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한 지름길
빠른 전파성과 신뢰감을 가지고 있는 구전은 기업에게 매우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이 글에서는 기업이 구전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5가지 포인트에 대해 살펴본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체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코카콜라 사의 연구에 의하면 불만족한 고객은 평균 9~10명, 만족한 고객은 4~5명에게 자신의 체험을 전한다고 한다. 구전은 이처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는 현상이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대중 매체 광고보다는 메시지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종의 신드롬 현상을 발생시키기까지 한다.
이처럼 빠른 전파성과 신뢰감을 가지고 있는 구전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구전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일찌감치 구전의 매력을 파악하고, 택시 기사 관련 조직을 운영하면서 적극적인 구전 마케팅 활동을 펴고 있다. 소비자는 택시 기사를 자동차에 관해서는 전문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들이 던지는 한 마디는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구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구전 효과에 의한 히트 상품의 탄생을 자연스러운 결과라거나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단지 제품이 탁월하거나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의 파격성, 신선미는 단숨에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훌륭한 요인이다. 실제로 매트릭스라는 영화는 그 주제의 신선함과 새로운 영상 기법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구전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품 자체가 파격적이지 않으면 구전 효과는 불가능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미국 통신 회사인 MCI는 과거 Family & Friend라는 장거리 전화 서비스를 출시한 적이 있다. 이는 친구와 주변 동료들을 자신의 리스트에 등록하면 요금의 20%를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고객들은 MCI의 판촉 프로그램에 열광하여 스스로 자신의 친구와 가족을 이 프로그램에 끌어들였다. 또한, 허쉬파피처럼 이미 유행이 한물 간 것으로 인식된 신발도 수잔 서랜던과 같은 명 배우가 신고 다니는 것이 목격되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도 있다.
결국 구전이 발생하는 현상을 분석해 보면 제품 자체의 차별성, 구전 주체인 소비자의 특성, 기업의 마케팅 전략 등이 다각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하에서는 기업이 구전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5가지 포인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1. 네트워크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라
구전의 기본 출발 단위는 개인이다. 개인은 가족, 동호회, 동창회 등과 같이 사회의 다양한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다. 따라서, 구전은 개인적인 특성 뿐만 아니라 개인이 속한 네트워크의 특성도 동시에 반영하게 된다. 그렇다면 개별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구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우선 네트워크는 관계의 강도에 따라 1차 네트워크(Strong tie Network)와 2차 네트워크(Weak Tie Network)로 구분할 수 있다.
1차 네트워크(Strong Tie Network)는 혈연 등으로 맺어져서 매우 친밀하고, 관계의 강도가 강한 조직을 의미한다. 가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네트워크는 안정적이고, 상호작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개인들간에 이미 신뢰가 쌓여있기 때문에 정보는 쉽사리 구성원들 간에 전파된다. 따라서, 1차 네트워크에서는 2차 네트워크에서 흔히 발생하는 신뢰성 부족 등과 같은 구전 전파상의 장애요인은 발생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부인이 강력하게 어떤 영화나 자동차를 권유한다면 이는 친구들이 권유하는 것보다 훨씬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친숙한 유대관계 때문에 때로는 메시지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즉, 구전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전파자와 수용자 자신의 관계 속에서 해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구성원의 수가 적기 때문에 구전이 전파될 수 있는 경로 및 범위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기간내 광범위한 전파에는 적합하지 않다.
2차 네트워크(Weak Tie Network)는 1차 네트워크에 비해 유대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한 동료나 친구 관계를 의미한다. 동호회나 동창회 등의 조직을 예로 들 수 있겠다. 2차 네트워크는 구전을 빠르게 전파 시키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물론 1차 네트워크에 비해 신뢰감은 분명히 떨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2차 네트워크가 훨씬 효율적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다양한 형태의 1차, 2차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1차, 2차 네트워크 간의 상호작용은 구전의 전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차 네트워크로부터 새로 나온 PDA에 대해 최초로 정보를 얻은 소비자를 생각해보자.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되며, 최소한 그 제품을 인식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 후 2차 네트워크로부터 긍정적인 구전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소비자는 실제 제품을 한 번 사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차 네트워크의 구성원이 직접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을 본다면, 이는 제품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져 결국 최종 구매로 연결될 것이다. 이처럼 각 네트워크는 제품 구매 결정 프로세스에서 서로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기업은 네트워크 간의 상호작용 매카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2. 소비자 유형에 따라 접근 방법을 다르게 가져가라
일반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보다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소비자가 구전을 더 잘 전파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내적 성격 혹은 외부 사회적 역할은 구전의 전파 속도 및 영향력 측면에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기업이 구전의 영향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비자 유형을 먼저 이해하고, 각 유형별로 차별화 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여기서는 구전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4가지 소비자 집단의 특징과 구전 촉발 요인에 대해 살펴보자.
첫번째 집단은 떠벌이형이다. 이들은 자신감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들은 상당히 많은 2차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비교적 풍부한 정보를 가진 준(準)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제품을 비교적 조기에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반드시 오피니언 리더는 아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들을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이들의 행태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떠벌이형에게는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장(場)을 펼쳐줘야 한다. 즉, 제품 자체의 세련된 디자인, 지적으로 도전할 만한 신 개념 등이 구전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반대로 상업적인 접근(인센티브 제공), 실용성이 떨어지거나 진부한 제품은 오히려 악(惡)구전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둘째 집단은 사색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조용하고, 사려 깊은 사람들이다. 질서, 책임감 등에 매우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의 직업과 가족에 대체로 만족한다. 이름 그대로 지적인 탐구, 호기심 역시 매우 강하여 세세한 정보까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떠벌이형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일단 가치나 기능면에서 새롭게 향상된 제품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게다가 지적인 탐구욕이 강하기 때문에 제품의 기술적인 우수성과 권위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색가형은 홈 네트워크처럼 기능이 복잡한 제품군의 경우 구전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이들에게는 전문성이 없는 명사의 입에 발린 찬사, 제품의 권위를 입증할 만한 업적이 전무한 경우는 오히려 구전을 소멸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2차 네트워크의 폭이 좁다는 점은 단점이다.
셋째 집단은 일명 일벌레형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지위를 가지고 있고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계구조, 예측가능성 등을 매우 가치 있게 생각한다. 신제품을 먼저 구입하지는 않지만 동료의 인정을 중요시 하게 여기기 때문에 추종자(Fast Follower)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한다. 다른 사람보다 뒤 처지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당 수의 2차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매우 꺼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벌레형을 부러워하기 때문에 이들의 구전에 정통성을 부여한다. 일벌레형에게서 구전을 촉발하기 위해서는 고급/깔끔한 이미지,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 제품 등의 요소가 필요하다. 반면 과도하게 복잡하거나 이들의 정보를 노출해야 하는 상황은 구전에 부정적이다.
마지막으로 신세대형이다. 이들은 젊고, 활력적이며 때로는 충동적이다. 관습과 권위에 대해 도전하는 성향이 강하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젊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적다는 약점이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약점을 새로운 제품을 기꺼이 써보려는 적극성, 강한 소비 성향 등으로 보완한다. 이들 소비의 대부분은 패션, 패스트 푸드,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신세대형은 떠벌이형이나, 사색가형처럼 제품의 정확성이나 세세한 정보를 따지지 않는다. 이들은 구전을 만들고 파생시키는 데 매우 협조적이기 때문에 마케터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집단이다. 게다가 이들은 다른 집단보다 더 많은 2차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전 전파의 속도가 매우 빠른 집단이다. 신세대형에게서 구전을 촉발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모험, 즐거움, 반사회적, 극단적인 성향 등의 적극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평범한 제품, 사회적인 규범을 충실히 따르는 제품, 주류(Main Stream)만을 대변하는 제품 등은 구전을 소멸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3. 제품 특성에 따라 구전 목표를 다르게 설정하라
500원짜리 껌과 1,000만원 짜리 PDP TV를 구매할 때, 소비자의 관심 정도는 분명히 다르다. 껌은 잘못 사면 버리면 그만이지만 PDP TV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는 전자를 저관여 제품, 후자를 고관여 제품이라고 한다. 구전 마케팅도 제품의 관여도 특성에 따라 역할 및 목표가 달라야 한다.
저관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결정 프로세스는 매우 압축적이다. 제품의 특성이나 기능의 차별화가 사실상 어렵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고객은 제품 구매 결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전은 구매 결정의 전 프로세스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구전 활동의 목표는 단순 인지도 확보 차원이 아닌 실제 제품 구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관여 제품은 가격이 비싸고, 상당 부분 차별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고객의 구매 결정 프로세스가 비교적 명확히 구분된다. 이러한 제품군은 구전만으로 바로 구매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1,000만원 짜리 PDP TV를 친구나 가족의 말만 듣고 바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1,2차 네트워크를 통해 들었던 구전은 최초 제품 인지, 정보 탐색, 대안 평가 등 실제 구매 전(前) 단계에서 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따라서, 구전 활동의 목표는 의사 결정 초기 단계에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인구통계적 변화 트렌드를 파악하라
최근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싱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는 약 17,000개의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싱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트렌드는 구전 영향력 측면에서 2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정보의 원천이 배우자나 가족 구성원 보다는 또 다른 싱글들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싱글들이 주 접촉 네트워크가 2차 네트워크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1차 네트워크의 내에서 구전 영향력의 역학 구도가 바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1차 네트워크에서 가장이 의사결정 및 구전의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부모들과 함께 사는 싱글들이 늘어나게 되면 신제품이나 신기술에 민감한 싱글들이 구전 전파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위의 예처럼 인구통계적 트렌드는 네트워크 자체의 변화 및 네트워크 내부의 역할 구도의 변화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5.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와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라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는 구전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티저(Teaser) 광고와 같은 경우 제품 보다는 광고 자체가 구전의 주요 내용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는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감에 따라 그 영향력이 구전에 비해서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제품의 최초 출시에 맞추어 많은 물량의 광고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광고의 컨셉트가 진부하여 구전 효과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지나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초기의 과도한 판촉은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구전 대응 필요
최근 구전은 그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속도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의외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포드는 익스플로어 모델의 타이어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2000년에 10억 달러의 손실과 CEO의 퇴진이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구전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위기 관리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따라서, 단지 마케팅, 영업 팀만이 구전 활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전 임직원이 구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 이 글은 LG경제연구원 주간경제 742호(2003.08.27)에서 퍼온 글입니다. 저작권 침해의 의사가 없으며, 만약 저자 또는 기관의 요구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삭제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