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09 03:05
성공한 중국 경영 리더의 다섯 가지 키워드
중국은 두 얼굴로 다가온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차이나 리스크와 중국 기업의 질주가 빚어내는 차이나 리스크가 공존한다. 질주하는 중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산업의 판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창업 30년도 안 돼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로 성장한 중국의 화웨이(華爲)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5년 내 세계 1위가 되겠다고 호언한다.
중국 대표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은 어떤 경영 원칙을 견지하고 있을까. 포천차이나가 최근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50명을 비롯, 중국 간판 기업인들의 경영 면면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5가지 경영 특질을 추려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의 주인공처럼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을 향해 달리는 사(傻·우둔할 사) 경영, 수평관계 문화를 만드는 평(平)경영, 한 발 앞서 치고가는 속도를 중시하는 속(速)경영, 작은 혁신이라도 끊임없이 추구하는 창(創) 경영, 인기 스타처럼 대중과의 소통를 늘리는 성(星)경영이 그것이다.
- ▲ 런정페이 / 마윈 / 저우훙이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일군 마윈(馬雲) 회장, 중국 최대 인터넷 보안업체 치후(奇虎)360의 저우훙이(周鴻褘) 회장이 한결같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내세운 인물이 있다. 포레스트 검프다. 런 회장은 "검프와 화웨이가 닮았다"고 말한다. 그는 사업 초기 "자본도 인맥도 자원도 기술도 시장 경험도 없다. 단지 용감하게 앞으로 전진할 뿐이다. 넘어지는 건 두렵지 않다. 두려운 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런 회장이 화웨이를 세계 3대 통신장비 업체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때는 1994년이다. 남들이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폄하할 때도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비로 투입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 화웨이의 매출은 140여년 역사의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을 제쳤다.
마 회장은 2014년 9월 뉴욕증시에 알리바바를 세계 증시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인 250억달러 규모로 상장시킨 뒤 가진 미국 CNBC 인터뷰에서 "뉴욕으로 오기 전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봤다"며 "검프는 내게 '너는 너다'라고 얘기하는 마음의 영웅"이라고 털어놨다. 창업 초기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성공하면 배가 히말라야 산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마 회장은 검프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저우 회장도 2015년 신년사에서 "검프처럼 달리자"고 했다. "끝까지 달리는 검프처럼 영원히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기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로 올라선 BYD 창업자 왕촨푸(王傳福)회장은 10년 전 전기차 연구 개발에 자금을 쏟아부을 때 많은 사람이 비웃었지만 신에너지 자동차가 자동차의 미래라고 확신하고 끝까지 버텼다고 말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늘 우직하라(Stay foolish)'정신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 ▲ 팡훙보 / 우샤오후이
성공한 중국 기업인들은, 이직률이 높다는 중국인 직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했다. 임직원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 관계로 바꾼 덕분이다. 6월 말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업체인 독일의 쿠카(KUKA) 인수를 눈앞에 둔 메이디그룹의 팡훙보(方洪波) 회장이 대표적이다. 팡 회장은 입사 20년 만인 2012년 회장으로 승진한 뒤 회장 사무실 크기를 3분의 1로 줄이고, 부사장의 독립 사무실과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식당을 없앴다. 올 3월엔 처음으로 560여명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준다고 발표했으며, 직원이 지분을 40%까지 가져갈 수 있는 혁신 프로젝트도 20여건 진행 중이다.
한국의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잇따라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의 창업자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도 직원들과 부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회사 프로젝트에 직원들도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제안자와 집행자가 연말 보너스를 확실히 받을 수 있다. 수평관계가 지배하는 '평(平) 경영' 바탕에는 인재가 떠나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기업의 기(企)에서 사람(人)이 떠나면 일이 멈추게 된다(止)"(우샤오후이 회장)는 것이다.
- ▲ 런젠신 / 장루이민
빠른 속도 경영도 중국 대표 기업들의 공통점이다. 중국 최대 화학업체인 중국화공그룹의 런젠신(任建新) 회장은 '중국 M&A의 대왕'으로 불린다. 중국화공그룹은 지난 2월 세계 최대 농약업체이자 3위 종자업체인 스위스의 신젠타(Syngenta)를 430억달러(52조3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기업의 역대 최대 규모 해외 M&A'였지만 규모보다 놀라운 건 속도였다. 중국화공그룹의 신젠타 인수는 올 들어 이미 3번째 해외 M&A다. 중국화공그룹은 2005년부터 신젠타 인수 발표 이전까지 모두 15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해외 M&A에 쏟아부었다. 중국 언론들은 런 회장이 중국에서도 100여개 적자 국유기업을 인수 합병해 흑자로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쑤닝(蘇寧)의 장진둥(張近東)회장도 속도를 중시한다. 쑤닝은 매장을 2001년만 해도 평균 40일에 한 개꼴로 개장했다. 2005년 5월 1일 하루에만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22개 매장이 동시에 개장했다. 궈메이가 갖고 있던 하루 11개 매장 개장이라는 종전 기록을 깼다.
2012년 초에는 이틀마다 한 개 매장을 낼 정도였다. 속도 경영은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했다. 1990년 10명이던 에어컨 전문 유통업체는 1600여개 점포에서 직원 7만여명이 일하는 중국 최대 가전유통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 최대 종합가전업체 하이얼의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은 지난해 11월 위클리비즈 인터뷰에서 "손자병법에 '세찬 물결은 무거운 돌까지도 떠내려 보낸다'는 말이 있다. 속도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반대로 속도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반드시 도태된다"고 말했다.
- ▲ 마화텅 / 자웨팅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과 최대 소셜미디어서비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모두 서방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청출어람을 이뤄냈다. 미세 혁신 덕이 컸다. 알리바바가 2004년 페이팔을 벤치마킹해 내놓은 전자지불 결제서비스 알리페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알리페이는 고객이 구매 상품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야 대금을 상품 판매자에게 보내도록 설계됐다. 중국에 만연된 불신의 벽을 깬 것이다.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은 중국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미국 ICQ의 메신저를 벤치마킹한 QQ를 내놓았다. 후발 주자 QQ가 고성장한 배경에도 미세 혁신이 있다. QQ가 클라우드 방식으로 친구 정보를 저장한 게 대표적이다. ICQ 가입자와 달리 PC를 바꿔도 친구 정보를 일일이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웨팅(賈躍亭) 러스지주회사 회장은 생태계 혁신에 집중한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러스가 스마트폰과 TV에 이어 스마트 자동차 개발에 나선 것도 생태계 구축의 일환이다. 자 회장은 향후 10년 중국의 인터넷 생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전면적으로 유럽 미국 일본 한국 기업을 추월하는 역사적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 레이쥔 / 둥밍주
중국에는 거침없는 말로 유명세를 타는 기업인도 적지 않다. "돼지와 사람은 튀면 먼저 죽는다"는 중국의 속설을 깨는 기업인들이다. 스타 기업인들의 행보는 회사의 인지도 제고에 기여한다.
둥밍주(董明珠) 거리전기 회장과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공개 설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3년 12월 중국 관영 CCTV의 올해의 중국 경제 인물 시상식에 나란히 등장한 둥 회장은 향후 5년 내 샤오미가 거리의 매출을 추월할 것이라는 레이 회장의 발언에 발끈해 10억위안(약 1800억원) 내기를 했다. 둥 회장은 1년 뒤 2014년 12월엔 경쟁사인 메이디가 샤오미에 일부 지분을 넘기는 제휴관계를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기꾼과 좀도둑이 손을 잡을 것뿐"이라고 폄하했다. 소호차이나를 창업해 대형 부동산 회사로 키워낸 판스이 회장은 '나의 가치관' 등 1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할 만큼 대중과 소통을 즐긴다. 웨이보 팔로어가 1800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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