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그들의 수첩엔 리더십과 중국이…
- 기사
- 100자평(1)
입력 : 2014.06.23 02:55
[수요일 아침 8시, 삼성 사장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총 159회 사장단 강연 분석]
-회장이 아파도, 월드컵이 열려도 진행
K팝·야구·사주팔자 강연도 들어
김상조 교수 등 비판론자도 초청… 강연료 최대 500만원으로 알려져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열린 수요(水曜)사장단 회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해 있었지만, 회의에 강연자로 나온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예정대로 '한국의 미래와 미국'을 주제로 강연했다.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표팀 첫 경기인 러시아전이 열렸던 이달 18일 오전에도 삼성사장단 회의는 그대로 진행됐다.삼성은 매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수요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미래전략실 팀장을 포함한 40여명이 고정 멤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가끔 참석한다. 고(故) 이병철 회장 때 시작된 이 회의는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계열사 간 협업 전략을 짜는 게 주목적이었다. 2008년부터는 회의 전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게 추가됐다. 이건희 회장이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그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 직접 강의를 듣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며 지시한 것이 발단이다.
한국 재계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몸값이 비싼 삼성그룹 사장단(社長團) 회의에서 누가 어떤 내용으로 강연하느냐는 중요 관심사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수요 사장단 강연 주제를 보면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계의 관심과 지향점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2011년부터 지난주까지의 삼성 사장단 강연 159회를 분석한 이유다.
◇최고 관심사는 '리더십'
강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주제는 '리더십'이었다. '조선시대 리더십(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사서(四書)에 나타난 리더십(이경묵·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한비자의 리더십(김원중·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등 역사를 통해 리더십을 깨우치는 강연이 많았다.
올 1월엔 김영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장자의 '사마귀 우화'를 예로 들어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에 대해 강연했다. 사마귀 우화는 장자가 나무에 앉은 까치를 활로 쏘려는데, 까치는 사마귀를 잡느라 정신이 팔려 자신이 죽을 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삼성 관계자는 "아무래도 참석자들이 수만명의 임직원들을 지휘하는 최고경영자이다 보니 리더십이 가장 각광받는 강연 테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통' 테마 인기
국가별로는 중국(8번)이 가장 많이 등장했고 일본(7번)과 북한(4번)이 그다음이었다. 전환기 중국과 한국(정덕구·NEAR재단 이사장)', '중국 제5세대 지도부의 등장과 정책 전망(조용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중국 전문가 육성과 계열사 CEO들의 중국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이자고 강조한 뒤 중국 관련 강연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올 2월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을 초빙해 '최근 북한의 정세 변화와 전망'에 대한 강연을 한 것은 불안정한 북한 내부 사정을 제대로 알고 접근하자는 취지로 알려졌다.
'넷세대의 이해(함인희·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소통의 리더십(김주환·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등처럼 청년 인재 유치와 삼성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젊은이들의 감성코드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강연도 늘고 있다.
◇反삼성 시각도 소개
삼성에 비판적인 인사들도 최근 수요사장단 회의 강연자로 나왔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경제민주화와 삼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삼성이 뛰어난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평가와 비판이 공존하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은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사장단 회의는 신년하례회가 있는 1월 첫째 주와 명절 등 휴일과 겹치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주 열린다. 강연료는 강사마다 다른데, 강연 시장에서는 ‘최대 500만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교육컨설팅 기업 에듀온 관계자는 “강연료에 관계없이 강사들은 삼성 사장단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중요 경력으로 인정받고, 강연 후 몸값이 몇 배씩 뛰기 때문에 너도나도 강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높은 통찰력과 전문성을 지닌 연사들의 강의는 경영에 매우 유익하다”며 “삼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어우러질 때 진짜 효과가 배가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비슈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다단계시장을 보며 느낀 짧은 소견 (2) | 2014.07.01 |
---|---|
[CEO 인터뷰] 보스턴컨설팅그룹 뷔르크너 (0) | 2014.06.29 |
中 위안화 - 英 파운드화 직거래 시작, 한국도 10월부터 위안화 직거래 개시 (0) | 2014.06.27 |
노자가 말하는 최고의 리더십 (0) | 2014.06.25 |
리더형 인간과 참모형 인간 (0) | 2014.06.25 |
노자의 조용한 리더십 (0) | 2014.06.25 |
[Insight] 사람들의 관심을 연결하면 창조에너지가 폭발 (0) | 2014.06.24 |
[지식발전소] 미래 이끌 10대 신기술 [뉴로 마케팅] (0) | 2014.06.24 |
브랜드 마케팅 - 인텔 인사이드 (0) | 2014.06.24 |
노이즈 마케팅 - 시끄러움이 곧 돈이다 (0) | 2014.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