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ICH=윤현종ㆍ이세진 기자] 사상 최대 100조원 규모로 조성된 ‘비전 펀드(Vision Fund)’가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비전 펀드는 지난해부터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Softbank)가 운용사로 참여해 280억달러(31조원)를 출자하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애플, 폭스콘, 퀄컴 등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930억달러(104조원) 규모로 조성한 펀드로,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로봇, 핀테크 등 테크(Technologyㆍ기술)기업 투자를 목표로 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소프트뱅크의 손정의(Son Masayoshiㆍ60) 회장이 직접 미국과 중동 등을 오가며 조성한 이 펀드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얻는 가운데, 최근 연이어 발표된 ‘첫 투자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비전 펀드의 초기 투자는 미국 서부(West Coast) 테크기업들에게 돌아갔다. 주인공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위치한 로봇개발회사 브레인(Brain),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 위치한 농업기술 개발기업 플렌티(Plenty), 실리콘밸리의 자율주행차 기술회사인 나우토(Nauto)다. 이들 세 기업에 약속한 투자금은 총 5억달러(5600억원) 가량으로, 소프트뱅크는 전체 펀드의 0.01% 규모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가볍게(?) 투자를 개시했다.
플렌티가 개발한 수직 농법 [출처=플렌티]
이중 투자금액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플렌티다. 비전 펀드는 플렌티에 2억달러(225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진행했다.
플렌티는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5만2000여㎡ 규모의 실내 농장(indoor farm)에서 수직 농법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밝은 LED가 켜진 탑에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플렌티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매튜 바나드(Matthew Barnard)는 FT에 “살충제와 GMO 없이, 농업용수 사용을 99%까지 줄이면서 높은 생산성의 유기농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정의 회장도 플렌티 방식에 대해 “현재의 식량 생산 체계를 바꿀 것”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브레인 CEO 유진 이즈히케비치 [출처=San Diego Magazine]
브레인은 비전 펀드의 주요 관심사인 인공지능에 가장 걸맞는 투자 대상으로, 1억1400만달러(1300억원)를 수혈받았다. 브레인의 최초 투자자가 퀄컴일 만큼 이 회사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업이기도 하다.
브레인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한 상업용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처음 출시한 제품은 바닥청소 로봇이었지만 회사 설립자인 유진 이즈히케비치(Eugene Izhikevich)는 “로봇은 오늘날의 컴퓨터나 모바일처럼 흔한 기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투자에 대해 “브레인의 미션 달성을 가속화할 것이며 소프트뱅크와 장기적인 전략파트너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나우토 홈페이지 캡처 [출처=nauto.com]
소프트뱅크는 또 나우토(Nauto)에 대한 1억5900만달러(1800억원) 펀딩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투자는 후에 비전 펀드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토는 안드로이드를 만든 앤디 루빈이 이끄는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Playground Global)이라는 하드웨어 인큐베이터를 통해 육성된 스타트업으로, 자동차에 설치된 장비를 통해 자동차 안팍의 운행 방해요소를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나우토 CEO 스테판 헥(Stefan Heck)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전문적인 운전자들로부터 어떻게 운전하는지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세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기술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를 통해 거대한 글로벌 IT(정보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6년 1000억달러(약 107조2100억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했으며, 첫 투자처는 세계 최고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의 ARM이었다.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가 공동으로 243억파운드(약 34조7500억원)를 투자해 ARM을 인수했다. 그는 이어 세계 최고 AI 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에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를 투자했고,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AI 로봇 스타트업 브레인 코프,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나우토, 인공위성 스타트업 원웹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AI·자율주행차부터 우주까지 기술 전(全) 영역을 선점한 것이다.
손 회장은 ARM 외에도 현재까지 세계 24개 스타트업에만 300억달러(약 32조2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작년 미국 벤처투자업계 전체가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조성한 자금 규모(약 330억달러)와 맞먹는다. 벤처투자업계에서 조성한 자금이 곧바로 투자에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손 회장 혼자서 미국 벤처투자업계 전체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손 회장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다. 첨단기술이 적용될 경우 큰 수혜를 입는 차량 공유와 물류, 숙박 기업들도 손 회장의 구매 리스트 상단에 올라와 있다. 이 기업들의 특징은 광범위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손 회장은 차량 공유 시장에서 세계 1위인 미국 우버부터 중국 1위인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1위인 그랩, 인도 1위인 올라캡스 등에 투자해 세계 차량 공유 시장의 지배자 자리를 꿰찼다. 이뿐만 아니라 비전펀드가 소유한 차량 공유 기업들끼리는 지분을 사고팔거나 사업을 합병·매각해 미국·중국·인도·동남아시아 등 각 시장별 독점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국가들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경우 과도한 경쟁 없이 단숨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손 회장은 차량 공유 외에도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인 위워크, 인도의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인 OYO룸스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손 회장이 투자한 기업들의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는 5억명이 넘는다.
세계 IT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초대형 투자가 이제 출발선을 통과한 것이라고 본다. 그는 비전펀드를 조성하면서 "향후 5년간 100개의 스타트업, 기술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100개의 기술 기업이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서로의 고객이 되고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겠 다는 의도다. 마치 한국 재벌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압축 성장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옮겨놓은 듯하다.
실제로 비전펀드가 투자한 인도의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인 OYO룸스는 소프트뱅크의 투자사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에 진출했다. 또 비전펀드의 투자사인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과 함께 숙박과 차량 공유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1년. 창사 40주년을 맞이한 '스타벅스(Starbucks)'는 로고를 바꾼다고 발표했다. 당시의 로고는 'STARBUCKS COFFEE'라고 새겨진 원형 테두리 안에 세이렌이 그려져 있었다. 스타벅스는 기존 로고에서 과감하게 모든 글자를 빼 버리고 세이렌의 이미지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당시 스타벅스 CEO였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이 변화에 대해, 스타벅스 로고 속 세이렌이 원 밖으로 나와 커피를 뛰어넘는 자유와 유연성을 주려함을 의미한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현재의 로고가 익숙할지 모르지만 이전에는 익숙한 기존의 로고가 변경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이 존재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단순화하다가 나중에는 로고에 눈코입만 남는 것이 아니냐며 새로운 로고를 비꼬는 이미지가 돌기도 했다.
사람들은 다소 파격적인 결정의 이유에 대해 수많은 견해를 내놓았다. 그중 한 가지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스타벅스의 종이컵에 적혀있는 'COFFEE'라는 글자 때문에 핫초코를 주문한 사람들이 여기에도 커피가 들어갔는지 물어보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단지 음료 종류의 혼동을 막기 위해서 기업의 로고를 바꾼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사례는 변화하는 시대에 영역을 넘나들고 확장해가는 기업이 기존의 컵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담는 것에 생기는 한계를 보여주는, 그 자체로 훌륭한 하나의 메타포라고 생각한다.
과거 로고에서 물리적인 제품을 빼는 것으로 변화에 성공해 시대를 바꾼 유명한 사례가 이미 있다. 바로 '애플(Apple)'이다. 애플은 2007년 1월 '맥월드 엑스포(Macworld Expo)'를 통해 '애플컴퓨터(Apple Computer, Inc.)'에서 '애플(Apple Inc.)'로 바꾼 사명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대중의 인식 속에서 애플은 곧 컴퓨터였지만, 이 선언은 브랜드를 컴퓨터라는 좁은 영역에 가두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실제로 그와 함께 발표한 아이폰은 바뀐 기업명처럼, 애플의 기존 핵심 아이템이었던 '컴퓨터'라는 영역에서 벗어나 전에 없던 새로운 IT 시장과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애플 사명의 과거로 기록된 단어, 'Computer'
사업을 시작하고 널리 대중에게 알리는 시점에는 사업영역과 다루는 제품을 명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컴퓨터', '커피=스타벅스'처럼 어떠한 공식이 대중에게 인식된다는 것은 브랜드에 굉장한 힘이 된다. 하지만 초기 브랜드가 꽃을 피우는 시기로부터 시간이 흘러 세상이 변화하고 더 큰 영역에서의 가치를 제공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제품을 명확하게 나타낸 것이 오히려 기업과 브랜드의 한계를 만드는 틀이 되어버리고 만다. '커피'라고 새겨놓은 컵에 다른 음료를 담느라 'Strarbucks Coffee'와 'Coffee Free'가 함께 기입되는 것과 같은 아이러니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어떤 한 가지 제품이라는 물리적 존재에 머무르지 않도록 틀을 깨는 변화가 필요하다.
2011년 로고에서 글자를 뺀 스타벅스는 2019년부터 매장 간판에서도 'COFFEE'를 없애기 시작했다. 하워드 슐츠는 이에 "스타벅스는 커피 비즈니스가 아니라 피플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제3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경영 방침을 밝혔다. 제3의 장소.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자신의 책 『제3의 장소(The Good Great Place)』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로, 가정(제1의 장소)∙일터(제2의 장소)에서 얻을 수 없는 활력을 되찾고 뜻이 맞는 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를 일컫는다. 이는 스타벅스가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추구해 오던 개념이었다. 이제 스타벅스는 브랜드의 영역을 '커피'에 국한하지 않고, '여가를 다루는 시공간'으로의 본격적인 확장을 발표한 것이다.
'제3의 장소'는 거의 30년 전 발표된 개념이지만, 현재 1인 가구 증가 및 도시화의 진전으로 개인 생활공간이 독립되고 축소되면서 급속도로 발생하는 전세계 현대사회의 공통적인 니즈다. 지금도 도시에는 스타벅스 외에 수많은 커피전문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는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시간을 보내고 공간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에 기업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COFFEE가 적힌 컵은 변화의 바람 속 커피를 넘어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가치를 담기엔 부족한 그릇이 되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변화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COFFEE'라는 구체적인 단어를 로고와 간판에서 빼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이 스타벅스라는 공간과 브랜드에 더 오랫동안 머물며 제품과 경험을 접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한다. 고급 커피 문화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리저브(Starbucks Reserve)'를 시작으로 도시 속 카페 문화 리조트를 표방하는 '스타벅스 로스터리', 커피와 디저트를 넘어 식문화 자체를 제공하려는 '프린지(Princ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고급 커피, 공간, 빵과 음식이라는 물리적인 제품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 너머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문화와 경험 자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가득 담겨 있다.
이제 브랜드로써 '커피'라는 영역은 단순한 커피 소비량이나 경쟁 음료 분석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커피뿐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업의 목표와 미래는 한 두가지의 영역이 아닌, 사회와 문화를 넘나드는 범주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영역이 되었다. 그중 지난 십수 년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난 우리 사회와 삶의 급격한 변화는 공간과 제품의 의미를 물리적이고 실제적인 것에서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바꿔 놓았다. 이 새로운 바람 앞에 기업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변화해 나가야 하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스타벅스가 브랜드의 가장 핵심 제품인 커피를 사명에서 뺀 도전처럼, 공간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제품을 다루는 세계적인 기업 역시 변화의 바람 앞에 서 있다. 바로 '이케아(Ikea)'다. 이케아는 공간에서 시작해 공간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다루는 가구 역시 공간을 위해 존재하며, 이케아의 절대적인 브랜드 요소 중 하나가 쇼룸부터 레스토랑, 창고와 판매까지 모든 것을 겸하는 대형매장이라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런 이케아가 물리적인 형태의 매장을 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초의 이케아는 높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의 제품만큼이나 도시 외곽의 거대한 창고형 매장이 브랜드의 큰 요소로 작용했다. 차를 타고 도시 외곽에 나가 쾌적한 공간의 쇼룸에서 가구를 둘러보고, 창고형 매장에서 제품을 픽업해 집에 들고 와 직접 조립하여 사용하는 것이 이케아가 주는 경험 브랜딩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케아는 모든 면에서 변화의 앞에 놓여있다.
2020년 2월 4일, 이케아는 올여름 처음으로 영국의 '이케아 코번트리 아울렛(Ikea Conventry city centres store)'의 폐장을 발표했다. 이 매장은 2007년 문을 연 이래로 일관된 손실과 방문객 수의 지속적인 감소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초기 이케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일반화되었고, 온라인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도시 외곽까지 이동해 가구를 사고, 또 직접 조립하는 수고를 감내하는 사람도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외곽의 쾌적한 쇼룸, 창고형 매장, 직접 조립하는 수고로움이 들지만 그만큼 내가 만든 가구에 생기는 애정 등 이전에 이케아의 모토이자 핵심이었던 요소들이 시간이 변하면서 영향력이 줄어듦에 따라, 이케아도 변화의 바람 앞에 서게 되었다.
2020년 1월 29일 이케아가 속해있는 '잉카 그룹(Ingka Hplding B.V)'이 2019년 회계 실적을 발표했다. 리테일 매출은 367억 유로(한화 약 47조 5천억 원)가 증가해 전년 대비 5% 성장하였는데, 그보다 눈에 띄는 결과는 이중 이커머스(e-commerce) 매출이 전년 대비 46%가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매장 중심의 이케아도 온라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 추세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는 이에 디지털 역량을 향상시켜 멀티채널 리테일러로 성장하기를 꾀하고 있다.
또한 이케아는 외곽의 대형 아울렛이라는 공식을 깨고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도심형 소형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8월 연희동에 팝업스토어를, 2019년에는 강남과 부산에 각각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케아는 홈페이지에 국내의 생활편의 대행 서비스 플랫폼 '애니맨(Anyman)'을 연결했다
조립 측면에서도 이케아는 새로운 변화 중이다. 기존에 조립은 고객이 직접 해야 하는 '불친절함'은 이케아라는 브랜드가 가진 특징 중 하나였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을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었다고 평가되어, 행동경제학의 주요 사례로 자주 언급되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주는 신선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었다. 이는 쉽게 경쟁업체의 공격 거리가 되기도 했다. 직접 조립하고 노력하는 수고를 오히려 우스갯거리로 삼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또한 배송∙설치를 함께 제공하는 경쟁업체들의 온라인 서비스가 늘어나며 이 역시 변화가 불가피한 지점에 다다랐다. 이케아는 이제 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체 배송 및 조립 서비스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2019년 10월부터는 국내 생활편의 대행 서비스 플랫폼과 협업하여 배달, 가구 조립, 설치 등의 서비스를 플랫폼 제공사를 통해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케아는 1인 가구 시대에 맞춰 원룸형 임대주택 인테리어 시장에도 도전했다. 이케아는 'SK D&D'와 협업하여 2월 한 달간 성수동의 '에피소드 성수 101'에서 '휴가', '숙면', '반려동물', '홈오피스', '수납', '재미있는 디자인' 총 6가지 콘셉트로 꾸민 원룸을 선보인다. SK D&D의 기획, 'Plus X'의 BI 디자인, '최중호 스튜디오'의 공간∙가구 디자인에 이케아의 홈퍼니싱을 더해,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영원한 브랜드는 없다. 브랜드는 태어나 성장하고, 빛을 발하고, 어느 시점에는 사그라져가는 생명체와 같다. 하지만 한 번의 사이클로 일생을 마무리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성장한 애벌레가 고치를 뜯고 나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브랜드도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했고, 제품 자체가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시대는 저물었다. 제품을 넘어 그것이 의미하는 바와 제공하는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문화 자체가 앞으로의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제공해야 하는 가치가 되었다. 누구보다 물리적인 제품을 다루었던 두 브랜드의 변화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의 브랜드와 기업이 가져야 할 방향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가장 영리한 자가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라고 했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말처럼, 결국에는 변화에 적응하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이 변화의 바람이 지나간 후, 바람에 날아가 사라지는 것과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우리가 사는 사회와 우리의 삶은 또 한 번 바뀌게 될 것이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I(인공지능)가 실제로 등장했을 때,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얻었을 때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우리가 막을 새도 없이 이상한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을까요?
2010년 6월, 약 9년 전 일본의 이동통신 회사 소프트뱅크(SoftBank)의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30년 비전>을 발표하는 현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하는 이야기는 제가 현업에서 30년에 한 번밖에 없을 허풍이자, 마지막 허풍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프트뱅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1980년대 : 컴퓨터 유통사업 시작
-1990년대 : 미국 야후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조인트 벤처 / ADSL, 광대역 서비스
-2000년대 : IT 버블 붕괴 후, 이동성(Mobility), 정보접근성 고려하여 PC에서 모바일로 사업변화. 아이폰 일본 보급
Next Step? 사물인터넷(IoT)과 5G 그리고 AI(인공지능)
소프트뱅크는 IT기술 발전과 함께 정보혁명 선두에 있는 회사입니다. 2010년 당시 소프트뱅크는 모바일 기반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일본 독점공급과 아이폰을 활용한 소프트뱅크 콘텐츠를 확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손정의 회장이 회사의 향후 30년을 책임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제 인간의 지능을 넘는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다.
인간의 지능을 넘는 컴퓨터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번 글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하고 있는 미래기술과 기업을 살펴보며 앞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지 예측해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소프트뱅크는 어떤 이념과 비전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9년 전 손정의 회장의 허풍은 현실이 되었는지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30년 비전> 발표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이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이다
소프트뱅크는 미래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산업 즉, 미래시장을 이끌어갈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로 주목받았습니다. 2016년부터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oftBank Vision Fund)'를 설립하여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공유플랫폼 등 정보혁명을 이끌어갈 기업에 투자하며 기술, 기업연합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새로운 30년 비전> 발표는'어떤 생각으로 회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회사의 이념, 비전, 전략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30년 후에 필요한 것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마무리합니다.
당시 손 회장은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컴퓨터의 등장을 예측하고, 그 이후 변화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사업을 고심했습니다. 그에 맞는 예측과 투자로 기업연합을 구축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업무구조 혁신을 일궈냈습니다. 아래 이념, 비전, 전략을 정리해봤습니다.
1. 이념 :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 사업을 진행하는가"
회사는 이익 창출이 중요하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만 보고 산다면 우리 인생은 무의미할 것이다. 회사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돌아보았다. 그 답은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고통을 느낄 때는 언제냐 물어보았더니 가까운 사람의 죽음, 혼자만 남았다는 절망 등이 있었는데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고독'이었다. 반대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였을까? 자기실현, 성취감 등이 있었고 이 단어들을 조합하면 '내가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낄 때'이다.
우리는 한 사람에게라도 감동을 주고 싶다. 뛰어난 제품, 고객유치 이전에 최고 목표는 사람들의 고독은 줄이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2. 비전 : 30년 후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앞으로 30년 후, 기술과 라이프스타일은 어디까지 나아가고, 어느 정도까지 바뀌어 있을까? 가까운 미래를 봐서는 알 수 없다. 30년 후를 보기 위해 300년 전 산업혁명이 처음 시작되던 때로 가보자.
당시 기계와 동력이 생기면서 생활혁명이 일어났다. 이에 기계가 사람의 일을 뺏는다며 '러다이트운동(기계거부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기계와 동력 덕분에 새로운 문명을 누리고 있으며 위생 개선, 중노동 해방, 수명 연장을 이루었다.
정보혁명도 마찬가지다. 이제 10년 안에(2010년 기준)는 컴퓨터가 인간의 뇌가 처리하는 정보량과 속도가 비슷해지고, 30년 안에는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컴퓨터(인공지능, AI)가 나타날 것이다. 사람이 컴퓨터와 다른 점은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인데, 우리의 할 일은 인공지능이 폭주하지 않도록 애정을 심어주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보혁명을 이어가고자 한다.
3. 전략 : 비전을 어떻게 달성해 갈 것인가?
인간의 지능과 지혜를 뛰어넘는 컴퓨터가 등장하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정보를 얻는 도구는 종이에서 PC, 노트북과 아이패드, 스마트폰으로 바뀌어왔다. 그 다음 도구의 등장을 준비하고 있다.
일하는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300년간 지속성장이 가능한 조직구조로 통신회사가 아닌 정보혁명이 본업임을 보여주는 소프트뱅크 DNA를 만들 것이다.
우리의 전략은 중앙집권형에서 전략적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는 그룹으로 뭉친다. 20~40%만 투자하고, 각자 자립하여 협력하는 방식으로 일할 것이다. 우리의 이념과 비전에 동의한다면 회사 외부에서 동료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하여 꾸준하게 늘려갈 것이다.
300년 내에 5,000개의 회사와 이러한 형태로 일하려고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누군가 나의 일로 기뻐하길,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누가 다음 플랫폼을 선점하는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넘는 순간이 바로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TS).
향후 30년 안에 특이점을 맞이하고 되돌릴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겪을 것이다.
2010년, 손정의 회장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습니다.2018년 8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투자가 결실을 보기 시작하면서 소프트뱅크 그룹 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2019년부터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AI 관련 기업에만 투자하겠다고 공표하며 그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입증했습니다.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뀔까요?
이미 시장은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여 새로운 기술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이동통신사로 알고 있지만, 사물인터넷(IoT) 기업으로 포지션을 바꾸고 있습니다. 정보혁명의 플랫폼은 종이에서 스마트폰까지 진화했죠. 그들은 이제 초지능, 초연결 사회가 오면 다음의 정보혁명 플랫폼이자 도구는 사물인터넷(IoT)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래서 정보혁명의 선두에 있는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가 어떤 회사와 기술에 주목했는지 살펴보고 가까운 미래의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할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미래기술에 투자하는 100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
최대 출자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소프트뱅크, 애플, 퀄컴, 폭스콘, 샤프, 무바달라(UAE) 등 출자.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다국적 테크펀드.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주요 투자처 소개
(투자금액 순서)
1. Uber(우버)ㅣ전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2. ARM HoldingsㅣAl, IoT 분야 저전력 반도체 설계
3. WeWork(위워크) l 오피스, 주거, 교육 등 공유 공간 운영 및 설계
4. OneWeb(원웹)ㅣ전 세계 1조개 디바이스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위성통신
5. Roivant(로이반트)ㅣ임상시험과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가능한바이오, 제약기업
6. SoFi(소피)ㅣ개인간 거래(P2P)가 가능한 학자금 대출 핀테크
7. Fanatics(파나틱스)ㅣ미국 스포츠용품 전자상거래 기업
8. Improbable(임프로버블) l VR/AR 온라인게임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OS) 기업
보안(Security), 클라우드(Cloud), 전자상거래(E-Commerce), 바이오(Biology), 가상현실(VR/AR), 자율주행차 등
'월마트'의 배송이 '우버'의 무인자율주행 서비스로 이뤄지고, 해당 자율주행 차량에는 '엔비디아', 'ARM,' '퀄컴'의 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탑재된다. '알리바바', '플립카트', '스냅딜', '야후쇼핑', '쿠팡' 등 아시아 전자상거래 기업연합을 통해 아마존에 대항하고, 전자상거래의 빅데이터인 인간행동, 물류, 배송 등 정보가 IoT 플랫폼에 중요한 소스이다.
'스프린트'의 5G 네트워크는 AI를 활용하는 초지능 기술인 자율주행차, 공유서비스, 실내농장벤처, 위성통신 등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에서 초연결 한다.
소프트뱅크는 AI가 보편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과감한 미래기술 투자로 기업연합을 형성하고 회사의 향후 30년을 책임질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2016년 일본 M&A 역사상 최고가가 갱신됩니다. 바로 소프트뱅트의 ARM홀딩스 인수금액인 34조 원입니다. 손 회장은 당시 시세보다 1.5배 비싸게 인수하면서도 ARM을 싸게 사서 기쁘다고 했습니다. IoT가 보급되면 이동통신과 연결해야 하는 기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전력 소모량이 최대한 낮고 초소형인 반도체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인데요. ARM은 현재 IoT시대 필요한 저전력 반도체 설계기술을 확보한 거의 유일한 기업입니다.
인공지능(AI)의 정보처리 속도와 판단능력의 정확성을 높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로봇 등이 동시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GPU 개발 'NVIDIA(엔비디아)'
기술 특이점을 넘는 AI는 사람의 두뇌보다 더 많은 정보를 한번에 처리합니다. 엔비디아의 GPU 기술은 방대한 정보와 계산을 동시에 빠르게 처리하는 장점을 가진 기술로 AI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이자, 초지능 컴퓨터가 등장하는 AI의 시대로의 발전을 견인해온 동력이기도 합니다.
기존 컴퓨터가 갖고 있던 CPU의 정보처리 방식은 정보가 들어오는 차례대로 계산하는 직렬 방식이라면,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GPU 기술은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계산하는 병렬 방식입니다. 엔비디아의 GPU 기술을 이용하면 컴퓨터의 연산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분석하여 최적의 판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처럼 도로의 굴곡, 상대편 차량, 날씨, 공사 중인 도로 등 도시의 다양한 상황을 동시에 인지하고 분석, 판단해야 할 때, 꼭 필요한 기술이죠.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 기업연합 안에서 우버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여 완전차를 만드는 '도요타', '벤츠', '아우디'와 기술제휴를 맺었고, 'SK텔레콤'과도 5G 자율주행 기술개발 협약을 맺었습니다.
작년 GM의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사 '쿠르즈'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연합에 합류하고, 엔비디아 자체적으로 테슬라 전기자동차에 자율주행 AI 플랫폼을 공급하며 구글의 자율주행 사업 담당사인 '웨이모'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스마트로봇은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경험을 축적해 스스로 진화해야 하는 기술군입니다. 소프트뱅크는 구글의 '알파벳'이 갖고 있던 보행로봇을 만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샤프트'를 인수했고, 실제 건설 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로봇화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업연합으로 GPU의 단점을 보완할 저전력 CPU 반도체를 설계하는 ARM 홀딩스가 뒷받침해주고 있어, 앞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GPU 최강자 엔비디아와 CPU 공급자 ARM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보행로봇 영상
자동차도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공유, 근접성, 고객 경험을 담는 모빌리티(Mobility) 그룹을 실현하다
작년 10월 소프트뱅크와 도요타가 자율주행차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맺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소프트뱅크 기업연합인 엔비디아와 우버가 함께 만들고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도요타가 첫 고객이 된 건데요. 자율주행차 핵심부품은 엔비디아가 맡고 시스템과 관리는 우버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업 형태를 모빌리티 그룹으로 바꾸며 모빌리티 서비스와 콘텐츠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는 대표적으로 차랑공유서비스(RidingShare)가 있습니다.
모바일 앱으로 가까운 곳의 개인차 혹은 택시를 잡아주는 차량공유서비스 '우버'가 대표적이며, 중국의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디디추싱(DiDi)', 싱가포르의 '그랩(Grab)', 인도의 '올라(Ola)가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트럭 배차서비스인 중국의 '만방그룹', 배달서비스인 미국의 '도어대쉬(DoorDash), '우버이츠(UberEats)'가 있습니다. 디디추싱은 소프트뱅크가 'DiDi모빌리티재팬'이라는 사업명으로 일본에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두 번째는 자율주행시스템 기술군으로 자동차에 설치된 카메라, GPS, 무선통신 등의 장비로 운전자의 동작과 자동차 주변 상황을 감지하여 운행방해 요소를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나우토(Naouto)', 사용자별 지리 데이터를 모아 정밀도를 향상하고, 개발자 활용 목적에 따라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한 지도서비스 '맵박스(MapBox)' 등이 있습니다.
Build with MapBox
아시아 전자상거래(E-Commerce)시장을 하나로 묶다
소프트뱅크의 투자현황을 보면 이들이 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거대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한국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 투자하면서 화제를 모았죠. 소프트뱅크는 유럽, 미국을 제치고 최대 유통시장으로 주목받는 아시아에서 전자상거래 그룹을 만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산업투자는 2000년 '알리바바'에 220억을 투자하면서부터인데요. 마윈 회장의 야무진 눈빛에 반해 5분만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손 회장은 지금의 알리바바를 키운 숨은 공신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기업이 된 '알리바바'를 필두로 인도의 '스냅딜'과 '플립카트', 일본의 '야후쇼핑', 한국의 '쿠팡'에 투자했고, 알리바바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토코피디아', 싱가포르 '라자다'까지 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연결해가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라이벌 '아마존(Amazon)'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데요. 월마트는 아마존에 대항하며 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 교두보로 소프트뱅크 기업연합과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고,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인도의 최대 이커머스 기업 '플립카트'를 인수했으며, '우버'와 배송시스템을 의논하고 있습니다.
보석을 발굴했다.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선물한 '알리바바(Alibaba)'
소프트뱅크 기업연합의 중국진출 교두보.호텔 예약 서비스 'OYO룸스' 사례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에 거대한 중국 시장을 선물했습니다. 손 회장의 촉이 빛을 발한 최고의 작품이죠. 알리바바는 송금수수료와 거래수수료가 없는 결제시스템 '알리페이(AliPay)'를 도입하고, 기업, 개인, 도·소매로 고객층을 세분화하여 '알리바바(국제용 B2B)', '1688닷컴(국내용 B2B)', '타오바오(C2C)', 'TMALL(B2C)', '쥐화수안(공동구매 및 핫딜 웹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온라인 소매 웹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안드로이드 OS, 아이폰 OS처럼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알리윈(클라우드서비스)'을 개발하여, 알리윈OS의 앱스토어를 운영합니다. 또한, 알리바바 그룹 물류 전체를 담당하는 'CSN(China Smart Logistic Network)도 설립했고, 최근에는 비전펀드와 함께 연간 사용자 1,6억명, 배달원만 67만명, 서비스 등록 음식점만 350만이 넘는 거대 음식배달플랫폼 '엘레미(ele.me)'를 인수중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알리바바 그룹 고객만 10억 명으로 추산되는데요.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그룹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얼마 전 인수한 인도의 호텔예약 서비스 'OYO룸스'를 '디디추싱'과 연결하여 중국 내에서 숙박과 차량공유가 결합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소프트뱅크 모바일', '야후재팬', 비전펀드의 인도 최대 전자결제 기업 'PAYTM'이 뭉쳐 만들었다
현금거래가 사라지는 시대, 일본을 넘어 아시아의 페이먼트 플랫폼을 꿈꾸는 모바일 페이 'PAYPAY'
정보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입니다. 10년 전 처음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내 개인정보를 이렇게 써도 되나', '스마트폰을 믿을 수 없다', '현금 없이 터치만으로 결제하는 게 괜찮은 것인가'라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 연령대가 모바일 뱅킹에 익숙해졌고, 모바일로 택시를 부릅니다. 또, 배달음식도 모바일로 주문해 결제합니다. 그렇다 보니 점점 실물 현금 대신 모바일 결제가 익숙해졌죠.
중국은 3~4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모바일페이를 정착시켰습니다. 백화점과 상점은 물론, 택시, 공유자전거, 배달서비스, 청과물 가게, 노점상, 가판대까지 모든 거래 활동에 QR코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챗, 알리바바 등 앱에서 개인 은행계좌와 연결된 QR코드를 부여받고 지문인식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페이는 모두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흐름이자, 이미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익숙한 결제 방식입니다. 그래서 소프트뱅크 모바일, 야후재팬은 비전펀드의 'PAYTM'의 기술지원을 받아 'PAYPAY'를 만들었습니다. 'PAYTM'은 인도 페이먼트 1위 사업체인데요. 'PAYPAY'는 캐시리스(Cashless)시대 소프트뱅크 기업연합에서 실행하는 금융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입니다.
소프트뱅크 기업연합의 최종목표
유니콘을 키우다. 'WeWork(위워크)'
각 분야의 최고의 entrepreneur(사업가)와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그들과 함께 군(무리)을 만들어 가고, 함께 AI 혁명을 실현시킬 그룹으로서의 전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기업연합이 서로 돕고, 서로 자극하고, 서로 협력하여 시너지를 내며 새로운 혁명을 함께 일으킬 것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WeWork)'에 최고 금액을 투자하고 있고, 일본에 '위워크재팬(WeWorkJapan) 사업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위워크는 소프트뱅크 투자를 받고 미국 내 스타트업 2위로 올라섰으며, 진입장벽이 높았던 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미 1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받은 위워크는 최근 '더위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하고 공용오피스 '위워크'에 공동주거 '위리브', 초등학교 '위그로우' 브랜드를 통합 운영한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가 평가한 공유오피스 '위워크'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요?
소프트뱅크는 AI 시대를 대비해 인수합병이 아닌 기업연합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0년 뉴욕에 첫 오피스를 개설한 위워크는 현재 24개국 83개 도시에 300여 개 지점을 개설했고, 약 27만 명이 오피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부터 스타트업은 물론 회계사, 변호사 그리고 삼성, IBM,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까지 세계적인 기업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요. 위워크의 입주기업 간 네트워크와 협업은 유니콘 그룹을 육성하는 소프트뱅크에게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의 마중물 플랫폼으로 꼭 필요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AI 기술과 IoT 플랫폼이 완성되었다.
5G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자 '스프린트(Sprint)', '원웹(OneWeb)'
'스프린트'는 1위 버라이즌, 2위 AT&T, 3위 T모바일 다음, 미국의 4위 이동통신 업체로 2013년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면서 5G사업을 목표로 차량공유서비스 기업인 '우버(Uber)', '디디추싱(DiDi Chuxing)', 위성통신 사업자 '원웹(OneWeb)' 등과 협력하여 사물인터넷 시대에 AI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5G는 사물인터넷의 본격화되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응급진료, 스마트팩토리 등 AI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기기를 동시 연결하는 초지능, 초연결 시대의 네트워킹에 필요한 기술입니다. 그 중 자율주행차, 응급진료 같은 우리 생명과 직결되어있는 서비스가 상용화 되려면 통신 속도는 물론 안정성이 탁월해야겠죠.
그런 면에서 5G는 무선통신임에도 유선통신(1~4G)보다 빠른 초고속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하고 기기 간 대량 연결을 가능하게 합니다. 통신 시작 지연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대량 연결과 무선으로 이뤄지는 이동통신 환경에서 신뢰와 안정성을 모두 확보한 서비스입니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미국 이동통신 3위 기업 T모바일과 합병을 추진해왔는데요. 향후 스프린트와 T모바일이 합병하면 미국에서 1억 명 고객을 유치하며 5G 환경에서 경쟁력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화웨이 장비의 '국가안보 위협 관련 보고서'가 나온 후, 소프트뱅크는 미국과 유럽의 기조에 맞춰 중국의 '화웨이'와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미국 5G 시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스프린트와 협업하는 스타트업 '원웹'은 누구든 어디서든 단말기를 따로 구매할 필요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고속 인터넷을 사용했음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내전으로 황폐해진 아프리카 르완다의 광파이프 설치 활동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저궤도에 초소형 인공위성 수백 개를 띄워서 위성통신으로 지구 전체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기술 외에도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이롭게 하는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애견 산책용 어플리케이션 '웨그(wag)', DNA 분석으로 암세포를 조기 발견하는 인공지능 '가던트 헬스(Guardant Health)', AI 기반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로 중국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센스타임(상탕과기)', AI와 IoT로 창문 채광을 조절하여, 공간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필요한 만큼의 전력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스마트 유리 'VIEW' 등 다양한 서비스와 유니콘 기업이 될 만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죠.
소프트뱅크는 손 회장의 주도 아래 정보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플랫폼 선점 계획을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진행해왔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소프트뱅크는 그간 투자를 버팀목 삼아 사물인터넷(IoT)이 대중화된 사회에서 안전하고 빠른 5G 서비스를 통해 AI 기술 활용 미래산업인 차량공유, 자율주행, 전자상거래, 병원서비스, 스마트로봇, 핀테크, 가상현실 등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투자를 통해 단단하게 만들어놓은 기업그룹과 함께 아시아를 넘어서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며 덩치를 더욱 키울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손 회장의 예측이 맞냐 안 맞냐 이전에 '기술혁신과 기업연합으로 얻는 엄청난 인간행동 데이터와 AI기술을 어떻게 활용할까?'하는 부분입니다.손 회장이 말한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요?
fromA comments
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한다는 것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다양한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정보혁명 시대에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명확한 하나의 목표 의식이 리더를 필두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전진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단순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가슴에 품은 기업이기에 허풍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스토리 갬성 모노폴리언 (박**/ 30대)
‘4차 산업혁명’하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벌써 우리 삶에 가까이 와있고,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이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다음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네요.
- 챠밍 남산덕후 에디터 (오**/ 30대)
읽는 내내 기술 발전에 감탄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또 막연하게만 느끼던 4차 산업혁명을 소프트뱅크라는 회사의 움직임을 통해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과 한 번쯤은 들어본 기업들이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고 끊임없이 성장해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이 업체들이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엔 하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지금 시기에 읽어두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 단락'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 레트로 소울 워커 (이**/ 20대)
↳ 저는 사실 레트로 소울 워커님이 고른 부분이 마지막보다 서론에 어울리는 문장은 아닐까 생각했었요. 4차 산업혁명을 두고 막연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많이 거론되고 있어서, 오히려 왜 소프트뱅크를 골라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마지막에 이야기해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인수합병보다 기업연합을 통해 지금까지의 성과를 일궈 왔다는 점을 강조해 마무리해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스토리 갬성 모노폴리언 (박**/ 30대)
소프트뱅크에 대해 대략은 알았었는데, 이런 로드맵을 생각하고 있다는 건 오픈북 기사를 보고 처음 알게 된 것 같아요. 투자 중인 회사 중에 모르는 회사들도 많이 알게 되었네요. 그래도 눈에 띄는 건 엔비디아, 슬랙, 쿠팡, 보스턴 다이나믹스 같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회사들이네요. 참고로 Part1, 2로 나눠 연재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택시 부르면 무인차가 온다면? 굳이 차를 살 필요가 없다 우버 같은 공유 서비스 뜨는 이유다
소유의 종말…‘자동차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현대차도 ‘레벨3’ 기술 확보 2020~2021년 상용화 예상 자동차 살 필요 없어지면 제조업 아닌 서비스업 된다
자율주행차는 우리 눈앞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까? 관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가 적용될 만한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냈고, 최근 그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비즈니스 모델이란 바로,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잡거나 카풀을 도와주는 차량공유 서비스와의 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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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우리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열리는 첫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피츠버그에서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면 컴퓨터가 운전하는 볼보 ‘XC90’ 자율주행 택시가 찾아올 수 있다. 물론 앞좌석에는 안전을 위해 우버가 배치한 직원 2명이 타고 있어 자율주행차라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150만 마일(240만㎞)의 테스트 주행을 거친 구글도, 폴크스바겐(폭스바겐)이나 도요타와 같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도 아닌 차량공유 업체가 미래를 여는 첫 주인공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율주행차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 중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는 자율주행차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 자율주행차가 개발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될지에 대한 추상적인 전망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올여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이제 업계는 차량공유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비전에 확신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공유 서비스 업계의 선두 주자인 우버에 관련 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완성차업체 포드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포드의 마크 필즈 대표는 “우리는 자동차와 함께 이동을 위한 솔루션 서비스 쪽에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포드는 지난달 16일에는 “우버·리프트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에 투입하기 위해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우버에 쏟아지는 러브콜
올여름 자율주행차 업계는 업체 간 합종연횡으로 뜨거웠다. 하루가 다르게 투자와 인수합병 소식이 터져 나왔다. 그 중심에 우버가 있다. 그중 주목받은 사례는 스웨덴의 프리미엄 자동차회사인 볼보와 우버가 맺은 파트너십이다. 볼보는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는 ‘베이스 차량’을 개발하고, 우버는 올해 안에 그 차량을 100대 구매하는 것이 파트너십의 주요 내용이다. 두 업체는 공동으로 3억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해 베이스 차량에 탑재 가능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포드가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포드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퓨전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용해 피츠버그에서 운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 테스트 차량은 지도 데이터 수집과 자율주행 기능 테스트를 벌인다.
도요타는 지난 5월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우버 운전자에게 차량을 임대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도요타는 하반기 중 이 프로그램은 시작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우버에 약 1억달러(11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율주행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 재규어·랜드로버 등을 소유한 인도의 타타자동차도 지난 7월과 8월 우버에 각각 1억달러를 투자했다.
북미 지역에서 우버의 경쟁 업체로 활약 중인 리프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엠은 지난 1월 리프트에 5억달러(5500억원)를 투자했다. 5월에는 리프트와 함께 내년 중 쉐보레 볼트 전기택시를 이용해 자율주행 택시를 테스트하겠다고 밝혔다. 포드 역시 지난 1월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은밀히 나서고 있는 애플은 중국에서 우버를 몰아낸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에 10억달러를 투자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5월 주로 유럽을 무대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벌이고 있는 게트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가 가지고 있는 마이택시는 지난 7월 경쟁사인 헤일로와 합병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업체 두 곳이 합병하면서 유럽 최대의 차량공유 업체가 탄생했다.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시장의 주도권이 차량공유 서비스 업계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온디맨드(on demand) 시장이 운송 분야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미 우버, 리프트 등은 스마트폰 앱으로 공유 서비스를 내놓으며 모바일 온디맨드(MOD)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가 더해진다면 파괴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자율주행차의 컴퓨터는 인간보다 더 시간을 잘 맞추고, 완전 자율주행차 시스템이 도입됐을 경우 사고율도 0에 수렴하며 요금도 사람이 운행할 때보다 30~60%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모바일 디바이스”
지금까지 완성차 업계는 자율주행차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자동차 소유 비율을 떨어뜨릴 것이라 봐왔기 때문이다. 구글이 자동차 시장 진입을 노리며 운전대와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때도, 완성차 업체들은 “운전의 즐거움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벤츠가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공개한 자율주행차 콘셉트카에는 운전대가 붙어 있다.
하지만 최근 완성차들의 움직임은 자칫 타이밍을 놓쳐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향후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위기감을 반영한다. 앞으로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포드가 공유 셔틀버스 업체 채리엇을 인수하고 공유 자전거 사업에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동차는 궁극적인 모바일 디바이스”라고 설명해온 애플의 말처럼, 자율주행차의 시대에 자동차는 더는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다. 대신 호출해서 잠깐 타는 서비스 상품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최강자로 알려진 구글도 이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구글은 2013년, 일찌감치 웨이즈라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를 인수했고, 지난 5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 지역에 있는 구글과 월마트, 어도비시스템스 등 직원 2만5천명을 상대로 통근용 ‘카풀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가을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도 운영할 예정이다. 구글은 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우버·리프트 택시보다 더 값싼 차량공유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다.
국내에서도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 아이티(IT)연구센터는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이용자에게 찾아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스누버’(SNUber) 택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서승우 센터장은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차 기술의 결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차를 빌려 가는 입장에서 보면, 하루치 렌트비를 지급했는데 일부 시간만 이용하고 주차장에 두면 아깝지 않나요.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꼭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그에 맞는 돈만 쓰면 되니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모델이죠.”
지난 달 18일 오후 현대기아차 김병광 책임연구원(왼쪽)과 <한겨레> 음성원 기자가 스포츠실용차(SUV)인 투싼 자율주행차를 타고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사내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소유의 종말…‘자동차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현대차도 ‘레벨3’ 기술 확보 2020∼2021년 사용화 예상 자동차 살 필요가 없어지면 제조업 아닌 서비스업 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완성된 것일까. 물론 아직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돌발상황에 대한 대응력이란 측면에서 한계도 많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홍대 앞 골목길과 같은 이면도로에서의 주행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큰 도로 등을 중심으로 일정 구간을 운행하는 서비스 정도는 지금 테스트 단계의 기술로도 가능하다. 그 기술 수준은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사내 도로에 스포츠실용차(SUV)인 투싼 한 대가 기자 앞에 섰다. 김진학 책임연구원은 이 자율주행차에 대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정의한 레벨3과 레벨4 사이의 자율주행차”라고 설명했다.
내비게이션과 비슷하게 생긴 차량 모니터링 장치에 왕복 5㎞ 정도의 경유지와 목적지를 설정하자 자동차가 출발했다. 자동차는 이곳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40㎞로 금세 올라섰다. 연구용으로 차량 내부에 장착된 모니터링 장치는 주변의 자동차와 사람을 부지런히 체크했다.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량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모니터링 장치 안에서도 네모난 박스 형태로 그려진 채 움직였다. 차량에 장착된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에 의해 인식된 움직이는 물체는 모두 여기에 표시됐다. 인도를 걷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어렵다는 차선 변경도 자연스럽게 했다.
지난 달 18일 오후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사내도로에서 <한겨레> 음성원 기자가 타 본 투싼 자율주행차 외관. 현대기아차는 상용화를 대비해 라이다를 차량 안쪽에 달았다. 현대기아차 제공
구글의 자율주행차, 코알라. 차량 지붕 위에 라이다가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구글 제공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시간은 기술의 편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인 ‘코알라’ 지붕 위에 달린 라이다의 가격은 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인 이노비즈는 그 가격을 10만원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벨3 자동차가 상용화되는 시점을 대략 2020~2021년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그때가 되면 제한된 구간에서의 자율주행 택시는 충분히 운행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운전자의 눈빛 볼 수 있나
물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기자가 탄 자율주행차는 ‘운 좋게도’ 돌발상황을 만날 수 있었다. 반대편 차선 앞쪽에 깜빡이를 켜지 않은 차량이 미세하게 왼쪽으로 트는 듯하더니 이내 좌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방어운전을 하는 인간과 다르게, 이 자율주행차는 그 차가 좌회전을 하는 중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두려운 순간이었지만, 운전석에 앉아 있던 김병광 책임연구원은 태연해 보였다. 자율자동차는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문제는 없었다. 다만 승객을 불안하게 했다는 점은 큰 단점이다.
사람은 차량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차량 내부의 상대 운전자 눈빛 등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아직 그러지 못했다. 다만, 수많은 학습(머신러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을 익히면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술로도, 좌회전 대기 차량이 있을 때 속도를 줄이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설정한다면 당장 해결할 수도 있지만, 주행 효율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벌어지는 우버의 실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츠버그에서 우버를 부른다고 무조건 자율주행차가 오는 것은 아니다. 출발 위치와 목적지, 주행거리, 고객의 선호 등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배정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는 극히 제한된 구간만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 시장에 대한 최초 이미지를 갖기 위한 마케팅 차원의 노력일 뿐이란 시각도 있다.
특히 한국적인 도로 상황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도입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강남과 같이 도로 여건이 좋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차선 변경을 하려고 깜빡이를 켜면 옆 차선 차량이 오히려 더 빨리 달린다. 이런 곳에서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라고 해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전략프로젝트 ‘자율주행자동차 기획단’의 선우명호 단장(한양대 교수)은 “우버가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그곳은 차가 많지 않은 매우 한적한 도시다. 싱가포르에서 최근 벌인 자율주행 택시 시범운행 구간도 2.5㎞ 수준으로 제한된 구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획단은 2024년까지 레벨4의 기술을 개발 완료할 계획이지만, 그것을 상용화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마케팅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우버를 불러 자율주행차가 배정됐을 때 소비자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느냐도 문제다. 사람들은 단 1건의 오류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컴퓨터에 대한 신뢰가 쌓여 수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려면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글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인포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
캘러닉, 공격적인 차량공유 사업… 업계 반발 무시하고 확장 강행, 성차별·불법 SW 드러나 퇴출 구원투수로 영입된 코스로샤히, 음식 배달·화물 등 사업 다각화… 세계 63국 700여개 도시 진출
"우리는 세계를 움직이게 함으로써, 기회에 불을 붙인다"
오는 10일(현지 시각)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예정인 우버의 사업 모토다. 우버의 예상 기업가치(공모가 기준)는 910억달러(약 106조2000억원)다. 2014년 상장한 중국 알리바바와 2012년 미국 페이스북에 이은 미국 역대 셋째 규모다. 우버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다. 누구나 자신의 자동차를 활용해 다른 사람을 태우고 돈을 받는 '차량 공유(ride-sha ring)'를 처음 선보였다. 현재 세계 63국, 700여 도시에서 하루에 1400만 건에 달하는 우버식(式) 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에선 직접 택시를 보유하지 않는 '세계 최대 택시회사'라고 한다. 택시 회사 허가도 안 받고 편법으로 유료 운행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버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운행하지 않는 자동차(유휴 자산)를 최대한 활용한, 운전자와 승객 간 윈-윈 방식이라는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우버의 상장 서류(S-1)를 분석했다.
◇전 세계 차량 공유 논란을 강경 돌파한 우버
우버의 창업자는 트래비스 캘러닉(Kalanick)과 개릿 캠프다. 택시의 승차 거부가 빈번하던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 대신 탈 수 있는 운송 수단을 내놓은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호출하는 데다 비용도 택시보다 20~30% 저렴해 이용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반 운전자들은 앞다퉈 우버 드라이버(운전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은 일부 국가에서 우버 차량을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거셌다. 캘러닉 창업자는 이런 반발은 무시하고 전 세계 확장을 강행했다. 세계 각국에 '선(先) 출시, 후(後) 협상' 방식을 밀어붙였다. 예컨대 한국 시장에서 우버 드라이버를 모집하면서 이용자에겐 탑승 공짜 쿠폰을 무차별 살포하는 식이다. 전 세계 동시 다발적으로 진입했고 막대한 비용은 벤처투자자에게 조달했다. 각국 정부가 '택시 아닌 차량의 유상 운송은 불법'이라고 하면, "기술의 혁신을 모른다"고 맞받아쳤다. 한국·일본과 같은 일부 국가는 "불법인 우버 퇴출"을 공식 선언하고 택시 시장에서 우버를 내쫓기도 했다. 그러자 강경한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택시를 우버 차량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재진출했다.
한때 세계 유료 운행 시장을 다 먹을 기세였지만 우버는 꺾였다. 중국에선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에선 그랩, 인도에선 울라캡스와 같은 경쟁 업체가 등장한 것이다. '오만한 우버'라는 인식이 각국 정부와 소비자에게 퍼지면서 경쟁자에게 기회를 줬다.
2017년 우버에 위기가 왔다. 2017년 2월 우버의 엔지니어였던 수전 플라워가 블로그에 "사내 남성 직원에 의한 성희롱이 만연하고 승진에는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3월엔 불법 소프트웨어인 '그레이 볼'을 우버 드라이버에게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은 우버 드라이버에게 단속하는 경찰차의 위치를 알려줬다. 캘러닉 창업자는 그해 6월 CEO에서 물러났다. 캘러닉 창업자에게 주요 투자자들이 퇴출을 통보했다.
◇음식 배달·화물 운송·전기 자전거로 사업 다각화
위기의 우버에 구원투수로 온 이는 온라인여행 예약업체 익스피디아의 CEO였던 다라 코스로샤히다.
코스로샤히 CEO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올바른 일을 한다(We do the right Thing)'는 새로운 규범(norm)으로 내세웠다. 과거의 불법·편법과의 결별 선언이었다. 그는 경쟁력을 잃은 동남아나 러시아와 같은 지역에선 우버 사업을 접었다. 동남아 우버 사업 조직은 그랩에, 러시아 조직은 얀덱스 택시에 매각했다.
대신 음식 배달, 화물 운송, 전기 자전거 공유 등 사업 분야를 확대했다.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이츠는 출시 3년 만에 세계 500여 도시에서 22만여 레스토랑의 음식을 각 가정에 배달할 정도로 커졌다. 화물 운송 서비스인 우버 플레이트는 2017년 5월 출시 이후 40만명이 넘는 트럭 운전사들을 확보했다. 미국·유럽에선 작년 '점프'라는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스로샤히 CEO는 "아마존이 모든 것을 판매하는 서비스라면, 우버는 모든 것을 운송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적자 기업 우버의 미래 도전은 자율주행차
전 세계 최고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의 자리를 졸업하는 우버지만 문제는 여전히 적자 기업이라는 대목이다. 작년에 매출 112억7000만달러, 순이익 9억9700만달러를 기록, 첫 이익을 내긴 했다. 하지만 작년 순이익은 우버의 동남아·러시아 사업 매각을 통한 일회성 이익이었다. 영업 기준으로 보면 30억33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게다가 폭발적이던 매출 증가세도 주춤한 상황이다. 우버는 2017년만 해도 연간 매출 성장률이 100% 이상이었지만, 작년에는 42%에 불과했다.
우버의 다음 도전은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승객, 화물, 음식 등을 모두 실어나르는 것이다. 운임을 운전자들과 나눠 가질 필요 없이 모두 우버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시장의 장악은 쉽지 않다. 우버는 작년 3월 애리조나주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하다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우버는 미국·캐나다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전면 중단해야 했다. 지난달에는 자율주행차 부문을 따로 떼어내 1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로샤히 CEO는 "만약 지금
당장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우버 말고, 은행의 주식을 사라. 우버는 앞으로 수년, 수십년간 장기 성장할 기업이고, 그동안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캘러닉 창업자가 IPO 행사장에 참석할지도 관심사다. 캘러닉 창업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모시고 상장 행사에 참석하고 싶어 하지만 코스로샤히 CEO는 그의 참석을 탐탁치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간 M&A로 막후서 사업재편 중국 디디추싱·동남아 그랩… 각 지역 차량 공유 독점체제 구축 출혈경쟁 없애고, 수익 끌어올려…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 노림수도
세계 차량 공유 시장을 장악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시장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미국 우버에 92억5000만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 것을 비롯해 중국 1위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1위 그랩, 인도 1위 올라캡스 등에 총 356억6000만달러(약 37조9000억원)를 투자했다. 손 회장은 자신이 주도해 애플,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과 함께 만든 비전 펀드도 투자에 활용했다.
이를 통해 각 기업에서 최대 주주 또는 2대 주주 자리를 장악한 손 회장은 각 업체 간 사업 매각과 인수를 막후에서 주도하며 지역별 독과점 체제 구축에 나섰다. 미국의 경제 매체 쿼츠는 "세계 차량 공유 시장의 진정한 왕(real king)은 우버가 아니라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라고 보도했다.
◇차량 공유 시장 구조조정 나선 손정의
우버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을 그랩에 매각하고 그랩 지분 27.5%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버는 동남아에서 그랩과 경쟁했지만 손 회장이 최대 주주가 된지 두 달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 CNBC방송은 "이번 거래를 주도한 것은 양쪽에 모두 투자한 소프트뱅크"라고 보도했다.
우버는 인도에서도 사업을 접고 현지 1위인 올라캡스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차량 공유 시장이지만,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는 우버를 철수시키고 올라캡스에 사업을 몰아주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1월 중국 디디추싱이 브라질 1위인 99를 10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한 것 역시 손 회장이 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중국에서도 우버가 디디추싱에 사업을 넘겼다.
손 회장은 이런 사업 재편을 통해 시장별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우버가 장악했고, 중국은 디디추싱, 동남아는 그랩이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올라캡스가 우버의 인도 사업을 인수하면 인도 시장 역시 독점 체제로 바뀐다.
◇자율주행차 시장 독점 꿈꾸는 손정의
손 회장이 큰 그림의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은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는 차량 공유 업체들 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없애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지난해 8월 "앞으로 30년, 50년 뒤에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할 경우 차량 공유 서비스는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 회장이 주도하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차량 공유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가의 자율주행차를 개인이 소유하는 것보다는 자금 동원력과 함께 고객 수억 명을 확보하고 있는 차량 공유 업체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자율주행차가 본격화되면 차량 공유 시장은 연간 1000억달러(약 106조원) 규모가 넘는 세계 택시 시장까지 모두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손
회장의 공격적 투자 방식도 화제다. 시장에서 1위를 할 만한 스타트업을 꼽아서 깜짝 놀랄만한 금액을 투자하되 빠르게 사업을 키우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을 잘 아는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은 한번 마음이 꽂히면 스타트업이 원하는 금액의 10배 이상을 쥐여주고, 상대방이 주저하면 경쟁자에게 투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드롭박스·샤오미 등 16곳, 1~2년 내 수조원 단위 기업 공개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박 예감… 美 9곳·中 6곳… 글로벌 패권 경쟁
세계 스타트업계에서 유니콘을 뛰어넘는 데카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데카콘(Decacorn)은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평가받는 비상장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다. 그동안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는 기업을 뿔이 달린 상상의 동물 유니콘(Unicorn)으로 불렀지만, 이제 유니콘보다 기업 가치가 10배 높은 거대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데카콘은 이미 차량 공유나 숙박, 사무실 공유, 전자상거래, 드론 등 신규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곳들이다. 데카콘들은 당장 투자자들에게는 1~2년 내 수조(兆)원 단위의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할 최대어로 주목받고 있으며 IT(정보기술) 업계에선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기업의 뒤를 이를 기술 리더로 관심을 모은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현재 세계 데카콘 기업은 미국, 중국, 인도에서 16개 기업이 등장했다. 236개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 가운데 상위 7%의 기업만이 데카콘의 왕관을 쓴 것이다.
◇수십조 단위의 기업공개(IPO) 예정된 데카콘들
올해부터 데카콘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속속 예정돼 있다. 파일 공유 업체 드롭박스(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0조원)는 올해에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상장 예정 업체 중 하나다. 2007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드루 휴스턴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드롭박스는 온라인 저장 서비스로 전 세계 5억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억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
드롭박스는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세계 최대 기업가치 업체인 차량공유업체 우버(기업가치 680억달러·약 73조원)는 내년에 상장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293억달러·약 31조원)는 올 초 '연내 기업공개는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 최고의 잭팟(jackpot·거액의 상금, 대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데카콘들은 모두 1~2년 내 언제든 상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나 음식배달업체 메이퇀뎬핑, 핀테크(기술+금융)업체 루닷컴 등은 당장 중국 알리바바 못지않은 성장 잠재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빅데이터 분석 업체 플랜티르 테크놀로지(미국)나 사무공간 공유업체 위워크, 차량공유업체 리프트 등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독과점 파워를 갖췄거나 최고의 기술을 인정받으며 흑자 궤도에 오르고 있다.
◇기술 패권 다투는 美·中, 데카콘도 양강 구도
전 세계 유니콘 기업 236개 가운데 절반 정도(116개)가 미국에 쏠려 있다. 중국 기업은 64개에 그친다. 유니콘 경쟁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는 형국이지만, 헤비급 기업끼리 진짜 싸움인 데카콘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데카콘 기업 16곳에서 미국 기업은 9곳, 중국 기업은 6곳이다. 미국·중국 양강 싸움판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나라는 인도뿐이다.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가 자국 시장을 장악하며 기업가치 116억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구글·페이스북 시대만 해도 압도적인 미국의 공세에 중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 수성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데카콘 시대에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중국의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지난해 영국 런던에 진출한 데 이어 남미시장 진출에도 성공해 이제 세계 시장에서 미국 우버와 경쟁할 만한 상대로 인정받고 있다. 뉴스 큐레이션 업체인 중국 터우탸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 추천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터우탸오는 작년 4월 유니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1년도 안 돼 데카콘 기업으로 부상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드론제조업체 DJI는 전 세계 상업용 민간 드론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두뇌 역할을 하고 중국이 생산을 담당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며 "디지털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