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의 얘기를 들어보니.. 2006/02/04 04:42 추천 0 스크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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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시나요? 모 항공사 광고에서 '큰 꿈을 안고 떠나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비춰졌던거...

워낙 예전 일이라 기억 못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축구 종가 영국이라는 땅에서, 그것도 유소년팀 중 가장 유명하다는

웨스트햄(잉글랜드 국가대표 상당수가 웨스트햄 유소년 출신이죠)을 거쳤던 소년.

바로 이산인데요..

나름대로 문화충격과 차별, 부상 등을 견디고 지금은 쉐필드 리저브에 있습니다.

앞으로 이산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지만, 그가 말했듯이 수많은 '관중들이

자기에게 환호하는' 것을 계속 만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특집 관련해서 이뤄졌는데요, 처음엔 그냥 쉐필드 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워낙 솔직했던 대답들이라, 하나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선수들이 가끔 겪는 정신적인 충격이나,

경기 스트레스에서 오는 부담 등은 어느 누구나 다 마찬가지로 겪는 듯 해요.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지.

지금 TV를 보니까 잉글랜드 대표 수비수겸 아스날 수비수인 솔 캠벨이

지난 수요일(현지시각)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과의 경기서 최악의 경기를 보여준 뒤

,하프타임에 드레싱룸으로 직행, 바로 옷을 갈아입고 차를 타고 나간뒤 아직도

그 행방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아마 인생 최악의 날을 쉽게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현지에선 판단하고 있는데요. 아센 벵거(여기 앵커는벵어라고 하네요)감독도 그가 지금 어딨는지 모르겠다며, 그에게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네요. 수요일밤 그와 이런 저런 얘길 했지만 지금은연락이 안된다며, 에이전트 역시 같은 말이고, 언제쯤 그라운드에

다시 컴백할 지는 의문이라고 합니다.

하여튼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벵거 감독 얼굴이 더 쪼글쪼글해 진듯...

지금 TV에선 솔 캠벨을 추억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같은 것도 준비돼 있나봐요.

가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잉글랜드 대표팀에게도 큰 손해라며... 램파드도 지금 나와서 "10년간 그는 최고의 수비수" 블라블라 하면서 팀에 대한 공헌 같은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인생의 격동기를 제대로 이겨내시길...

다음은 이산과의 일문 일답입니다.

지긋지긋한 부상만 제대로 이겨내면 언젠가 그도 이곳 신문지상을

장식할 수 있겠죠. 좀 더 얘기 했으면 좋았을 텐데 선수도 훈련 끝난 뒤라

휴식시간을 더 뺏기가 신경 쓰였고, 저도 그 때 심한 컨디션 난조로 약간 힘들어서

시간을 좀더 끌진 못했습니다. 지금 리저브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

1군에서도 신나게 뛸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의 얘기 속에서 현지 선수들과의 차이 같은 것도 조금이나마 엿볼수 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선수들이 우선 신체적으로도 느끼는 차이점을 알게 됐다는...

예전에 박지성이 항상 강조했던게 "언제라도 뛸수 있게 몸을 만들어야 하기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는 말을 강조했었는데, 무슨 말인줄 잘 알겠더군요.

선수들은 계속 뛰면 피곤할 거 같은데

또 한편으론 계속 뛰어줘야 몸이 90분을 견딜수 있다고 했거든요....

이산2.JPG

쉐필드 이산 인터뷰 풀텍스트


=외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아직도 잘은 모르겠는데, 외국인이라서 받는 불리함 같은 거요.

그런거 생각하는 거 자체가 힘들어요. 당하는 것 보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그런걸 당해야 하는지. 우리가 받아야 할 당연한 벌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어요. 한국도 외국인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주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여기서

동양선수, 그래도 더 실력이 나아야지만 뛰잖아요. 그래서 여기서 뛰는 자부심이 생길 때도 있지만.”


=어떤 점이 그렇게 차별 받는 거 같아요?
“선입견있잖아요. 제가 코치라도 브라질선수랑 한국 선수랑 와서

테스트 받는다면 브라질 선수들이 기본 실력이 있으니까 그들에

더 눈길이 갈거 같아요. 걔네들은 누구나 다 잘하니까요. 브라질 친구가 무슨

묘기 한번 보여주면, 그 친구한테서 ‘호나우두’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거죠.

똑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동양 선수 실수가 훨씬 더 크게 보이는 거에요. 그

래서 질책도 더 심하게 받고.”


=그래도 이제 잉글랜드 리그에 한국 선수들이 4명이나 뛰게 됐는데
“확실히 대우가 달라진 거 느껴요. 지성이 형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빅 클럽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언론에 이름도 자주 나오고 하니까 덩달아

저까지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그동안 그렇게 무시하던 사람들이요... 한국

선수들이 잘하면 역시 ‘박지성’이 태어난 나라는 다르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

바뀌어요.”


=가장 후회되는 건 뭐에요?
“처음에 이 클럽과 사인할땐 제게 기회가 쉽게 생길 줄 알았어요.

자신감인지 배짱인지 모르겠지만 금방 1군에서 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같은 자리(포워드)에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은 거에요. 생각했던거 보다 실력이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뛰려고 하면 부상당하고. 되는 대로 안되니까 자꾸

자포자기 하게 되고. 사실 저 20살도 안됐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빠른 포기였던

거 같아요. 정말 프로다운 생각이 아니었어요. 바보같았죠. 전 바보였어요.

그래도, 기회는 꼭 올거라 생각해요. 누군가가 부상당하거나, 여러 종류의 컵

게임을 하게 되면 저도 출전 기회가 생기겠죠.”


=자꾸 바보같다는 말을 중얼거리는데
“그런거 있잖아요. 열심히 해서 노력했는데 경쟁상대가 너무나

크게 보여가지고, 넘을 수 없는, 노력하면 넘을 수 있을 텐데도, 미리부터

지레 겁먹는.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었어요. 크거나 작거나 한번 해봐야

하는 건데. 리그1에 있을때와 지금은 또 수준이 확 달라요.”


=아쉽게도 부상이 좀 있었죠.
“웨스트햄을 떠나서 브렌트포드랑 계약했을때 정말 준비 많이했어요.

점차 한단계 한단계 나아지자고 마음 먹었는데, 그때 팔이 부러져 벤치신세를

지게 됐어요. 제 자신에게 물어봤죠. 축구 선수될 자질이 있는가 없는가.

그때 돌아온 답은 “yes”였어요. 그래서 좀 더 기다리기로 했죠. 잠시

늦어지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다 좀 뛰려 하니 다시 무릎을 다쳤는데..

정말 원망스러웠어요. 세상이 싫었죠. 오래 쉬니까 다시 운동하는 것도 힘들고.

그래도 저 다시 일어났어요. 잘난척이 아니라. 제 생각에 전 축구 선수가 될 자질이

있는 거 같았어요. 이렇게 자신을 믿고, 보여줄 수있다고.

처음엔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질 수록 다가오는 건 더 큰 절망이었어요.

그래도 그렇게 하나씩 이겨낸 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가장 재밌는 순간이기도 해요. 지금은 작은 절망 따윈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정말 많이 붙었어요.

스트라이커는 자신감이 90%거든요.


=자긍심을 느꼈던 때는?
“사실 그동안 크게 많이 못느껴 봤어요.

유소년 때는 잘한다는 소리 참 많이 들었는데, 프로 계약하고 나서,

항상 부상에 시달렸어요. 작년에 팔부상당해 경기 잘 못뛰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도대체 축구를 왜 하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처음엔 축구가

좋아서 즐겼는데, 즐기다보니까 즐기면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쉐필드에 처음와서 관중들에게 그 느낌을 보여준 거 같아요.

관중들이 보여준 환호, 제 이름을 부르고 좋아해주는 거. 정말 황홀했어요.

이제 좀 더 잘하면 제 이름이 적힌 셔츠를 입은 팬들도 오게 되겠죠.

그 생각만 하면 짜릿해요. 제가 호나우디뉴 보면 행복하듯이 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주고 싶어요.”


=목표는요? 월드컵 진출? 프리미어리거?
“어릴땐 당연히 대표 선수가 되는 거였죠. 그 생각은 변함은 없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여기서 뛰면 보너스 수당같은 거 나오잖아요.

그것도 모으고 있어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려고요. 저 여기까지 온거

너무 힘들었거든요. 절 도와줄 사람도, 조언해 줄사람도 없었고...

다른 후배들이 제 어려움을 그대로 밟게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어렵게

터득한 노하우들, 다 물려주고 싶어요. 누가 오든지 더 쉬운길 가면서

인생을 즐겁게 살수 있을 거 같아서요. 돈 없어서 축구 유학 못오는 친구들 힘들지 않게 장학금도 대주고요.”


=그 노하우중 일부를 가르쳐 줄 수 있나요?
“몸 만들기에요. 여기 생각보다 운동량이 너무 적어요.

중학교 입학 할 때쯤 여기 왔잖아요. 여기 1주일치 운동량이 초등학교때

하루 운동량에도 못미치는 거에요. 영국애들과 똑같이 생활했는데, 전 살만찌고

힘들기만 하고. 그런데 그 아이들은 달랐어요. 워낙 3~4살때 부터 그렇게

운동하던게 몸에 배 있어서 어릴때부터 운동근육이 만들어진거 같아요.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요. (설)기현이형이랑도 얘기했는데, 동양선수들은 꾸준히 뛰어서

근육이 계속 힘을 받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산 경험에서 나온 결론을 얻었어요.

얘네들은 안뛰어도 몸이 그 상태를 유지하는데, 저는 체력이 달려 그걸 소화할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남은 시간에 계속 웨이트 트레이닝 하면서 몸을 키워야 했죠.”


=선수로서의 욕심이 있다면
“이제 새해잖아요. 프리미어리그도 언젠가 밟고 싶어요.

쉐필드 현재 상태로라면 프리미어리그에 오를 거 같긴 한데,

저도 재계약 할수 있어야 겠죠. 우선 욕심은, 항상 뛰는 거에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절 보면서 기뻐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축구에 미친 모습을. 한국인의 힘, 보여주고 싶어요. 여기 애들 하나도

힘들어하지 않고 정말 미친 사람마냥 뛰어다녀요. 저도 그런 중독, 갖고 싶어요.

이미 반쯤은 중독 됐는지도 모르지만.”

여기까지 입니당...

지금 보니까 또 여기 무슬림들이 대대적인 데모를 하는게

헤드라인 뉴스로 나오네요. 그동안의 차별 등으로 한꺼번에 폭발한듯...

그러고보면 영국은 세계 인종의 집산지인데다 평등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아도, 결국 뚜껑을 열어보면 차별은 여전한 거 같아요. 미국의 인종차별은 그래도 겉으로 드러나기라도 하니까 충격이 덜 할수도 있지만, 여기는 은근히, 아주 보이지 않게, 결국에 보면 더 기분나쁘게 차별하는 듯...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쇼비니즘이 여기만큼 강한데도

참 찾기 어렵운것 같고요. 이 나라 사람들은 양파같아서 겉껍질을 벗겨도 벗겨도

절대 속을 알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던데, 그러고 보면 어느정도까지는

과잉친절로 보일듯이 마음을 열어주는지 몰라도 더 깊이 들어가면 마음의 문을 확,,, 닫아버리는 듯... 물론 경제적인 문제 등 이해관계가 얽히면

또 한번 마음의 문을 열어주긴 하지만,

하기사 생각해보면 상대적인 것 같기도 해요.

차별이나 폐쇄적인 느낌 같은 건 비단 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같은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같은 유럽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인가봐요.

얼마전에 한 프랑스 친구는 "영국인들은 유럽에 속해있으면서도 자기네들이

유럽인이라고 생각 안하는 참 묘한 종족들"이라고 비꼬더군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요. 무슨 하늘에서 특별 종족으로 점지받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자신의 대표 상품이 많지 않은데도(made in UK로 유명한제품이나 상표가

거의 생각안나요..--;;;)외국의 자산을 받아들여 자기네 나라서

꽃피우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장삿속하나는 무슨

네덜란드 상인들이나 뭐 그런데 뒤지지 않는 듯... 아예 나라가 나서서

국토 전체를 거의 소매전문점으로 만들어 버리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같은 것도 영국 것으로 알려진(피시 앤드 칩스 정도?) 것은

거의 없으면서도 세계의 맛집들은 다 모아둬 관광객을 유치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그러잖아요. 영국음식은 최악이지만 영국에서 먹는 음식은 최고라고요...

(사실 그닥 동의하기가... ^^;; 그래도 대체로 맞는 듯. 전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다 맛볼수 있으니 말입니다. 프랑스 같은덴 아무데나 들어가도 대충 기본 이상은 되지만서도 다른 나라 음식까진 보증할 수 없다는...)

어, 지금 또 솔 캠벨 얘기가 나오는데,

캠벨이 최근 들어 더 심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작년에 형 존 캠벨이12개월 형을 받고 감옥에 가게 된 뒤 그 충격은 더했다고

합니다. 형이 감옥에 간 이유가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형은 어느날 대학 친구가 "어이, 네 동생 게이라며?"라고주장하는데 화가나그를 때려 눕혔다네요. 상대는 턱이 깨지고 이빨 몇개가 떨어져 나가버려결국 12개월 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게이라는 소문은 절대적으로 루머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여튼 지난해 부터 캠벨에겐 안좋은 기억만 계속되는 듯...다시한번 돌아오길...

하여튼,

2006년도 벌써 12분의 1이 지나갔네요. 우우... 그래도11/12를 더 쫀쫀하게 후회없이 잘 보내길 바라며...

그럼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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