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평범한 직원 비범하게 만든 마윈(알리바바 회장) 리더십… 공자 因材施敎(인재시교) 실천한 것

  • 베이징=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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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11.22 03:11

    中 경영컨설턴트 우간린의 '孔子에게서 배우는 경영지혜'
    修己之敬 경영인 양위안칭
    회장에게 크게 혼난 후사표 쓰려다가 반성문 써 레노버 후계자로 발탁돼
    창조 경제와도 일맥상통
    "君子는 쓰임이 하나뿐인 틀에 박힌 그릇되면 안돼" '살아있는 지식'강조

     중국 경영 컨설턴트 우간린(吳甘霖·사진)
    "우리는 마르크스 이론에 근거해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 허무주의자도, 문화 허무주의자도 아닙니다. 중국 공산당은 공자에서부터 쑨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사상으로부터 영양분을 적극 흡수해야 합니다."

    지난 9월 공자 탄생 2565주년(9월 28일) 나흘 전 베이징에서 열린 유학(儒學) 학술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다. 공산당 총서기를 겸한 인물이 공자 탄생 기념 학술 대회에 참가한 것도, 공자에게 배워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도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공자는 문화대혁명 때 반(反)개혁·봉건 세력의 대표로 규정돼 무덤이 파헤쳐지고 사당이 불태워지기도 했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이 성과를 거둔 이후 재조명받고 있다.

    중국에서 공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삶을 다룬 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경영 컨설턴트 우간린(吳甘霖·사진)씨가 쓴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도 그중 하나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형식을 빌려 공자가 살면서 겪은 수많은 실패와 좌절, 극복 과정을 40여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우간린씨는 중국에서만 100만부가 넘게 팔린 경영서 '문제보다 해법이 많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베이징의 한 전통 찻집에서 만난 그는 2500년 전 공자의 가르침을 어떻게 현대 경영에 접목할 수 있을지 조곤조곤 설명해줬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레노버 ceo 양위안칭, 시나닷컴 전CEO 왕즈둥
    ①수기지경(修己之敬)으로 레노버 후계자 된 양위안칭

    어느 날 공자가 거문고를 뜯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쥐를 잡으러 쫓아다니는 것을 보고 '얼른 저 쥐를 잡아야 할 텐데' 하는 다급한 생각이 들어 마음이 흐트러졌다. 그때 제자 증삼과 자공이 놀라 방문을 열고 말했다. "스승님의 음악이 너무나 탁하니 뭔가 좋지 않은 마음이 들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자는 '아, 한순간에 내 마음이 흐트러졌구나. 내가 아직도 내 마음을 스스로 다잡지 못하는구나' 하고 반성했다. 그리고 두 제자에게 "너희는 정말로 마음이 깨끗하구나. 이런 사소한 변화마저 알아챌 수 있다니" 하고 칭찬했다.

    우간린씨는 이 사례를 들며 "뛰어난 지도자는 다른 사람에게 비판을 받았을 때 그 때문에 생긴 화를 남한테 푸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잘못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공자가 말한 '수기지경(修己之敬)' 즉, 먼저 자기를 갈고 닦아서 다른 사람을 평안하게 한다는 개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우간린씨는 수기지경의 경영인으로 레노버의 CEO 양위안칭(楊元慶)을 꼽았다.

    "창업자 류촨즈(柳傳志) 회장이 왜 그를 후계자로 선정했는지 알고 계시나요? 양은 원래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었지만 주변 사람들과 인간관계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인격적 결함이 있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니 성과만 잘 내면 된다'고 생각해서 사람들과 관계 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겁니다. 어느 날 회장 주재 회의가 있었습니다. 양은 류 회장의 칭찬을 기대하며 의기양양하게 앉아 있었지요. 그랬는데 기대와 달리 회장은 많은 사람 앞에서 그를 크게 혼냈습니다. '자네는 혼자 잘나서 이 조직에서 잘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네. 레노버라는 조직이 자네를 뒷받침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일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이 자네를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네.' 다음 날 아침 양은 어두운 얼굴로 류 회장 사무실로 들어가 편지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류 회장은 사직서일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봉투에서 나온 것은 반성문이었습니다. 양은 사실 집에서 사직서를 절반쯤 썼지만 도중에 문득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앞만 보면서 달려왔다. 어쩌면 내게 정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이제껏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짚어가면서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던 겁니다. 류 회장은 깊은 감명을 받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 젊은이는 한번 제대로 키워볼 만하겠구나' 하고요."

    ②부드러움과 강함의 리더십 겸비한 바턴 장군

    ―공자는 "일을 하는 데 강함과 부드러움 둘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영자는 언제 부드러움을 발휘하고, 언제 강함을 발휘해야 합니까?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 레이먼드 바턴이라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오합지졸이라도 바턴 밑에서는 용맹한 부대로 변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병사들을 훈련할 때 엄격하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대목에서 부드러움을 발휘했을까요? 바턴의 직속상관은 바로 군인 출신 아이젠하워 대통령이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재를 바턴 밑으로 보내며 그 인물을 작전에 투입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바턴은 '그를 작전에 투입하면 분명히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고 반대했지만 명령이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전투에서 졌고, 책임의 큰 부분이 바로 문제의 인물에게 있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바턴을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하네. 내가 자네에게 추천을 하고, 그를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넣었는데 패배했으니 이젠 그 사람을 처벌해도 되고, 내쫓아도 되네. 처분은 자네에게 맡기겠네'라고 했습니다. 바턴은 두 가지 선택을 다 받아들이지 않고, 그를 수하에 남겨 두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그를 안 받겠다고 했을 때 그는 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은 제게 속한 사람입니다. 저는 제 사람을 간단하게 내치지 않을 겁니다' 하면서요. 공자는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은 잔혹한 일(不敎而殺謂之虐)'이라고 했습니다. 무조건 징계를 내리기보다 잘못을 스스로 깨치도록 교화에 중점을 두는 것이 같은 잘못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어떤 리더는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부하 직원부터 나무랍니다. 그래서 직원이 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턴 장군은 자기부터 탓했습니다. '부하가 내 밑에 있는데 그 부하가 잘못했으면 그건 바로 내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에서 패한 그 부하는 크게 반성했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몸 바쳐 충성했습니다."

    ③인재시교(因材施敎)와 마윈의 삼장법사 리더십

    우간린씨는 공자의 인재 양성법 핵심으로 '인재시교(因材施敎)' 즉 '개개인의 특성과 재목(材木)에 따라 교육을 달리한다'를 꼽았다.

    "각각의 인재가 가진 장점을 먼저 발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하를 비판하기란 쉽습니다. 하지만 비판을 하기 전에 그 직원이 가진 장점부터 알아야 하고, 그것을 인재 양성의 기초로 삼아야 합니다. 공자의 제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었습니다. 자로는 성격이 불 같은 대신 의협심이 강합니다. 안회는 얌전하지만 선량하고 공자의 말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으며, 자공은 언변이 뛰어났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다 데려와서 적성에 맞게 교육하고 적재적소에 천거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조직의 목적은 평범한 사람으로 하여금 비범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리더는 자기 밑에 유능한 직원이 없다는 말을 달고 다닙니다. 뛰어난 지도자는 우선 우수한 인재를 자기한테 끌어들여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사람을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합니다."

    알리바바의 마윈(馬云) 회장이 강조하는 '삼장법사 리더십'은 인재시교의 현대판이다. 삼장법사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라는 3인 3색 구성원을 큰 도량으로 품고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 최종 목표를 달성해낸다.

    ④과유불급(過猶不及) 못 깨달아 쫓겨난 시나닷컴 CEO

    우간린씨가 어느 텔레비전 대담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 패널 중엔 포털 사이트 시나닷컴(新浪·SINA)의 전 CEO 왕즈둥(王志東)이 있었다.

    "왕 사장은 제게 '성공이 무엇인지 가장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고 질문하더군요. 저는 딱 세 글자로 대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도(道), 초(招), 도(度)라고요. 처음에 말한 도는 '왕도'(王道)라는 말에서도 그 쓰임을 알 수 있듯이 '근본 도리'를 말합니다. 둘째 초는 '방법이나 수단'을 말합니다. 마지막 도는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과유불급, 넘치지 않게 자제함을 말합니다. 왕즈둥은 특히 세 번째 이야기에서 많은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애플의 잡스처럼 이사회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CEO니까 어떻게 해도 괜찮아'라면서 줄곧 자신의 뜻을 관철하다가 그렇게 됐죠. 물론 한계를 지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것을 위해선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보다는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수양해야 합니다.

    홍콩의 갑부 리카싱(李嘉誠)이 신조로 삼고 있는 것이 '지지(知止)'입니다. '대지지지, 소지유모(大智知止,小智唯謀)' 즉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그칠 때를 알고, 지혜가 부족한 사람은 오로지 도모하는 것만 생각한다'는 격언에서 따왔습니다. 리카싱은 이를 격언으로 삼아 언제가 그쳐야 할 때인지 늘 돌아봤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1월 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 공자연구원에 들러 공자와 관련한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시 주석은“공자의 사상을 오늘날 현실에 맞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1월 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 공자연구원에 들러 공자와 관련한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시 주석은“공자의 사상을 오늘날 현실에 맞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신화통신

    ⑤창조경제와 상통하는 군자불기(君子不器)

    ―창의와 개성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규범을 강조한 공자의 가르침은 자발성과 자율성을 억압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 즉, 자신의 욕심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감을 중시했던 성인으로 기억되기 때문에 혁신의 개념과는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반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공자의 사상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면 그가 '죽은 공부'에 반대하고 '산 지식'을 강조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자가 주해한 '주역'에서 '변이(辨異)' 즉 '변화고 바뀌지 않는 것은 없다'는 점을 중요시했던 것을 보고 저는 비로소 '세상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공자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군자불기(君子不器) 즉, 군자는 쓰임이 하나뿐인 (틀에 박힌) 그릇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인재는 스스로 어떤 틀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다양한 쓰임을 가진 지혜를 지녀야 합니다. 틀이야말로 자신을 속박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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