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작사들은 왜 우버를 좋아하나

등록 :2016-09-12 10:32수정 :2016-09-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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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차량공유와 결합하는 자율주행차

자율주행 ‘신데렐라’ 떠오른 우버
이달 피츠버그에서 택시 운행
볼보, 포드, 도요타 투자로 ‘상한가’

택시 부르면 무인차가 온다면?
굳이 차를 살 필요가 없다
우버 같은 공유 서비스 뜨는 이유다

소유의 종말…‘자동차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현대차도 ‘레벨3’ 기술 확보
2020~2021년 상용화 예상
자동차 살 필요 없어지면
제조업 아닌 서비스업 된다
자율주행차는 우리 눈앞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까? 관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가 적용될 만한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냈고, 최근 그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비즈니스 모델이란 바로,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잡거나 카풀을 도와주는 차량공유 서비스와의 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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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우리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열리는 첫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피츠버그에서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면 컴퓨터가 운전하는 볼보 ‘XC90’ 자율주행 택시가 찾아올 수 있다. 물론 앞좌석에는 안전을 위해 우버가 배치한 직원 2명이 타고 있어 자율주행차라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150만 마일(240만㎞)의 테스트 주행을 거친 구글도, 폴크스바겐(폭스바겐)이나 도요타와 같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도 아닌 차량공유 업체가 미래를 여는 첫 주인공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율주행차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 중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는 자율주행차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 자율주행차가 개발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될지에 대한 추상적인 전망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올여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이제 업계는 차량공유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비전에 확신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공유 서비스 업계의 선두 주자인 우버에 관련 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완성차업체 포드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포드의 마크 필즈 대표는 “우리는 자동차와 함께 이동을 위한 솔루션 서비스 쪽에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포드는 지난달 16일에는 “우버·리프트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에 투입하기 위해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우버에 쏟아지는 러브콜

올여름 자율주행차 업계는 업체 간 합종연횡으로 뜨거웠다. 하루가 다르게 투자와 인수합병 소식이 터져 나왔다. 그 중심에 우버가 있다. 그중 주목받은 사례는 스웨덴의 프리미엄 자동차회사인 볼보와 우버가 맺은 파트너십이다. 볼보는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는 ‘베이스 차량’을 개발하고, 우버는 올해 안에 그 차량을 100대 구매하는 것이 파트너십의 주요 내용이다. 두 업체는 공동으로 3억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해 베이스 차량에 탑재 가능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포드가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포드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퓨전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용해 피츠버그에서 운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 테스트 차량은 지도 데이터 수집과 자율주행 기능 테스트를 벌인다.

도요타는 지난 5월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우버 운전자에게 차량을 임대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도요타는 하반기 중 이 프로그램은 시작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우버에 약 1억달러(11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율주행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 재규어·랜드로버 등을 소유한 인도의 타타자동차도 지난 7월과 8월 우버에 각각 1억달러를 투자했다.

북미 지역에서 우버의 경쟁 업체로 활약 중인 리프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엠은 지난 1월 리프트에 5억달러(5500억원)를 투자했다. 5월에는 리프트와 함께 내년 중 쉐보레 볼트 전기택시를 이용해 자율주행 택시를 테스트하겠다고 밝혔다. 포드 역시 지난 1월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은밀히 나서고 있는 애플은 중국에서 우버를 몰아낸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에 10억달러를 투자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5월 주로 유럽을 무대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벌이고 있는 게트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가 가지고 있는 마이택시는 지난 7월 경쟁사인 헤일로와 합병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업체 두 곳이 합병하면서 유럽 최대의 차량공유 업체가 탄생했다.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시장의 주도권이 차량공유 서비스 업계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온디맨드(on demand) 시장이 운송 분야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미 우버, 리프트 등은 스마트폰 앱으로 공유 서비스를 내놓으며 모바일 온디맨드(MOD)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가 더해진다면 파괴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자율주행차의 컴퓨터는 인간보다 더 시간을 잘 맞추고, 완전 자율주행차 시스템이 도입됐을 경우 사고율도 0에 수렴하며 요금도 사람이 운행할 때보다 30~60%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모바일 디바이스”

지금까지 완성차 업계는 자율주행차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자동차 소유 비율을 떨어뜨릴 것이라 봐왔기 때문이다. 구글이 자동차 시장 진입을 노리며 운전대와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때도, 완성차 업체들은 “운전의 즐거움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벤츠가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공개한 자율주행차 콘셉트카에는 운전대가 붙어 있다.

하지만 최근 완성차들의 움직임은 자칫 타이밍을 놓쳐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향후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위기감을 반영한다. 앞으로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포드가 공유 셔틀버스 업체 채리엇을 인수하고 공유 자전거 사업에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동차는 궁극적인 모바일 디바이스”라고 설명해온 애플의 말처럼, 자율주행차의 시대에 자동차는 더는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다. 대신 호출해서 잠깐 타는 서비스 상품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최강자로 알려진 구글도 이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구글은 2013년, 일찌감치 웨이즈라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를 인수했고, 지난 5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 지역에 있는 구글과 월마트, 어도비시스템스 등 직원 2만5천명을 상대로 통근용 ‘카풀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가을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도 운영할 예정이다. 구글은 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우버·리프트 택시보다 더 값싼 차량공유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다.

국내에서도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 아이티(IT)연구센터는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이용자에게 찾아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스누버’(SNUber) 택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서승우 센터장은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차 기술의 결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차를 빌려 가는 입장에서 보면, 하루치 렌트비를 지급했는데 일부 시간만 이용하고 주차장에 두면 아깝지 않나요.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꼭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그에 맞는 돈만 쓰면 되니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모델이죠.”

지난 달 18일 오후 현대기아차 김병광 책임연구원(왼쪽)과 <한겨레> 음성원 기자가 스포츠실용차(SUV)인 투싼 자율주행차를 타고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사내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지난 달 18일 오후 현대기아차 김병광 책임연구원(왼쪽)과 <한겨레> 음성원 기자가 스포츠실용차(SUV)인 투싼 자율주행차를 타고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사내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소유의 종말…‘자동차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현대차도 ‘레벨3’ 기술 확보
2020∼2021년 사용화 예상
자동차 살 필요가 없어지면
제조업 아닌 서비스업 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완성된 것일까. 물론 아직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돌발상황에 대한 대응력이란 측면에서 한계도 많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홍대 앞 골목길과 같은 이면도로에서의 주행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큰 도로 등을 중심으로 일정 구간을 운행하는 서비스 정도는 지금 테스트 단계의 기술로도 가능하다. 그 기술 수준은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사내 도로에 스포츠실용차(SUV)인 투싼 한 대가 기자 앞에 섰다. 김진학 책임연구원은 이 자율주행차에 대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정의한 레벨3과 레벨4 사이의 자율주행차”라고 설명했다.

내비게이션과 비슷하게 생긴 차량 모니터링 장치에 왕복 5㎞ 정도의 경유지와 목적지를 설정하자 자동차가 출발했다. 자동차는 이곳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40㎞로 금세 올라섰다. 연구용으로 차량 내부에 장착된 모니터링 장치는 주변의 자동차와 사람을 부지런히 체크했다.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량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모니터링 장치 안에서도 네모난 박스 형태로 그려진 채 움직였다. 차량에 장착된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에 의해 인식된 움직이는 물체는 모두 여기에 표시됐다. 인도를 걷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어렵다는 차선 변경도 자연스럽게 했다.

지난 달 18일 오후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사내도로에서 <한겨레> 음성원 기자가 타 본 투싼 자율주행차 외관. 현대기아차는 상용화를 대비해 라이다를 차량 안쪽에 달았다. 현대기아차 제공
지난 달 18일 오후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사내도로에서 <한겨레> 음성원 기자가 타 본 투싼 자율주행차 외관. 현대기아차는 상용화를 대비해 라이다를 차량 안쪽에 달았다. 현대기아차 제공
구글의 자율주행차, 코알라. 차량 지붕 위에 라이다가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구글 제공
구글의 자율주행차, 코알라. 차량 지붕 위에 라이다가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구글 제공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시간은 기술의 편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인 ‘코알라’ 지붕 위에 달린 라이다의 가격은 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인 이노비즈는 그 가격을 10만원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벨3 자동차가 상용화되는 시점을 대략 2020~2021년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그때가 되면 제한된 구간에서의 자율주행 택시는 충분히 운행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운전자의 눈빛 볼 수 있나

물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기자가 탄 자율주행차는 ‘운 좋게도’ 돌발상황을 만날 수 있었다. 반대편 차선 앞쪽에 깜빡이를 켜지 않은 차량이 미세하게 왼쪽으로 트는 듯하더니 이내 좌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방어운전을 하는 인간과 다르게, 이 자율주행차는 그 차가 좌회전을 하는 중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두려운 순간이었지만, 운전석에 앉아 있던 김병광 책임연구원은 태연해 보였다. 자율자동차는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문제는 없었다. 다만 승객을 불안하게 했다는 점은 큰 단점이다.

사람은 차량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차량 내부의 상대 운전자 눈빛 등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아직 그러지 못했다. 다만, 수많은 학습(머신러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을 익히면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술로도, 좌회전 대기 차량이 있을 때 속도를 줄이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설정한다면 당장 해결할 수도 있지만, 주행 효율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벌어지는 우버의 실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츠버그에서 우버를 부른다고 무조건 자율주행차가 오는 것은 아니다. 출발 위치와 목적지, 주행거리, 고객의 선호 등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배정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는 극히 제한된 구간만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 시장에 대한 최초 이미지를 갖기 위한 마케팅 차원의 노력일 뿐이란 시각도 있다.

특히 한국적인 도로 상황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도입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강남과 같이 도로 여건이 좋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차선 변경을 하려고 깜빡이를 켜면 옆 차선 차량이 오히려 더 빨리 달린다. 이런 곳에서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라고 해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전략프로젝트 ‘자율주행자동차 기획단’의 선우명호 단장(한양대 교수)은 “우버가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그곳은 차가 많지 않은 매우 한적한 도시다. 싱가포르에서 최근 벌인 자율주행 택시 시범운행 구간도 2.5㎞ 수준으로 제한된 구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획단은 2024년까지 레벨4의 기술을 개발 완료할 계획이지만, 그것을 상용화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마케팅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우버를 불러 자율주행차가 배정됐을 때 소비자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느냐도 문제다. 사람들은 단 1건의 오류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컴퓨터에 대한 신뢰가 쌓여 수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려면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글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인포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61030.html#csidx74e2007b1379d0286438684389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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