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토스 성공신화’ 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05
  • 승인 2019.03.0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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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전 직원에 1억원 스톡옵션…인재 중시

글로벌기업 도약 위한 ‘체질개선’ 돌입


한국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산업의 역동성이 감소하고 있다고 해도, 힘찬 성장력을 가지고 혁신을 이루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간편송금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통해 금융을 쉽게 만들어준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toss)가 단연 으뜸이다. 

요즘 한국경제가 주목해야 마땅할 신흥 다크호스 기업이자, 유니콘기업으로 불릴만한 강소기업이 바로 비바리퍼블리카다. 토스 서비스의 흥행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전 세계 핀테크 기업 28위에 선정될 만큼 영향력을 키웠고, 서비스 출시 4년 만에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을 달성하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 1억원을 지급하면서 언론지상의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직원들과 함께 이익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근본적인 목표를 제대로 실현했다는 점도 있지만, 정말 1억원 가치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다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기회사의 주식을 특정한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비바리퍼블리카라는 사명도 낯선 이 기업이 저성장 국면 속에서도  어떻게 자신만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는지,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8전 9기…1100만명 이용 송금 앱 탄생

정확히는 2011년 4월에 설립된 이 스타트업이 이름을 지을 때 왜 비바리퍼블리카라는 어려운 사명을 선택했을까? 그 어원은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당시 민중들이 외치던 구호 중에 ‘비바 리퍼블리카(Viva Republica)!’라는 말에서 시작됐다. 우리 뜻으로 ‘공화국 만세’를 말한다. 그러니까 금융시장에서 혁명적인 서비스를 내놓자는 취지로 골랐다고 한다. 

비바리퍼블리카를 창립한 CEO는 치과의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승건 대표다. 올해 38세다. 정말 젊은 나이에 최고의 핀테크 회사를 만든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풀어보면 치과의사 출신의 CEO가 운좋게 토스라는 서비스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승건 대표는 ‘8전 9기’의 재도전을 반복하면서 지금의 토스 서비스를 완성시킨 오뚜기 같은 CEO다. 

이승건 대표는 앞서 8개의 사업을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모바일 SNS 서비스인 ‘울라불라’, 모바일 투표 앱인 ‘다보트’도 이 대표의 작품이었고, 심지어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무상황까지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다 마지막 9번째 도전으로 2015년 2월에 시중은행 5곳과 간편송금앱 ‘토스’를 출시했고, 지금 누적가입자수가 약 1100만명, 누적송금액 약 3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4년 사이에 엄청난 성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일단 토스 송금액이 이렇게 천문학적으로 누적된 것은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 토스 송금액은 친구나 지인들끼리 몇만원, 몇천원을 편하게 주고받을 때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작은 금액의 송금이 빈번해질수록 비바리퍼블리카의 매출액은 기하급수적으로 같이 커져갔다. 2016년 35억원에서 2017년 205억원, 2018년 560억원으로 매년 급성장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핀테크에 대한 용어도 한번 짚어 보고 가는 게 좋겠다. 독자들도 핀테크에 대해서는 자주 들어봤겠지만, 핀테크란 금융(Finance)와 기술(Techology)의 합성어다. 원래가 핀테크는 기술이 본질이다. 거기에 금융이란 옷을 입혔다고 보면 되는데, 현금 인출만 빼고 모든 금융 관련 서비스를 모바일에서 가능하도록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편해야 한다. 돈이 오고가는 게 불편하면 핀테크의 활성화가 안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발레파킹을 하게 되면 현금 몇천원을 주차 직원에게 지불해야 하는데 현금이 없을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그냥 주차 직원 계좌로 보내면 간단하다. 토스의 성공요인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편리함’ 속에서 기회를 찾은 것이다.

 

금융규제 허들 뚫고 안착

그런데 이쯤 되면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다. 한국에서는 유독 금융에 대한 각종 정부 규제가 엄청나게 많은데, 어떻게 토스가 그러한 허들을 모두 뛰어넘고 간편송금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 놀랍기에 그렇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사실 정부 규제와 관련해 정말 많은 일들을 경험한 스타트업 중에 하나다. 

2014년 토스 서비스를 들고 금융시장에 들어간 이승건 대표는 은행과의 제휴에 있어, 공인인증서 관련 규제부터 풀어야 했다. 돈을 송금할 때 안전장치로 금융권이라면 반드시 공인인증서를 거쳐야 하는데, 토스가 이러한 안전장치 없이 자유롭게 입출금을 가능하게 한다는게 어떻게 보면 어마어마한 일을 만드는 거였기에 그렇다. 당연히 첫 서비스도 멈칫멈칫했었다고 한다. 정부 규제로 출시 2개월만에 서비스를 중단시켜야 했고, 이 대표는 금융당국과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득에 설득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한국에서는 정부 규제에 어긋나는 신산업에 대해 스타트업들이 갖은 고충을 겪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가까운 거리 스쿠터, 자전거 공유 서비스)은 전 세계 선진국에서는 유니콘기업이 나타날 정도로 활성화돼 있는데, 한국에서는 여객 운수사업법에 접촉되기에 민간기업이 활성화하려면 여러 법제도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기술 스타트업은 기술 공부보다는 법이나 제도를 먼저 달달 외울 정도로 숙지한다는게 웃지못하는 업계 현실이다.

4년 전 토스가 딱 그렇게 성장했다. 혁신적 아이디어로만 승부하려던 이승건 대표가 은행법과 자본시장법을 다시 공부해야 했고, 자신들의 기술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작동하도록 개조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에 운이 따른다.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입은 롱코트 일명 ‘천송이 코트’를 사려는 중국의 수많은 시청자들이 한국 쇼핑몰의 각종 공인인증서, 액티브 X 프로그램 설치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자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간편 결제에 대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뒤늦게 깨닫고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토스 서비스를 인정해 준 것이다. 그렇게 2015년 2월에 다시 한번 공식적인 론칭을 하게 된다. 자칫 규제 속에 파묻힐 뻔한 진주 같은 서비스였던 것이다. 

그런데 비바리퍼블리카는 무슨 이유로 전 직원에게 1억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했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 직원이 180여명이고, 자사주 5000주를 지급했는데, 스톡옵션은 2년 뒤에 50%를 행사할 수 있고 4년 뒤 100% 행사 가능하다. 4년 뒤에 주식가치에 따라 현금화를 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연봉도 50%를 인상했다. 이게 단순 1억원이 아닌 것이 기업가치는 4년 뒤에 더욱 커질테고 시세차익만큼 얻게 되는 직원들의 상여금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재영입 위한 복지 마련

그 배경은 단순하다. 일단 회사가 지급할 여력이 있었는데, 지난해 세계적인 투자기업 클라이너퍼킨스가 900억원을 토스에 투자했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았다는 건 당장 현금이 들어오고, 기업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는 프리미엄이 덧붙는다. 그러니까, 기업가치가 1조3000억원으로 수직상승을 하면서 유니콘기업이 된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엘리트 인재를 비바리퍼블리카에 영입할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스는 이제 글로벌 금융 서비스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데, 글로벌 금융 인재들은 한국에 작은 스타트업에 입사를 하지 않는다. 당연히 더 높은 조건에 미국 기업에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업가치가 높다고 오지는 않는다. 결국 실질적인 급여와 스톡옵션 등 세계적인 금융기업들의 조건과 유사하게 따라가야 한다. 지금 토스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체질 바꾸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클라이너퍼킨스는 주로 금융 분야에 투자를 하는 알아주는 전문 투자회사인데, 이런 회사들의 특징이 자기가 투자한 원금의 10배 이상 차익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고 이러한 기대치를 만족시켜주려면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1억원의 스톡옵션, 50%의 연봉인상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결정들이었을 것이다.

이승건 대표는 비바리퍼블리카를 상장할 걸로 예상된다. 비상장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은 상장 후의 차익을 기대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송금결제 서비스 말고도 대출, 보험, 자산관리, 투자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지금 토스라는 서비스는 기존 금융 서비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토스’하고 있다.

 

- 김규민 기업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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