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옥수수들이 키가 훌쩍 커졌습니다. 수확할 때가 온 것입니다. ‘당원’이라고 부르는 인공감미료를 넣고 찐 할머니의 옥수수가 생각납니다. 뽀드득 뽀드득거리며 힘들게 옥수수를 이빨로 긁어 물면 입안 가득 고소한 알갱이들이 가득 찹니다. 옥수수는 구황작물로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고마운 곡식이면서 동시에 맛있는 여름 별미의 왕이지요. 최근에는 옥수수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분들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옥수수 수염으로 만든 건강차가 상업화되기도 할 정도입니다. 옥수수에는 여름을 건강하게 나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비타민 B1입니다. 더위에 지쳐 무기력해지고 나른해진 몸에 활력을 불어 넣어줍니다.

글ㅣ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옥수수를 먹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주산지인 강원도에서 옥수수 먹는 방법이 가장 발달했습니다. 올챙이국수라고 하여 곱게 갈아 체에 내린 후 반죽하여 국수를 내려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옥수수 범벅도 유명한데, 옥수수 알갱이를 강낭콩, 팥 등과 함께 삶아 버무린 것을 말합니다. 늙은 호박을 더하면 맛이 더 좋아집니다. 죽이나 밥을 해먹을 수도 있습니다. 옥수수를 삶아 알갱이를 털어낸 후 으깨어 죽을 끓이면 고소한 맛이 기막힙니다. 찹쌀을 조금 섞으면 별미입니다. 옥수수밥은 오래 전 쌀이 귀한 강원도에서 감자밥과 함께 흔하게 먹던 음식입니다. 쌀이나 보리에 옥수수를 섞어 밥을 짓습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괴로운 음식이었겠지만, 과잉의 시대인 요즘에 비추어보면 이만한 건강음식, 다이어트 음식이 따로 없습니다. 맛도 아주 좋습니다. 입맛 떨어진 여름철, 한번쯤 해먹어 볼만한 밥입니다.

이렇게 특별한 옥수수 요리도 있지만, 가장 흔한 건 역시 그냥 삶아 먹는 것입니다. 소금 친 물에 삶거나 찌는데, 어렸을 때 여름이면 한 자루씩 물고 동네를 다녔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옥수수구이가 있습니다. 미국식으로 버터를 발라 구워도 맛있고, 멕시코식으로 칠리소스를 발라 구울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쉽게 구우려면 옥수수를 절반 정도 삶은 후 구우면 속까지 잘 익습니다. 그냥 생옥수수를 구우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구운 후에도 좀 딱딱해서 식감이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옥수수는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먹는 작물입니다. 미국식 옥수수 요리의 대표는? 바로 팝콘입니다. 면화처럼 화려하게 피어나는 팝콘의 비밀은 수분에 있습니다. 옥수수 알갱이 안에는 어느 정도의 수분이 있다고 합니다. 이 수분이 열을 가하게 되면 수증기로 바뀌어 급격하게 튀어나오게 되는데, 이때 옥수수의 전분질이 부풀어올라 여러 갈래로 찢어집니다. 고소하고 바삭한 팝콘은 이처럼 물리적 변화로 만들어집니다. 처음 알갱이에서 팝콘으로 변하면 약 40배 정도의 부피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기름이 쓰이지만 않는다면 팝콘은 아주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 될 뻔 했군요. 물론 옥수수는 아니지만, 비슷한 원리의 다이어트 식품이 한국에 있습니다. 바로 뻥튀기입니다.

옥수수는 1496년 콜럼버스의 두 번째 신대륙 탐험에서 스페인으로 가져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에 소개된 옥수수는 밀보다 많은 수확량을 보였지만 그렇게 높은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당연히, 밀보다 부드러운 맛이 덜하고 거칠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밀농사가 활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사랑 받았습니다. 옥수수로 빵을 빚어 먹기도 하고, 죽을 쑤어 먹기도 합니다. 지금도 중부 유럽, 특히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유명한 도시 베로나가 속해 있는)에는 옥수수 요리가 면면히 이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파스타를 즐겨 먹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 지역에서는 꽤 오랫동안 파스타 대신 옥수수 요리를 먹었다고 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파스타도 많이 먹습니다. 옥수수 요리는 보통 폴렌타라고 부르는 죽을 만들어 먹습니다. 옥수수 가루를 낮은 불에 오래 저으면서 끓이면 맛이 진해지고 고소해집니다. 이 옥수수죽에 다른 요리를 곁들여 먹는데, 비둘기나 양고기, 해물, 채소 등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응중거방’이라는 의학서에는 옥수수가 신장병에 좋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루에 옥수수 하나를 죽을 쑤어 먹으라고 합니다. 실제 옥수수수염이 이뇨 작용을 하고 신장에 좋은 점이 알려져 있습니다. 옥수수에는 단백질과 섬유질, 인, 칼륨, 비타민A, 비타민B1, B2 등이 충분히 들어 있어서 건강에 각별한 도움이 됩니다. 피부의 건조와 노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옥수수에 충치 예방과 잇몸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판되는 상당수 잇몸 건강약에 옥수수 추출물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옥수수는 섬유질이 많아서 정장 작용을 합니다. 변비를 해소하는데,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설사를 일으킵니다. 옥수수에는 진정작용을 하는 성분도 있어 예로부터 화병을 다스리는 데도 썼습니다. 옥수수에는 항암물질도 들어 있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아직 의학적으로 믿을만한 연구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신장병에 좋다고 알려진 옥수수

미국식 옥수수 요리의 대표 팝콘

옥수수는 우리나라에 16세기 이후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산림경제>라는 조선시대 책에 옥수수 재배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국토 곳곳에서 자라 구황작물로, 별미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옥수수를 부르는 말은 지방마다 다양한데, 옥시기, 옥수수, 강냉이 등으로 불립니다. 옥수수, 옥시기라는 이름은 구슬 옥()자에서 온 것입니다. 알갱이가 구슬처럼 생겼다는 뜻입니다. 강냉이라는 이름은 중국 강남 지방에서 들어 왔다고 하여 명명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옥수수는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에 속합니다. 특히 미국에서 대량 재배되어 미국 원조 식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과자, , 각종 음식의 재료로 매우 폭넓게 쓰입니다.

이미지 제공두산백과사전 En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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