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실패하는 이유, 뒤집어서 생각하면 리더가 성공하는 이유

 


여자아이들의 '로망'인 바비인형 제조사로 유명한 마텔(Mattel)에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한 것은 회사 설립 52년 만인 1997년이었다. 주인공은 1981년 마텔에 프로덕트매니저로 입사한 질 바라드. 그는 세심함과 함께 뛰어난 마케팅 능력으로 바비 브랜드를 강화하고 판매량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는 CEO가 된 지 3년 만에 주주 압박 속에 회사를 떠나 전임자들에 비해 단명했다. 첫 여성 CEO로서 촉망받던 바라드가 사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여성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녀가 임직원들로부터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라드는 성과주의자였기 때문에 지시에 대해 임직원들이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을 듣기 싫어했다. 결국 회사에서 그 누구도 바라드에게 싫은 소리는커녕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다.

최근 방한한 주디 올리언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원장은 '더 비즈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리더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소통하지 않고 고립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스가 되면 자신의 포지션에 고립되어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결국 직원들이 리더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아서 실패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올리언 원장은 자신의 비서가 필터링하지 않는 개인 이메일로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바라드와 비슷하게 그녀가 앤더슨경영대학원 71년 역사상 첫 여성원장으로 2006년 취임했지만 바라드와 달리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다음은 그녀와 일문일답.

―리더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다양하다. 본인이 (상황에 맞게) 변화하지 못해 실패할 수도 있고 자신이 내린 결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용기와 끈기가 부족해서 실패할 수 있다. 또 투명한 소통을 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하거나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말한 것처럼 "보스가 되면 자신의 포지션에 고립되고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아 결국 직원들이 리더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

―고립을 피하려면 소통해야 하는데,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하는가.

▷주요 인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의 학생들, 교수들, 졸업생 등과 만나는 타운미팅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또 (비서를 포함해) 그 누구도 필터링하지 않는 나만의 이메일 계정이 있다. 나는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사람들이 내게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리더십 실패를 피하기 위한 당신만의 방법은.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나의 리더십을 강화한다. 가르치는 시간은 곧 배움의 시간이다. 나는 피터 구버 교수와 함께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한다(그들은 최고위과정 강의를 함께 한다). 매년 경영인들을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딕 코스톨로 전 트위터 CEO 등이 와서 얘기를 나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리더십을 배운다. 또한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핵심요소는 자아인식이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본인의 열정이 무엇인지,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자기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기업 성장을 위한 리더십의 덕목은 무엇인가.

▷변화에 준비된 열린 마음과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빨리) 적응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현재는 급변하는 시기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뀐다. 제조업, 서비스업, 기술 분야 등 모든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시장에서 (각 수요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또 그 요구를 어떻게 들어주고 배송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리더는 모든 변화에 맞춰 움직이고 그 변화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와 기업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외 CEO가 꼭 갖춰야 할 능력이 있다면.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감능력, 세심함,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능력 없이는 장기간 동안 리더의 자리를 지키기 힘들다.

―리더는 수많은 변화에 어떻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호기심(curiosity), 열린 마음(openness), 유연성(flexibility)이다. 리더는 지속적으로 배워야 한다. 자신이 속한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탄생된 아이디어도 습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의 비전은 제한적이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리더는 언제든지 변화를 맞이할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며, 그 변화가 무엇인지 또 그 변화가 왜 찾아왔는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에 맞춰 자사 비즈니스) 변화를 실행해야 한다.

―리더십 스타일이 한번 성립되면 이를 바꾸기 힘들 텐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세계에서 좋은 리더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보자. 그들은 모두 자신의 행동변화에 대해 말한다. 나는 커리어가 쌓일수록 리더는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진을 하고 새로운 포지션을 맡게 되면 근무환경이 달라진다. 이전 직위에서는 10명이 보고를 했다면, 직급이 높아질수록 본인에게 보고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리더는 직책에 맞게 변화하고 행동해야 한다. '리더로서 첫걸음을 뗐을 때와 현재 당신이 같은 사람입니까?'라고 1000명의 리더들에게 묻는다면 99%는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리더십에 대해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은.

▷첫째, 모든 리더들은 좌절한다. 모두들 한 번쯤은 실패를 했다. 그렇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가 실패한 리더라는 의미가 아니다. 좌절의 순간을 잘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뿐이다. 회복력(resilience)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리더가 조언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생각보다 폭넓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리더가 내린 결정이 널리 퍼지기 때문이다. 셋째, 직원들이 이해하는 기업의 핵심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기업의 핵심과 목표를 얘기하는 데에는 끝이 없다. 얼마만큼 상대방과 소통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리더들은 정보를 통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는 원하지 않아도 '투명한' 환경이 조성된다. 개인의 행동과 그가 갖고 있는 정보가 공개되는 시대다. 리더들은 정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많은 리더들은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기업의 리더들 역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본인만 알고 있는 정보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이 굉장히 유용한 도구다. 이를 통해 (리더들은) 사내 직원들뿐만 아니라 고객들과도 더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또 디지털 기능은 직원들과 고객들이 아이디어를 창출하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회사의 제품에 대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CEO는 디지털 기능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어야 할까? 물론 CEO가 '디지털화'되어야 하지만, 본인이 디지털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CEO는 디지털 분야를 담당하는 팀을 꾸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다.

―기업의 리더들을 자주 만날 텐데, 그들이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직원과 문제, 혹은 마찰이 생기면 이를 잘 해결하려고 시간을 질질 끌지 말라는 것이었다. 시간을 두고 직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해당 직원에게도 좋지 않고 동료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게 이 말을 한 리더들은 빠르게 결단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사기를 꺾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문제를 포착하면 이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한국 기업은 주로 톱다운식 리더십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리더십이 혁신에 도움이 될까.

▷혁신이 이뤄지려면 아이디어가 위계질서에 막히면 안 된다. 나는 수업 첫날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아이디어들 중 일부는 여기 학생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존중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직급이란 '장벽'으로 인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막힌다면 어떻게 혁신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10년째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을 이끌며 어떤 도전을 맞았고 어떻게 극복했는가.

▷확실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었다. 명확하게 옳은 결정이 있으면 그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다. 예를 들어 UCLA는 역사적으로 주정부 지원을 받는 학교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주정부 지원이 크게 감소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주정부 지원을 끊고 재정적으로 독립을 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정 문제는 둘째치고, 공립학교의 기본 개념이 바뀌는 사건이었다. 3~4년 동안 수많은 회의를 거쳐서 도입된 변화였다. 그리고 이는 해당 결정이 옳은지가 확실하지 않은 문제였다. 그렇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안정되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비법이 있다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없었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내 자리를 지키진 못했을 것이다. 혁신의 기회를 잡고 꾸준히 '혁신 모드'로 일을 했다는 점 역시 장기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현 소셜미디어 시대에서 리더들은 회복력이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많은 CEO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업무를 맡는다. 그렇지만 CEO의 업무 역시 빨리 바뀔 수 있다. 이에 CEO에게는 회복력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 나의 회복력과 끈기가 같은 자리에서 오래 일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여성임원 쿼터제요?
장기적으로는 여성에 도움 안돼…성과에 따라 올라가야 정당하죠


―당신은 남녀의 근무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카탈리스트(Catalyst)' 이사회 멤버다. 이곳에서 무엇을 배웠나.

▷안타깝게도 성별에 따른 근무환경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기업 이사회 멤버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18~19%밖에 안 된다. 포천 500대 기업에서는 여성 CEO가 5% 미만이다. 기업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MBA 재학생을 봐도 남녀의 차이를 알 수 있다. MBA 프로그램을 듣는 전체 학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35%다. 이는 사회적인 생산성에도 문제가 된다. 현재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석·박사)을 받고 있는 추세인데, 기업에서는 반대로 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는 기업 인재상과 실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의 부조화(mismatch)를 나타낸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훌륭한 (여성) 인재들이 있는데, 기업은 이 인재들을 활용하지 않는다. 한국의 미래를 말하자면, 경제활동 참여 인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큰 문제다. 한국은 여성을 포함해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게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MBA 프로그램에 더 많은 여성 지원자들을 모으려고 힘을 쓰고 있다.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면서 소위 '커리어가 꽃피려는' 때와 가정을 꾸리는 시기가 맞물리는 경우가 있다.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은 남자와 여자 직원들 모두의 가족을 위한 사내 정책을 세워야 한다.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세워선 안 된다. 남성을 위한 육아정책 역시 있어야 한다. 또 (육아 때문에) 퇴사를 한 직원들이 다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관리자들이 좋은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CEO인 수전 워치츠키는 최근 다섯째 아이를 출산했다. 그는 한 회사를 이끌면서 평범함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리더가 있는 기업은 (직원들의) 가족에 대한 헌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워치츠키 CEO는 정시에 출퇴근하며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여성의 비중을 정해서 직원을 채용하는 쿼터 제도는 효율적이라 생각하는가.

▷미국에서는 쿼터정책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법원에서 쿼터 도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일부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는 기업에 따라 최대 40%까지 여성 임원을 뽑는 쿼터 제도가 있다. 이런 기준이 없다면 여성 임원이 있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쿼터 제도로 인해 한 임원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쿼터 제도 때문에 채용이 되었는지, 아니면 성과가 좋아서 임원이 되었는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She is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의 8번째이자 첫 여성 원장인 주디 올리언은 호주 출생으로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UCLA에 오기 전 5년 이상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스밀 칼리지 경영대학에서 교수 겸 원장으로 활동했다. 리더십, 인사 관리 전략, 경영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HR, 최고 경영팀 구축 등을 주제로 다수 학술지에 글을 게재했다.

[윤원섭 기자 /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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