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집 한채 8분에 ‘뚝딱’… 건설-모듈러 제작사 ‘환상의 팀워크’
기사입력 2020-10-21 05:00:21   폰트크기 변경      
세종시 첫 모듈러 임대주택 사‘ 랑의 집’ 가보니

국내 첫 RC-모듈러 통합 발주

완벽한 사전준비, 속도전 펼쳐

층간소음 실험결과 ‘경량 1등급’

현행 주택법상 기준보다 월등

“방 넓고 따뜻” 입주민 함박웃음

주거형태 혁신 새로운 장 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로 세종시 전의면에 건설한 모듈러(Modular) 공공임대주택 ‘사랑의 집’ 전경/ 안윤수기자 ays77@

 

“너무 행복합니다. 방이 참 넓고 따뜻하네요. 계단ㆍ복도 역시 짜임새가 좋은 것 같아요.”

세종시 전의면 읍내리 189번지 ‘사랑의 집’에서 만난 입주민 김민경(60)씨는 “이런 집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 연신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랑의 집은 세종시가 복권기금(23억원)과 시비(12억원)를 들여 지은 16가구 규모의 모듈러(Modular) 다가구주택이다. 노인ㆍ장애인 등 주거 약자를 대상으로 주변 임대료보다 30∼40% 싸게 공급하는 일종의 공공임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이 사업은 세종시의 공공임대주택(1034가구)과 묶어서 지난해 8월 시공책임형 CM(CM at Risk) 방식으로 추진됐다. 미래형 건축방식인 모듈러 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패키지로 묶어 발주한 것이다. 전체 시공은 극동건설이, 모듈러 유닛 제작ㆍ공급은 포스코A&C가 각각 맡았다.

모듈러 주택은 자재와 부품의 70∼90%가량을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설치ㆍ조립하는 공법이다. 전통적인 주택 건축방식과 비교하면 공사비는 다소 비싸지만 공사기간(工期)은 짧고 층간소음, 기밀성능 등 품질은 우수한 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각광받는 건설산업 탈현장화(OSCㆍOff-Site Construction)를 선도하는 기술이다.

사랑의 집은 101동과 102동 두 채다. 티타늄 실버 컬러와 흰ㆍ갈색이 조화를 이룬 외관은 일반 철근콘크리트(RC) 주택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을 줬다.

김씨가 한달 전부터 남편ㆍ딸과 함께 살고 있는 101동 205호(전용 33㎡)로 들어가봤다. 바깥은 다소 쌀쌀했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온기가 금세 느껴졌다. 김씨는 “층간소음도 없고 단열성능이 훨씬 뛰어난 것 같다. 난방을 전혀 안했는데도 따뜻하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동행한 이상필 포스코A&C 강건재사업 그룹장(상무)은 “층간소음 테스트 결과 경량 1등급, 중량 3등급의 성능을 갖췄고 기밀성능은 50㎩(파스칼) 압력시 환기회수 2.6회로 우수한 주거성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주택법상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기준(경량-중량 4등급 이상)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시공책임형 CM으로 건설에 참여한 발주,설계,시공,모듈러 제작사 관계자들이 완공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이 프로젝트는 세종시 첫 모듈러 주택이라는 상징성 외에도 종합건설사와 모듈러 제작사 간의 첫 합작 프로젝트이자, 동일 방식의 모듈러 사업을 통해 얼마나 성능과 효율성이 개선되는지를 점검해볼 수 있는 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우선, 건설-제작사 간 팀워크는 대체로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현장 감독관인 LH 이상현 차장은 “국내 첫 RC-모듈러 통합발주 프로젝트로 관심이 높았는데, 양측의 호흡이 대체로 좋았다”고 전했다.

극동건설의 고은일 현장소장은 “모듈 유닛 운반과 현장 설치 등 세세한 작업을 수행하는데 포스코A&C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규모 단일 유닛(5.85×9.89m)의 운반ㆍ설치는 모듈러 건축의 난제다. 모듈 한 개의 무게가 35t에 달하고, ±5㎜ 오차 내에서 이뤄지는 정밀 작업이기 때문이다. 유닛을 들어올릴 때 균형추 역할을 하는 밸런스 빔 제작도 까다로운 편이다. 고 소장은 “완벽한 사전 준비를 거쳐 모듈 한 동을 설치하는데 걸린 시간이 딱 8분”이라며 “너무 매력적인 모듈러 건축의 차별화된 강점을 제대로 경험했다”고 말했다.

모듈러 반복 프로젝트의 효율성도 재입증됐다. 사랑의 집에 적용된 모듈은 포스코A&C가 우리나라 최북단 백령도에 공급한 모델과 같다. 이 사업은 인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일대에 공급한 마을정비형 공공주택(80가구), 공공실버주택(72가구) 등 총 152가구를 모듈러로 지었다. 거실 하나에 방 2개가 딸린 43㎡짜리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유닛도 이때 처음 선보였다. 포스코A&C는 백령도 사업의 경험을 토대로 사랑의 집에선 기존보다 설계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제작ㆍ품질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상필 그룹장은 “반복 프로젝트를 통해 모듈러 건축의 강점이 제대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기본설계에 참여한 안용한 한양대ERICA 교수는 “발주처와 시공사, 제작사 3자 간 협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듈러 건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사례”라며 “모듈러 건축이 주거 성능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공사비 이슈로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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