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O2O 확장’ 카카오…골목상권 빼앗고 돈도 못 벌어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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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O2O(잠깐용어 참조)의 늪’에 빠졌다. 콜택시, 대리운전, 헤어숍, 가사도우미 등 O2O 서비스를 계속 내놓고 있지만 수익화는 지지부진하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커져만 간다. O2O 사업으로 돈을 벌면 사회적 책임 공방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못 벌면 못 버는 대로 문제여서 진퇴양난이다. 게임, 광고 등 기존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손쉬운 골목상권 진출만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골목상권 ‘공공의 적’ 된 카카오
▷ 카카오택시 나오자 리모택시 문 닫아
“2016~2017년에 O2O 분야에서 분기에 하나씩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
최세훈 카카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한 공언이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콜택시 앱 ‘카카오택시’가 순항하자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가 O2O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수익화와 상생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사진은 ‘카카오택시’ 이용 모습. |
당시만 해도 카카오의 O2O 사업은 순조로워 보였다. 카카오택시는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누적 호출 건수 1억건을 돌파했다. 올 1분기 기준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 수는 21만명, 승객 가입자는 860만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서비스 시작 후 1년간 카카오택시 기사와 승객이 연결된 건수는 9719만건, 운행 총 거리는 5억72만㎞로 지구 1만2494바퀴를 돈 것과 같다.
카카오택시 성공에 힘입어 같은 해 11월엔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도 선보였다.
문제는 상생.
카카오택시가 속도를 높이는 동안 업계에선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잇따랐다. 중소기업이나 벤처, 또는 자영업자가 주를 이루는 시장에 카카오가 진출해 기존 사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이다. 일례로 카카오택시 출시 이후 콜택시 업계는 한마디로 ‘초토화’됐다. 리모택시 등 기존 콜택시 앱 시장에 뛰어든 토종 벤처는 물론, 오프라인의 중소 콜택시 업체들도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가 진출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해당 시장에선 카카오가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다. 최근 ‘카카오드라이버’ 앱이 출시된 대리운전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3800여개 대리운전업체와 전국대리운전연합회 등 업계 종사자들은 앱 출시 이전부터 수차례 카카오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가사도우미 중개 서비스 ‘카카오홈클린’도 카카오의 진출 계획 발표 후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YWCA연합회가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카카오홈클린은 ‘수수료 싼 유료 직업소’에 불과하고 소규모 직업소개소들이 수십 년간 일궈온 골목상권을 교란시킬 것”이란 내용이다.
비판을 받아도 돈을 벌면 주주라도 좋을 텐데 카카오는 그렇지도 않다. 카카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약 211억원. 전년 동기 대비 4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109억원)은 64.5%나 줄었다. 1억건 넘는 카카오택시 호출 건수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무료로 운영하는 카카오택시와 달리 카카오드라이버는 그나마 수익 모델이 있다. 대리운전 요금의 20%를 카카오가 수수료로 취한다. 그러나 카카오드라이버가 과연 일정 수준 이상 수익을 낼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적잖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드라이버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우선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에 비해 이용 요금이 비싸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초반 회원 유입을 위해 요금 할인 쿠폰을 나눠주고 있지만, 이는 그만한 마케팅 비용을 수반한다. 프로모션 기간에만 반짝 인기를 끈 후 소비자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기사 점유율 40%, 콜 점유율 30%를 가정할 때 수수료 수익은 분기당 150억원 수준”이라며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초반 수익은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드라이버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과도하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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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2O 사업, 비전 있긴 있나
▷ 시장 작고 경쟁 치열해 ‘돈 못 버는 시장’
일각에선 카카오의 O2O 사업 전반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O2O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체 간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적자 폭만 커져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8000억원 넘는 적자를 낸 소셜커머스가 대표적인 예다. 쿠팡, 티몬, 위메프 3사의 치킨게임으로 팔면 팔수록 밑지는 상황이 6년째 지속되고 있다. 배달 앱, 부동산 앱, 차량 공유 앱, 숙박 앱 등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옥석 가리기가 진행돼도 최소 2~3개 이상 업체가 경쟁을 벌이는 탓에 마케팅비 지출이 끊이지 않는다. 한 O2O 업체 고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실제 수익을 내는 O2O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손익분기점도 못 넘기고 외부 수혈(투자)로 연명하는 상황”이라며 “수년간 앱을 운영한 업체들도 결국 앱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수익을 내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맛집을 소개하던 앱이 오프라인에서 실제 레스토랑 맛집을 운영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국내 O2O 시장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우려한다. 시장 규모는 작은데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해 결국 누구도 돈을 벌기 힘든 구조라는 것.
한 애널리스트는 “O2O는 땅이 넓고 오프라인 쇼핑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 같은 나라에서나 가장 최적화된 서비스다. 땅이 좁고 대형 쇼핑몰이 발달한 국내에서 O2O 업체가 차별화할 수 있는 건 저렴한 가격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O2O 업체가 둘만 돼도 트래픽 경쟁을 위해 마케팅비를 쏟아부어야 한다. 결국 상위 업체들이 출혈경쟁만 하다가 공멸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O2O 시장은 소비자 충성도가 오프라인 시장보다 훨씬 떨어진다. 스마트폰으로 다른 앱만 실행하면 돼 전환 비용이 낮기 때문”이라며 “경쟁 앱에서 조금만 싸게 팔아도 소비자가 옮겨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O2O가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임에도 카카오가 계속 드라이브를 거는 데 대해 업계에선 카카오가 ‘신사업 강박증’에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카카오게임, 광고 등 기존 주요 수익원이었던 사업들이 부진해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장 규모가 작은 골목상권에도 마구 뛰어들고 있다는 것.
한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기존 사업들이 눈에 띄게 정체되고 있다. 올 1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1.1% 감소했고 게임 매출도 성장이 멈췄다. 카카오택시도 막대한 트래픽(사용량)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카카오의 기초체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며 “이처럼 돌파구가 긴요한 상황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속도감 있게 신사업을 벌이기에는 기존 사업을 온라인화하는 O2O가 가장 만만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O2O 사업을 하더라도 문어발식 ‘묻지마’ 확장 대신 상생을 추구하며 할 것을 주문한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갑자기 시장에 뛰어들면 기존에 진출해 있던 벤처나 중소업체들은 순식간에 망한다. 기존 중소업체들이 진출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미 성숙한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기존 업체들이 카카오톡 등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깐용어*O2O ‘Online to Offline’의 줄임말.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 이용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카카오택시, 직방, 배달앱 등이 대표적인 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61호 (2016.06.08~06.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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