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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 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덕편)
뛰어난 덕은 덕에 마음을 두지 않으니 이 때문에 덕이 있고
하찮은 덕은 덕을 잃지 않으려고 하니 이 때문에 덕이 없다.
뛰어난 덕은 무위하며 또 그렇게 하여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뛰어난 인은 사랑하지만 그렇게 하여 무엇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뛰어난 의는 의를 행하면서 그렇게 하여 무엇인가 하려고 한다
뛰어난 예는 예를 따르면서
사람이 응하지 않으면 팔을 걷고 사람을 잡아당긴다
그러므로 도를 잃는다
도를 잃은 이후에 덕이고
덕을 잃은 이후에 인이고
인을 잃은 이후에 의고
의를 잃은 이후에 예다
무릇 예는 건실함과 믿음이 옅은 것이니 어지러움의 싹이다
미리 아는 것은 도의 헛된 꽃이니 어리석음의 싹이다
이 때문에 대장부는 두터운 곳에 머물지 옅은 곳에 머물지 않으며
열매에 머물지 꽃에 머물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지극한 지혜는 지혜를 버리고
지극한 인은 인을 버리며
지극한 덕은 덕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옛날에 하나를 얻은 것은 이러했다
하늘은 하나를 얻어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 편안하고
귀신은 하나를 얻어 신령스럽고 골짜기는 하나를 얻어 가득 차고
후왕은 하나를 얻어 천하의 주인이 되었다.
그 경계함에는
하늘이 끊임없이 맑으면 장차 찢어질까 두렵다고 하고
땅이 끊임없이 편안하면 장차 흔들릴까 두렵다고 하고
귀신이 끊임없이 신령스러우면 장차 영험하지 못할까 두렵다고 하고
골짜기가 끊임없이 가득 차면 장차 마를까 두렵다고 하고
후왕이 끊임없이 귀하고 높으면 장차 거꾸러질까 두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귀해지려면 반드시 천함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고
높아지려면 반드시 낮음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후왕은 스스로를 일컬어 고·과·불곡이라고 하니
이것이 천함의 근본됨이겠는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영예로움을 헤아리면 영예로움은 없다
이 때문에 영롱하여 옥과 같이 되려고 하지도 않고
거무튀튀하여 돌과 같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성왕이 하나를 잡으면
사방의 오랑캐가 복종한다는 것이 이 뜻이다
하나를 잡는 사람은 지극히 귀한 사람이니
지극히 귀한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
뛰어난 선비가 도를 들으면 힘써 그것을 실천하고
그럭저럭한 선비가 도를 들으면 보존하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며
하찮은 선비가 도를 들으면 크게 웃으니
저들이 웃지 않으면 도라 하기 어렵다.
그래서 세워진 말에 이런 것이 있다
밝은 길은 어두운 듯하고
나아가는 길은 물러서는 듯하며
평탄한 길은 울퉁불퉁한 듯하다
뛰어난 덕은 골짜기와 같고
참으로 깨끗한 것은 더러운 것 같으며
넓은 덕은 부족한 것 같다
씩씩한 덕은 게으른 것 같고
본래부터 곧은 것은 변하는 것 같고
큰 모에는 모서리가 없다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며
큰 소리는 잘 들을 수 없고
하늘의 형상은 드러나지 않으니
도가 성하면 이름이 없다
오직 도로 해야만 아름답게 시작해서 아름답게 마칠 수 있다.
슬프구나
큰 소리는 세상 사람의 귀에 들어가지 않고
듣기 좋은 유행가는 갈채를 받는다
이 때문에 고매한 말은 뭇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으니
지극한 말이 나오지 않으면
속스러운 말이 유세를 떨치는 법이다.
뒤집어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고 유약한 것이 도의 쓰임이다.
천하의 사물은 유에서 나오지만 유는 무에서 나온다.
지극히 긴 것은 거꾸로〔反〕 짧아지고
지극히 짧은 것은 거꾸로〔反〕 길어지는 것이
하늘의 도다.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지를 등지고 양지를 껴안아
그 가운데의 기운을 조화롭다고 여긴다.
천하가 싫어하는 것은 오직 외롭고, 덕이 부족하며, 선하지 않은 것이나
왕공은 스스로 그것으로 이름한다
일이란 혹 덜어내려고 하여도 오히려 보태지고
보태려고 하여도 덜어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는
또한 이 뜻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강하고 굳세기만 한 사람은 옳게 죽지 못한다
나는 그것을 배움의 근본으로 삼을 것이다.
이미 하나가 되었으니 또 말이 있을 수 있는가
이미 하나라고 하였으니 또 말이 없을 수 있는가
하나와 말이 합쳐서 둘이 되고
둘과 하나가 합쳐서 셋이 된다.
천하의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
천하의 지극히 굳센 것을 뚫는다.
형체가 없는 것은 틈이 없는 곳으로도 들어가니
이로써 나는 무위의 유익함을 알겠다
말 없는 가르침과 무위의 유익함은
천하에 능히 도달할 자가 드물다.
때려도 찢어지지 않고 찔러도 상하지 않으며
잘라도 잘라지지 않고 태워도 태워지지 않는다
질척하게 흘러다니고 뒤섞여 몰려다니면서도 뭉개지지 않으니
그 날카로움은 금석을 뚫고 그 강함은 천하에 통한다.
이름과 몸 중에 어느 것이 더 가까운가
몸과 재물 중에 어느 것이 더 중한가
얻음과 잃음 중에 어느 것이 더 근심스러운가.
지나치게 아끼면 반드시 크게 쓰게 되고
많이 간직하면 반드시 크게 잃게 된다
그러므로 족함을 알아야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아야 위태롭지 않으니
이렇게 해야만 길고 오래갈 수 있다.
소인은 이익을 위해 몸을 죽이고
선비는 이름을 위해 몸을 죽이며
대부는 집안을 위해 몸을 죽이고
성인은 천하를 위해 몸을 죽인다
이 몇 가지 경우는 사업이 다르고 명성도 다르지만
본성을 해치고 몸을 죽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크게 이루어진 것은 흠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쓰임은 다함이 없다
크게 채워진 것은 마치 빈 듯하다
하지만 그 쓰임은 궁색하지 않다.
큰 곧음은 마치 구부러진 듯하고
큰 재주는 마치 졸렬한 듯하고
큰 여유는 마치 부족한 듯하다.
몸을 급히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고요히 안정하면 더위를 이길 수 있으니
맑고 고요해야만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움직이면 자기 자리를 잃을 것이니
고요해야만 자득한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잘 달리는 말을 버리고 농사를 짓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군마가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
죄는 욕심이 많은 것보다 큰 것이 없고
화는 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으며
허물은 얻기를 원하는 것보다 아픈 것이 없다
족함이 족함이 되는 것을 알면 항상 족할 것이다.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적게 가지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사람됨이 욕심이 적으면
간직하지 못한 것이 있더라도 적을 것이며
사람됨이 욕심이 많으면
간직한 것이 있더라도 적을 것이다.
문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창문으로 내다보지 않아도 천도를 안다.
멀리 나서면 나설수록 아는 것은 점점 적어진다
이 때문에 성인은 돌아다니지 않아도 알고
보지 않고서도 이름을 말하고
하지 않고서도 이룬다.
인이 멀리 있는가
내가 원하기만 하면 인이 나에게 이를 것이다.
학문을 하는 자는 날마다 더하고
도를 들은 사람은 날마다 덜어낸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무위에 이르니
무위하면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바야흐로 천하를 취하려 한다면
언제나 일이 없음으로 해야 할 것이니
만약 일이 있게 되면 천하를 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대개 알지도 못하면서 글을 짓는 사람이 있으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많이 듣되 그 선한 것을 택하여 따를 것이니
많이 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은
이것보다 못한 앎이다.
성인은 언제나 사심이 없으니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
선한 사람은 선하게 대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도 선하게 대하니
그 덕은 선이다
미더운 사람은 믿어주고
미덥지 않은 사람도 믿어주니
그 덕은 믿음이다
성인이 천하에 임할 때는
두루뭉실하게 천하를 위하여 마음을 섞는다
백성은 모두 성인의 행동에 이목을 기울이나
성인은 모두를 어린아이로 대한다.
남이 나를 잘 대해주면 나도 잘 대해줄 것이고
남이 나를 잘 대해주지 않아도 나는 잘 대해줄 것이다.
태어났다가 죽는 일에서
생명의 무리가 십 분의 삼이고
죽음의 무리가 십 분의 삼이다
백성들은 살고 또 살려고만 하니
몸을 움직여 사지로 가는 것이 또 십 분의 삼이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살고 또 살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대개 듣건대 생명을 잘 지키는 사람은
높은 언덕에 나아가도 코뿔소나 호랑이를 피하지 않고
군대에 들어가도 갑옷이나 병기를 갖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코뿔소는 그 뿔로 들이박을 수 없고
호랑이는 그 손톱으로 할퀼 수 없으며
병사는 그 칼날을 먹일 수 없다고 하였다
무엇 때문인가
사지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의 진인은 삶을 즐거워하지도 않았고
죽음을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 태어남〔出〕을 기뻐하지도 않았고
그 돌아감〔入〕을 거부하지도 않았으니
거칠 것 없이 가고 거칠 것 없이 왔을 따름이다.
도는 낳고 덕은 기르니
사물은 형체를 이루고 기물은 완성된다.
이 때문에 만물은 도를 높이고 덕을 귀하게 여기니
도의 높음과 덕의 귀함은
벼슬을 주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스스로 그러할 뿐이다.
도는 낳고 기르고 자라게 하고 완성시키며
형체를 주고 바탕을 이루게 하고 길러주고 덮어준다
낳으면서도 자기 것으로 하지 않고
위해주면서도 뽐냄이 없고
길러주면서도 마음대로 하지 않으니
이것을 현묘한 덕이라고 한다.
명왕의 다스림은
공이 천하를 덮을 만하면서도
자기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교화는 만물에 미치는데도
백성들은 그것에 의지하지 않는다.
천하에는 시작이 있으니
그것을 천하의 어미로 삼는다.
이미 어미를 얻고 그를 통해 자식을 알며
다시 그 어미를 지킨다면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다.
그 입을 막고 그 귀를 닫으면
죽을 때까지 수고스럽지 않다
그 입을 열고 그 일을 이루게 한다면
죽을 때까지 구제할 수 없다.
작은 것을 보는 것을 눈이 밝다고 하고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
빛을 사용하되 그 밝음으로 되돌아가
몸에 재앙을 남기지 않을 것이니
이것을 감추고 또 감춘다고 한다.
천지에는 시작이 있다
하늘은 가벼운 것으로 이루어지고
땅은 무거운 것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천지가 서로 화합하는 것이 태어남의 큰 법칙이다.
만약 내가 조금이나마 아는 것이 있어서 대도를 행한다면
오직 허세를 부릴 것이 두려울 뿐이다
대도는 심히 평탄한데 백성들은 작은 길만 좋아한다.
조정은 잘 정리되었으면서도 밭은 황폐하며
창고는 비었는데도 화려한 옷을 입고
날카로운 검을 차고 배부르도록 먹으면서도 재물이 남는 것을
도둑질을 자랑한다고 하니
도둑질을 자랑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산 속 작은 길 사람 다니는 곳은
넓지 않더라도 자꾸 이용하다보면
결국은 길이 된다
그렇지만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잡초가 길을 가린다.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간직한 것은 달아나지 않으니
자자손손 제사가 끊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으로 몸을 다스리면 그 덕은 참됨이고
그것으로 집을 다스리면 그 덕은 여유로움이며
그것으로 마을을 다스리면 그 덕은 장대함이고
그것으로 나라를 닦으면 그 덕은 풍족함이고
그것으로 천하를 다스리면 그 덕은 광대함이다
몸으로 몸을 살피고
집안으로 집안을 살피고
고을로 고을을 살피고
나라로 나라를 살피고
천하로 천하를 살핀다
내가 어떻게 천하의 그러함을 알겠는가
이것 때문이다
집안으로 집안을 다스리고
고을로 고을을 다스리며
나라로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로 천하를 다스린다.
덕을 두텁게 머금은 사람은 갓난아이에 비길 수 있다.
벌이나 독충이나 독사도 물지 않고
발톱이 억센 새나 사나운 짐승도 후려치지 않는다
뼈는 약하고 힘줄은 부드러운데도 쥐는 것은 억세고
암수의 교접을 알지 못하면서도 양물은 성나 일어서니
정기의 지극함이다
하루종일 울어도 목이 메이지 않으니
조화로움의 지극함이다
조화로움을 적당함이라고 하고
조화를 아는 것을 밝다고 한다
목숨을 더하려는 것을 요망하다고 하고
마음이 기를 억지로 하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
만물은 억세지면 곧 늙어버리니
그를 일러 도가 아니라 한다
도 아닌 일을 행하면 일찍 죽을 것이다.
어린아이는
종일토록 울어도 목이 잠기지 않으니
화기가 지극한 것이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그 입을 막고 그 귀를 닫으며
빛을 누그러뜨리고 먼지와 함께한다
날카로움을 꺾고 분란을 푸니
이것을 현묘한 어울림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할 수도 없고 또 멀리할 수도 없다
이롭게 할 수도 없고 해롭게 할 수도 없다
귀하게 할 수도 없고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천하의 귀한 것이 된다.
세상에서 귀하게 여기는 도는 책에 있지만
책은 말에 불과하다
말은 귀하게 여기는 것이 있으니
말이 귀하게 여기는 것은 뜻〔意〕이다
뜻은 따르는 바가 있으니
뜻이 따르는 것은 말로 전할 수 없다.
올바름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기이함으로 군사를 지휘하며
일삼음이 없음으로 천하를 취한다.
내가 어떻게 그런 줄 아는가
무릇 천하에 금기가 많으면 백성은 더욱 가난해지고
백성에게 좋은 물건이 많으면 나라는 더욱 혼란해지며
사람들이 아는 게 많으면 이상한 물건도 많아지고
법령이 복잡해지면 도적은 더 많아진다
이 때문에 성인의 말씀에 이르기를
내가 무위하니 백성은 스스로 교화되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니 백성은 스스로 올바르게 되며
나에게 일삼는 것이 없으니 백성은 스스로 부유해지고
내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고자 하니
백성은 스스로 소박해진다고 하였다.
먼저 부르짖지 않고 단지 어울리며
앞에 나서지 않고 단지 따른다.
다스림이 어리숙하면 그 나라는 돈후해지고
다스림이 깐깐하면 그 나라는 황폐해진다
재앙에는 복이 기대고 있고
복에는 재앙이 엎드리고 있으니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정해진 올바름이란 없다.
올바른 것은 다시 이상한 것이 되고
선한 것은 다시 요망한 것이 된다
사람들의 미혹됨은 참으로 오래되었구나
이 때문에 반듯하면서도 남을 재단하지 않고
모가 서려 있으면서도 남을 찌르지 않으며
곧바르면서도 널리 펼치지 않고
빛나면서도 번쩍거리지 않는다.
상서는 복에 앞서서 나타나지만
상서를 보고 불선한 일을 행하면 복이 이르지 않고
요얼은 재앙에 앞서서 나타나지만
요얼을 보고 선을 행하면 재앙이 이르지 않는다.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
아끼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오직 아끼기 때문에 일찌감치 준비할 수 있으니
일찌감치 준비하는 것을 두텁게 덕을 쌓는다고 한다
두텁게 덕을 쌓으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고
이기지 못할 것이 없으면 막히는 곳을 알 수 없으며
막히는 곳을 알지 못할 정도라야
나라를 가질 수 있으니
나라의 어미가 있어야 장구할 수 있다
이것을 휜 뿌리는 깊고 곧은 뿌리는 단단하다고 하니
장생구시의 길이다.
생각이 일찍 정해졌기 때문에
머리 쓰는 것을 일찍 아낄 수 있었고
머리 쓰는 것을 일찍 아낄 수 있었기 때문에
정기가 고갈되지 않은 것이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지지는 것과 같다.
도를 가지고 천하에 나아가면
귀신도 영험을 부리지 않는다
귀신이 영험을 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영험함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이고
그 영험함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만 아니라
성인도 귀신을 해치지 않는다
무릇 이 둘이 서로 해치지 않으니
그 때문에 덕을 나누어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 땅에는 일찍 죽고 상처입는 것이 없으며
사람들은 요절하지 않고
물건들은 병나지 않고
귀신은 영험을 부리지 않는다.
큰 나라는 아래로 흐르는 물이니
천하의 암컷이며 천하가 모이는 곳이다
암컷은 항상 고요함으로 수컷을 이기니
고요하기 때문에 마땅히 아래로 처한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 아래에 처하면
작은 나라를 취할 수 있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 아래에 처하면
큰 나라에 용납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는 아래로 처하여 취할 수 있고
어떤 경우는 아래로 처하여 용납될 수 있다
큰 나라가 원하는 것은
남을 끌어안아 기르는 것에 지나지 않고
작은 나라가 원하는 것은
남의 품안으로 들어가 그를 섬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릇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은 것이니
큰 나라가 마땅히 아래로 처해야 한다.
큰 나라로 작은 나라를 섬기는 사람은
천명을 즐거워하는 사람이고
작은 나라로 큰 나라를 섬기는 사람은
천명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니
천명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천하를 보존할 수 있고
천명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 나라를 보존할 수 있다.
도는 만물의 주인이니
선한 사람에게는 보배이며
선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보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말을 하면 장사를 할 수 있고
존귀한 행동을 하면 남보다 뛰어날 수 있다
사람의 불선함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가
그 때문에 천자를 세우고 삼경을 둔 것이다
비록 한아름 되는 벽옥을 앞세우고
네 필 말이 끄는 수레로 빙문(聘問)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
가만히 앉아 이 도에 나아가는 것보다 못하다
옛날에 이것을 귀하게 여긴 이유는 무엇인가
구하면 얻고 죄가 있더라도 면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천하의 귀한 것이 되는 것이다.
도는
한 사람이 사용하여도
남음이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고
천하가 그것을 행하여도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
이것을 도라고 한다
무위를 행하고
아무것도 일삼음이 없음을 일삼으며
맛없음을 맛보니
큰 것은 작게 여기고 많은 것은 적게 여기며
원한은 덕으로 갚는다.
쉬운 데서 어려운 것을 도모하며
작은 데서 큰 일을 행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쉬운 일에서 시작되고
천하의 큰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성인은 끝내 위대해지려고 하지 않으니
그 때문에 그 위대함을 이룰 수 있다
무릇 가벼운 승낙은 반드시 믿음이 적으며
크게 쉬운 일은 반드시 크게 어려워진다
그래서 성인은 오히려 그것을 어렵게 여기니
그 때문에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으로 덕을 갚겠느냐
곧바름으로 원한을 갚고
덕으로 덕을 갚을 것이다
고요히 있을 때는 유지하기 쉽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은 도모하기 쉬우며
허약한 것은 쪼개기 쉽고
작은 것은 흐트러뜨리기 쉽다.
아직 있지 않을 때 그것을 위해 행동하고
아직 어지럽지 않을 때 그것을 다스린다
한아름 되는 나무는 털끝만한 데서 자라고
아홉 층이나 되는 누대도 한 삼태기의 흙에서 세워지며
백 길이나 되는 높은 곳도 발끝에서 시작된다.
억지로 하려는 사람은 실패하고 잡으려는 사람은 잃게 된다
성인은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으니 그 때문에 실패가 없으며
잡으려고 하지 않으니 그 때문에 잃는 것이 없다
백성들이 일을 할 때는
항상 일이 다 될 때쯤 잘못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마지막을 조심하기를 처음과 같이 한다면
잘못되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성인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고자 하니
얻기 어려운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기를 배우면서
뭇사람들이 지나간 곳을 다시 지나간다
능히 만물의 자연스러움을 도와
감히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을 조심하고 마지막을 생각하면
항상 곤궁하지 않다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으면
마침내 곤궁할 것이다.
옛말에 도를 행하는 사람은
백성을 지혜롭게 하지 않고 우매하게 한다고 하였으니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지혜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나라의 해악이고
지혜롭지 않음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나라의 복덕이다
언제나 이 두 가지를 아는 것이
또한 예나 지금이나 같이 본받는 바이니
예나 지금이나 같이 본받는 바를 아는 것을
현묘한 덕이라고 한다
현묘한 덕은 깊고도 아득하구나
뭇 사물과 다른 길을 택하여
크게 순응하는 데 이른다.
백성들은
그렇게 하게 할 수는 있어도
그 이유를 알게 할 수는 없다.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아래로 잘 처하기 때문이니
그 때문에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인은
백성 위에 서려고 할 때는 반드시 그 말을 낮추고
백성 앞에 서려고 할 때는 반드시 그 몸을 뒤로 한다
그러므로 앞에 있더라도 백성들은 해롭다고 여기지 않고
위에 있더라도 백성들은 무겁다고 여기지 않는다
천하가 즐겨 추대하여 싫어할 줄 모르니
다투지 않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천하가 그와 다툴 수 없는 것이다.
성인은 백성 위에 올라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 때문에 천하에 왕 노릇을 하려는 자는
반드시 백성을 우선하니
그 다음에 그들을 보호하면 길게 이로울 것이다.
나라는 작게 여기고 백성은 적게 여긴다.
열 사람 백 사람을 감당하는 인재가 쓰이지 않도록 하며
백성이 죽음을 중히 여겨 집을 옮기는 것을 멀리하도록 한다
수레나 배가 있더라도 타지 않고
갑옷과 무기가 있더라도 벌려놓지 않으며
백성들이 다시 새끼를 묶어 사용하도록 한다
먹는 것은 달게 여기고 입는 것은 아름답게 여기며
풍속을 즐거워하고 사는 곳에 편안히 한다
이웃 나라와 서로 볼 수 있을 정도이고
닭과 개 우는 소리가 서로 들릴 정도라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장사 지내거나 집을 옮기더라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여러 집이 한 우물을 사용한다
집에 들어오고 나감에 서로 같이 다니고
도둑을 지킴에 서로 도우며
병이 났을 때 서로 돌보도록 하였으니
백성이 친목하였다.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않다.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선한 사람은 칭송을 받지 않고
칭송을 받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성인은 쌓아놓은 것이 없다
이미 남을 위해 행동했는데도
자신은 더욱 많이 가지게 되고
이미 남에게 주었으면서도
자신은 더욱 많아진다
그러므로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면서도 해치지 않고
성인의 도는 행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나라는
명당의 바깥문을 닫아놓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쌓아놓은 것이 없음을 천하에 보인 것이다
오직 쌓아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극히 귀한 물건을 지킬 수 있었다
천하 사람이 모두 나를 일컬어
광대하면서도 어리석은 것 같다고 하니
오직 광대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것이다
만약 똑똑하다면 자잘하게 된 지가 오래되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언제나 세 가지 것이 있으니
그것을 보배로 여긴다
첫째는 자애로움이고
둘째는 검약이며
셋째는 감히 천하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무릇 자애롭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고
검약하기 때문에 넉넉할 수 있으며
감히 천하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높은 관리가 될 수 있다
이제 자애로움을 버리고 용감을 택하며
몸을 뒤로 물리는 것을 버리고 앞에 나서니
반드시 죽을 것이다
무릇 자애로움이란
그것으로 싸움을 벌이면 이기게 되고
그것으로 지키면 견고하게 되는 것이다
하늘이 나라를 세우면
너는 자애로움으로 그 담을 세우라.
나라에 도가 있으면 지혜롭게 행동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게 행동하니
그 지혜는 미칠 수 있지만
그 어리석음은 미칠 수 없다.
훌륭한 장수가 되는 사람은 무용을 중시하지 않고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은 노하지 않는다
적을 잘 이기는 사람은 남과 다투지 않고
남을 잘 부리는 사람은 아래로 처한다.
이것을 싸우지 않는 덕이라고 하고
이것을 사람을 부린다고 하며
이것을 하늘과 짝한다고 하니
옛날의 지극함이다.
이 때문에 백전백승하는 것은
가장 훌륭한 것 중에서도 훌륭한 것이 못 되고
싸우지 않고서도 남의 병졸을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훌륭한 것 중에서도 훌륭한 것이다.
용병가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는 감히 먼저 군사를 일으키지 않고 단지 응적하며
나는 한 치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한 자 뒤로 물러난다.
이것이 이른바 행군하려고 하여도 진영이 없고
팔뚝을 걷어붙이려 해도 팔뚝이 없으며
잡으려고 해도 병기가 없고
잡아채려고 해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재앙은 적이 없는 것보다 큰 것이 없으니
적이 없으면 거의 내 보물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슷한 군사가 서로 부딪칠 때는
애통해 하는 사람이 이긴다.
뛰어난 사람이 병사를 운용할 때는
적에게 마치 빈 곳에 발을 딛고
그림자를 잡은 것처럼 느끼도록 한다.
내 말은 무척 알기 쉽고 무척 행하기 쉽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행하지도 못한다.
말에는 근본이 있고 일에는 중심이 있으니
저들이 모를 뿐이다
이 때문에 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
아는 자가 드물면 나는 귀해지리라
이 때문에 성인은 겉으로는 베옷을 입고 안으로 옥을 품는다.
하늘을 원망하지도 않고 남을 탓하지도 않는다
아래로부터 배워서 위로 통달하였으니
나를 아는 것은 저 하늘일진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병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그 병을 병으로 여기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안다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면
이것이 아는 것이다.
백성들이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큰 두려움이 닥칠 것이다.
백성들의 기거함을 방해하지 말고
그 삶을 억누르지 말라
오직 억누르지 않기 때문에
백성들이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스스로 알면서도 스스로를 뽐내지 않고
스스로를 중히 여기면서도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사랑 받을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니
두려워하지 않음이 없다
두려워하지 않으면 두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감히하는 데 용감한 사람은 죽을 것이고
감히하지 않는 데 용감한 사람은 살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혹은 이롭고 혹은 해로우니
하늘이 미워하는 것을 누구라고 이유를 알겠는가
그러므로 하늘의 도는
싸우지 않고서도 잘 이기고
말하지 않고서도 잘 응하며
부르지 않고서도 스스로 찾아오고
느긋해 하면서 잘 도모한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넓으니
성기면서도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는다.
공자가 말하였다
자로 같은 사람은 옳게 죽지 못할 것이다.
만약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죽임으로써 그들을 두렵게 하겠는가
만약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옳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내가 잡아다 죽일 것이니
누가 감히 그렇게 하겠는가.
만약 백성들이 정말로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언제나 죽임을 관장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무릇 죽임을 관장하는 것을 대신해서 죽인다면
이것은 큰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자르는 것이니
큰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자르면
그 손을 다치지 않는 자가 드물다.
임금이 된 자는 백관을 통솔하는 도를 닦고
관부의 자세한 일은 말하지 않는다
신하가 된 자는 관부의 일에 종사하고
그 바깥의 일은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배를 곯는 것은
먹을 것과 세금을 취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배를 곯는다.
백성들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게 있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다스려지지 않는다.
백성들이 죽음을 소홀히 하는 것은
그들이 삶을 구하는 것이 지나치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죽음을 소홀히 한다
무릇 살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생명을 귀하게 잘 여기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길을 따르는 것을
삶의 길잡이로 삼으면
몸을 보존할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으며
몸을 기르고 천수를 누릴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한데
죽고 나면 뻣뻣하고 딱딱해진다
만물 초목이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한데
죽고 나면 마른다.
그러므로 딱딱한 것은 죽음의 무리고
유약하고 미세한 것은 삶의 무리라고 한다
병사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부러지게 된다
강대한 것은 아래에 거하고
유약하고 미세한 것은 위에 거한다.
강함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기는 것이고
부드러움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이기는 것이니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기던 사람이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위태롭지만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이기는 사람에게는
위태로움이 없다고 하였다.
하늘의 도는 마치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
높이 있는 것은 누르고 아래에 있는 것은 올려주며
여유 있는 것은 덜고 부족한 것은 더해준다.
그러므로 하늘의 도는 여유 있는 것을 덜어서
부족한 것에 더해준다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아서
부족한 것을 덜어서 여유 있는 것을 받든다
누가 여유가 있으면서도
하늘에서 본받음을 취할 것인가
오직 도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은
무엇을 하더라도 그것을 차지하지 않으며
공을 세우더라도 그 공에 머물지 않는다
이처럼 자신의 뛰어남을 보이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
익(益)이란
위를 덜어서 아래를 더하는 것이니
백성의 기쁨이 끝이 없다
스스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니
그 도는 크게 빛난다.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지만
굳세고 강한 것을 공략하는 데는
그보다 나은 것이 없으니
그 성질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부드러움이 굳셈을 이기고 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것은
천하가 다 알지만
능히 행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성인의 말씀에 이르기를
온 나라의 치욕을 끌어안는 것을
사직의 주인이라고 하고
온 나라의 불길함을 끌어안는 것을
천하의 왕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올바른 말은 마치 비딱한 듯하다.
내와 못은 더러운 진흙을 용납하고
산과 늪은 해충을 품고 있고
아름다운 옥은 티를 숨기고 있고
나라의 임금은 치욕을 끌어안으니
하늘의 도다.
큰 원망을 누그러뜨리더라도
반드시 남은 원망이 있을 것이니
어찌 좋다고 하겠는가.
이 때문에 성인은
오른쪽 계(契)를 가지고서도
남에게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사람은 계만을 살펴보고
덕이 없는 사람은 그 행적을 살펴본다
무릇 하늘의 도는 친한 바가 없으니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황천은 친한 바가 없으니
오직 덕이 있는 사람을 돕는다
민심은 무상하니
오직 은혜로운 자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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