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책상 - 자느냐 마느냐, 오늘 외울 단어에 달렸다 공부의 비법

2014/11/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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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 1등의 책상

               자느냐 마느냐, 오늘 외울 단어에 달렸다

              서울외고 2학년 최현진

         

서울외고 중국어과 2학년 최현진군 책상은 깔끔했다. 아니, 오히려 허전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외할아버지가 가끔 방청소를 도와준다지만 현진이는 기본적으로 잘 어지르지 않는다. 게다가 방에는 컴퓨터 하나 없다. 지금은 인터넷 강의를 듣지 않아 컴퓨터가 필요없기 때문이란다. 집 책상이 가장 집중이 잘돼 대부분 집에서 공부한다는 현진이 책상에서 그의 1등 비결을 찾아봤다.
현진이는 두 살 위 형과 함께 충남 대천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서울로 유학왔다.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주말이면 중학교 기술 교사인 엄마와 정형외과 의사인 아빠가 서울에 온다. 엄마가 교사이긴 하지만 같이 살지 않다보니 정보력이나 세심한 관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알아서 하는 습관이 뱄다는 얘기다. 외할아버지가 늘 감탄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고교 진학 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매일 계획표대로 생활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새벽 2시까지 공부해도 부족할 때가 많았다. 이런 집요함이 그를 전교 1등으로 만들었다.

          

현진이는 불암중학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생 500여명 중 100위 밖의 성적을 받았다. 특히 영어는 170등이었다. 현진이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학원을 모두 다니는데도 성적이 바로 오르지 않아 애가 탔던 시절”이라고 떠올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던 현진이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영어 1등급을 받았다. 2학년 2학기엔 3등급, 3학년 1학기엔 2등급으로 매학기마다 등급 하나씩을 올렸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스로 영어 단어 외우기 효과라고 설명한다.
그는 “중3 여름방학 때 하루 30개를 시작으로 점점 숫자를 늘려 나중엔 하루 300~400개씩 외웠다”며 “그날 목표한 암기 단어 수를 못 채우면 잠을 안 자고서라도 반드시 해냈다”고 했다. 매일매일 전날 외운 단어에 새로운 단어 30개씩을 추가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하니 200개 넘는 단어가 쌓이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400개가 넘어섰다. 그렇게해서 단어책 한 권을 여덟 번이나 다시 보기도 했다.
현진이는 “외국어는 무슨 언어든 단어가 가장 중요하다”며 “다만 언어별로 외우는 방식은 좀 다른데, 영어는 눈으로 중국어는 쓰면서 외운다”고 말했다. 또 “눈으로만 외운다고 설렁설렁 외우는 게 아니다”며 “단어를 보면 몇 페이지 몇 번째 줄에 있다는 사실까지 알 정도로 꼼꼼하게 한다”고 했다.
영어를 중학교 때 이미 이렇게까지 공부했을 정도면 전공인 중국어 공부는 얼마나 깊이 파고 들까. 앞서 말한대로 중국어 역시 단어부터 공부했다. 보고 쓰고 소리내며 하루 20개씩 외웠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국어를 배웠다고는 해도 너무 어려웠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어김없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다음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 결과 올 3월 중국어 HSK(한어수평고시) 6급을 땄다. HSK는 1~6급이 있는데, 가장 고난도의 6급은 300점 만점에 18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한다. 현진이는 230점이었다. 상위 20%에 속하는 수준이다. 서울외고 중국어과에는 중국에 살다온 학생도 있는데 중국에 한 번도 못 가본 현진이가 문법뿐 아니라 회화까지 입학 이후 줄곧 1등을 차지하고 있다.
현진이가 중국어를 처음 접한 건 초4 때다. 엄마 손에 이끌려 중국어 학원에 갔다. 그는 “처음엔 피아노 학원 가듯 그냥 재밌게 1~2년 다녔는데 점점 욕심이 생겼다”며 “급수가 올라가니 더 재미있더라”고 했다.
중국어 학원은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졌다과 느꼈을 때 분위기 전환을 위해 딱 한 번 옮겼다. 지금 다니는 국·영·수 학원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정해 계속 다니고 있다. 교재도 한번 사면 온전히 머릿속에 다 담은 다음에야 다른 교재로 넘어간다.
“언제나 처음 배운다는 마음자세로 공부해요. 돌이켜보니 중학교 때는 좀 오만했던 것 같아요. 다 안다고 생각하니 100% 집중을 못했던 거죠. 공부를 많이 하는데도 성적이 안 올랐던 건 이런 나쁜 태도 때문이었어요. 백지 상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니 성적이 오르더라고요. 학원 탓, 교재 탓 해봐야 소용없어요. 결국 내 문제거든요.”
수업 때도 처음 배운다는 마음가짐은 매한가지다. 그러니 긴장이 돼 졸거나 딴 생각할 틈이 없다. 물론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거나, 새로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는 날도 있다. 그럴 때도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 오래 수업을 듣는데 배운 게 하나도 없을 수는 없거든요. 뭐라도 반드시 건지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데, 그걸 놓친거죠.”
이런 자세니 필기는 정말 꼼꼼하게 한다. 특히 본인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국어는 선생님 농담까지 전부 받아 적는다. 수학은 어렴풋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위주로 필기한다. 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빨간색,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한 건 파란색, 선생님이 강조하는 건 형광펜으로 각각 달리 표시한다.
수업 시간 외엔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까. 중국어·영어 외 과목은 주로 내신 예습 위주로 한다. 그리고 시험 한 달 전 노트 필기를 매일 조금씩 훑어보는 식으로 복습한다. 수학은 문제를 풀 때 전혀 모르거나 답은 맞췄어도 확실히 알지 못하면 별표, 틀리면 삼각 표시를 한 후 복습 때 이렇게 표시한 문제 위주로 공부한다. 
하루 영어 단어 300~400개씩 외우는 악바리답게 쉬는 시간에도 수학 문제 한 개씩 푼다. 그렇다고 그가 공부만 하는 ‘범생이’는 아니다. 학급 반장인 만큼 학급 일도 열심히 한다. 체육시간에도 제일 열심히 뛰는 학생 중 하나다.
중3 때만 빼고는 초등학교부터 줄곧 반장을 맡은 것만 봐도 이런 성격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진이는 중국 관련 경영 컨설턴트가 장래 희망이다. 평소 경영 쪽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레 이 직업을 눈여겨 봤다.
그는 “좋아하는 영어와 중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직”이라며 “일찍부터 취미로 시작한 중국어가 내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 지 몰랐다”고 했다.
늘 새벽 두 시 전에는 잠들지 않는 현진이. 요즘은 학업 때문이 아니라 진로 관련 논문을 쓰느라 매일 늦게까지 책상 앞에 있다.

              


                                  - 중앙일보  2014 - 10 - 15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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