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생산·소비 혁명 ]지금은프로슈머(prosumer) 시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에서 ‘프로슈머(Prosumer)’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애초의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프로슈머는 향후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 구분이 희미해지고 점차 통합될 것이라는 그의 독특한 견해를 담고 있다. 토플러가 당시 주목한 것은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 생산에 기초한 기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는 징후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량 맞춤 생산, 즉 맞춤형 제품의 대량 생산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맞춤형 생산은 곧 소비자의 생산 과정 참여를 의미한다. 소비자의 참여 없이는 맞춤형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플러가 던진 ‘프로슈머’라는 화두는 새롭기는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프로슈머의 초기 형태인 대량 맞춤 생산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상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대량 맞춤 생산은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한때 온라인을 활용해 고객의 원하는 로고나 이미지를 신발에 넣어주는 상품을 내놓았지만 고객의 외면으로 포기해야만 했다. 2000년 정보기술(IT) 산업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프로슈머에 대한 논의가 또 한 번 붐을 이뤘지만 여전히 추상적인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DIY형 프로슈머에 주목해야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웹2.0, UCC 등이 급격히 확산되고 오픈마켓이 급성장하면서 프로슈머 개념이 구체적인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사용자 참여와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웹2.0와 UCC는 프로슈머의 개념과 그대로 겹친다. 누구나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는 G마켓 등 오픈마켓도 마찬가지다. 김 연구원은 롱테일 경제학도 프로슈머의 등장과 연관짓는다.

그는 “아마존 매출의 거의 50%를 소액 거래, 희귀본 거래가 차지한다”며 “거래 비용이 크게 하락해 단 한 권이 팔려도 이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에서 수만 종의 희귀본을 공급해 주는 것은 수많은 소규모 공급자, 곧 프로슈머들이다.

이제 ‘프로슈머’는 하나의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 이철선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로슈머를 ‘신제품 개발 참가형’, ‘정보공유형’, ‘DIY형’ 등으로 구분했다. 신제품 개발 참가형은 토플러가 애초 제시한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가 결합된 형태다. 정보공유형은 전문가(Professional)와 소비자(Consumer)의 결합에 가깝다. DIY형은 자기만족, 자기 소비를 위한 생산 활동을 의미한다. 토플러는 최근 저서 〈부의 미래〉에서 DIY형 프로슈머에 집중적인 관심을 나타낸다.

그는 DIY형 프로슈머의 영역은 화폐경제에는 잡히지 않는 ‘숨겨진 절반의 경제’로, 향후 이들이 현재 기업들이 주도하는 기존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연구위원은 DIY형 프로슈머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주문한다.

다양한 유형에도 불구하고 프로슈머를 둘러싼 논란은 모두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근본적인 힘의 이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김용태 김용태마케팅연구소장은 “프로슈머 현상의 밑바탕에서는 기업에서 소비자로의 힘의 대이동이 놓여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생산자인 기업이 모든 정보를 독점했지만 이제는 일반 개인도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고 자신의 의견을 확산할 수 있다.

특히 IT 기술이 앞선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한층 빠른 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힘의 이동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 변화에 적응하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CCO(고객담당 최고경영자)라는 자리를 맡은 것도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글 장승규 한경비즈니스 기자 skjang@kbizweek.com
입력일시 : 2007년 1월 30일 9시 30분 30초

[소비혁명 주역 프로슈머]프로슈머의 탄생 - ‘전문지식+열정’…참여형 소비자 등장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1980년에 발간한 책 <제3의 물결>에 처음 나온다. 프로슈머는 판매나 교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경험을 생산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단어는 처음 나왔을 때보다 요즘 와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지식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사람들의 정보와 지적 수준이 올라가고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가 훨씬 쉬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프로슈머라는 개념은 상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상품에 대해 불평하거나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한다든지 상품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이해되고 있다. 일부 프로슈머들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일 경우 실제로 자신이 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슈머에는 이런 개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만들어 쓰는 DIY 매장 인기

과거 우리 인간이 자립경제를 이루고 살았을 때에는 자신이 만든 것을 자신이 소비하며 살았다. 생산(produce)하면서 소비(consume)한 것이다. 그 때에는 바로 자신들이 프로슈머였다. 하지만 점차 사람들 간에 분업이 이루어지면서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만 만들었고 소비하고 남은 잉여분은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필요로 하는 것들은 구입해 소비했다. 각자 프로슈머가 아니라 일부 제품에 대한 생산자와 많은 다른 제품의 소비자로 나뉜 셈이다.

하지만 자본주의화하고 화폐경제화한 현대에 들어와서도 프로슈머들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많다. 우리 가정에서 일하는 사람이 바로 그렇다. 전업주부를 예로 들어 보자. 주부들은 화폐경제에 편입돼 있지 않지만 남편들이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오도록 가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가정을 위해 생산력을 제공하도록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교육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주부들은 분명히 가정과 사회를 위해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부가 바로 프로슈머들이다. 주부들이 내구재로 사는 냉장고나 마이크로오븐, 세탁기는 가정 생산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내구 자본재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대학 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이러한 프로슈머적인 생산 활동을 가계생산(household production)이라 불렀다. 사실 가정은 하나의 조그만 공장이다.

우리가 매장에서 가서 셀프서비스를 하는 것도 프로슈머적인 활동이다. 우리가 주유소에 가서 직접 기름을 주유하는 셀프서비스 주유가 프로슈머적인 활동이다. 독일의 메트로 매장에서는 쇼핑하는 사람이 계산대에서 상품을 직접 스캔해 결제하는데 이것 또한 프로슈머 구매 행위다. 일본의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음식을 직접 가져다 먹는 뷔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매장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한다. 매장에서 고객이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는 자신의 부담 비용을 줄여서 좋고 체험을 통한 재미를 늘리기도 한다.

요즘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됨에 따라 뭔가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DIY(Do-It-Yourself)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책장 만들기, 베란다 정원 가꾸기, 자동차 수리, 제품 튜닝을 직접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사람들의 DIY 수요를 충족해 주기 위해 일본에서는 도큐한즈, 스웨덴에서는 이케아 같은 매장들이 속속 등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도큐한즈는 생활문화를 창조하는 ‘크리에이티브 라이프 스토어(Creative Life Stor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유통점이다. 이곳에는 집에서 사용하는 각종 식기류, 주방기구, 가구, 전동기기, 여행가방, 장난감, 아이디어 상품 등 생활에 필요한 상품들이 만물상처럼 펼쳐져 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이 점포의 특징은 DIY에 있다. 여기서 목재를 싸게 구입해 직접 가구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매장이 아직 드물지만 향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주위에 보면 취미 활동을 전문가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오디오나 사진기, 노트북, 휴대폰에 대한 지식이 유난히 많다. 이들은 분명 아마추어 애호가인 딜레탕트이지만 프로페셔널 못지않은 전문지식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마니아인 ‘오타쿠’다. 이들은 이런 제품들을 만드는 기업들이 자사 상품에 대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많이 알고 있다. 상품의 미세한 하자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다른 상품과 비교해 냉철하게 평가할 줄 알고, 상품 혁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넘친다. 이들 프로슈머의 비판과 아이디어는 기업에 어떤 형태로든 전달돼 상품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프로슈머들은 혼자 활동하지 않고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휴대폰의 경우 ‘세티즌(Cetizen)’이라는 핸드폰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휴대폰 고수들로 넘친다. 이들은 휴대폰에 대해 시시콜콜 언급을 하고 공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이 커뮤니티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광고를 하기도 한다.

프로슈머, 상품 질 향상에 기여

프로슈머들은 텍스트로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지 않는다. 동영상을 만들어 사이트에 올려놓는 UCC(User Created Contents)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중에는 동영상 촬영 기술이나 편집 기술이 매우 뛰어난 UCC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UCC를 PCC(Proteur Created Contents)라고 부른다. 앞으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시민기자들의 기동력과 관심이 더욱 많이 늘어나 UCC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프로슈머들은 취미 활동으로 시작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나 콘텐츠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면 아예 사업화하는 경우도 많다. 18세 핀란드 소년이 시작한 음악 공유사이트 냅스터는 초기에 무료 사이트였지만 나중에 유료 사이트로 전환됐다.

미국의 저갯 서베이(Zagat Survey)라는 정보 가이드 잡지는 식도락가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여러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얻은 자신들의 평가 정보를 모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 인기가 좋아지자 레스토랑 평가 책을 발간한 것이다.

지금은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호텔, 리조트, 스파, 나이트 라이프(Nightlife), 골프 코스, 쇼핑, 뮤직, 무비, 시어터 등 여러 업종에 대한 평가 정보를 별도의 책으로 매년 제공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갈수록 화폐경제화하면서 소위 지하경제 영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부분은 빙하의 물속 부분처럼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가정 경제가 바로 그런 부분이고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자원봉사 활동, 사회를 감시하는 NGO 활동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과 지식의 보편화로 개인 각자는 취미활동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취미와 끼를 마음대로 발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또 자신의 프로슈머 활동이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 취미 활동은 얼마든지 사업화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생산과 소비를 별개로 취급했다. 그러나 생각 밖으로 이 두 활동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수렴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의 경계, 그리고 화폐경제와 지하경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바로 프로슈머들이다. 특히 앞으로 경제에서 프로슈머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 이유는 체험이 풍부한 프로슈머가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주·리드앤리더 대표
mjkim8966@hanmail.net

[소비혁명 주역 프로슈머]프로슈머 마케팅 확산 - 제품개발 ‘파트너’참여…아이디어 ‘톡톡’

최근 전문가 못지않은 상품 지식과 제품 경험을 가진 프로슈머들이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5년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휴대폰 업계에서 처음으로 프로슈머 제도를 도입, 휴대폰 커뮤니티 사이트 세티즌 회원 50명으로 ‘싸이언 프로슈머’ 그룹을 구성했다. 이들은 휴대전화의 복잡한 기능을 없애고 디자인을 심플하게 만들 것을 제안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초코릿폰’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이들은 초콜릿폰에만 무려 8000여 건의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싸이언 프로슈머의 활동은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일본 NHK는 지난해 싸이언 프로슈머의 활동을 상세히 보도하며 한국 휴대폰을 세계 최고로 만든 것은 바로 까다롭고, 활동적인 한국의 프로슈머들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LG전자의 프로슈머 그룹 구성은 그동안 지나친 기술지향적인 제품 개발로 소비자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이수정 LG전자 한국마케팅실 과장은 “200만 화소급 카메라가 나오면 다음은 당연히 300만 화소급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했다”며 “소비자들이 실제 필요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고객 지향적 프로세스로 바꾸려면 고객을 직접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싸이언 프로슈머는 지금까지 1기(2005년 11월~2006년 2월)와 2기(2006년 5~7월)가 활동을 마쳤고, 올 상반기 중 3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그동안 나온 제안 중에는 모닝콜 개선안도 있었다. 모닝콜 설정이 월~금요일로 고정돼 있어 학생들의 생활 패턴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월수금’이나 ‘화목토’를 각각 설정하길 원했다. 이 제안을 곧바로 채택돼 제품에 반영됐다.

지난해 활동한 2기는 1기보다 훨씬 진일보한 형태로 운영됐다. ‘소비자가 만드는 휴대폰’을 내놓는다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밀도 있는 활동을 펼쳤다. 온라인을 통한 참여와 함께 매월 두 차례씩 오프라인 모임도 병행했다. 이수정 과장은 “2기 프로슈머들이 제안한 제품 컨셉트로 올 3분기까지 제품을 내놓는 걸 목표로 현재 작업 중”이라며 “글로벌 시장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쯤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이 선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프로슈머의 활약은 휴대폰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활용품을 만드는 한국3M은 평범한 주부들을 제품 개발 파트너로 받아들여 ‘대박’을 터트린 경우다. 한국3M은 1999년부터 2년마다 ‘스카치 브라이트 주부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있다. 전형재 한국3M 생활용품사업부 부장은 “마케터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고객 니즈를 알기 위해 시작했다”며 “실제로 소비자들의 니즈가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고 생활용품과 관련해 주부들의 전문성이 매우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3M의 효자 상품인 ‘삼중 양면 수세미’도 한 평범한 주부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그릇 재질에 따라 거친 수세미와 고운 수세미를 번갈아 써야 하는 불편을 줄인 제품으로 출시 후 월 10만 장 이상 팔려나가는 히트 상품이 됐으며 전 세계로 역수출까지 하고 있다. 전 부장은 “한국 주부들은 전문지식이나 꼼꼼함, 참여 의지 등 모든 면에서 프로슈머의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며 “3M 본사 차원에서도 신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한국 주부들의 니즈와 반응을 챙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3M은 아무리 많은 개발비용이 들어갔어도 소비자 니즈에 어긋나면 출시하지 않는다”며 “점점 이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소비자들은 이미 완성된 기성품을 수동적으로 구매하는데 그쳤지만,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도록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발 단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한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제품 생산에 소비자들을 적극 참여시켜 이를 경쟁력의 원천, 차별화 포인트로 삼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자의 마음을 더 빨리 읽어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q

skjang@kbizweek.com

상품·서비스 전문지prosumer창간

‘생필품에서 금융상품까지 철저 분석’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시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 종합 상품 경제지 ‘Prosumer(프로슈머)’가 첫선을 보인다. ‘상품을 주제로 한 경제 매거진’을 모토로 한 ‘Prosumer’는 상품을 구심점으로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를 모두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창간을 책임진 장유택 프로슈머 편집장은 “상품의 생산 과정부터 마케팅, 유통, 최종 소비까지 상품과 관련된 알파와 오메가를 모두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품은 일반 제조품에 국한되지 않고 소프트웨어 금융 레저와 같은 각종 서비스 상품까지 망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슈머는 단순히 상품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각종 상품의 최신 트렌드, 블루오션(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낸 마케터(Marketer), 독특한 산업 디자인, 생생한 개발 뒷이야기 등 기존 경제 매거진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들도 다룰 계획이다.

프로슈머가 타깃으로 하는 독자층은 다루는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충동적인 구매보다는 가격과 품질을 깐깐히 따지는 소비자,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는 유통·판매자, 시대 흐름을 뛰어넘는 상품 컨셉트를 갈구하는 생산자를 주 독자층으로 설정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와 함께 생산자와 판매자를 주요 독자로 선정한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장 편집장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해 이들에게 소중한 벤치마킹 대상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깃 연령층은 한국에서 가장 왕성한 구매력을 보이고 있는 30~50대(전체 가계 소비 중 69%를 차지)가 대상이다. 광범위한 상품과 서비스 정보를 다루는 만큼 특정 계층, 특정 상품 중심의 카탈로그식 정보가 아닌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모두 만족하는 매체를 목표로 한다.

창간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1월 31일 출시하는 새로운 PC 운영체제 윈도 비스타를 20여 페이지에 걸쳐 상세하게 다룬다. 윈도 비스타의 기능과 특징에 대한 상세한 설명 외에도 윈도 비스타의 기획에서부터 탄생까지의 숨은 뒷이야기, 전문가의 사용 후기까지 폭넓게 담았다. 이 밖에도 제품의 특징과 외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신상품 소개, 전문가가 조언하는 물건 고르는 법, 제품 리뷰, 백화점 상품 구매 정보도 담고 있다.

상품 중심 경제 매거진을 표방하고 있지만 공산품만 다루지는 않는다. 와인, 미술품, 레저, 문화, 이색 광고, 디자인 코너 등 독자들의 눈과 머리를 즐겁게 해주는 지면도 구석구석 배치하고 있다.

2월 7일, 새로운 개념의 경제 매거진 ‘Prosumer’ 창간호가 독자들을 찾아간다.
#사례1. 사진 스튜디오와 웨딩드레스를 고르느라 요즘 골치가 아프다는 직장인 조은영 씨(29)는 오는 4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다. 시간이 촉박해 스튜디오 계약을 서둘러 마친 조 씨는 우연히 여성 커뮤니티 웨딩프렌드(www.wef.co.kr)를 방문했다가 밀려드는 후회를 감출 수 없었다. 다른 가입자들의 이용 후기를 읽어보고 업체를 선택했다면 좀 더 나은 조건과 계약으로 결혼 준비를 마쳤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녀는 결혼식 당일 메이크업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 사이트의 정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사례2. 전업 주부 구수정 씨(31)는 2년 전 케이크와 쿠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구 씨는 가입 초기에는 게시판을 둘러보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1년 전부터는 자신이 만든 케이크 사진을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www.cyworld.com/pwdroom)를 방문하고 케이크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자 아예 전문 케이크 데커레이션을 배워 주문·제작하기 시작한 것. 현재 그녀는 12만~18만 원에 달하는 케이크를 1주일에 2~3개씩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정식으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관련 강좌를 열 계획까지 갖고 있다.

프로슈머의 등장은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프로슈머의 활발한 활동으로 전에 볼 수 없던 독특한 사례가 늘고 있다. 결혼과 같은 대규모의 지출이 뒤따르는 이벤트를 앞둔 이에게 이제 인터넷 커뮤니티와 공동구매 등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 여기에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였던 생활 정보가 훌륭한 자산 가치를 지니는 보석 같은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른바 프로튜어(Proteur·Professional+Amat-eur)의 수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디지털 프로슈머의 맹활약상은 일단 소비자 이용 후기 중심의 인터넷 동호회가 확산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디시인사이드는 국내 디지털카메라와 PC 관련 사이트 접속률 1위 사이트다. 최근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사장은 “충성도가 높은 커뮤니티로 무장한 종합 커뮤니티 포털을 지향한다”며 “디지털카메라와 PC에 특화된 디시인사이드의 범위를 자동차와 여행으로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기를 구입할 때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엄청난 소비를 하게 마련인 예비 신랑, 신부들에게도 인터넷 동호회의 위력은 대단하다. 콩쥐넷(www.congg.net), 마이클럽 결준모(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들의 모임·agit.miclub.com/wedding), 결사모(결혼 준비할 사람 모여라! 결사모 웨딩·cafe.daum.net/wedding), 웨딩프렌드 등은 결혼 준비와 관련해 ‘예비 부부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예식을 준비해 본 많은 네티즌들이 새로운 프로슈머로 유익한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일명 지후맘(지후맘의 임산부 모여라·cafe.naver.com/kform.cafe) 카페는 임신·육아 관련 커뮤니티다. 이 사이트 역시 객관적인 정보 이외에도 가입 회원들의 산부인과, 유아용품 이용 후기 등이 중요한 카테고리 중 하나다.

특히 주목받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상당수는 주부들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디지털 파워와 프로슈머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와이프로거다. ‘와이프로거(wifelogger)’는 주부(wife)와 블로거(blogger)의 합성어로 정보를 이용하기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요리 실내장식 육아 등 가사 관련 정보를 직접 생산하는 블로거를 말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터넷 장벽이 낮아지면서 온라인상에서도 주부는 중요한 여론 주도층이 됐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UCC(User Created Contents)의 열기도 프로슈머 등장의 또 다른 모습이다.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그쳤던 네티즌들이 너나없이 직접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데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com)는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꼽은 ‘세상을 바꿀 10대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1위로 선정됐다.

‘네티즌들이 활발히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자’는 취지로 출발한 ‘한국판 유튜브’ 판도라TV(www.pandora.tv) 역시 최근 UCC 열기를 타고 주목받는 정보기술(IT) 업체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기획돼 2004년 말 설립됐다. 당시만 해도 네티즌의 참여에 대해 그 누구도 확신하는 이가 없었다. 이용연 판도라TV 부사장은 “비즈니스 기획 당시 우리의 성공을 낙관하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았다”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를 못하겠다고 통보해 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그동안 양적으로 진화해 온 디지털 프로슈머는 앞으로 질적 변화를 맞으며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기업 활동에 활용)이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가전의 경우, 하드웨어 자체보다 기능까지도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콘텐츠 중심의 제품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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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와이프로거 - 레테 황혜경

‘프로와 아마추어 이어주는 가교인 셈’

3년여 전부터 ‘레테’라는 아이디로 블로그, 카페를 운영해 온 황혜경 씨(34)는 스타 와이프로거 중 한 사람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레몬테라스(cafe.naver.com/remonterrace)’는 총 회원 수 30만 명에 하루 방문자가 5만 명에 달한다. 1년 전에는 아예 인테리어 포털 ‘레몬테라스닷컴(www.lemon-terrace.com)’을 열었다. 지난해 5월말 내놓은 책 〈5만원 인테리어〉는 6개월여 만에 11쇄를 찍었다.

그녀는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주부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특별한 재주 없이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주부들이 많은데 전문가와 아마추어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도, 기관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 씨는 미술대학에서 가구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전공과 관련 없는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면서 8년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았다. 그러다 3년 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예전의 열정을 불태우게 됐던 것. 그래서 인테리어 자료를 하나씩 모으다 카페를 열었고, 이것이 스타 와이프로거 레테의 길로 들어서게 된 첫걸음이었다.

“블로그 활동뿐만 아니라 문화센터 특강에, 두 번째 책 집필까지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그녀는 “요즘은 주변의 기대가 커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부가 프로슈머 시대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경에 대해 그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주부가 되면 경제 생활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데 막상 기업에서는 주부들의 소비 성향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요리나 살림 노하우가 자산이 되는 시대가 됐기도 하고요.”

그나마 요리 관련 블로그는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반영되고 있지만 인테리어의 경우 대다수의 기업이 아직도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황 씨에 따르면 DIY(do it yourself) 가구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지난 1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 그녀가 바로 얼마 전까지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DIY 방식의 인테리어 가이드 프로그램 MC를 맡았던 것도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녀는 “완제품이 아닌 쉽게 조립 가능한 단제품 가구 시장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페·블로그에 올라오는 질문에 답글을 다는 일을 아침에 눈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한다”는 황 씨는 “유명해져 좋겠다는 생각으로 와이프로거의 길로 들어설 게 아니라 관심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두려움을 버리고 과감히 도전하는 게 먼저”라며 스타 와이프로거를 꿈꾸는 주부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오픈마켓은 누구나 판매자,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어떤 형태의 유통망보다 프로슈머 시스템이 실현되기 좋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픈마켓이라는 형태의 시장이 등장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상 자체가 프로슈머 경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보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슈머의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생산자의 조언자로서의 구매자 역할이다.

기존의 소비자들은 구매 결정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나 기업이 제공하는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프로슈머들은 ‘구매 후기’에 올린 글들에 더 의존하는 성향을 보인다. 오픈마켓은 상품 개별로 올라오던 구매 후기들은 포털 사이트의 성격과 접목해 구매자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다.

G마켓은 상품평을 남길 경우 마일리지를 제공해 더 많은 상품평을 남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상품평은 다른 구매자들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구매자들의 반응을 살펴가며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다. 구매자들이 판매자에게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를 ‘트윈슈머’라고 부르기도 한다.

옥션의 ‘쇼핑백과’는 네이버의 ‘지식 인(in)’을 오픈마켓식으로 접목한 것이다. 쇼핑 리뷰, 쇼핑 Q&A 등 회원들이 작성한 글들이 하나의 콘텐츠로 축적되는 것이다.

둘째, 중개자의 조언자로서의 구매자 역할이다. 프로슈머들은 중개업자인 오픈마켓에도 적극적인 활동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G마켓은 ‘G스타일리스트’ 제도를 통해 서비스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맡기는 동시에 상품 마케팅까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옥션도 ‘포커스 그룹’ 스터디를 통해 상품을 입점하기 전에 선행돼야 할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있다.

셋째, 공급에 참여하는 구매자 역할이다. 구매자가 구매 후 다른 판매자의 상품 판매에 참여하고 이익의 일부를 나눠 갖는 형태다. 옥션의 ‘펌블’은 일종의 쇼핑 블로그로 수백만 개에 달하는 상품들을 ‘펌(퍼오기)’하여 담아놓은 것으로, 우수 상품을 추천하고 물품 관련 정보를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는 형태다. 펌블에서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카테고리 및 펌블 등급에 따라 0.1~4.5%까지 판매 수수료가 포인트로 지급되는 수익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 연말 시작된 펌블 서비스는 시작 4주 만에 3만 개가 개설됐고 쇼핑백과에는 상품리뷰 등 2만 건 이상의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다. 옥션은 2월부터는 UCC(User Created Contents)를 접목한 SCC(Seller Created Contents)도 시작할 예정이다.

G마켓은 이보다 빠른 2005년 8월부터 ‘쇼핑 웹진’을 시작했다. 쇼핑 웹진에서도 판매가 이뤄지면 결제액의 1%를 나눠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구매자들이 좋은 상품평만을 올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G마켓 측은 “그런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상품이나 배송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오히려 더욱 자세하고 생생한 악평을 올리고 있다. 구매자로서의 역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넷째, 가장 궁극적인 형태의 프로슈머 기능으로 구매자인 동시에 판매자가 되는 것이다. 오픈마켓은 회원 가입 때부터 판매자와 구매자의 구분이 따로 없다. 구매자들이 적극적인 상품평과 블로그 활동을 하다 아이디어를 얻어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거나 매입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일은 오픈마켓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글 우종국 한경비즈니스 기자 xyz@kbizweek.com

최근 기업의 마케팅 화두는 프로슈머다. 전문가에 비해 뒤지지 않는 상품 지식과 제품 경험을 가진 프로슈머들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신제품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프로슈머의 유형을 정보의 제공 대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크게 신제품 개발 참가형과 정보공유형, DIY(Do It Yourself)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신제품 개발 참가형은 대부분 특정 기업에 고용되거나 또는 특정 관계를 맺고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의견을 제공하는 프로슈머들로 동아리와 모니터링 활동에 집중한다. 두 번째로 정보공유형은 인터넷 쇼핑몰, 제품 평가 사이트에 자신의 제품 사용기나 특성 등에 대한 평가 의견을 무보수로 제공하는 프로슈머들이다. 세 번째로 DIY형은 전원생활을 하면서 유기농 야채를 재배하거나 주택 또는 가구를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아토피 등 건강을 위한 치료제를 직접 개발하는 둥 자급자족 중심의 프로슈머들이다.

프로슈머 등장은 위협이자 기회

이러한 프로슈머들은 점차 그 영역과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부의 미래>에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프로슈머들이 시장경제에서 비시장경제로, 다시 시장경제로 순환하면서 생산 주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즉, 시장경제에서 자본재를 구입, 비시장경제에서 자신을 위한 생산과 소비 활동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후, 생성된 제품이나 노하우를 국가를 포함한 시장경제에 다시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기의 아토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이나 약국에서 많은 제품을 구입해 공부한 후 자신만의 치료제를 개발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다른 아기들의 치료에 기여하거나 또는 연구기관에 제공해 상품화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프로슈머들의 활동이 기존의 기업 시장을 변화시킬 만큼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P2P 사이트에서 프로슈머들에 의해 무료로 유통되는 영화나 음악 파일들이 기존의 영화·음반 시장을 파괴하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 예다. 또한 그리고 활동 범위도 웰빙 시대를 맞아 DIY형으로 이동하면서 유기농 채소처럼 기업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독자적 제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즉 프로슈머들이 점차 시장경제에서 기업과 동등한 생산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쉬운 점은 기업들이 프로슈머들을 단지 제품 개발의 보조자로서만 활용하거나 프로슈머들 중 기업의 직접 경쟁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DIY형 프로슈머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완성품 중심이기 때문에 부품이나 자본재를 구입하는 DIY형 프로슈머들을 목표 고객군으로 간주하지도 않고, 또한 개인과 기업과의 경쟁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앞서 영화·음반 시장의 사례에서처럼 각각의 프로슈머들이 컴퓨터를 통한 네트워킹으로 집단을 형성한다면 강력한 전문지식과 기술로서 기업들의 경쟁 구도를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프로슈머들과의 관계를 3가지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는 기업 자원으로서 프로슈머들의 활용 범위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하는 점과 둘째는 타 기업들과의 경쟁 차원에서 어떻게 프로슈머들을 경쟁 우위 요소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장 차원에서 프로슈머 시장을 어떻게 창조하고 공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기업 자원 차원에서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아이디어 제공에 머물렀던 부분을 직접 제품을 생산케 하거나 유통을 담당케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경쟁 차원에서는 시장 친화력 강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프로슈머와 공유하는 사업 모델 구축을 생각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시장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간과해 온 DIY형 프로슈머들을 목표 시장으로 하는 신사업을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관점 모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로슈머와 기업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상생 마케팅이 필요하다. 프로슈머에게는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고 기업은 잠재적 경쟁자의 제거와 자사의 마케팅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상호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생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4가지 수단이 동반돼야 한다. 먼저 제품 측면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신제품 출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프로슈머들과의 협조만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 경쟁 심화로 급속히 단축되고 있는 제품 순환 주기에 부합하면서도 시장 친화적이고 참신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격 측면에서는 기존의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인한 비용 증감 요소를 절약할 수 있다. 기업 내 다수의 신제품 개발팀 운영보다는 다양한 프로슈머들에게 제품 개발을 위탁, 연구개발(R&D)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유통 측면에서는 프로슈머들을 새로운 유통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실례로 미국의 오토바이 제조 기업인 할리데이비슨은 할리 소유자 동호회인 HOG(Harly Owner Group)의 100만 회원이 영업사원들이다. 이들은 친구나 친지에게 제품 구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의 입장에서는 별도의 영업사원이 필요 없게 됐고 따라서 판매 비용도 들지 않는다. 동호회인 HOG들이 할리의 홍보맨이자 무보수 영업사원들인 것이다. 이러한 유통 채널로서 프로슈머들의 활용은 신시장 개척에서 보다 빛을 발한다. 웰빙과 같이 최근에 주목받는 신시장들은 과거의 인구통계적이나 지리학적인 고객 세분화와는 달리 라이프스타일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의 구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동반자 인식전환 필요

마지막으로 촉진 측면에서는 바이러스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 마케팅이란 컴퓨터 바이러스가 컴퓨터에 감염되는 것처럼 특정 e메일이나 동영상이 네티즌에게 확산돼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획득·상승시키는 마케팅 기법이다. 신차가 출시되기도 전에 성능 검사를 하는 시제품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에게 급속하게 유포되는 경우가 이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시장의 주도자가 기업이었다면 이제는 프로슈머들이 주도자다. 따라서 기업들은 프로슈머들이 기업들을 혁신하는 주역이며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그리고 지식을 가진 권력자로서 기업 혁신을 주도하는 프로슈머들을 이제는 기업들이 환경 조성자로서 지원해야만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심화되는 경쟁 사회에서 기업들은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우선 프로슈머들과 상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무보수로 사회와 기업에 기여하는 프로슈머들에게 기업이 해줄 수 있는 보상 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금전적 보상보다 비금전적 보상에 고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프로슈머들은 무보수로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 제작의 새로운 지침서나, 업계 동향, 제품 진화와 같은 최신 정보 제공이나 프로슈머가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구매를 대행해 주는 것도 좋은 대안 중의 하나가 되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 향후 프로슈머들에게서 생산될 제품 권리에 대한 지식재산권의 공동 소유를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프로슈머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지만 시장성이 확인될 경우 직접 사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례로 UCC와 같은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업계에서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논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시장경제의 주도권은 기업에 있었다. 그러나 정보 혁명의 도래는 점차 그 주도권을 소비자에게 넘겨주고 있다. 특히 주도권을 넘겨받은 소비자 중에 프로슈머가 그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은 기업에 기회와 위협의 요인으로 인식된다. 문제는 기회가 되든 위협이 되든 간에 기업들은 프로슈머와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철선·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slee@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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