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부자들, 이렇게 돈 번다
시사저널|
노진섭|
입력 2011.11.02 16:12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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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10억원대 자산으로는 부자 축에도 들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100억원 정도는 있어야 부호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100억원대 부자들은 과연 누구이며, 어떻게 재산을 불리고, 어떤 생활을 할까. < 시사저널 > 은 그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자산관리업체 알에셋과 함께 국내 100억원대 자산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00억원대 갑부 10명 중 7명은 사업과 투자를 통해서 부를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부자'라고 하면 '백만장자'라는 말이 떠오른다.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자산 총액이 100만 달러(10억원)를 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현재, 10억원으로는 부자 축에 끼지 못한다. 금융가에서는 부동산과 현금을 합쳐 100억원 정도는 되어야 부자라고 본다. 자산관리업체 알에셋의 김민수 대표는 "총자산 1천억원대 자산가들이 말하는 부자의 기준은 최소 100억원 이상이다. 부자들의 한 달 생활비가 1천만~2천만원인데, 이 정도를 감당하려면 100억원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100억원 자산가는 국내 인구에 대비해 상위 1%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부자에도 유형이 있다. 과거에는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부자가 많았다면 1990년대 이후부터는 스스로 부를 축적한 부류가 늘어나고 있다. 100억원 이상 자산가 중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번 사람은 65%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부자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들이 부를 축적한 방법은 많은 사람에게 관심거리이다. 또 사업가에게 이들의 움직임은 큰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 시사저널 > 은 자산관리업체 알에셋과 함께 100억원대 자산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한 달 생활비는 1천만~2천만원





한 증권사가 언론사와 공동으로 개최한 '돈 크는 재미, 자산 디자인' 설명회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뉴스뱅크

100억원대 자산가 100명 가운데 38명은 사업, 35명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테크에 투자해 돈을 번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부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사업과 투자를 통해 부를 쌓은 셈이다. 부모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은 사람은 100명 중 15명에 불과했다. 한 달 생활비가 1천만~1천5백만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42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1천5백만~2천만원(35명)이다. 100억원대 부자의 한 달 생활비는 대개 1천만~2천만원인 셈이다. 이 중에서 35%는 자녀 교육비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뿐만 아니라 대학원, 외국 유학까지 충분히 교육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금융 상품에 지출하는 비중은 10%로 적지만, 자신의 건강 관리(18%) 등에 지출이 많았다.

자녀 교육 중에서 특히 경제 교육을 따로 한다. 각종 재테크 세미나에 자녀를 동반하거나 경제 신문과 잡지를 구독해 자녀가 돈의 흐름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 10명 중 6명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녀가 간접적으로 투자를 경험한 이후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자수성가형 부자는 자신들이 바닥부터 고생하며 돈을 벌었기 때문에 자녀에게 부를 물려주기보다는 스스로 자립하도록 돕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것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꼽은 사람이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산을 물려주겠다는 사람은 11명에 그쳤다.

"2012년 유망 투자처, 강북 용산과 마포"





사회 초년생인 20~30대에게 적당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를 권하는 사람이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보다 단기 수익률이 다소 높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로서 큰 투자를 할 수 없으므로 소득이 생길 때마다 주식 상품에 투자해 목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후 10억원 정도가 준비되면 부동산 투자로 확대하는 편이 안전하게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일반인이 부동산에 투자할 때에 몇 가지 고려할 점도 엿볼 수 있다. 일반인은 수익성을 먼저 따지지만 부자 100명 중 35명은 개발 호재가 있는지를 우선 살핀다. 개발 호재 지역의 부동산은 불경기라도 비교적 타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을 찾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이 필요한 만큼 부동산 전문가, 공기관의 사업 계획, 현장 조사 등에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2012년 유망한 부동산 투자 지역으로는 서울 강남 지역을 꼽은 사람이 2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강북 지역(18명), 세종시 등 충청권(16명) 순이었다. 부자들은 경험을 통해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도 서울 강남 지역의 부동산 시세는 폭락할 정도가 아니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북 지역에서는 특히 용산과 마포를 지목했다. 용산과 마포는 강북 지역의 강남과 서초로 불린다고 한다. 한강변인 데다 최근 신규 대형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역세권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산과 판교에 대한 기대감은 낮게 나타났다. 일산의 부동산은 20년이 되어 투자 물건으로서 매력이 떨어졌고, 판교는 기대 가격(평당 약 2천만원)에 미치지 않는 부동산 가격이 형성된 탓이다.

내년에 투자 가치가 높을 것 같은 부동산으로는 상가 빌딩을 꼽은 사람이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상가 빌딩은, 4~5층 정도로 1층에 상가가 있고 나머지 층에는 사무실이 있는 소형 빌딩을 말한다. 상가 빌딩은 매월 정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빌딩 자체의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가격 기복이 아파트나 오피스텔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아파트에 투자할 사람에게는 40평 미만의 중·소형 아파트를 추천한 사람이 100명 중 88명이었다. 환금성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 대형 아파트보다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한다는 판단이다. 또 불경기에 대형 아파트 투자는 그 자체로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부자들은 내년에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보다 주식과 펀드를 꼽았다. 부자들의 자산 중에서 부동산과 주식, 펀드 비율은 70 대 30 정도이지만, 실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 투자처로는 부동산보다 주식과 펀드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유럽발 경제 위기와 미국의 더블딥이 변수이지만, 내년부터 국내외 경기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 부자들이 전체의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 상가 빌딩 선호하는 경향은 변함없다"
자산관리업체 알에셋 김민수 대표 인터뷰





과거와 달라진 자산가들의 성향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녀에게 직접 고기를 주기보다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져 보인다. 과거에는 자녀에게 부를 물려주려는 성향이 짙었지만, 요즘은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자녀 교육에 열정을 쏟는 것 같다. 또 과거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던 부자가 사망하면서 그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사업을 통해 돈을 번 사람이 1990년대 이후 늘어나고 있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은 어떤가?

자녀에게 부를 물려줄 때에도 나름으로 작전을 쓴다. 병원에 입원해서 자녀와 사위, 며느리의 반응을 지켜본다. 과거처럼 아들에게 나눠주기보다는 자신에게 관심을 둔 후세를 찾겠다는 것이다. 또 상속보다는 증여에 관심이 많아 절세하는 방법을 찾는 부자들이 꽤 많아졌다.

변하지 않는 성향은 무엇인가?

투자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즉, 부동산 특히 상가 빌딩을 선호하는 경향은 몇 년 전부터 꾸준하다. 투자처로 서울 강남 지역을 꼽는 점도 그대로이다. 강남은 경기 불황을 극복하는 능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을 과거 사례에서 경험한 것이다.

부자가 된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무엇인가?

부자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이들은 눈여겨본다. 부정적인 현실을 기회로 포착하는 동물적 감각이 발동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 부동산이 바닥을 쳤을 때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펀드가 반 토막 날 때에도 부자들은 오히려 부동산을 구입하고 주식에 투자했다.

동물적 감각이란 무엇인가?

아무나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세 가지 있다. 투자할 돈이 없거나, 투자 가치를 판단하지 못하거나, 리스크(위험)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부자는 이를 위해 준비를 한다. 경제 뉴스를 꼼꼼히 챙기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자산 관리 세미나에 참석한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면 이른바 내공이 쌓여서 투자 여부 판단을 비교적 쉽게 내린다. 다만 투자할 때 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보다 분산 투자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은 모든 부자의 공통점이다.

2백억원대 자산가 김 아무개씨 인터뷰
"돈의 흐름 잘 읽어야 부자 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2백14㎡(65평)짜리 고급 아파트에 사는 김상훈씨(가명·52)는 전형적인 사업 성공형 자산가이다. 젊은 시절에 무역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이후에 직접 무역업체를 차린 후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상가 빌딩을, 잠실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월 수입과 지출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자산이 얼마나 있나?

부동산 1백50억원, 금융 자산 30억원, 현금 5억원, 기타 자산 10억원 정도이다. 모두 약 2백억원쯤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돈을 모았나?

다른 사람보다 늦은 40대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두었다. 무역업을 하면서 약간의 제조업도 하는데, 돈이 생길 때마다 아파트를 샀다. 1990년대 분당 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를 평당 2백만원에 3채를 산 것이 첫 출발이었다. 투자 수익률이 3백% 이상 되면서 종잣돈이 모였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재건축 아파트에 눈을 돌렸다. 2000년대 초반에 서울 강남과 송파 지역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했다. 한때 아파트가 10채까지 불어났다. 그중에 5채를 팔아 상가빌딩을 샀고, 지금은 5채가 남아 있다. 2006년부터는 주식에 투자하고 생긴 차익으로 땅을 사기 시작했다.

앞으로 주식이 유망 투자 상품이 될 것 같은가?

그렇지는 않다.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이 안전 자산이다. 지금도 현금과 펀드 환매금을 합쳐 상가 빌딩을 하나 더 구매할 계획이다. 상가 빌딩은 매월 수익과 건물 자체의 시세도 생기는 투자 상품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부자도 노력해야 될 수 있다. 일할 때 부지런 떨고, 돈 절약하고, 절약한 돈을 투자할 줄 알아야 한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꾸준히 정보를 수집하고 재테크 전문가들의 강의를 많이 듣는 것이 최우선이다. 돈의 흐름을 읽어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

돈은 행복을 준다. 그러나 너무 욕심내면 불행이 온다고 생각한다. 나도 바이오벤처 기업에 10억원을 사기당하기도 했고,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힘들었던 때도 있다. 이로 인해 돈을 버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기부도 좀 하고 있다. 강남구청을 통해 소년·소녀 가장에게 매월 3백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인생의 좌우명이 있는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야 진정한 인생을 맛볼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라. 이 두 가지를 늘 염두에 두고 산다.

노진섭 / n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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