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내려놓은 조정훈.류호정...'콘텐츠 집중' 진짜 정치가 나타났다

머니투데이
  • 정현수 기자
  • 권혜민 기자
  •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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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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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3】-上



조정훈의 '빨간 여권'과 류호정의 '분홍 원피스'


[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3】-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조정훈(시대전환)과 류호정(정의당)은 닮았다. 초선인 두 의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약속이나 한듯 스스로를 입법노동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특권의식을 경계한다. 보좌진이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은어인 '영감님' 문화부터 없앴다. 보좌진들은 '정훈님', '호정님'이라고 부른다.

두 의원의 상임위원회는 정쟁 이슈가 비교적 덜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자리도 옆 자리다. 본인들의 희망대로 이번 국감에서 정책 국감을 이끌었다. 정책 질의는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두 의원은 이번 국감이 낳은 스타다.

위기에 빠진 진보진영과 품격을 잃은 보수진영에 이들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진보와 보수가 국민의 외면을 받는 뿌리에는 이들의 특권의식이 있다. 조 의원과 류 의원처럼 특권과 권위를 내려놓고 콘텐츠에 집중하니 '진짜 정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 조정훈의 '빨간 여권'

조 의원은 세계은행 출신이다. '세계은행 고시'라고 할 수 있는 '영 프로페셔널' 출신이다. 매년 30명을 뽑는데 전 세계에서 1만명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조 의원은 세계은행의 최연소 지역사무소 대표 등을 거쳤다.

세계은행의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대표를 할 때 유엔의 빨간색 여권을 받았다. 빨간색 여권이 있으면 공항에서 줄을 서지 않는다. 가방 수색에서도 자유롭다. 권위의 상징이다. 하지만 조 의원은 특권이 불편했다. '황금 수갑'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일반 여권을 가지고 다녔다.

국회의원이 되자 그에겐 또 하나의 황금 수갑이 채워졌다. 국회의원 배지였다. 이번에도 실천에 옮겼다. 특권과 권위를 내려놓기로 했다. 조 의원은 운전도 직접 한다. "경험해보지 않은 앎은 한계가 있다"며 당선 후 한 달 동안 꼬박꼬박 대리운전 기사로 일했다.

특권을 내려놓고 콘텐츠에 집중했다. 7월 대정부질문에서는 진정성 있는 제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낮은 목소리'의 제언이 국민적 관심을 끄는 건 이례적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정훈 만큼만"이라고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도 낮은 목소리로 임했다. 감정보다 논리를 내세웠다. 온누리 상품권 문제를 제기해 피감기관장으로부터 개선책 마련을 약속받았다. 모두가 주저하는 동료 의원의 과오도 국장장에서 끄집어냈다. 조 의원은 "제가 생각하는 정치의 본질은 생활정치"라고 말했다.

◆류호정의 '분홍 원피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대한민국 4.0 기획) 인터뷰
류호정 정의당 의원(대한민국 4.0 기획) 인터뷰

류 의원은 총선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받았고 1992년생으로 최연소 국회의원이 됐다. 복장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류 의원은 8월 본회의 때 분홍색 원피스를 입었다. 정장으로 대표되는 국회의원의 권위적인 복장과는 달랐다.

다름은 튈 수밖에 없었다. 비난도 받았다. 류 의원은 "복장에 의미가 부여되는 건 그만큼 국회가 딱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권위를 내려놓고 통념을 깨고자 했다. 실력으로 승부하면 된다고 봤다. 이젠 아무도 류 의원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임원의 국회 출입증 문제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국민들은 정쟁 만큼이나 류 의원의 국정감사 행보에 관심을 보였다. 맹탕 국감 속에서 빛이 났다. 퍼포먼스 등 일을 할 줄 아는 '영리함'도 보였다.

류 의원은 본인을 '평균에서 제일 먼 정치인'으로 규정한다. 그는 "국회가 저를 낯설어 하는 만큼 저도 국회를 낯설게 보고 있다"며 "특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의 권한을 사용할 때 국민들은 비판한다. 더 약한 사람들을 위해 국회의원의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권혜민 기자, 유효송 기자



"정치인의 가장 큰 유혹은 관종"…조정훈의 '진짜 정치'


[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3】-②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학교 3학년 때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내로라하는 '선수'들만 모여 있는 세계은행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치를 시작했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시대전환의 당대표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탄탄대로만 겪었을 것 같지만 시련이 많았다. 본인의 표현을 따르자면 해외 유학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최고의 좌절과 아픔'을 경험했고 도망치듯 학교를 정하지도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났다. 하버드 생활도 학비가 없어 한 달만 수업을 듣겠다며 간 것이었다.

그리고 2009년, 37세였던 조 의원은 인생의 진로와 궤적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피부암이었다. 그는 아직도 암에서 완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암 생존자라고 부른다. 화려한 이력 뒤에 숨겨진 실패와 시련, 조 의원의 정치가 다른 의원들과 다른 이유다.

다소 낯설었던 조 의원의 진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내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 생활정치를 표방한다. 일하는 정치인의 전형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조 의원의 활약은 이어졌다. 발로 뛰며 취재했고 그 결과물을 국감장에서 거침없이 쏟아냈다.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조 의원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21대 국회 첫 국감이 끝났다.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나.
▶'윤석열 국감'이라고들 하는 것 같다. 국회가 한편의 자극적인 드라마를 제공했다. 그게 국감의 역할이라면 성공했다. 정치의 희화화다. 보고 나면 의미 없는 드라마였다. 교훈도 없는 드라마였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피하기 어려운 유혹 중 하나가 관종(관심종자)이다. 더 넓게 봐선 재선에 대한 욕망이겠다. 그걸 이기지 못하면 의미있는 정치를 할 수 없다.

-여야의 정쟁 속에서도 정책 질의로 주목 받았다.
▶이번 국감에서 온누리 상품권은 어느 정도 매듭을 지었다. 약속을 받아냈다. 이른바 '상품권깡' 여지를 없앴고 (고액권인) 3만원권도 폐지될 것이다. 할인율과 전자상품권 등도 달라진다. 그 예산이 소상공인들에게 몇 백억원 정도 돌아간다. 그 금액이 국회의원 월급보다 많지 않나. 국회의원으로서 가성비는 돌려드렸다고 생각한다.

-현직 국회의원인 이상직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 인사를 문제를 국감에서 다뤘다. 부담은 없었나.
▶제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중진공 전 이사장이 누군지 몰랐다. 그냥 모씨라고만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이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제보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국감 이후 인사 피해를 받은 분이 복직했다고 들었다. 생활정치에 맞는 국감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번 국감 기간 중 로봇랜드도 직접 다녀왔다. 직접 현장까지 갈 생각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현장을 보고 싶었다. 국회 개원 직전에 플랫폼 노동을 경험하고 싶어서 한 달 동안 대리운전을 했다. 인생 첫 경험이었다. 경험해보지 않고 아는 앎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은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보좌진들에게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한다. 보좌진 자체 평가도 현장을 얼마나 다녀왔느냐로 결정한다.

-대리운전 경험을 조금 더 이야기해달라.
▶술을 안 마셔서 대리기사를 불러본 적이 없다. 그들이 가질 '삶의 두려움'은 살짝 경험했다. 밤 11시를 넘어 서울 구로에서 손님을 내려드린 적이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 차관의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 콜이 또 떴고 기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받았다. 상계동으로 가는 차량이었다. 2만7000원을 받았는데 수수료 20%를 뗐다. 지하철이 끊겨서 집이 있던 동작구까지 택시비 1만5000원을 내고 귀가했다. 집에 오니 새벽 1시30분이었다. 인생이 이렇구나, 한 콜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니 보이는 게 없구나 싶었다.

-최악의 국감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국감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네탓'이라고 한다.
▶슬펐다. 여당 의원들은 의원내각제처럼 행동했다. 야당 의원들은 소리 지를 기회를 찾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라리 민원성 질의는 낫다. 그런데 화낼 기회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은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지 높은 사람이 아니다. 역할은 언제든지 바뀐다. 뭐가 문제일까. 우리의 업을 남의 업보다 우월하게 느끼는 것이 국회를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닐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국회 개원하고 5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일하는 국회'를 천명했지만 여전히 진영논리로 다툼만 진행 중이다.
▶정치가 편을 가르고 있다. 진영에는 구도적 문제가 있다. 우리의 정치제도인 소선거제와 양당체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타협하고 설득하는 걸 칭찬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꾸 변절자 프레임으로 가면 안된다. 진영이 구도적 문제를 빨리 자각하고 큰 개혁을 이뤄야 한다. 그러려면 생각 있는 정치인들이 개별적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표발의했거나 공동발의한 법안이 49건이다. 공동발의한 법안은 대표발의자의 소속 정당이 정말 다양하다.
▶제가 끼면 다 '여야'가 된다고 생각하나보다. 민주당 발의 법안에 제가 들어가면 '여야'가 되고, 국민의힘 발의 법안에 제가 참여해도 '여야'가 된다. 공동발의 요청이 들어오면 시대전환의 온라인 공론장에 올린다. 이후 당원들이 가부 투표를 한다. 당원들이 거부하면 공동발의를 하지 않는다. 실제 기각된 것도 있다. 당원으로서의 효용감과 주인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최근 주한일본대사관을 방문하고 일본 경제산업상에게 항의 서신을 전달했다. 쉽지 않은 대화였다. 이게 왜 한국의 문제냐고 했다. 그래서 북한 핵개발도 북한만의 문제냐고 거칠게 응답했다.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이후 원 지사에게 전화해 도와달라고 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제주도에서 안 나서면 누가 하냐고 이야기했다. 원 지사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원 지사가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가 아니라 제주도지사와 이 일을 같이 하고 싶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뭔가.
▶저는 암 생존자다. 암 걸린 사람에게는 보통사람이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도 걸려봤었다라는 말만 위로가 되더라. 인생의 진로와 궤적이 순식간에 바뀌는 경험이었다. 2009년이니 37세 때다. 피부암이었다. 주위에선 비행기를 많이 타서 피부암에 걸린 것 아니냐고들 했다. 실제로 유럽의 승무원들은 주기적으로 방사능 노출을 검사하고 수치가 높으면 휴직시킨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방사능 공포심이 있다.

-특권을 내려놓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세계은행 근무할 때 빨간 여권을 썼다. 유엔 여권은 두 종류다. 파란색과 빨간색. 파란색은 일반 직원들, 빨간색은 간부들이 쓴다. 빨간 여권을 쓰면 어떤 공항에서도 몸 수색을 받지 않는다. 가방도 못 열게 돼 있다. 권위의 상징이다. 특권을 즐기기 시작하면 사람은 '훅' 간다. 대부분의 성공했다는 사람은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승진해 좋은 사무실을 쓰고 운전사를 쓰고, 그게 좋아서 멈추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하면 안된다. 그게 동기가 돼선 안된다.

세계은행 근무 시절 한번은 아내가 보통사람들의 삶을 아느냐는 말을 했다. 세계은행에서 빈곤탈피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1등석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줄을 서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뼈 때리는 말이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그 기억을 되살려 정치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고 배지를 달고 다니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다. 그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위험한 마약이다. 익숙해지면 훅 간다. 국회의원 밖에 할 게 없어질 것이다. 그게 싫다.

정현수 기자, 유효송 기자



'평균값에서 가장 먼' 류호정이 원피스·작업복을 입는 이유


[대한민국 4.0 II]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3】-③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13호 앞에서 만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한 뒤 돌아오는 길이었다. 상·하의가 하나로 이어진 연청색 점프슈트를 입은 그는 이 차림새 그대로 본회의에 출석했다.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양복 정장과 비교하면 분명 '튀는' 복장이었다.

하지만 이를 언급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은 류 의원이 그 전날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일에 더 주목했다. 불과 세달 전 '분홍 원피스'를 두고 왈가왈부를 쏟아냈던 세상은 이제 류 의원이 '무엇을 입는지'가 아닌 '무엇을 하는지'와 '무엇을 말하는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50대 중년 남성 정치인'으로 채워진 국회에 들어간 '20대 여성 정치 신인', 류 의원을 보는 시선은 분명 우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지 꼭 다섯 달이 된 지금 자질을 의심하던 눈초리는 사라졌다. 어김 없이 '정쟁 국감', '맹탕 국감'라는 평가를 받은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류 의원은 '일하는 국회의원'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국감 스타'로 떠올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으로 국감을 준비할 수 있던 배경으로 '낯설게 보기'를 꼽았다. "모두가 당연시 여기고 넘어갔던 일들에 의문을 품을 때 정확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류 의원은 국감 첫날인 지난달 7일 삼성전자 대관 담당 임원이 기자출입증으로 국회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공식 사과하고 국회사무처는 해당 임원을 고발했다.

류 의원은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라고 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다루기 위해 삼성전자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이를 철회해달라며 대관 담당자가 매일같이 찾아오는데 대해 의구심이 생겼다.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만 절차가 있는데 어떻게 자주 들어올 수 있는지 이상했다"며 "국회가 저를 낯설어 하는 만큼 저도 국회를 낯설게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류 의원의 '낯설기 보기'의 원천은 '거리'에서 나온다. 류 의원은 자신을 "평균값에서 가장 먼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그는 평균 '만 54.9세'의 국회에 만 27세 최연소로 입성했다. 300명 가운데 57명 뿐인 여성 의원이고, 단 6석의 정의당 소속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전형'이 이끌어온 구태정치와 멀찍이 떨어졌고 거대 양당이 펼치는 정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자연스럽게 노동환경 개선, 중소기업 보호, 기후위기 해결 등 목표와 이를 위한 정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류 의원은 "선거철에 모든 정치인이 20대는 싸우는 국회였으니 21대는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시작부터 정쟁만 하고 있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류 의원은 국회의원 금배지가 상징하는 '권위주의'와의 작별을 강조한다. 그의 복장은 물론 집무실 풍경까지 여느 의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체리빛 가구들에 거대한 사장님용 의자와 서류더미는 편하게 기대어 앉는 빈백과 태블릿PC로 대체됐다. 평균 나이 33세의 보좌진과는 서로를 '호정님', '이브이' 등 닉네임으로 부른다. "무겁고 딱딱한 수직적 분위기를 깨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게 류 의원의 설명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복장 논란에 대해서도 "큰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분홍 원피스가 국회의 복장 평균값에서 가장 멀었던 모양인데, 일상에서 보이는 일하는 복장이라면 국회 안에서도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는 얘기다.

결국 류 의원에게 중요한 건 말쑥한 정장을 입고 권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일하는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특권'이 아니라 '일'"이라며 "주어진 권력을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선용'(善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故) 김용균씨의 작업복을 입은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국감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류 의원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려면 단식, 고공농성을 하거나 심지어는 죽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옷만 입어도 관심을 주신다"며 "국민 여론을 환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입을 수 있다"고 했다.

권혜민 기자, 정현수 기자



  • 세종=정현수1
    세종=정현수1 gustn99@mt.co.kr

    베수비오 산기슭에 도시를 건설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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