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이 되려 하는 종 ‘사피엔스’
전병근 기자의 '사피엔스' 강독회
“침팬지와 인간을 무인도에 가두면 누가 더 잘 살 수 있을까. 침팬지 천마리와 인간 천명이라면?”
자연 환경 속에서 침팬지 한 마리에 대하면 인간은 하찮은 종에 불과하다. 힘도 없고 생존력도 약하다. 하지만 인간 여러 명이 함께 하면 인간은 정복자가 된다. 그렇다면 “왜?”(why?) 그건 바로 ‘협력’(coperation)의 결과였다.

유발 노아 하라리 박사는 인류의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한 원초적인 질문에 응답했다. 그의 책 ‘사피엔스’는 인문과학미래를 넘나드는 방대한 인류의 빅히스토리를 담은 서사시다. ⓒ http://www.ynharari.com/
76년생, 이제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한 젊은 유대인 역사학자의 시각은 세계를 뒤흔들었다. 유발 노아 하라리 (Yuval Noah Harari) 옥스포드대 박사의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는 지난 2011년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30개국 이상에서 번역 출간된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피엔스’는 인류라는 ‘종’에 대해 역사학, 과학, 생물학 등 전방위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다시 쓴 거대한 ‘빅히스토리’다.
지난 16일(토) 강남망고센터에서 열린 ‘사피엔스 강독회’에서 유발 하라리 박사를 인터뷰 한 전병근 전 조선 비즈 지식문화부 부장을 만났다. 전 부장은 “’사피엔스’를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며 운을 뗐다.
하찮은 유인원이 지구의 정복자로 군림하게 되다
전 부장은 유발 하라리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인류의 역사를 원천적으로 바라본 이 젊은 학자에게 매료되었다. 전 부장은 하라리 박사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소개했다.
그는 유년 시절 “인간에 대한 정체성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으며 그저 하루하루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나만은 어른이 되어도 일상적인 세상사에 함몰되지 않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는 것.
전 부장은 “나 자신도 유년 시절 같은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일상이 함몰된 성인이 되었는데 하라리는 이 책을 만들어 증명했다”며 이 말에 깊은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유발 하라리 박사를 인터뷰 한 전병근 전 조선비즈 부장은 보편적인 일상적 삶을 저버리고 직접 유년시절의 의문을 증명에 나선 이 젊은 학자에 대해 깊은 감명과 충격을 받았다고 소회를 표현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인류는 누구일까, 인류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떻게 이렇게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
유발 하라리는 인류라는 존재에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응답했다.
하라리 박사는 “10만년 전 6종의 인간 ‘종’ 중 현재 인류의 조상이 된 ‘종’은 ‘사피엔스’ 하나 뿐이다. 즉 ‘사피엔스’는 현 인류의 ‘아버지’다. 인류는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배회하던 하찮은 유인원 무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지 혁명’을 통해 인류는 문명의 첫 걸음을 떼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라리 박사는 이후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 3대 혁명을 통해 인류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며 이제 인간이 ‘불로장생(그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로 언급)과 유전자 가위로 만드는 ‘생명의 창조’를 통해 신(神)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빅뱅 이후 45억년 후 지구라는 행성이 생성되었다. 하라리 박사는 39억년 전 생명의 탄생, 2백만년 전 인간 종의 진화, 7만년 전 인지 혁명, 1만 2천년 전 농업 혁명, 500년 전 과학 혁명, 200년 전 산업혁명을 인류사의 가장 중요한 기점으로 분류했다.
하라리 박사는 인간이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로 성장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학살과 살인’을 통해서라고 답했다. 인간의 집단적 행동, 협력은 곧 다른 동물 위의 최고 지배자로 군림하게 했다. 같은 인간을 살육하고 학살하면서 무기 발달, 교역의 증가, 과학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상상력’ 이었다. 이야기를 믿게 하는 힘이 오직 인간에게만 있다. 동물들도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동물은 ‘보이는 것,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인지하고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인간은 ‘없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그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힘은 ‘인간’이라는 종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농업혁명을 통해 정착과 문명의 발전을 이루어 낸 사피엔스들
인류는 농업이 정착하기 이전에 무리를 지어 몰려다녔다. 그래서 지금도 수렵채집의 본능이 남아있다고 보았다. 그러다 정착을 하면서 농업혁명을 일으켜 내는데 이는 인류가 문명을 시작하게 된 가장 커다란 혁명이었다.
한편 정착을 하게 된 이유가 ‘밀’ 때문이었는데 하라리는 재미있는 역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남겼다. 인간이 밀을 재배하게 된 것이 아니라 ‘밀’이 인간을 선택해 인간을 길들인 것이라는 것. 즉 밀을 개체 종으로 보았을 때 밀은 인간을 자신들의 종을 계속 생산할 수 있게 한 성공적인 종이었다.
이처럼 자연이 인간을 선택해 인간은 지금까지도 몇 가지 특정 작물에만 의존해 문명을 이루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문명으로 인해 계급이 생기고 각종 질병과 고통이 시작되었다. 종의 성공과 개인 행복은 일치하지 않았다. 문명 발달로 인한 노동과 근면은 곧 불안과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제 2의 프랑케슈타인을 만들 것인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들
인간은 이제 ‘생명과학 혁명’을 통해 불사의 몸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사이보그’, ‘AI’,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하라리 박사가 말하는 ‘신’의 영역이었다.

과학이 추구하는 평안한 미래는 가진 자들의 것이었다. 불사의 몸 또한 그렇다. 과학자들이 인간의 정신까지 종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충격적인 미래상을 하라리 박사는 말하고 있다. ⓒ http://www.ynharari.com/future/
하라리 박사는 머지 않은 미래,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또한 부의 양극화로 인해 가진 자들만이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남성들은 잉여인력으로 또 다른 범죄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국가가 ‘Risk’ 측면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 약과 게임으로 생을 소비하다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전망했다.
하라리 박사는 “물질문명이 가장 최고조로 달한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 묻는다. 하라리 박사는 행복을 부의 연장선에서 보지 않았다.
전 부장은 “늘 딴 생각을 한다. 멍때리기,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이 바로 인류 문명과 과학발전이 되는 창조력의 근원이었다”며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말초적 쾌락을 쫓는 것을 멈추고 무엇을 하던 그 자리에서 ‘나’를 그대로, 온전히 느끼는 것, 충만한 감정 바로 ‘몰입’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라리 박사가 인류의 대역사 속에서 찾은 ‘행복’이었다”고 전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다른 기사 보기binny98@naver.com
- 저작권자 2016.0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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