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술 ' 동양의 신비' 넘어 생활속의 클리닉 으로



서양의학 제3의 길

① 미국 보완통합의학 현황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병원 보완통합의학센타(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al Center)에 교환교수로 나가 있는 송미연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가 살펴 본 미 보완통합의학의 현황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존스홉킨스 등 유명 대학병원 침술치료센터 잇따라 개설
통증에서 우울증 치료까지…미국서 한해 2100만명 시술

필자가 교환교수로 일하고 있는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은 최근 암센터 안에 침술클리닉 (Acupuncture Clinic)을 개설했다. 미국의 유수 대학병원들이 수년 전부터 침술을 비롯한 많은 동양의 치료방법들을 환자 치료에 도입하고 있는 것에 비해 비교적 늦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은 15년간 미국 의료기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의료기관으로 그 자부심만큼이나 새로운 시술을 시행함에 있어 보수적인 편이고 다른 곳에 비해서는 보완통합의학의 도입이 늦은 편이다. 대부분의 미 의과대학의 보완통합의학센터에서는 이미 중국의 중의학이 자리잡고 있고 중국인들에 의해 침술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미 최고의 의료기관인 존스홉킨스 대학병원 보완통합의학센터가 경희대 한의과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침술과 한의학 분야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며 공동연구를 시행하게 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 침술클리닉을 개설하면서 연 설명회 자리에서 상당히 많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관심을 보여, 예전에 그들이 침술에 대해 갖고 있던 막연한 신비감보다는 하나의 치료수단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보편화 되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았다.

현재 침술클리닉은 암환자만을 대상으로 미국 의사들의 진료 의뢰를 통해서 운영되고 있다. 침치료가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미국인들이 경험을 해왔고, 초창기의 침 치료와 연구가 통증에 치우친 경향이 많아 대부분의 환자는 통증환자이다.

그러나 내과질환에도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상담과 함께 암환자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역감이라든지 구토 등의 증상도 같이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곳 의사들이 침 치료에 의뢰하는 부분은 다양한 종류의 통증과 함께 구역감, 불면, 우울증 등을 포괄한다.

한국에서의 침치료는 일반적인 체침을 비롯하여 체질에 따르는 침법, 경혈의 오행적 특성, 장부의 삼음삼양적 특성에 근거한 침법등 다양한 침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곳에서는 대부분 전통적인 체침 위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즉, 한의학의 12경락에서 각각의 장기에 해당하는 경혈과 통증이 위치하는 부위에 위치한 경혈에 기본적인 보사법이 위주가 되는 침 치료가 대부분이다.

이밖에 몸에 있는 혈자리에 침 시술을 하기 어려운 환자에 대해서는 귀에 침을 놓는 이침이 응용되기도 한다. 다양한 침법들에 대한 관심들도 많기는 하나 서양의학의 바탕이 되고 있는 근거중심의학의 사고가 전통의학을 도입하는 데도 예외가 아닌지라 임상연구를 거치지 않은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침술은 이제 미국인들에게 낯선 용어가 아니다.

최근 존스홉킨스 대학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침술에 대해서는 90%의 응답자가 어느 정도 알고 있거나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77%는 더 알고 싶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미국에서 2002년 국가 차원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자료에 의하면 대략 8200만명이 지금까지 침술을 이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1년간 약 2100만명이 침술을 이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침술치료의 임상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매릴랜드대학의 대체통합의학센터를 중심으로 요통과 관절염 분야의 침술치료에 대한 임상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곳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도 침술클리닉이 활성화됨에 따라 경희대 한의대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임상연구들이 시작될 계획이다. 존스홉킨스 대학과 침술분야에 대한 공동연구는 한국의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재 미국내에서 대부분의 침술은 보험적용이 되고 있으며 보완통합의학이라 분류되는 것 중 가장 보편적으로 보험적용이 되는 항목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침술치료를 할 수 있는 자격은 각 주별로 차이가 있으며 한의사 제도는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종종 미국 한의사라는 광고를 볼 수 있으나 침술자격증을 가지고 각 주의 기준에 맞는 면허를 취득한 후 침술치료를 시행하는 경우이지 한국의 한의사와는 차이가 있다.

보완통합의학이란

최근 미국에서는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이라는 용어를 조금씩 보완통합의학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ine)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대체의학은 병원에서 행하지 않던 의학적인 개입을 서양의학의 치료방법을 대신해서 사용하는 것을 말하고, 보완의학은 이런 치료방법들을 서양의학적인 치료방법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통합의학이라 하는 용어는 보완·대체의학적 치료방법들을 기존의 서양의학과 함께 통합적으로 사용하여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좀더 나은 치료의 방향을 찾으려는 뜻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 의료진 90%
“정규교육에 보완통합의학 포함을”

미국에서 보완통합의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시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1991년과 1997년 사이에 보완통합의학의 사용비율은 25% 증가하였고, 2002년에 시행된 설문조사에서도 그 비율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의 의료기관에서 가장 많이 제공하는 보완통합의학의 치료방법은 침술, 마사지, 식품보조제, 그리고 심신의학 등으로 나타났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들이 서양에서 말미암은 향기요법, 동종요법 등이 아닌 전통적인 한의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침술, 한약치료 등을 포함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최근 존스홉킨스 대학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90%가 넘는 응답자가 이제는 보완통합의학이 더 이상 보완통합의학 또는 대체의학이 아니라 정규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돼야 한다는 응답을 하였다. 미국인들이 침술, 허브(한약) 등의 치료방법을 좋아하고 또 치료를 받는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그러한 치료방법을 단순히 보완의학, 대체의학, 통합의학이라는 범주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의사들이 그 분야에 대해서도 환자와 토의할 수 있도록 정규교과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진의 중론이다.

무작위로 추출한 미국 내 39개의 의료기관에서 23개의 의료기관이 대체통합적인 치료방법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2005년 하반기 현재 미국 내의 유수병원의 보완통합의학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치료방법들은 표와 같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송미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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