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생화학테러 대응훈련 강화해야

  • 2011.09.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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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지난 5월 비밀리에 북한의 생화학 테러에 대비해 처음 공동 대응훈련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남 생화학 테러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라 해도 생화학 테러에 대비한 훈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탄저균 천연두균 같은 생물무기와 사린, VX가스 등 화학무기를 1만2000t이나 생산 비축해 놓고 있는 북한의 화생전 능력과 천안함·연평도 사태에서 보듯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돼온 대남 도발 양상을 감안할 때 공동훈련을 이제야 실시한 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사실 이번 훈련을 둘러싼 한국 측 행태를 살펴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훈련은 미국의 제의로 미국 주관 아래 실시됐다. 미국은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초래할 동북아 안보 위협을 놓고 당사국인 한국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훈련을 제안했으나 김 의원에 따르면 한국 측은 당초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 불안을 우려해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북한의 간단없는 대남 도발은 이미 세계가 다 안다. 또 테러에 대비한 훈련은 어떤 나라라도 당연히 한다. 그런데도 한국이 북한의 생화학 테러에 대비한 훈련을 한다고 해서 새삼스레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북한의 생화학 테러가 현실화되면 속수무책으로 수많은 국민이 죽어나갈 게 뻔하다. 그런데도 국민이 불안해할지 모르니까 대비 훈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도대체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는가. 혹시라도 ‘북한 눈치보기’는 아닌가?

게다가 훈련 결과 검토회의에 참석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고 한다. “그동안 생화학 테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대비태세가 거의 없다 보니 우리 측은 미국이 제시한 여러 생화학 자료를 보고 상당히 당황했다.” 북한의 생화학 공격에 대한 대비책이 거의 전무했다니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하다. 더 늦기 전에 만반의 대책을 세우는 것은 물론 비밀 훈련을 할 게 아니라 공개 훈련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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