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한국축구, 어떻게 바뀌어야할까요. 현장 의견을 모았습니다.
다음스포츠 | 입력 2011.09.15 10:01 | 수정 2011.09.15 10:02 | 네티즌 의견 보기
한국 축구, 과연 기대만큼 빨리 발전하고 있을까요. 월드컵 16강에, 청소년월드컵 8강에 진출한다고 한국축구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국제대회에서 거둔 쓸 만한 성적이 유소년 육성, 지도자 배출 등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온 일들의 중요성을 희석시키지는 않았나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어린 유망주들이 유럽 유명 클럽과 앞 다투어 조기 계약한데 너무 도취된 건 아닌가요. 우리가 그렇게 대표팀 성적에, 해외파 활약상에 몰입된 사이, 우리나라 축구의 요람격인 학원 축구, 클럽 축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을까요.
최근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축구부 감독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직원들과 한국축구 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이 바뀌어야하는지 들어봤습니다. 한국축구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변화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값진 인터뷰였습니다. 내용을 읽어보시면 우리나라 축구 시스템의 문제점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 개선해야할 방향 등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다만 발언의 내용이 민감해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다는 점, 양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기본기 위주로 가르쳐야하는데 출전해야하는 대회가 많아서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 경기,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전국대회를 아예 없애서 주말리그로 통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처럼 전국대회와 주말리그를 병행하면 경기수가 너무 많아 힘들다. 우리나라 학원축구가 대부분 이기는 축구를 해 야하기 때문에 중학교에서도 선수를 뽑을 때 기술보다는 체격, 체력, 스피드를 중시한다. 좋은 성적을 올려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작지만 기술이 좋은 선수가 신체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다려주는 지도자는 많지 않다. 교육청 행정도 문제다. 축구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아예 싹을 잘라내는 식의 조치만 내린다. 축구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그저 선수숫자를 줄여라, 합숙을 하지 말라나는 식으로 면피성 행정만 나온다. 뭔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정책뿐이다. 클럽도 문제가 많다. 유명인 축구교실을 빼놓고는 대부분 클럽의 수준은 학원에 많이 뒤진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학원과 클럽을 한데 몰아놓고 같이 대회를 치르게 한다. 학원은 학원대로, 클럽은 클럽대로 의욕이 없다. 즐기는 어린이들과, 먼 장래 축구를 직업으로까지 생각하는 어린이들은 서로 분리해 대회를 치르게 해야한다. 그나마 학원은 그래도 선수를 키워 좋은 상급학교에 보내려고 하지만 클럽의 목적은 대부분 돈벌이다.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클럽이 대다수이고 운동장도 없어서 벤치, 놀이기구가 있는 동네 작은 공원에서 축구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클럽은 지도자 자격에 대한 제한도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 갓 졸업해 지도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까지 지도자로 쓰이는 형편이다. 모든 면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다. 심지어 신입생을 많이 뽑지 못하는 중학교에 선수를 파는 클럽도 있다.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외국은 어린 시절 정말 기초위주로 배우지만 우리는 게임식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 모두 성적만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감독은 훌륭하고 그렇지 못한 감독은 무능한 감독으로 찍히는 게 현실이다. 성적을 내야만 학부모도, 학교도 인정한다. 축구부 감독은 학부모의 회비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학부모가 성적을 원하고 좋은 대학 진학을 원하기 때문에 지도자는 그게 맞출 수밖에 없다. 부모는 아이들이 뛸 수 있고 없고를 떠나 무조건 명문 대학, 또는 프로행만 선호한다. 대학교에 가서 도중에 축구를 그만둬도 그곳에서 공부를 하면 명문대학교를 나온 간판은 딸 수 있다는 게 학부모의 솔직한 심정이다. 대학교는 주말리그, 전국대회에서 거둔 팀 성적 뿐만 아니라 개인 기록까지 동시에 입시요강에 포함시키는 곳이 많다. 팀 성적과 개인 기록이 모두 좋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고학년 위주로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대학별로 입시요강도 천차만별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대학의 입시요강을 맞추려면 머리가 깨진다. 앞으로 대학교는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모두 요구하는 입시요강을 개인 성적 위주로 바꿔주는 동시에 입시요강도 대학교마다 서로 비슷하게 해줬으면 한다. 좋은 재목들이 나오지 않은 것은 저학년 때 축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에는 주전으로 뛰면서 선배 대접을 받다가 상급학교에 올라간 뒤에는 순식간에 막내가 되면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선배로부터 스트레스도 많아 받기 때문이다. 공을 찰 기회도 없고 선배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서 앞길이 막막하다는 느낌을 받고는 결국 축구를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학교, 고등학교 저학년들만 뛸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1·2학년 대회, 2·3학년 대회 식으로 말이다. 합숙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고등학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대학 및 프로 스카우트들도 수도권 학교를 주로 챙긴다. 이런 가운데 합숙까지 불허되�서 지방 아이들은 축구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그만둬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학업 환경 등이 조성돼 기숙사 개념으로 지어진 합숙소라면 선별적으로 합숙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절대다수 부모들도 합숙을 원한다. 지금 중고등학교 축구부원들은 학교 밖에서 따로 숙소를 마련해 단체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 밖으로 나가면 학교장의 책임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학교장도 알면서 모른 체 하거나 축구부 감독이 학교를 속이고 학교 외 단체생활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지금은 아이들 관리가 쉽지 않고 부모의 돈은 더 많이 들어간다.
▲4년제 대학교 축구부 감독=기술이 좋은 고교생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결국 스피드, 신체조건 등을 먼저 볼 수밖에 없다. 기술이 좋은 신입생이라고 해도 많이 부족한 걸 느낀다. 고등학교에서 대회를 치러서 좋은 성적을 내야하니까 개인기를 등안시하고 조직력만 중시한 결과다. 기술은 중학교 때 익혀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기술뿐만 아니라 볼을 갖고 하는 몸의 밸런스, 유연성, 방향전환 등도 부족하다. 기술이 못 따르면 전술적인 운영도 안 된다. P급 지도자 공부도 기본기를 가르치는 것부터 배우는데 정작 어린 학생들은 어릴 때 배워야하는 기본기를 익히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다소 기량이 떨어져도 못해도 감독이 데리고 키우려고 하지만 대학은 자기 한계를 느끼면서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 메이저 대학이 특히 그렇다. 반대로 마이너 대학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서 중도에 포기하는 흙속 진주가 적잖다. 대학교 1,2학년 대회가 1년 두 차례 정도 있는데 메이저대학은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학교에서 그걸 성적으로 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은 준 프로다. U리그에서 프로처럼 1주일 단위 경기를 하면 경기력 유지, 개인적인 관리 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U리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데다 학교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 학교 운동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사실 뛴 선수들이 또 뛰는 경우가 많다. 일정을 잘 짜서 1,2학년 U리그 따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갖춰야할 요소보다는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데 주력하는 느낌이다. 좋은 걸 배워 잘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벤치에 앉기 위한 일종의 자격요건으로 지도자 자격증을 본다는 거다. 좋은 스승이 되기보다는 더 많은 학생을 상급학교에 보내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지도자의 존재 이유는 어쨌든 좋은 선수를 키우는 것이다. 많은 게 지도자에게 달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직원=승강제가 되면 본격적으로 한국축구 전체에 피라미드식 경쟁체제가 도입된다. 강한 팀이 살아서 위로 올라가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프로 2군 리그는 없어져야한다. 팀도 승강제가 있는 것처럼 선수도 '승강제'가 돼야 한다. 프로 2군의 젊은 선수들은 내셔널리그 등 K리그 하위리그로 가서 성장한 뒤 K리그로 올라오는 식 말이다. 좋은 재목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고교 연고 지명을 확대해야한다. 지금은 투자해 키운 산하 유소년 클럽 출신 선수를 최대 4명밖에 받지 못한다. 이런 실정에서는 프로구단이 산하 유소년클럽 육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걸 기대하기 힘들다. 유소년 클럽 선수 영입 제한을 풀어야한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구단을 옮겨갈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해야한다. 그래야 어린 나이에 축구를 그만두는 대신 자신에게 맞는 팀, 자신과 맞는 지도자를 찾아 축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직원=대표팀 위주 행정에서 탈피해야한다. 유소년 육성, 지도자 배출 등이 없이는 절대 대표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축구협회가 프로와 대립하는 양상을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된다. 프로가 살아야 우리나라 축구 전체가 살 수 있다. 지금 클럽이 만병 통치약인 것처럼 평가받고 있지만 클럽은 물론 좋은 면도 많지만 좋지 않은 면도 있다. 좋지 않은 면은 축구협회가 적극적이면서도 공식적으로 클럽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컨트롤돼야 한다. 클럽이 600개를 넘지만 실제 협회에 등록된 곳은 절반도 안 된다. 클럽이 다른 곳에 등록을 하지만 그건 엄격히 말해 선수단 등록이 아니라 그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참가신청에 머물고 있다. 클럽의 주목적은 돈벌이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선수가 부족하면 클럽에 1명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돈을 주고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클럽 관리를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는 저변 확대 차원에서 클럽에 대한 제한 조건, 요구 조건 등을 특별히 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지도자 자격, 운동장 시설 등에 규정을 두고 클럽을 관리해야하는 것은 맞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여러분은 어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국 축구가 세계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여러분의 고견도 듣고 싶습니다.
최근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축구부 감독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직원들과 한국축구 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이 바뀌어야하는지 들어봤습니다. 한국축구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변화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값진 인터뷰였습니다. 내용을 읽어보시면 우리나라 축구 시스템의 문제점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 개선해야할 방향 등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다만 발언의 내용이 민감해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다는 점, 양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직원=승강제가 되면 본격적으로 한국축구 전체에 피라미드식 경쟁체제가 도입된다. 강한 팀이 살아서 위로 올라가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프로 2군 리그는 없어져야한다. 팀도 승강제가 있는 것처럼 선수도 '승강제'가 돼야 한다. 프로 2군의 젊은 선수들은 내셔널리그 등 K리그 하위리그로 가서 성장한 뒤 K리그로 올라오는 식 말이다. 좋은 재목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고교 연고 지명을 확대해야한다. 지금은 투자해 키운 산하 유소년 클럽 출신 선수를 최대 4명밖에 받지 못한다. 이런 실정에서는 프로구단이 산하 유소년클럽 육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걸 기대하기 힘들다. 유소년 클럽 선수 영입 제한을 풀어야한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구단을 옮겨갈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해야한다. 그래야 어린 나이에 축구를 그만두는 대신 자신에게 맞는 팀, 자신과 맞는 지도자를 찾아 축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직원=대표팀 위주 행정에서 탈피해야한다. 유소년 육성, 지도자 배출 등이 없이는 절대 대표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축구협회가 프로와 대립하는 양상을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된다. 프로가 살아야 우리나라 축구 전체가 살 수 있다. 지금 클럽이 만병 통치약인 것처럼 평가받고 있지만 클럽은 물론 좋은 면도 많지만 좋지 않은 면도 있다. 좋지 않은 면은 축구협회가 적극적이면서도 공식적으로 클럽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컨트롤돼야 한다. 클럽이 600개를 넘지만 실제 협회에 등록된 곳은 절반도 안 된다. 클럽이 다른 곳에 등록을 하지만 그건 엄격히 말해 선수단 등록이 아니라 그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참가신청에 머물고 있다. 클럽의 주목적은 돈벌이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선수가 부족하면 클럽에 1명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돈을 주고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클럽 관리를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는 저변 확대 차원에서 클럽에 대한 제한 조건, 요구 조건 등을 특별히 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지도자 자격, 운동장 시설 등에 규정을 두고 클럽을 관리해야하는 것은 맞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여러분은 어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국 축구가 세계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여러분의 고견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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