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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새로운 의료영역을 개척하려는 의사들과 기존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비의료인들 사이에 주도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춤을 치료수단으로 연구개발 및 임상치료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의료인들이 창립한 한국댄스치료학회(회장 장환일)와 무용·동작치료사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댄스테라피협회(회장 류분순)가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논란은 단체 영문이름에서 시작됐다. 댄스치료학회가 지난 3월 1일 창립총회를 하면서 학회의 영문명을 ‘KDTA(Korea Dance Terapy Association)’로 결정했는데, 문제는 이 이름을 이미 댄스테라피협회가 등록해 놓은 영문명이었다는 점이다.
댄스테라피협회 류분순 회장은 댄스치료학회 관계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KDTA 명칭은 보건복지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돼 있는 한국댄스테라피협회의 공식 영문명”이라며 “국·내외적으로 공인된 단체명을 (댄스치료학회가) 그대로 실행한다면 부득이 언론 및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볼룸이나 댄스스포츠를 한다면 정확히 그런 명칭을 쓰든지, 의사라면 한국임상예술학회로 활동하는 게 맞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류 회장은 댄스테라피협회의 경우 3~5년 이상의 임상과 이론을 공부한 석·박사 수준의 무용·동작치료사로 구성돼 있다며 협회의 전문성과 역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댄스치료학회는 전 대한신경정신과학회장인 경희대 장환일 신경정신과 교수가 초대 회장을 맡는 등 의료인 중심으로 꾸려졌다. 학회 운영 목적 역시 궁극적으로 춤과 댄스를 독자적인 의료의 한 형태와 진료 영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학회 창립 과정에서 간사 역할을 맡아온 김현식 여성의학병원 원장은 댄스테라피협회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겉으로는 명칭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속내는 결국 10년간 지켜온 댄스치료시장에 왜 의사들이 침범하는가에 대한 불만섞인 반작용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한 학회 영문명의 경우 'KDTA"를 대신해 ‘KODA’로 변경하는 안이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댄스치료에 의사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댄스·동작 치료가 정신과를 비롯해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에서 기존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대체하는 치료법으로 일부 효과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댄스치료학회 창립총회에서 세화 신경정신과 이재현 부원장은 ‘정신분열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아산병원 댄스치료 사례’ 발표를 통해 정신질환 치료에도 댄스치료가 일정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이날 “정신분열병 환자들을 상대로 한 총 8회 정도의 댄스치료 결과 정신병 증상이 호전됐고, 대인관계의 만족감과 친근감, 개방성 등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조군 연구가 아니고, 단기치료 및 환자수 부족 등은 한계로 지적했다.
김현식 원장은 “이번 댄스테라피협회와의 명칭 논란은 의사들이 새로운 분야로 의료영역을 확장하면서 앞으로 끊임없이 마주치게 될 현실적인 문제”라며 “안과와 안경사, 방사선과와 방사선사, 정형외과와 물리치료사 등의 역할과 영역 논란과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의료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변하고, 의사들도 무한경쟁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기존 영역을 지켜온 비의료인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단순히 의료 대 비의료, 합법 대 불법의 시각이 아닌 공생을 위한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는 공동작업이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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