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의도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2/
"제가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이었나요? 하하."
KOC 분리 논쟁,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방한 불발, 내년 대한체육회장 선거 등을 둘러싸고 갖은 설들이 난무하는 체육계, '카더라'의 끝엔 어김없이 '안민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따라나온다.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와 KOC 분리 뒤엔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이 있다" "안민석 의원이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특정인을 밀고 있다"는 식이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920호에서 마주한 안 의원에게 '팩트체크'를 하자마자 "제가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이었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평생 체육개혁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다. 1970~1980년대 성적지상주의 논리로 스포츠 기득권을 지켜야 하는 사람, 기득권에 공생하는 언론인, 학자, 체육인 등등 혁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퍼뜨린다. 10년 전 학교체육진흥법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똑같이 스포츠 혁신을 반대하고 있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인 안민석을 공격해 혁신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 전 서가에서 학교체육의 바이블이라 할 존 레이티 교수의 '운동화 신은 뇌'와 스포츠 혁신 위원회의 권고안을 묶어낸 책을 꺼내들고 포즈를 취했다. 여의도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2/
2032년 서울-평양공동올림픽, 2045년 남북통일의 비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82학번, 중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스포츠 사회학자 출신 안 의원은 지역구 경기도 오산시에서 5선 의원으로 21대 국회에 재입성했다. 19대 국회에선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이끌었고, 20대 국회에선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일했으며, 21대 국회에선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체육에 관심이 많으신데 왜 외통위로 가셨느냐"는 질문에 안 의원은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때문"이라고 즉답했다.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아이디어는 내가 낸 것이다. 남북공동올림픽의 전제는 비핵화다.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가 이뤄진다면, 유치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단언했다. "첫째,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다. 둘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의지를 갖고 보름 전쯤 바흐 위원장과도 만났다. 삼성은 2028년까지 IOC에 1조5000억원을 후원하는 톱 스폰서다. 셋째, 분단국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은 올림픽정신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바흐 위원장도 남북공동올림픽의 취지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림픽을 열게 되면 바흐 위원장이 평화특사 자격으로 남북을 오가며 노벨평화상 후보 반열에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의원은 스포츠를 통한 남북통일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내년부터 남북이 공동유치 활동을 시작하면, 2022~2023년 유치 결정이 날 수 있다. 내년 외통위원들을 중심으로 서울-평양공동올림픽 촉구 결의안을 추진할 것이다. 2032년 올림픽을 통해 남북의 정신적, 문화적 통일이 이뤄지고 해방 100년 되는 2045년 정치적 통일이 이뤄질 것이다. 문체부, 외교부, 통일부 장관과 이 로드맵을 공유했다."
KOC 분리 거부는 플라자 합의 어긴 '먹튀'
최근 체육계에 가장 뜨거운 이슈인 KOC 분리 이야기가 나오자 안 의원은 테이블 한켠에서 2014년 11월 6일 '플라자호텔 합의문'을 꺼내보였다. 당시 김 종 문체부 차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장, 안 의원이 양 체육회 통합에 합의하고 서명한 내용이다. 'KOC 분리 여부는 19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별도의 조항이 불씨를 남겼다. 19, 20대를 지나 21대 국회까지 첨예한 쟁점이다. '그때 왜 KOC 분리까지 한꺼번에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안 의원은 "당시에도 정부는 KOC 분리를 원했는데, 대한체육회의 반발이 심했다. 통합 자체가 합의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종의 양보와 타협, 순차적 통합을 모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KOC를 분리하자는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KOC 분리를 못하겠다는 것은 생활체육회만 삼키고 '먹튀'하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후 진정성 있는 자세로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스포츠맨십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분리가 절대적인 선이라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분리를 결사항쟁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약속을 깨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KOC가 분리될 경우 가장 큰 쟁점은 예산, 인력이 수반되는 '업무 분장'이다. 즉, 올림픽에 나설 엘리트 선수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을 대한체육회와 KOC 중 어디서 담당하느냐의 문제다. 안 의원은 "KOC는 스포츠 외교 에 전념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스포츠 외교 전문가가 있는가. 전문가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없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만 해도 40명의 스포츠 외교 전문가들이 있다. 대한체육회 국제체육과는 순환보직이다. 구조적으로 전문가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엘리트 양성은 대한체육회가 하고, KOC는 대한체육회가 양성한 선수를 KOC는 파견하는 것이다. 국제적 업무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문체부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두 달 전 '정부의 방침은 KOC 분리니 분리 후 이 회장이 KOC위원장을 하고 대한체육회 회장은 선출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회장이 거부했다. 그 후 IOC에서 KOC 분리를 우려하는 레터가 왔다. IOC 공문 기획에 대해 청와대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는 필요할 때는 정부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인 NOC이고 예산 받을 때는 대한체육회다. 4000억원 정부 예산을 받는 한 관리감독도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의도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2/
문재인 정부의 체육정책, 스포츠 혁신에 대한 평가
안 의원은 "빙상계 성폭력 의혹 사건, 고 최숙현 사건 등은 인권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정말 뼈아픈 일"이라고 돌아봤다. "20세기는 인권보다 메달이 우선적인 가치였지만 21세기는 메달보다 인권이 소중한 가치다. 대통령께서도 메달보다 인권이 우선인 시대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 이것이 스포츠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가 내놓은 8차례 권고안은 이 시대정신을 담아낸 스포츠 혁신의 바이블이다. 스포츠 인권과 학습권이 핵심가치"라면서 "이 혁신안에 반대하는 것은 메달을 위해 반인권과 폭력을 용인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측근 인사설로 논란이 된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의 영입 과정도 소상히 설명했다. "조국 찬스로 낙하산 임명됐다는 것은 가짜뉴스다. 동료 언론인이 추천을 했고, 본인은 고사했는데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이 삼고초려 끝에 모신 인권 전문가"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제 선수들 스스로 훈련하고 공부하면서 운동하면서 대학도 가고, 미국 일본처럼 의사, 변호사가 나올 수 있는 스포츠 선진국이 돼야 한다. 당장은 힘들어도 일단 시작은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2010년부터 추구해온 '공부하는 선수' 정책과 학습권이 현장에 정착되는 데는 역설적이게도 정유라가 큰 기여를 했다. 중고,대학교에서 학생선수들의 학사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정유라가 개혁을 10년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의도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2/
차기 대한체육회장은 스포츠 혁신 주도,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이
내년 1월 18일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기흥 회장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강신욱 단국대 교수, 장영달 전 의원.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유준상, 이동섭, 문대성 전 의원 등의 출마설이 무성하다. 이중 한 후보는 안 의원이 미는 후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안 의원은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는다. 스포츠 혁신의 뜻을 함께하는 분이라면 누구든 지지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선거는 혁신과 반혁신의 총성없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 안 의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차기 대한체육회장의 조건을 언급했다. "첫째, 스포츠 혁신을 통해 스포츠 선진국을 이룰 분, 둘째, 정부와 잘 협력하고 소통해 체육발전을 이룰 분이어야 한다. 체육회는 정부의 정책을 따라야 하고 정부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연예산 4000억을 정부 지원에 의존해 운영하는 정부산하 단체다. 지금처럼 체육회가 정부와 갈등 관계인 적은 유사 이래 처음이다. 대한체육회가 정부에 반기를 드는 것은 국가 기강의 문제다. 지금같은 혼란과 무질서를 원하는 체육인들은 없다. 정부와 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셋째, 통합체육회의 취지를 잘 이해해 학교-생활-엘리트 체육 상생발전을 이룰 분이어야 한다. 든든한 풀뿌리 체육의 토대 위에 엘리트 체육을 꽃피워야 한다. 넷째, 대한체육회와 지방체육회의 수직적 상명하복 관계가 아닌 수평적이고 협력적 관계를 실천할 분이어야 한다. 내가 21대 국회에서 최우선으로 대표발의한 '지방체육법인화법'이 이번 정기 국회에 통과되면 지방체육의 재정적 안정이 가능해질 것이고, 체육의 중심축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체육청? 그 이상의 '체육부'가 필요하다
학교체육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안 의원은 코로나 시대 교육부, 문체부 등 정부에 체육전문가가 부족하고, 스포츠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체육 전문 거버넌스인 '체육청'의 필요성을 묻자 안 의원은 "체육청으로는 안된다. 국민건강시대와 남북공동올림픽을 위해 그보다 격상된 '체육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차기 대선때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으로 제안하여 관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1988 서울올림픽을 위해 체육부를 만든 전례가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체육청으로는 시대적 요구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체육부는 교육부의 학교체육 업무를 포함해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전반을 체육부가 관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학교체육을 교육부가, 생활-엘리트체육은 문체부가 하는 단절된 행정체계는 비효율적이다. 체육부를 통해 체육인재들을 적극 등용하고 활용하는 한편 지도자들의 신분 안정 문제도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의 끝, 안 의원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고 했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체육단체를 체육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각 종목 회장을 체육인들이 맡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했다."협회장으로 활동했던 주원홍 감독(테니스), 방 열 감독(농구), 유승민 IOC위원(탁구) 등이 좋은 모델이다. 체육인 중에서 적임자가 나오도록 체육인 스스로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 부족하더라도 체육단체는 체육인들이 맡아야 하고 기업인, 정치인들은 도와주는 역할이 바람직하다. 체육단체는 체육인에게, 체육계의 '파사현정(사악함을 깨고 바른 도리를 드러냄)을 기대한다." 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직권남용 혐의 검사 4명 수사 종결 37개 단체, 지난해 12월 고발…경찰 "혐의 성립 어렵다" 1·2차 검찰 수사기록 등 '핵심 자료'는 미확보 피해여성 측 "당시 수사 잘못됐다고 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을 받는 검사들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직권남용 혐의와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된 검사 4명을 지난달 29일 불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3년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동영상으로 촉발된 '별장 성폭력' 의혹을 두 차례에 걸쳐 수사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번번이 꺾고 김 전 차관에게 두 번 모두 불기소 처분(혐의없음)을 내리면서,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 '김학의 사건' 1·2차 수사 검사들, 직권남용 혐의 피고발
한국여성의전화 등 37개 단체는 지난해 12월 김 전 차관 사건의 1·2차 수사 검사 및 불기소 처분 검사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7월에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경찰청 지수대에 배당됐다.
단체들은 고발장에 "경찰에서 성폭력 피해 진술이 됐음에도 피해 여성 3명에 대해 검찰은 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미 조사된 범죄 혐의 중 경찰에서 송치된 죄명에 국한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면서 무혐의 처리를 한 것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촉구했으나, (검찰) 조사단이나 특별수사단 그 누구도 이를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들은 특히 "경찰 수사 후 사건 송치 처리상의 문제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외압을 가했는지 여부를 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시 검찰 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피해여성 A씨 측은 "2013년 경찰 조사에서 피해 내용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담당 검사가 A씨의 피해 진술을 다시 듣기보다는 사소한 세부 내용의 차이를 트집 잡는 방식으로, 피고인의 변호인이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하는 신문 방식으로 일관된 조사가 이뤄졌음이 피해자 진술조서의 기재 내용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경찰 조사 과정에서의 신문 및 진술의 흐름과 달리,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이후 피해자 조사 전에 피해자에게 가족의 형사처분 사실을 언급하면서 피해자 집안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 피해자가 위축된 상태에서 진술하도록 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성폭력 범죄 전담 검사가 조사하도록 조치하지 않은 점 △조사 당시 신뢰관계자 동석을 금지한 것 △검사가 한 말이 피해자의 답변으로 돼 있는 등 조서 내용이 잘못 기재돼 있는 점 등을 문제로 언급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경찰, 10개월여 수사 끝에 "혐의 성립 어렵다" 결론
10개월가량 수사를 이어 온 경찰은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최종 판단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누군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적용된다.
경찰은 지난해 3번째 수사에 나선 대검찰청 특별수사단이 '수사 외압' 의혹 전반을 조사했지만, 검사들이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사실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경찰 조사에서 앞선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을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강제수사 카드는 꺼내 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일부 자료를 검찰로부터 임의제출 받았지만, 1·2차 수사일지 등 핵심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련 자료 제출 등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변호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013년과 2014년 검찰 조사 당시 녹화한 영상을 A씨의 검찰 조서와 대조해보기 위해 지난 3월 검찰에 영상 제공을 요청했으나, 검찰이 여러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며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별장 성폭력' 의혹은 지난 2013년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접대 등 향응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검찰 수사가 있었으나,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며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은 2013년 공개된 영상을 바탕으로 인지수사에 착수했고,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송치했다. 당시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통신·체포·압수·금융영장을 모두 8차례 기각했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김 전 차관에게 불기소 처분(혐의없음)을 내렸다.
이듬해 여성이 김 전 차관을 재차 고소했지만, 검찰은 소환 조사 없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을 3차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단은 2006~2008년 윤씨에게 1억 3천만 원 상당의 뇌물과 13차례에 걸친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금품수수의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판결문에 "2007년 11월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촬영된 '성접대 사진' 속 남성은 김 전 차관일 수밖에 없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검찰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0~2011년 건설업자 최모씨에게 43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김 전 차관이 2006~2008년 윤씨에게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씨에게 1억 3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다.
◇ "당시 검찰 수사 행태, '수사권한 남용'과 같다"
앞서 A씨의 변호인단은 "당시 검찰의 수사 행태는 일종의 수사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성접대' 프레임으로만 이 사건을 바라보고 김학의의 죄를 덮기 위해 피해 여성들의 진술은 허위로 만들고, 피해자들 서로의 진술을 이용해 탄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배척하는 방식으로 주요 가해자 중 한 명인 검찰 출신의 김학의에게 면죄부를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고 했다.
김 전 차관과 윤씨가 지난해 5월 기소된 것을 두고는 "김학의는 '성범죄'가 아닌 '뇌물'로 기소됐다. 2013년, 2014년 당시 수사는 잘못됐다고 했지만, 그 사건 관련자 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A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등 혐의로 재고소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어로 벌떼다. 하지만 군사 분야에선 다르게 쓰인다. ‘자살 폭탄 드론(자폭 드론)’을 뜻한다. 목표물을 향해 벌떼처럼 무더기로 날아가 타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떼를 지어 날아간다고 '군집 드론'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국어로 ‘펑췬 무인기(蜂群無人機)’ , 영어로 '드론 스웜(Drone Swarm)'이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펑췬, 이 단어가 최근 화제가 됐다. 지난달 중국에서 흘러나온 한 영상 때문이다. 출처는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다. 영상을 보면 장갑차 뒤편에서 문이 열린다. 한 비행체가 발사된다. 미사일인 줄 알았던 물체는 곧바로 날개를 펼쳐 날아간다. 드론이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발사된 곳을 보니 방사포처럼 여러 개의 발사구가 있다. 총 48개다. 한 번에 40여 발의 자폭 드론을 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꺼번에 발사된다면 말 그대로 벌떼가 날아가는 장면이 될 것이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CETC는 자폭 드론이 헬리콥터에서 나와 날아가는 장면도 공개했다. 공중 폭격으로도 자폭 드론 공격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동영상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를 비롯한 SNS에 공개됐다.
CH-910. [진르터우탸오 캡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CETC와 중국 인민해방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영상에 공개된 드론은 CH-901란 이름을 갖고 있다. 길이는 1.2m, 무게는 9㎏에 불과하다. 공중에선 최대 2시간까지 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시속 150㎞까지 낼 수 있다.
미국의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인 워존은 “이번 실험은 지난 9월 CETC의 자회사 전자과학연구원(CAEIT)이 진행한 것으로 CAEIT는 이미 2017년 10월 200개의 드론으로 벌떼 공격 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자폭 드론은 가성비가 최고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고도의 추적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더라도 원격 조정을 통해 공격 지점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값싸고 가벼운 ‘순항미사일’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일반 미사일보다 뛰어난 점도 있다. 발사돼도 일정 기간 배회(loitering)할 수 있어 적군의 요격을 피하거나, 타격 시점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자살폭탄 드론이 제작됐지만, 기존 상업용 무인기에 수류탄 크기의 소형 탄두를 장착하는 방식 정도였다. 미사일 형태로 재빨리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러시아 등도 미사일 형태의 자살폭탄 드론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자폭 드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지난 2017년 대만 군부대를 찾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AFP]
대만과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최고조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중국이 대만에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대만도 중국 못지않게 자폭 드론 개발에 힘써왔다. 병력과 군사 물량에서 열세인 대만으로선 비용이 덜 들면서도 정확한 타격이 가능한 자폭 드론이 매우 필요하다.
지난해 8월 공개된 대만의 자폭 드론 지앤샹.[아시안밀리터리리뷰 캡처]
지난해 8월 열린 대만우주항공 방산기술전시회에서 대만은 자살폭탄 드론 지앤샹(劍翔)을 내놨다. 비행속도는 시속 180㎞로 중국의 CH-901보다 빠르다. 아시아타임스는 “대만이 개발하는 자폭 드론의 주요 목표물 중 하나는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S-400 미사일 시스템”이라며 “이 드론은 중국 남동부 해안 레이더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폭 드론’엔 결정적 약점이 있다.
[사진 셔터스톡]
통신 시스템이다. 원격으로 조정되는 만큼 통신 시스템이 망가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기가 될 수 있다.
CH-910. [진르터우탸오 캡처]
자폭 드론을 만든 CETC가 중국에서 반도체와 레이더 기술을 만드는 기업인 것도 이 때문이다. CETC는 군용 데이터시스템, 데이터 장비, 통신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만들고 있다. CETC 관계자는 SCMP에 “(자폭 드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통신 시스템과 통신 시스템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라며 “인공 지능이 너무 느리게 반응하는 현상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9일,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17년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 8천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확정했다. '다스는 누구 것인가'에 대해 대법원이 '이씨의 것'이라고 공식 확인해 준 것이다.
대법원판결이 나오자 이씨 측은 정치 보복이라면서 밝히고, 언론에선 대법원 확정판결 나오자마자 사면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번 대법원판결을 분석하고자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를 지난 1일 전화로 만나 보았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다스는 MB 것
▲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씨가 탄 차량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동부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대법원이 지난 10월 29일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씨에게 징역 17년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8천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이제라도 판결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번에 다스 관련된 내용만 판단이 되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자원외교가 됐든 4대강이 됐든 여러 의혹이 적극적으로 밝혀지고 나아가 이명박씨가 빼돌린 재산들 다 환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판결에서 삼성이 중요하게 언급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삼성은 이제까지 박근혜씨 관련해서만 계속 언급되었는데 이명박씨에게도 적극적으로 뇌물을 주고 나쁜 일을 했다는 게 확인됐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급 안 되는 느낌인데. "이 건은 다스 미국 소송비를 대납한 게 문제 된 사건이라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관련은 없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대납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습니다. 삼성이 금산분리와 관련된 뇌물을 준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산분리 원칙은 일반 대기업들은 금융회사를 가질 수 없다는 원칙으로, 우리나라 재벌들이 금융까지 소유하고 전횡하는 걸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생명 같은 금융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를 규제해야 하는 데 지금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때문에 국정농단 등에서 삼성이 중요한 범죄자로 등장했지만, 삼성이 이 나라에 끼치는 해악이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앞서 자원외교와 4대 강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게 밝혀질 수 있을까요? "아직은 넘어야 할 것이 많지만, 이제 시작했으니까 힘내서 해야죠.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할 제일 중요한 이유는, 국가의 가진 부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축적한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그거 다 우리가 회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밝혀야죠. 그런데 정부가 추적할 의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 대법원 확정 의미는 뭘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다스가 누구 것'인지를 국가가 확인했다는 거죠. 다스는 누구 것인가가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었는데, 이게 거슬러 올라가면 BBK까지 연결이 되는 거잖아요. 아시다시피 BBK는 유명한 사건입니다. 수사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이 사기 사건으로 생긴 돈이 결국은 다스로 흘러갔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거든요. 이 BBK와 다스에 대한 의혹이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죠. 이 사건 때문에 김경준씨 등이 옥살이를 했고, 정봉주 전 의원이 감옥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로, 이명박씨가 다스에서 돈을 횡령해 가져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국가가 이 사실을 확인한 거예요."
"13년 전 수사한 검찰, 범죄사실 드러나면 처벌해야"
- 2007년 대선에서 허위사실 유포한 거잖아요. 그럼 당선 무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원칙적으로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쉽지 않습니다. 명분상으로는 당선무효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지만, 당선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법원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공직선거법에 선거무효 또는 당선무효의 소가 있기는 한데, 이 소송은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고, 선거 과정 또는 당선 결정 과정의 문제를 따지는 것이어서 이 사안은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명박씨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당선무효가 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공직선거법상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최소 5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직하며 받은 월급은 국고로 환수해야지 않나요? "만약에 당선무효가 되어서 처음부터 대통령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되면 월급만이 아니라 그동안 대통령 예우를 이유로 가져간 돈도 환수해야 합니다. 이명박은 대통령 예우 명목으로 받아 간 돈도 많다고 하니까요. 그러니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이 자원 외교 등으로 착복한 돈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는 일단 그거부터 환수했으면 좋겠습니다."
- 변호사님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이명박씨로 불러도 된다"고 제안하셨잖아요. 그러나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없고 당선 무효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란 말은 맞는 것 아닌가요? "제 말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방송 등에서 공식적으로 전직 대통령 취급을 해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근거 법령이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률인데, 그 법에 따르면 박근혜, 전두환, 노태우 등은 이미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우받을 수 없게 되었고, 이명박도 전직 대통령으로 대우를 박탈당했습니다. 법에서 그렇게 하는 데 우리가 대접해 줄 이유는 없지 않냐는 겁니다. 저는 그들을 그렇게 예우하지 않는 것이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당연한 대우라고 생각합니다."
- 13년 전 정호용 특검과 수사한 검찰들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닌가요? "처벌받아야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먼저 수사를 해봐야 합니다. 당시에 수사를 고의로 은폐했는지, 아니면 수사를 열심히 하긴 했는데 못 밝혀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후자라면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정황상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일부러 은닉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황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수사하고,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것도 공소시효가 문제겠네요? "그렇죠. BBK 특검이 13년 전입니다. 꽤 오래됐잖아요. 물론 공소시효가 15년인 경우도 있으니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소시효가 문제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책임자 처벌하려면 빨리 수사해야 됩니다."
"사면? 말도 안 되는 소리"
▲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씨가 2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씨는 검찰 출석 후 동부구치소로 재수감 된다.
-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판결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이 전 대통령 법률 대리인인 강훈 변호사는 징역 17년을 확정한 대법원판결에 대해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헌법의 정신을 완전히 무시한 졸속 재판"이라고 비난했던데. "이명박씨야 당연히 그렇게 주장하겠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잘못했습니다. 나쁜 짓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리는 없죠. 그러니 그 말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 재심 이야기가 나오던데 재심은 가능한가요? "판결 나자마자 재심 얘기가 나오는 거 자체가 웃기지만, 재심 사유도 안 됩니다. 재심에는 엄격한 요건들이 필요합니다. 그게 딱 맞아야 재심이 됩니다. 재심이 가능한 여러 경우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경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경우, 또는 담당 수사관의 고문 등이 있었을 경우 등입니다.
이 중 중요한 것이 고문 등이 있었을 경우입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사 사건, 조작 간첩 사건들이 이런 이유로 재심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외에는 새로운 무죄의 증거가 발견됐을 경우 정도에 재심이 가능하고, 이 두 사유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딱 들어 보셔도 둘 다 해당이 안 되는 것을 이해하실 겁니다."
- 대법원판결 나오자마자 사면 얘기가 나오던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판결 당일부터 사면을 얘기하는 언론에 있었는데, 저는 충격이었습니다. 좀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이명박씨 변호인들이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거론했다던데, 사면제도 자체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예외입니다. 나쁜 짓 한 사람이 벌 받는 게 법인데, 이 벌을 다 안 받고 용서해주는 것이 사면이니까요. 그럼에도 사면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사면제도 자체가 중대한 법치주의 예외여서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을 이명박 씨에게 적용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게다가 제가 사면 제도가 정치적 이유로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사면을 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정치적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겠어요. 이런 경우에 언급되는 이유가 국민화합입니다. 이명박씨도 그렇고 박근혜씨도 그렇고 전두환씨도 국민화합 때문에 사면이 언급된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면으로 국민화합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전두환 사면을 경험했으니까요.
전씨 사면해서 국민화합이 됐나요? 전씨는 최근 자서전으로 광주시민을 모욕하는 바람에 법정까지 섰습니다. 그들을 사면하는 게 국민화합이 될 수 없다는 건 우리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화합을 위해서라도 이명박씨와 박근혜씨도 사면하면 안 됩니다. 끝까지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검사들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공개 비판 행렬을 '검란'으로 규정하며 "'검란'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검란'을 통해 지키려는 것은 진정 무엇이냐"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엇을 지키려는 '검란'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최근까지 검찰권 남용으로 2년 이상 생사기로를 헤맨 사람으로서 검사들에게 묻는다. 님들이 검란을 통해 지키려는 것은 진정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법질서 최후 수호자로서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법언에 따라 인권보장과 국법질서유지를 위한 검사의 공익의무를 보장받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는' 무소불위 권력으로 '죄를 덮어 부를 얻고, 죄를 만들어 권력을 얻는' 잘못된 특권을 지키려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공익을 위한 행동이라면, 님들의 선배나 동료들이 범죄 조작 증거 은폐를 통해 사법살인과 폭력 장기구금을 저지른 검찰권 남용의 흑역사와 현실은 왜 외면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정신질환으로 자살교통사고까지 낸 수많은 증거를 은폐한 채 '이재명이 멀쩡한 형님을 정신질환자로 몰아 강제입원을 시도했다. 형님은 교통사고 때문에 정신질환이 생겼다'는 해괴한 허위공소를 제기하며 불법적 피의사실공표로 마녀사냥과 여론재판을 하고, '묻지 않았더라도 알아서 말하지 않으면 거짓말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허위사실공표죄'라는 해괴한 주장으로 유죄판결을 유도했다"며 "이러한 파렴치와 무책임, 직권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해 관련 검사나 지휘부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책임은커녕 사과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으로 고문과 폭력, 증거조작을 자행하며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어 죽이고 가둔 것은 일반적 살인이나 체포감금보다 훨씬 심각한 중범죄"라며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증거 은폐와 범죄 조작으로 1380만 국민이 직접 선출한 도지사를 죽이려 한 검찰이 과연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선배 동료의 검찰권 남용과 인권 침해, 정치적 편파왜곡 수사에 침묵하는 한, '검란'은 충정과 진정성을 의심받고 검찰개혁 저항과 기득권 사수의 몸짓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검사들이 국법질서와 인권의 최종 수호자로서 헌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 소리 없이 정의 수호와 인권 보호라는 참된 검사의 길을 가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사되는 검찰개혁을 응원한다"는 말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글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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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숙박시설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정부는 2012년 일명 '호텔 특별법'을 만들었다. 용적률과 주차장 면적 완화 등 온갖 혜택을 몰아준 그야말로 '특혜'같은 법이었다. 그 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1천 개가 넘는 관광호텔이 들어섰고, 단비 같은 수혜를 나누기 위한 건설·개발업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당시 워낙 주택 경기가 침체했던 시기였던 만큼,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높은 상태였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호텔과 오피스텔의 특징을 모아놓은 숙박시설, '분양형 호텔'이 등장했다.
■ "고급 호텔의 주인으로 모십니다" 고수익의 함정
'분양형 호텔'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핫'했다. 매달 꼬박꼬박 10%에 달하는 높은 수익금을 주고 호텔 시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하니, 줄을 서서 분양을 받을 정도로 인기였다. 다른 수익형 부동산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분양만 하면 어렵게 않게 완판 실적을 거뒀다. 분양형호텔연합회 자체 추산 현재 150개가 넘는 분양형 호텔이 지어졌다고 하니, 8년 사이 10배 넘게 규모가 커진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양 이후에 운영을 시작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약속한 수익금을 주지 않았다. 운영사들은 "사드(THAAD) 등의 여파로 관광 경기가 침체해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경기가 다시 회복되면 약속을 지키겠다"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지만 지금껏 수익금을 제대로 받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분양자 대부분은 대출 이자에 호텔 관리비, 재산세까지 감당하며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렸다. 특히 노후 대비를 위해 분양을 받은 60대 이상 노년층에겐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이자를 내기 위해 사는 집을 팔거나, 빚을 지며 버티다 파산까지 한 분양자들도 속출했다.
■ "장사 안 돼 돈 못 줘"…재판 이겨도 소용 없어
아무리 기다려도 방법이 보이지 않자, 결국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의 90% 이상이 소송을 진행했다. 분양 피해자들은 계약서에 도장 찍고 약속한 돈을 주지 않으니 사기죄가 성립될 거라 믿었지만, 한 곳도 사기죄로 처벌 받지 않았다. 처음부터 사기를 칠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저마다 "고의는 아니다"라고 발뺌을 했다. 피해자들은 돈을 받기 위해 수익금 반환 소송도 진행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이겨도 돈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 채무를 피하려고 법인 재산을 미리 빼돌리거나 회사를 고의로 파산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싶어 회계 장부를 좀 보여달라 해도 "의무가 아니라 보여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현행법상 위탁 운영사가 호텔 분양자에게 회계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분양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장사가 안 되는지, 잘 되는데도 수익금을 주지 않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구조적으로 운영사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 감시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 복지부? 문체부? 국토부? 해결은 "나 몰라라"
'분양형 호텔'의 주무부처는 놀랍게도 보건복지부다. 현행법상 '일반 숙박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지부에서 제대로 관리하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복지부의 주된 감독 권한이 '위생 점검'에 한정돼 있다 보니 분양형 호텔의 중요한 쟁점인 수익금 미지급으로 인한 문제 등 운영에 대해서는 사실상 개입이 불가능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관광 호텔'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분양과 관련된 관리감독은 국토교통부에서 하고 있지만, 분양이 끝난 이후 분쟁에 대해선 책임도 권한도 없다. 결국, 현재 분양형 호텔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처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어느 부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다 보니, 상황은 더 악화되고 피해는 계속 쌓여갔다. 분양형호텔연합회 자체 추산 피해자는 5만여 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8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사기획 창은 제도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분양형 호텔 문제를 밀착 취재했다. 다양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정부에서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본다. '분양형 호텔, 무너진 고수익의 꿈' 편은 10월 24일(토) 오후 8시 5분,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취재: 윤나경 기자
촬영: 최재혁 기자
방송: 10월 24일(토) 오후 8시 5분, KBS 1TV
#분양형호텔#부동산#호텔특별법#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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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과 정 회장의 부인 정지선 씨가 지난달 30일 오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병문안을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이새롬 기자
문재인 대통령 울산 공장 방문한 지난달 30일 귀경하자마자 병상 찾아···부부동반 '문안'
[더팩트 | 서재근·이성락·이새롬·임세준 기자] 이날은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환경 미래차의 요람' 현대자동차(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가 사활을 걸고 개발하고 있는 수소·전기차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현대차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현대차그룹의 수장 정의선 회장을 "우리 회장님!"이라고 반갑게 불렀다. 정의선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영광이다"며 감사를 나타냈다. 그리고 다시 350여㎞를 달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병실을 찾았다. 옆에는 부인 정지선 씨가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울산공장을 방문한 지난달 30일 정의선 회장이 서울과 울산 왕복 700여㎞를 차량으로 오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정몽구 명예회장이 입원 중인 서울 송파구의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장면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평소에도 시간만 나면 입원 치료 중인 아버지를 찾아 문안했지만, 실제로 병문안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혀 확인된 것은 지난 7월 정몽구 명예회장의 입원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해외 출장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아버지 병문안을 빠짐없이 챙기고 있으나, 워낙 개인적 일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이라 잘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정의선 회장에게 정몽구 명예회장은 단순한 아버지 관계를 떠나 '정도경영', '책임경영'을 가르쳐 준 스승이나 다름없어 더 각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15분께 부인 정지선 씨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정의선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병원 건물 입구에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마치고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약 2시간 동안 병상을 지켰다.
오후 7시 50분께 병원 1층에서 만난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을 남기고 차량에 올랐다.
이번 병문안은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도 '아버지의 건강을 살펴야 한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만나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 현황 등을 직접 소개했다.
회장 취임 후 문 대통령과 첫 만남에서 정부 주도의 한국판 뉴딜 사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정의선 회장은 일정을 모두 마치고 곧장 서울로 발길을 옮겼다.
정의선 회장의 선대를 향한 각별한 효심은 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3개월 동안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 가족들과 병원을 찾았다.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와병 중이었을 때도 어린 나이의 정의선 회장은 빠짐없이 병문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 10월 어머니 이정화 여사가 별세한 후에는 주말마다 가족들과 한남동 정몽구 명예회장 자택을 찾아 시간을 보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입원 중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방역 수칙에 따라 손 소독을 하고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정의선 회장의 가족 사랑은 '밥상머리 교육'으로 잘 알려진 현대가(家) 특유의 엄격한 가정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식에서도 '예의범절'을 강조한 가풍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정의선 회장은 "고인께서 우리나라 경제계 모든 분야에서 1등 정신을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후 같은 달 28일 이 회장의 영결식에도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최근의 이 같은 분위기는 아버지 병상을 지키는 효심을 더 돈독히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과는 아버지의 병석을 지키면서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데 더욱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차량을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 현황 등을 직접 소개하고, 정부 주도의 한국판 뉴딜 사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 제공
주요 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재계에서도 겸손한 자세와 예의 바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고 이건희 회장의 마지막 길을 지킨 것 역시 경제계 큰 어른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라며 "특히, 평소 친분을 나눠 온 이재용 부회장을 위로하면서 정의선 회장 역시 '큰 스승'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애틋함이 더욱 크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버지를 향한 정의선 회장의 존경은 경영 행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차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이라는 직함을 달았을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직접 회장 승진을 권유받았지만, '부친이 추구하는 경영철학의 큰 틀 아래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하며 최고의사결정권자 역할을 맡아왔음에도 '부회장' 직함을 고수했던 정의선 회장은 경영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회장님에게 더 배워야 한다"라며 선대의 공로를 부각하고, 자신을 낮췄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에서 내린 정의선 회장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마치고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임세준 기자
지난달 14일 그룹 회장 취임사에서도 그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늘을 이룩하신 정몽구 명예회장님의 높은 업적과 깊은 경영철학을 계승하여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을 느낀다"라며 정도경영의 철학을 심어준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정의선 회장의 부인이자 정몽구 명예회장의 맏며느리 정지선 씨의 효심과 성품도 재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정지선 씨는 단정하게 묶은 머리와 베이지색 니트, 청바지 차림으로 정의선 회장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로 지난 1995년 정의선 회장과 결혼한 정지선 씨는 25년 동안 제사와 같은 가족 행사 때를 제외하면 언론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내조에 전념했다.
특히, 정지선 씨는 정의선 회장과 해외에 동행할 때면, 현지 명품숍 등이 아닌 공항 면세점에 들러 자녀들에게 줄 립스틱 등을 구매할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재벌 총수의 아내'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검소하고 근면한 정지선 씨의 성품은 '항상 겸손하고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라'라는 시할머니 고 변중석 여사의 가르침이 대를 이어 전해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약 2시간 동안 아버지의 병상을 지킨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을 남기고 차량에 올랐다. /이새롬 기자
앞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 7월 대장게실염으로 입원, 3개월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대장게실염은 대장 내벽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생긴 주머니(낭)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입원했을 당시 현대차그룹은 "위독한 상황은 아니며 대장 염증 치료를 받고 곧 퇴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등 정몽구 명예회장 신상 관련 각종 루머들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고령으로 회복이 다소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일상 대화를 비롯한 인지 기능은 모두 정상이다. 정의선 회장도 이날 2시간이 넘도록 병실을 지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미래차에 대한 관심, 경영 안팎의 내용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버이는 자식에게 도타운 사랑을 베풀고 자식은 부모를 잘 섬기는 '부자자효(父慈子孝)'의 도리를 실천하고 있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편집자주|미래금융 격전지로 떠오른 간편결제시장이 빅테크(대형 IT기업)와 카드사의 ‘페이 전쟁’으로 본격화됐다. 강력한 인프라를 내세운 빅테크는 간편결제 영역을 늘리는 한편 카드사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탑재해 페이서비스를 출시하며 간편결제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00억원 ‘쩐의 전쟁’으로 치달은 간편결제시장의 현황과 서비스 진화 그리고 빅테크와 카드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분석해봤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간편결제 시장이 미래금융 격전지로 떠올랐다. 빅테크(대형 IT기업)부터 전통금융사까지 ‘OO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가 한창이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체크카드를 연결하거나 은행 등의 계좌에서 미리 돈을 충전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드사들은 간편결제를 주요 은행·증권사 계좌와 연동한 결제 수단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범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과의 동침이다. 미래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빅테크와 카드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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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서비스vs결제혜택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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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간편결제 서비스의 특징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탑재하고 결제 편의성을 강화한 것이다. 최근 KB국민카드가 출시한 ‘KB페이’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물론 계좌·상품권·포인트 등 카드 외 결제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추가 앱 설치 없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계좌 간편송금·해외송금·외화환전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멤버십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온·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편의성도 한 단계 높였다. 오프라인 가맹점의 경우 실물 플라스틱 카드 없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무선마그네틱통신(WMC) ▲근거리무선통신(NFC) ▲QR코드 ▲바코드 중 희망하는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의 경우 별도의 결제 앱 설치 없이 PC에서 결제할 수 있는 ‘웹 페이’(Web Pay)기능도 제공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KB페이에는 KB금융그룹의 전문화된 종합 금융서비스 역량과 고객 중심의 디지털 기술이 결집됐다”며 “향후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오픈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김은옥 기자
신한카드는 10월말 간편결제서비스 ‘신한페이판’(Pay FAN)에 ‘마이월렛’을 추가했다. 디지털 캐시 ‘신한페이머니’(신한Pay머니,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와 ‘터치 결제’를 연동해 전국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페이머니는 만 14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며 “내년에는 신한페이판을 증권사 계좌와 연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NH농협카드는 간편결제서비스 ‘올원페이’(NH앱카드)를 전면 리뉴얼했다. 280만개의 전 카드가맹점에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올원터치’ 기능도 새롭게 도입했다. 비회원 가입·카드 신청 후 실물 배송 전 올원페이 등록·사용 등 다양한 기능을 신설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핀테크 사업자에 후불결제를 허용한 상황에서 플랫폼에 빅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마이데이터사업에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간편결제서비스는 고객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메가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의 간편결제서비스는 카드사 페이보다 결제혜택이 큰 것이 강점이다. 네이버페이는 결제 금액의 기본 1%를 적립해주고 네이버통장을 이용해 충전한 네이버포인트로 결제할 경우 최대 3%까지 적립해준다.
카카오페이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알’(금액은 무작위로 결정됨)을 결제 시마다 적립해준다. 현재 신한페이판이나 KB페이는 상시 제공되는 적립 혜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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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키운 핀테크, 서비스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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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결제혜택 매력에 빠진 고객이 늘면서 간편결제업체의 가입자 수는 카드사를 크게 앞선다. 지난 9월말 기준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3500만명. 네이버페이는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해말 기준 2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KB페이 가입자 수는 993만명이다. 국민은행 고객 3500만명과 국민카드 고객 2000만명이 KB페이를 이용하면 고객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특히 KB금융 계열사가 가맹점 260만개를 확보한 점을 내세워 50만개 수준인 빅테크 간편결제 가맹점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255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신한페이판은 엘지유플러스 고객을 시작으로 다른 통신사 이용고객에게 마이월렛을 적용해 고객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안드로이드폰뿐 아니라 케이스를 활용한 아이폰 터치를 통해 다양한 스마트폰 이용고객을 확보할 방침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당분간 간편결제시장에서 빅테크 업체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천만명의 플랫폼 고객을 기반으로 간편결제 거래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지난해 카카오페이 거래금액은 총 48조1000억원으로 2018년 20조원에서 240% 늘었다. 네이버페이의 거래금액은 16조1813억원으로 2018년 11조3475억원에서 29% 증가했다.
덩치를 키운 빅테크가 개선해야 할 부분은 금융서비스의 질적 개선이다. 최근 빅테크의 전산오류나 본인인증 방법 등에 간편결제업체 관련 민원이 꾸준히 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간편결제업체(전자금융업자)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한 민원이 전체의 18.3%인 총 117건이다.
이어 ▲카카오페이 101건(15.8%) ▲세틀뱅크 54건(8.5%) ▲NHN페이코 42건(6.6%) ▲네이버파이낸셜 34건(5.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접수된 민원제기 건수도 비바리퍼블리카(41건·18.1%)에 이어 ▲카카오페이 36건(15.9%) ▲네이버파이낸셜 27건(11.9%)이 높았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방식의 금융상품 판매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