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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의 잡스 아이폰발표 키노트 동영상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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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탄생비화를 전한 ‘스티브께서 가라사대, “아이폰이 있으라”‘(NYT기사를 카소봉님 번역)를 읽고 2007년 1월 맥월드에서 있었던 잡스의 아이폰 첫 발표 프리젠테이션 동영상을 다시 봤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6년전에 봤던 잡스의 아이폰 발표키노트 프리젠테이션은 내 기억에 거의 완벽했다. 그런데 위 글에 따르면 리허설 마지막날까지도 아이폰과 그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오작동을 반복하는 버그투성이의 기계였다. 위 글을 읽고 위 동영상을 다시 보니 정말 감탄이 나온다. 12분지점에서 잡스가 직접 조니 아이브와 필 쉴러에게 아이폰으로 전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때는 얼마나 스탭들이 조마조마했을까. 기사 내용에 따르면 아무 문제없이 발표가 끝난 것이 거의 기적 같다.

아래는 키노트발표 관련 주요 부분의 발췌.(카소봉님의 번역에서)

그리뇬은 아이폰 리허설 팀에 속해 있었다. 그래서 잡스가 90분 동안 프레젠테이션하는 광경을 많이 봤지만, 실수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잡스는 5일 내내 기조연설을 연습했고, 심지어 리허설 마지막 날에 아이폰은 여전히 통화가 잘 안 되거나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고, 얼어서 꺼야 할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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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을 100번 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뭔가 문제가 생겼죠. 좋은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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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노래나 영상의 일부를 재생할 수 있었으나, 전체 클립을 안정적으로 재생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메일을 보낸 후의 웹서핑 정도는 괜찮았지만, 그 반대 순서는 전혀 괜찮지가 않았다. 그래서 엄청난 시도와 실수 끝에 엔지니어들이 일컫는 “골든 패스(golden path)”가 만들어졌다. 특정 방식으로 특정 순서에 따라 아이폰을 움직여서 마치 아이폰에 버그가 없는 양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매뉴얼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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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와이파이 라디오 소프트웨어는 너무나 불안정해서 그리뇬과 그의 팀은 아이폰의 안테나를 무대 뒤의 전선에 연결 시킬 정도로 확대했다. 무선 신호의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해당 주파수에 대한 접근은 금지됐다. 그의 말이다. “심지어 베이스스테이션 ID을 숨긴다 하더라도 말이죠. 그러니까 노트북의 무선 신호에 잡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조연설 청중 5천명이 다 컴퓨터 광들입니다. 어떻게 신호를 해킹할 방법을 알아내겠죠.” 그래서 그는 에어포트 소프트웨어를 수정하여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운영하는 것인 양 만들었다. 미국에서 허용 안되는 주파수를 일본 와이파이가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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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무대 위에서 할 전화 송신이 잘 될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뇬과 그의 팀은 좋은 신호가 잡히기만을 기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이폰용 통신사인 AT&T가 휴대용 통신탑을 가져왔기 때문에 신호 자체는 강력할 터였다. 잡스의 결재에 따라 그들은 신호 강도를 나타내는 다섯 개의 막대가 실제 강도와는 관계 없이 언제나 다 채워지도록 했다. 90분의 기조연설 중 잡스가 전화기를 사용하는 동안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았지만 어느 때라도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았다. 그리뇬의 말이다. “우리 의심대로 만약 라디오가 충돌돼서 재시작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실제 막대바를 보기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하드코딩을 하여 항상 다섯 개 막대가 보이도록 해 놓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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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9일, 잡스가 아이폰을 얘기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제가 2년 반 동안 꿈꿔 왔던 날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소비자들이 어째서 자기 휴대폰을 싫어하는지 잔뜩 이야기를 들려 줬다. 그리고는 자기가 그 모든 문제를, 분명히 풀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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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아이폰으로 음악과 영상을 재생하고 아이폰의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줬을 때, 그리뇬과 다른 이들은 청중 속에서 초조해 하며 앉아 있었다. 그는 다시 발명해낸 주소록과 보이스메일을 보여 주며 전화를 걸었고, 문자와 이메일을 보냈으며, 터치-스크린 키보드가 얼마나 타자 치기에 쉬운지도 보여줬다. 그는 여러 사진을 스크롤 하면서 두 손가락으로 사진을 크게, 작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단순한지 보여주고,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웹사이트를 보여 주면서 아이폰용 인터넷 브라우저가 자기 컴퓨터의 브라우저만큼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구글 지도에서 스타벅스를 발견하고는 무대 위에서 스타벅스로 전화를 걸었다. 아이폰이 없으면 왜 안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

마지막이 되자 그리뇬은 안도만 한 것이 아니었다. 아예 그는 취했다. 스카치 한 병을 사서 자신의 초조함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다. “엔지니어, 관리자 등 우리 모두는 다섯 번째 열인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연이 끝날 때마다 스카치 한 잔씩 했죠. 대 여섯 명 쯤 있었을 겁니다. 시연이 한 번씩 지날 때마다 해당 기능 책임자가 원샷 했어요. 마지막이 되자 우리는 스카치를 다 비웠습니다. 모두가 잘 흘러갔고, 정말 우리가 봐 온 시연 중 최고였어요. 나머지는 그냥 전체 아이폰 팀에게는 [욕설 삭제] 날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도시에서 하루 내내 마시며 보냈어요. 엉망진창이었지만, 정말 근사했습니다.”

짧게 편집된 위 동영상에 나오지 않은 잡스가 스타벅스에 4천개의 카페라테를 주문하는 부분이 아래 동영상이다. 장난전화를 건 장본인이 스티브 잡스인지도 몰랐던 이 스타벅스 직원은 이후에 “4천개의 라테 주문” 장난전화에 꽤 시달렸다고 한다.

2007년 당시에 정말 마술같은 발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봐도 대단하다.

다시한번 RIP. 스티브 잡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0월 6일 at 10:35 오후

스티브 잡스 서거 2주기에 읽는 아이폰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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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2007년 1월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얼마전에 썼던 블랙베리에 대한 글에서 블랙베리창업자 라자리디스가 처음 아이폰을 접했을 때 느낀 충격에 대한 부분이 있다.

2007년초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면서 TV를 보다가 처음으로 애플 아이폰을 접하게 되었다. 아이폰에 대해서 그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몇가지 있었다. 그래서 그해 여름, (아이폰이 출시되고 나서) 그는 아이폰을 분해해서 내부를 들여다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애플이 맥컴퓨터를 휴대폰안에 구겨넣은 것 같잖아(It was like Apple had stuffed a Mac computer into a cellphone)”라고 그는 생각했다.

고교때부터 직접 오실로스코프와 컴퓨터를 만들었던 라자리디스에게 있어서 아이폰은 모든 게임의 규칙을 부수는 물건이었다. OS만 메모리에서 7백메가를 차지했고 프로세서가 2개 들어있었다. 반면 블랙베리는 프로세서 한개 위에서 돌아가며 겨우 32메가만 차지했다. 블랙베리와는 달리 아이폰은 인터넷이 제대로 돌아가는 브라우저를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은 아이폰이 AT&T 같은 이통사의 망을 교통체증상태로 빠뜨릴 것이란 얘기였다. 그런 일은 이통사가 허용하지 않던 것이었다. 반면 RIM(블랙베리)은 데이터사용량을 제한하는 원시적인 수준의 브라우저를 제공하고 있었다.

“”난 도대체 애플은 어떻게 AT&T가 이것을 허용하게 한 것이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것은 네트웍을 다운시킬텐데..” 그리고 실제로 나중에는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더 글로브앤메일에서 발췌. 참고 포스팅 : 블랙베리의 몰락-더글로브앤메일의 기사를 읽고

당시 스마트폰시장의 톱에 있던 블랙베리의 창업자가 이렇게 충격을 받을 정도라면 엄청난 혁신이다. 도대체 그 당시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윗 글을 읽으면서 했다. 저 당시의 혁신에 비하면 지금 아이폰5s, 5c의 혁신은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맞다.

 

NYT의 "And Then Steve Said, ‘Let There Be an iPhone’" 기사는 일요판 NYT와 같이 배달되는 NYT매거진에 실렸다. 사진은 천지창조에 빗대 아이폰의 탄생을 그린 이 기사의 삽화.

NYT의 “And Then Steve Said, ‘Let There Be an iPhone’” 기사는 일요판 NYT와 같이 배달되는 NYT매거진에 실렸다. 사진은 천지창조에 빗대 아이폰의 탄생을 그린 이 기사의 삽화.

마침 스티브 잡스 2주기를 맞아 NYT는 “스티브께서 가라사대, “아이폰이 있으라”“(And Then Steve Said, ‘Let There Be an iPhone’-카사봉님이 이 긴 기사를 세심하게 번역해주셨다. 필독)라는 장문의 아이폰탄생비화를 게재했다. 이 글을 읽어보면 블랙베리 창업자가 어떻게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는 점이 납득이 될 정도로 아이폰개발이 대단히 어려운 프로젝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읽은 몇군데 인상적인 부분을 인용한다. (카사봉님의 번역에서 그대로 인용)

2007년 1월 아이폰을 선보이기로 한 결정은 분명 도박이었다. 잡스는 새로운 종류의 휴대폰(애플이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종류였다)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그 휴대폰은 잘 작동하지도 않는 프로토타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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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정도로, 잡스는 이미 전화기 한 번 만들어 보라는 설득을 받아 왔었다. 전화기는 잡스의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 주제 중 하나였고, 애플이 아이포드를 만들었던 2001년부터 계속 제기돼 왔었다. 개념은 분명했다. 소비자들이 이메일과 사진, 음악용 기기로 하나를 원하지 두 세 개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였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잡스와 그의 경영팀이 그 아이디어를 자세하게 알아볼 때마다 전화기 제조는 자살에 가까웠다. 휴대폰용 칩과 속도는 너무나 느려서 인터넷이나 음악, 영상 다운로드를 휴대폰 통신망으로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메일 정도만 전화기에 붙일 만했지만 RIM의 블랙베리가 이미 그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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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애플의) 간부와 엔지니어들은 아이포드의 성공으로 한껏 고양돼 있었기 때문에 휴대폰 만들기는 조그마한 매킨토시 만들기와 비슷하리라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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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는 아이폰에 수정된 버전의 오에스텐(모든 맥에 탑재돼 있다)이 들어가기 바랬다. 그렇지만 아무도 오에스텐과 같은 거대한 프로그램을 휴대폰 칩에 올려 놓을 시도를 하지 않았었다. 오에스텐을 거의 1/10로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코드 수 백만 줄을 없애거나 다시 작성해야 했으며, 칩이 2006년에나 나왔기에 엔지니어들은 칩 속도와 배터리 수명을 시뮬레이션하여 작업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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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스텐을 줄이고 멀티터치 스크린을 제조하기란 혁신적이기는 해도 어려웠다. 적어도 기업으로서 애플이 당시 갖고 있던 기술로는 말이다. 오에스텐 디자인을 다시 생각해서 집어 넣어줄 회사는 애플 말고 없었다. 액정이야 모든 노트북과 아이포드에 LCD를 넣으니 LCD 업체들을 애플도 알고 있기는 했지만, 휴대폰은 완전히 다른 분야였다. 그리고 2006년 아이폰 작업을 하고 나서야, 애플은 자신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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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프로젝트는 너무나 복잡해서 애플 전체에 위협을 가할 때도 종종 있었다. 애플 내 수석 엔지니어들이 아이폰 프로젝트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다른 일의 시한을 늦춰야 할 때가 발생해서였다. 아이폰이 애플을 다 덜어내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애플은 당시 대규모적인 제품 발표를 아이폰 외에 갖고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이폰 프로젝트의 한 수석 간부에 따르면 아이폰이 실패할 경우, 애플의 수석 엔지니어들이 실패 때문에 좌절하여 애플을 떠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난관을 뚫고 애플의 엔지니어들을 지휘해 초인적인 독재자, 스티브 잡스는 2007년 1월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발표했다. 과연 이때 아이폰이 나오지 않았다면,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어내는데 결국 실패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폰을 쓰고 있을지 궁금하다. RIP. 스티브 잡스.

위 기사 내용은 사실 프레드 보겔스타인이란 와이어드 에디터가 곧 11월에 출간할 "Dogfight: How Apple and Google Went to War and Started a Revolution"에서 발췌한 내용인 듯 싶다. 기대되는 책이다.

위 기사 내용은 사실 프레드 보겔스타인이란 와이어드 에디터가 곧 11월에 출간할 “Dogfight: How Apple and Google Went to War and Started a Revolution”에서 발췌한 내용인 듯 싶다. 기대되는 책이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0월 5일 at 11:45 오전

스티브 잡스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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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캣멀, 존 라세터 등 픽사경영진과 함께 한 스티브 잡스.

에드 캣멀, 존 라세터 등 픽사경영진과 함께 한 스티브 잡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중 하나는 진정성이라고 한다. 진정성을 보여주는 리더는 부하들이 믿고 따라가게 만든다. 픽사출신인 박석원 성균관대교수의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기고글 “박석원교수, 픽사에서 7년간 일해보니”에서 스티브 잡스의 진정성을 느끼게 한 대목이 있어서 소개한다.

픽사에서 가장 나를 감동시킨 경험은 스티브 잡스가 디즈니와 합병한다는 소식을 발표한 2006년이었다. 사실 그때 직원들은 잡스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불과 한 달 전에 디즈니와 합병하는 건 루머일 뿐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우린 디즈니와 사이가 최악이어서 픽사가 디즈니에 소속되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잡스는 차분하게 이렇게 말했다.

“디즈니의 CEO(밥 아이거)는 제가 사적으로 만나보니 좋은 사람이에요. 디즈니는 지금 픽사의 배급사이죠. 그런데 만약 다른 배급사와 계약한다면 전과 같이 흥행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디즈니만 한 배급사가 없으니 말입니다. 특히 2004년 췌장암 진단 이후 건강이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픽사의 문화가 변할 것이란 염려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디즈니 최대 주주가 됩니다. 그러는 한 픽사의 문화는 안 바뀝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초상집 분위기는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잡스에게 감동한 것이다.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공개하면 부하들은 믿고 따르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잡스의 이야기에 직원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애플본사에서 픽사본사까지는 80km거리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운전하고 다녀오기에 만만치 않은 거리다. 건강이 좋지 않은 잡스로서는 두 회사를 동시에 경영한다는 것이 무리였으리라.

위 발언이 혹시 어디에 보도된 것이 없을까 열심히 검색해봤는데 픽사 내부 미팅에서 나온 말이라 그런지 찾을 수가 없었다. 대신 스티브 잡스가 육성으로 왜 디즈니가 픽사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MP3 파일이 있어서 소개한다. 링크 : Steve Jobs talks about why he thinks Disney is a good fit for Pixar. (MP3) 윗 발언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9월 24일 at 10:15 오후

스티브잡스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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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애플 자신에게 하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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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296오늘 아침에 뉴욕타임즈를 훑어보다가 위와 같은 애플의 전면광고를 만났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유난히 지난주의 키노트발표중에 많이 나왔던 문구다. 하지만 같이 실린 광고 카피를 읽어보니 이건 뭔가 애플이 고객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다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This is it.

This is what matters.

The experience of a product.

How it makes someone feel.

When you start by imagining

What that might be like,

You step back.

You think.


Who will this help?

Will it make life better?

Does this deserve to exist?

If you are busy making everything,

How can you perfect everything?


We don’t believe in coincidence.

Or dumb luck.

There are a thousand “no’s”

For every “yes.”


We spend a lot of time

On a few great things.

Until every idea we touch

Enhances each life it touches.


We’re engineers and artists.

Craftsmen and inventors.

We sign our work.

You may rarely look at it.

But you’ll always feel it.

This is our signature.

And it means everything.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이것은 마치 1997년에 나온 Here’s to the Crazy Ones이라는 유명한 애플의 광고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위에 나온 카피중 “모든 것을 다 만드느라 분주하다면 어떻게 또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만들겠는가?”라는 반문과 “Yes 하나에는 천번의 No가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스티브 잡스의 뛰어난 제품에 대한 “집중”에 대한 철학이 위 카피문구에 녹아있는 느낌이다.

참고글.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고 느낀 교훈, ‘포커스’

훌륭한 아이디어에 매일같이 No를 연발하는 회사-애플

이번 여름이 지나고 10월 5일이면 잡스 사후 2주기가 된다. 팀 쿡 선장이 이끄는 애플은 7백불까지 올랐던 주가가 4백불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외부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매출이나 이익 등 겉으로 보이는 성과는 아직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초인에 가까왔던 잡스가 이끌던 애플과 비교하면 뭔가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애플의 경영진에게는 유혹이 많을 수 있다. 그냥 눈 딱 감고 저가형 아이폰을 내놓는다든지, 화면이 큰 아이폰을 내놓는다든지, 최종완성도가 좀 떨어져도 애플 마크를 붙여서 TV를 내놓는다면 단기적인 매출성장이나 이익은 쉽게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팀 쿡은 그런 유혹을 많이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잡스가 쌓아올린 애플의 가치, 문화를 훼손하는 일일 것이다. 한번 그런 문화가 무너지면 애플은 더 이상 애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광고는 마치 애플이 애플 자신에게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가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이 들린다. 적어도 내게는…

Screen Shot 2013-06-16 at 11.21.31 PMScreen Shot 2013-06-16 at 11.21.50 PM

Written by estima7

2013년 6월 17일 at 12:12 오전

인사이드애플 역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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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번역한 ‘인사이드애플’을 출간하면서 책 서두에 실은 역자후기를 블로그에 공개합니다. 2월말부터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하면서 참 힘들어서 번역을 맡은 것을 후회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깔끔하게 만들어져서 나온 책을 보니 보람을 느낍니다. 언제 한번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애덤 라신스키에게 점심을 얻어먹기로 했습니다.^^

인사이드애플 한국어판 구매 교보문고링크, Yes24 링크, 인터파크링크 알라딘링크

1990년대 중반 모 신문의 IT담당 기자로 일할 당시 나는 컴퓨터광, 얼리어답터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사실 2003년까지 애플은 내 관심 밖에 있었다. 나도 이 책의 저자 애덤 라신스키(Adam Lashinsky)처럼 PC와 윈도우 운영체제의 신봉자였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세상은 윈도우PC가 지배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화국’인 한국은 물론, 2000년부터 2002년까지 UC버클리의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도 학교 컴퓨터와 대부분의 친구들이 갖고 있는 컴퓨터는 PC였다. 매킨토시를 쓰는 사람은 본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2001년 가을에 스티브잡스가 첫 아이팟을 발표한 사실조차 몰랐다. (그때는 9․11 테러가 일어난 직후라 무척 어수선하기도 했다.)

2003년 맥월드 키노트 당시의 스티브 잡스(출처 Flickr)

그러던 차에 2003년 1월, 우연찮게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년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인 ‘맥월드(Macworld)콘퍼런스’에 참석하게 됐다. 그리고 거기서 잡스의 키노트 발표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당시 애플과 매킨토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지만, 한 시간 남짓 펼쳐진 잡스의 키노트 발표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명확하고 강렬한 메시지,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혁신적이며 고객 입장에서 디자인된 제품들. 특히 “한 가지 더…One More Things…”라고 하면서 청중들에게 당시 새로이 출시한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 ‘키노트’를 공짜로 선물한 마지막의 깜짝쇼를 잊을 수가 없다. “의자 밑을 보라”는 잡스의 말을 듣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 의자 밑에 키노트 소프트웨어박스가 붙어 있었다. 그 순간 골수 애플 팬들이 대부분이었던 청중들은 크게 환호했다. 왜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하는지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정한 프레젠테이션의 마스터였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아이팟을 구입했고 다시 몇 년 뒤 맥북프로로 매킨토시에 입문했다. 2007년 6월 말에는 마침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던 주일에 뉴욕에 머물렀던 덕에 갓 나온 아이폰을 구입해 한국으로 가져와 사용해본 몇 안 되는 한국인이 됐다. 아이폰을 일찍 써본 덕분에 나는 세상의 변화를 다른 사람보다 몇 년 빨리 경험할 수 있게 됐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에서 첫 아이폰이 발매되고 약 2년 5개월 후에 아이폰이 출시됐다.)

그 뒤 2009년 보스턴의 라이코스 CEO로 부임하면서 나는 매년 아이폰, 아이패드를 신모델로 업그레이드하고 맥북에어를 사용하는 소위 ‘애플 팬’이 됐다. 그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해 높아진 관심이 나로 하여금 《iCon 스티브 잡스iCon Steve Jobs》,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의 자서전 《스티브 워즈니악iWoz》, 《픽사 이야기The Pixar Touch》,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Steve Jobs》 등 수많은 애플 관련 서적을 읽고 관련 뉴스를 좇으며 소위 ‘애플 전문가’가 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대부분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인물의 독특한 개인사나 괴팍한 성격, 천재성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정작 MBA가 가르치는 모든 경영 이론을 거스르고도 세계 최고의 회사로 우뚝 선 애플이라는 회사의 독특한 운영방식을 제대로 조명한 경우는 드물었다.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의 스티브 잡스 전기도 마찬가지다. 아이작슨의 책은 그가 잡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쓴 공식 전기다. 역시 대단히 훌륭하고 흥미진진한 책이지만 대체로 애플 간부와 잡스와 가까운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쓴, 잡스 중심의 책이다. 실제 애플이라는 회사의 문화는 무엇이고 직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며, 제품 개발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그 멋진 키노트 발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준비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라신스키의 이 책은 칭찬할 만하다. 이 책은 정말 실리콘밸리를 발로 뛰며 쓴 책이다. 베테랑 기자답게 그는 수십 명의 전․현직 애플 직원을 최고위층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그리고 애플과 함께 일했던 제휴회사 직원들까지 폭넓게 인터뷰해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허락 없이 회사 일을 외부에 전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애플의 문화에 비춰볼 때, 이 정도로 솔직한 인터뷰를 담은 것은 10여 년간 실리콘밸리에서 구축한 그의 인맥과 취재원들과 쌓은 깊은 신뢰관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 같은 폭넓은 인터뷰와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나름대로 애플이 어떤 회사인지를 훌륭하게 설명해낸다. 지난 2012년 3월에 샌프란시스코의 <포춘Fortune> 지국에서 그를 직접 만났을 때, 나는 애플이 어떤 회사인지 짧게 정리해 얘기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역시 그는 단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막힘없이 대답했다. (참고-애덤 라신스키 인터뷰)

“한마디로 말한다면, 애플은 규율이 제대로 서 있고(disciplined), 비즈니스에 밝으며(business like), 제품에 집중하는(product focused) 조직입니다. 단순함을 숭상하며 목표를 향해 매우 근면하게 일하는 조직이지요. 애플은 효율성이 높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조직입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좇기보다는 일단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얼마만큼 애플을 연구했고 그 내용이 머릿속에 얼마나 잘 정리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전부터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관련 뉴스나 기사를 빠짐없이 탐독하며 트위터와 블로그에 계속 글을 써왔다. 때문에 미국에서 《인사이드 애플》이라는 책이 나올 것이란 사실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한 인연으로 한국어판 출간 소식을 접하고는 이렇게 번역자로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문장을 곱씹어 읽어보고 또 저자와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것이 내게 많은 공부가 됐고 애플의 경영방식과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 책은 “애플이라는 회사는 어떻게 운영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풍부한 인터뷰에 근거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대거 등장한다. 완벽한 결혼식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새해 첫날 하와이로 로케를 떠난 애플 마케팅팀의 이야기나 잡스가 야후 제리 양에게 조언해준 이야기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소개되는 일화다. 또 어떤 프로젝트를 직접 책임지는 사람을 뜻하는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나 비밀스럽게 열리는 ‘톱 100’ 모임 등 이 책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애플만의 독특한 문화와 제도를 통해 우리는 애플이 어떻게 움직이고 경영이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무서우리만큼 디자인을 중시하는 문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는 문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하고 누구도 손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 훌륭한 아이디어에 ‘아니오’라고 외치는 문화 등을 통해 우리는 잡스가 애플에 주입한 DNA가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다.

라신스키는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애플을 살핀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을 ‘IT 저널리스트’가 아닌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라고 강조했다. 즉 이 책은 애플이 어떻게 기술 혁신을 이뤄내는지를 기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IT 관련 서적이 아니라 잡스와 애플의 경영진들이 어떻게 애플을 경영해왔는지를 조명하는 경영서적인 것이다. 라신스키는 이것이 바로 다른 책과의 차이점이라 강조했다.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는 팀 쿡의 리더십을 조명한 데 있다. 라신스키는 쿡의 스타일이 어떻게 잡스의 그것과 잘 조화를 이뤘는지 그리고 대조적이면서도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했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어떻게 이 조용한 남부 출신의 전직 IBM맨이 애플의 2인자로 부상해, 궁극적으로 전설적인 리더를 이어 CEO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잡스가 쿡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편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애플이 가진 패러독스에 대해 더 큰 놀라움을 느낌과 동시에 애플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수 있다. 투명경영, 권한이양, 지역거점분산형 경영, 정보공유 등을 강조하는 현대 경영학 이론을 애플은 모든 면에서 거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플이 이런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천재의 힘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럼 잡스는 애플을 자신이 떠난 다음에도 영속할 수 있는 위대한 기업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을까? 여기에는 그가 자신의 DNA를 애플에 심는 데 성공했을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라신스키는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룩한 지금의 번영을 앞으로 몇 년간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오늘의 영화로 이끈 그 독특한 애플의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고 기업의 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쿡이 잡스가 만들어낸 애플의 문화를 바꾸기보다는 숭상하고 더욱 잘 살려내는 스타일의 경영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애플은 과연 5년 후에도 지난 15년 동안 보여줬던 놀라운 혁신과 성장을 이어나가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애플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2년 4월 보스턴에서

임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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