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2015년 08월호
공간의 재발견 
론 프리드먼 지음 /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368쪽 / 15,000원
  다수의 기업이 9시 출근, 6시 퇴근과 같은 과거의 업무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는 곳은 소수다. 하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일하게 하면서 최선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처사다. 생물학적으로 저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최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도 각자 다르기 마련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직장인은 일이 개인시간을 방해하는 직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이것처럼 일에 방해가 되는 환경도 드물다.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도록 허용한다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을 해마다 선정해 발표한다. 여기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회사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다. 직원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이들 회사의 공통점이다. 최고의 요리사를 채용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요가·스파·마사지 등 건강관리 시설을 운영하며, 외국어 강의, 병원 진료 등의 서비스로 직원들의 편의를 높인다. 그래야만 생산성과 창의성이 높아져 회사의 수익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회사는 주가지수 측면에서 다른 회사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경영난으로 여유가 없다 해도 해도 포기하는 것은 이르다. 조직문화만 바꿔도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실패를 장려할수록 도전을 꺼리지 않으므로 창의성이 발휘되고, 전망이 확보된 공간에서 일할수록 심리적으로 안정돼 성과가 올라간다. 퇴근한 뒤에는 업무로부터 완전히 단절시켜야 효율이 높아지며,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일할 때 생산성이 증대된다.
부탄에서 내 영혼을 만나다
노미경 지음 / 초록인 / 207쪽 / 13,000원
  저자는 올해 7월 8일 한국의 기네스북이라 할 수 있는 ‘도전 한국인 인증본부’로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세계탐험·세계여행 전문가’로 선정됐다. 한마디로 세계여행을 제일 많이 했다. 돌아다닌 거리만 따져도 지구를 세 바퀴 반쯤 돈 것과 맞먹는다. 수많은 여행지가 즐거움과 깨달음을 줬지만 첫 번째 책을 쓰며 택한 곳은 ‘부탄’이다. 영혼을 깊이 뒤흔들었다는 게 이유다.
  그 어떤 여행지에도 커피전문점이나 명품브랜드가 있어 익숙했지만 부탄은 처절할 정도로 낯설었다. 손으로 직접 불을 피워야만 물을 데울 수 있고 무거운 짐을 맡길 수단은 조랑말뿐이었다. 가진 것은 모두 짐이며 사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탄 국민이라면 누구나 남자는 ‘고를’, 여자는 ‘키라’라고 불리는 전통의상을 입는 것도 색다르다. 국왕도 예외가 아니다. 빈부를 구분할 수 없게 함으로써 차별의 요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며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국왕도 65세에는 은퇴해야 하며, 부정부패를 철저히 감시해 정부청렴도 역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여행전문가인 저자에게도 낯설음의 연속이었던 부탄 여행. 독자들에게는 여행기마저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기에 저자에게 부탄 여행은 영혼의 여행이 됐다. 독자들에게는 어떨까?
아하! 세상을 바꾸는 통찰의 순간들
윌리엄 어빈 지음 / 전대호 옮김 / 까치 / 351쪽 / 18,000원
  아인슈타인, 간디, 아르키메데스 같은 위인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통찰의 순간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법 같은 통찰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고 있어 느닷없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여간해선 모습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위인들이 맞닥뜨렸던 다양한 통찰의 방식을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일상의 작은 통찰에서 역사를 바꾼 거대한 통찰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는 종교·도덕·과학·수학·예술 등의 영역에서 일어난 통찰의 순간을 탐구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통찰 이전의 좌절이다. 소설가들은 텅 빈 원고지를 응시하며 무수한 인고의 시간을 보냈고, 수학자들은 실패한 증명이 가득한 종이를 수도 없이 구겨버렸다. 그러나 통찰은 그 뒤에 찾아온다. 조금의 관련성도 없는 듯 보였던 현상들이 어느새 연결되는 순간이다. 통찰이란 이러한 ‘정신적 알 품기’ 기간을 거쳐 무의식으로부터 온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경영학 사용설명서
김용진 지음 / 클라우드나인 / 564쪽 / 25,000원
  경험만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시도하기 때문에 성장이 멈추기 쉽다. 이론을 잘 알고 있다면 부족한 점을 깨닫게 돼 할 수 있는 일뿐 아니라 해야 할 일에도 집중할 수 있다. 혁신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론이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상식과 직관만으로는 할 수 없다. 경영이론을 바탕으로 할 때 더욱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동안에는 빠른 산업화에 힘입어 경영이론을 적용하지 않고도 기업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은 경영현장에서 직접 실행한 뒤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영이론들을 정리했다. 주도적으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혁신의 개념,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 등을 다뤘다.
고수의 생각법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 / 268쪽 / 15,400원
  바둑은 승부의 세계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길 수 있다면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욕심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저자는 아홉 살에 세계 최연소로 바둑계에 입문한 뒤 54년간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총 2천768번의 대국에서 1천938승을 거두며 세계 바둑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경험했다. 바둑 외의 이야기를 좀체 하지 않던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복기’하며 승부의 세계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 책에서 전한다. 모든 잡념을 버리고 바둑판 위에 집중하듯 삶도 현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겨야 한다는 욕심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이길 기회가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라는 귀띔이다. 파란만장한 승부사의 길을 걸어오며 저자가 깨달은 것은 ‘인생에서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능성을 위해 ‘생각’해야 하며, ‘생각은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준다’는 게 바둑과 승부의 고수인 저자의 믿음이다.
노인은 늙지 않는다
마티아스 이를레 지음 / 김태희 옮김 / 민음사 / 308쪽 / 14,000원
  모 인류학연구소가 나이듦을 주제로 연구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떠오르는 단어를 쓰게 했다. 젊은이들의 약 90%는 가난·질병과 결부시켰으며, 노인들 또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나이듦이 반드시 심신의 퇴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게 먹기, 칼로리 줄이기 등으로 퇴화를 늦출 수도 있다. ‘선택-최적화-보상’ 모델’에 따르면 자신만의 특기나 중요한 목표에 집중해도 퇴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노년에만 얻을 수 있는 ‘소득’도 적지 않다.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젊은이들보다 빨리 벗어나며, 대인관계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수월하다. 심리학, 뇌과학, 의학의 최신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나이듦에 대해 서술한 이 책은 노년이 새로운 적응과 도전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일러준다. 배우자와의 관계, 사회적 변화, 새로이 주어진 자유와 죽음 등에 대처하는 법도 알려준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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