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숙의 만남] 홍채진단 전문가 박성일 한의사
등록 : 2012.06.24 12:31
수정 : 2012.06.24 13:03
_홍채진단법이 뭔가요?
"눈동자는 빛이 들어가는 동공과 갈색의 홍채로 나뉩니다. 이 홍채를 보고 그 사람이 앓고 있는 병이나 앞으로 앓게 될 수 있는 병을 알아내는 것이 홍채진단법입니다."
_어떻게 홍채진단법을 하게 됐지요?
"원래는 서양의학을 전공할 생각이었어요. 1차 대학에 떨어진 뒤 엄마가 어디 가서 물어보니까 '너는 침이나 약초를 만져야 성공한다더라'. 그래서 한의대를 갔어요. 한의학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지요. 당시 한의원에 가면 한의사마다 체질을 다 다르게 말하잖아요. 학교에서도 그걸 판별하는 법을 명확히 가르쳐주지 않고. 간이 허하다, 그러면 간염이냐, 그건 아니다, 간과 연관된 눈과 근육이 나쁘다, 뭐 이러는 거지요. 물론 대만에는 지금도 맥만 짚어서 구체적인 병명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의사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그런 게 체계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고 공유가 안 된다면 의미가 없어요. 경희대 부속 한방병원 동서의학센터에서 석사를 하면서 서양의학의 진단법인 임상병리학을 많이 배웠어요. 그런데 한의사는 서양의학적인 진단법을 쓰면 안되잖아요. 그럼 한의학에서 국소적이고 병리적인 것을 찾아내는 진단법은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지요. 1989년에 대전에 한의원을 개원하고는 대구한의대로 한방내과(심계내과학)와 임상병리학을 가르치러 다녔어요. 그때 학생 중에 숙대 약대를 나오고 뒤늦게 한의대에 들어온 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생이 90년에 미국 카이로프래틱 의사 데이비드 젠센이 쓴 '홍채학'(Iridology)을 사서 선물을 했어요. 받자마자 대전으로 오는 기차에서 읽었는데 딱 이게 유럽의 한의학 책이었어요. 서양의학은 질병 중심인데 이 책에는 'We don't catch the diseases. We create them breaking down self-defense system by eating drinking…우리는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는 것으로 자가면역체계를 무너뜨려 병을 만드는 것이다', 몸 전체로 병을 보는 거잖아요. 홍채를 보면 모든 병을 알 수 있다는 것이어서 한의학에 접목하면 진단에 도움되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곧바로 한의원에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_홍채학이 서양에서는 오래된 것인가요?
"1826년에 헝가리의 펙제리라는 소년이 부엉이 다리가 부러지는 걸 봤는데 그 순간 눈에 검은 줄이 가더래요. 다리를 고쳤더니 선이 연해지더라는 거지요. 그래서 눈을 보고 병을 알 수 있다고 어렴풋이 생각하다가 나중에 의사가 되어서 홍채를 보고 질병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한 것이 토대가 됐어요. 홍채학이 가장 발전한 곳은 독일인데 조셉 데커라는 의사는 2차 세계 대전 때 위내시경 없이 러시아인 2,000명의 위장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전해요. 독일에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홍채진단법이 널리 쓰이다가 내시경 기계가 도입되면서 약해졌지요. 러시아에서는 여전히 이 진단법을 활용하고 홍채진단기계도 나와있어요. 서양에서 홍채진단이 발달한 것은 서양 사람들의 눈은 홍채가 그냥 보이잖아요."
_홍채를 통해 몸을 모두 본다는 것은 수지침이나 이침 족침 같은 원리인가요?
"어느 곳에 자극을 주면 다른 곳으로 전달되어 치료가 된다는 것인데. 홍채진단법은 좀 다른 게 홍채는 근육이자 신경이거든요. 생물학 발생론에서 인간이 만들어질 때 위장이나 췌장 같은 내장기관은 내배엽, 몸의 골격 근육 뼈 신장 자궁 방광 같은 근골격과 딱딱해보이는 장기는 중배엽, 피부와 신경, 뇌세포는 외배엽에서 발달해요. 모든 근육은 중배엽인데 눈은 응급상황에서 조리개를 열고 닫는 걸 보면 분명 근육인데도 외배엽 발생기관이에요. 홍채학에서는 눈이 바깥에 노출된 유일한 신경조직이다, 그래서 뇌를 열어보지 않아도 눈을 보고 마음을 알아내고 뇌를 알아내고 뇌를 통해서 연결되는 오장육부를 알아내는 거지요."
_그래서 곧바로 홍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나요?
"90년에 시작할 때는 눈을 찍는 카메라도 없어서 금은방에서 쓰는 돋보기를 갖다 들여다보고 일일이 색연필로 그림을 그렸어요. 의사라면 다 그렇지만 책에 나와있다고 다 믿지는 않아요. 약도 내가 써보기 전에는 따라가지 않지요. 직접 해봐서 맞는지를 봤어요. 그때마다 홍채와 병명을 다 기록으로 남겼고요. 95년쯤인가 지문인식처럼 홍채인식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나오면서 홍채를 찍는 기계가 나왔어요."
_그러니까 딱 맞던가요?
"처음 5년간은 저도 긴가민가했어요. 홍채진단은 엄밀히 말하면 유전적 체질진단법이에요. 홍채 근육을 보면 원래 타고난 체질을 알 수 있는데 당장 병이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앓거나 앓았던 질병은 점이나 선, 색으로 드러나요. 대형병원과 연계해서 당뇨병 환자들의 홍채를 조사해보니 78% 는 맞아요."
_78% 정도가 대단한 건가요?
"병이 다 체질적인 이유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요. 서양의학에서도 치료법이 100%는 있어도 진단은 78%만 해도 대단한 겁니다. 앞으로 걸릴 병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병원 진단법보다 훨씬 낫고요. 가령 신장은 75%가 기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병원의 진단으로 알아낼 수 없어요. 그런데 홍채에는 이 사람이 신장기능이 약하다는 것이 드러나있거든요. 건강 뿐 아니라 심리적인 경향성, 지성구조까지 홍채를 통해 다 알 수 있습니다."
_그래서 치료는 어떻게 했나요?
"처음에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따라 병에 따른 한약을 지어줬어요. <동의보감>은 증상별 치료약을 제시한 책입니다. 그때까지 중국에서 나온 한의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만의 정보를 보탠 것이라 원리 자체는 중국 한의학이라 할 수 있어요. 그로부터 100년쯤 지나서 사암침법이 나왔어요. 사암침법은 증세별로 네 군데만 침을 놓는 것이에요. 그러다가 1894년에 이제마 선생이 <동의수세보원>을 내서 사람들의 체질을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으로 나누고 체질에 맞게 약물을 쓰라고 가르쳤어요. 1960년대에 권도원(91 ●제선한의원 원장)선생님이 4체질을 8체질로 세분화하고 그에 따른 침치료법을 개발했습니다. 한의원에서도 <동의보감>을 따르다가 <동의수세보원>을 따르고 98년에 비아그라가 나오니까 한약을 잘 찾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암침법을 쓰다가 8체질 침치료법을 썼는데 기가 막히게 맞더라고요. 진료결과가 축적되면서 이제마 선생의 체질론에 심리적인 연구를 맞춰보았는데 그것도 다 적용이 되는 거예요. 이 분이 자크 라깡(프랑스의 정신의학자 1901~1981)에 견줄만한 의학철학자인데 너무 소홀히 대접 받는구나 싶어서 그쪽으로 집중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_홍채진단법이 이제마의 사상체질보다 나은 점도 있습니까?
"이제마 선생은 성격과 체형을 보고 체질을 구분했어요. 그런데 사람의 체형은 음식이나 환경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어요. 성격 역시 겉으로 드러낸 것과 다른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홍채에는 본래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체형을 봐서는 태음인인데 홍채로는 소음인이라 소음인에 맞는 침을 놓았더니 치료가 딱 된 경우도 있어요."
_그럼 이제마는 잊고 홍채 체질론으로 더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체를 보는 시각 자체는 이제마로부터 아직도 배울 점이 많으니까요. 서양에서는 이제야 유전약물학이라고 해서 약과 체질을 이야기해요. 타이레놀은 간 독성이 강해요. 대신 아스피린은 간에 좋지만 위에 나빠요. 간과 신장기능이 약한 사람은 아스피린이 낫고 위가 약한 분은 타이레놀을 먹어야 합니다. 이런 체질별 논의를 우리는 이미 이제마 선생때 한 거거든요. 서양에서 게놈 연구를 시작하면서 유전자적으로 암이 발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가르쳐줄 건가 말건가를 고민하다가 말자로 결론내렸지만 요즘은 다시 말해주자는 쪽으로 바뀌어가요. 그런데 우리는 이제마 선생 때 체질적인 특징을 말해주고 그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한의학적으로 찾아주려 했다고요. 이제야 서양의학은 감염의학에서 벗어나 생물의학과 유전의학으로 넘어가는데 한의학은 이미 120년전에 체질의학을 했으니까요. 치료법 자체는 권도원 선생님의 8체질 침범 이상이 나올 수가 없어요."
_서양의학과 결합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
"서양의학은 환자들은 경영대상으로만 보고 있어요.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어제 올렸던 매출을 매일 점검하면서 성과를 올려야 돼요. 불필요한 검사도 많이 해야 되고. 그런데 홍채진단은 1만원이면 되요. 침은 한번 맞는데 5,000원입니다. 미래의 사회가 지금처럼 매일 매출 올리고 고에너지 고비용의 사회로 갈 것이냐. 언젠가는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시대가 올 거라는 거예요. 환자 오면 무조건 CT부터 찍지 말고 2주만 한의사한테 보내달라는 겁니다. 여섯 번 침 맞아서 낫는다면 이게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훨씬 낫잖아요. 병원에서는 약물치료를 하는데 이비인후과에 맞는 약이 내과에 안 좋아요. 그러면 내과 약 따로 또 먹어요. 요즘 정신건강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우울증은 제약회사가 만든 병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실제로 소양인은 우울성향이 있고 소음인은 불안성향이 있어요. 소양인은 가라앉으니 띄워줘야 하고 소음인은 뜨니까 가라앉혀줘야 해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함께 처방해요. 이건 국민을 약물중독에 걸려서 치료도 못하고 정신병만 심해지라는 거예요. 청소년기에도 체질마다 달라요. 충동적인 소양인은 어렸을 때 과잉행동장애(ADHD)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요. 태양인은 우울성 학습장애, 소음인은 불안장애, 태양인은 드물지만 분열증에 불면증. 청소년기에 이런 것은 자연스런 거예요. 적당히 다스리는 방법을 일러줘야지요. 그런데 이걸 질병으로 고정화시키고 약물치료를 하면서 서로 중복되는 약까지 주면 치료는 안되거든요. 소음인은 불안인데 여기에 항우울제로 올려주면 큰일나요.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은 물론이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검진을 받게 해서 치료를 한다? 정말 걱정입니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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