한다. 무조건 팀보다는 내가 먼저다. 내가 먼저 살아남고 팀을 도와줘도 늦지 않다. 물론 팀의 승리도 중요하고 팀 플레이도 중요하다. 한국선수들은 이미 헌신적인 팀 플레이가 몸에 배어 있다. 겸손한 성격에 어시스트 능력도 뛰어난 지동원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골을 향한 욕심이 같은 팀 동료 스트라이커보다 뒤져서는 절대로 안된다.
뉴캐슬(영국)=이 산 통신원 dltk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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