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금연대책으로 담뱃값 인상안을 내놨으나 서민 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11일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포함한 종합 금연대책을 보고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1월 1일부터 담배 가격 2000원 인상을 추진하고 담뱃값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2020년 성인 남성 흡연율 목표 29%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담배 1갑당 가격(2500원)에는 유통마진 및 제조원가 950원(39%)과 함께 담배소비세 641원(25.6%),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14.2%), 지방교육세 320원(12.8%), 부가가치세 227원(9.1%), 폐기물 부담금 7원(0.3%)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담뱃값이 1갑당 4500원으로 인상되면, 유통마진 및 제조원가 1182원(26.3%), 담배소비세 1007원(22.4%), 국민건강증진기금 841원(18.7%), 지방교육세 443원(9.8%), 개별소비세 594원(신규, 13.2%), 부가가치세 433원(9.6%)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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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안 대로라면 담뱃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61%에서 74%로 증가한다. 문제는 담배 1갑에 부과되는 세금 구성이다. 담뱃값에서 금연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 귀속되는 세금은 국민건강증진기금 뿐이다. 그 중에서도 금연정책에 사용되는 비율은 1% 미만이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지난해 담뱃값을 통해 조성된 건강증진기금 1조9000억 원은 건강보험 재정 충당(약 1조 원)과 보건산업 육성(2300억 원) 등 금연정책과 상관없는 곳에 사용됐다”며 “정작 금연정책에는 기금의 0.4%인 89억 원만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금연 대책 허구성을 지적한 것이다.

지방교육세와 담배소비세 등은 안전행정부 소관인 지방세로 흡수된다. 2012년 안전행정부가 거둬들인 담배소비세는 2조8812억 원, 지방교육세는 이의 절반인 1조4400억 원 가량이다. 부가가치세는 2012년 기준 1조200억 원 가량이 발생해 중앙정부에 귀속됐다. 모두 금연정책과 상관없는 쪽으로 사용됐다.

특히 이번 담뱃값 인상안에 신설된 개별소비세와 관련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개별소비세는 사치성이거나 소비 억제가 필요한 품목, 예를 들면 골프채, 고가 브랜드 가방 등에 부가되는 세금이다.

일반적으로 개별소비세는 부가가치세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또 개별소비세는 국세에 포함된다. 조세로 충당해야할 세금을 담배에서 걷겠다는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담뱃값 인상은 저소득층 주머니를 털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늘리는 역진적 조세 정책”이라며 “애초 증세 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건강증진 차원이라고 쓰고 증세라고 읽는다”고 비판했다.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부가 겉으로는 국민건강 증진 명분을 내세웠지만 명백한 증세일 뿐”이라며 “증세는 담세력 있는 고소득자, 재벌대기업을 중심으로 누진체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원준 새정치연합 정책위원(복지)은 “금연 효과가 확실한 가격이 8000원 이상이라는 것을 아는 정부가 4500원 선에서 가격을 결정한 것은 흡연자가 줄어도 세금을 추가로 2조8000억 원 가량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애당초 정부 목적은 흡연율 제고보다는 소비 세수 증대에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