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제품 얼마나 싸지나…벤츠 S클래스 2천만원↓

매일경제 | 입력 2010.10.06 19:03




◆ 韓-EU FTA 서명 ◆

유럽산 구두, 가죽제 가방 등을 살 때 내년 하반기부터는 면세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 7월 1일 잠정 발효되면 이들 제품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이다. 구두와 가죽제 가방은 현재 각각 13%와 8%의 관세가 붙고 있다. 이들 상품 외에도 향수, 립스틱 등을 비롯해 유럽산 명품 의류 잡화 등은 모두 3년 안에 8~13% 관세가 사라진다. '유럽산' 하면 떠오르는 제품들은 대부분 고가품이다. 한ㆍEU FTA 체결을 가장 걱정하는 업계가 면세점과 여행업체란 말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수입되는 와인에 대한 관세(15%)도 바로 사라지게 된다.

수입 와인 가격은 당시 환율과 관세뿐 아니라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 크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국내 와인업계는 평균 13%가량 값이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산 무통카데의 경우 한 병에 3만8000원에서 3만2300원 정도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EU 각국으로부터 6379만달러어치 와인을 수입했고, 프랑스산이 3656만달러(57%)로 가장 많았다.

최세균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ㆍ칠레 FTA를 통해 칠레산 와인은 5년간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됐지만 유럽산 와인은 즉시 관세가 철폐돼 국내시장에서 칠레와 유럽산 와인 간 판매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진 유럽산 자동차 가격도 낮아지게 된다.

유럽산 자동차는 현재 8%의 관세장벽 아래서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약 20%(판매액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계를 중심으로 한 유럽 메이커들이 한국 수입차 시장의 약 65%에 달할 정도다.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3년 안에 배기량 1500㏄ 초과 차량에 대한 관세 8%가 사라진다. 1500㏄ 이하 소형차나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5년 안에 관세(8%)가 사라지게 된다.

개별소비세와 취득ㆍ등록세 등을 감안할 때 유럽 수입차들은 현재 판매가격보다 평균 7.4%가량 가격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내 판매가격이 1억2590만~2억6900만원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경우 최대 1990만원 싸진다. BMW도 최고 인기모델인 528i의 현재 가격(6790만원)보다 약 500만원 싸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차 메이커들이 관세철폐보다 더 기대하는 것은 각종 규제 철폐다. 한ㆍEU FTA로 유럽식 배기가스 기준을 적용한 가솔린 모델 수입이 허용됨에 따라 아우디 A1과 같은 유럽형 소형 가솔린차의 국내 판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대표는 "현재 유럽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인기모델 'A1'의 경우 미국형 배기가스 기준을 갖고 있는 한국 시장에 들여오려면 배기가스 자기진단장치(OBD)를 부착해야 하는 등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면서 "FTA 발효로 규제가 풀어지면 시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수산물은 관세 인하가 이뤄지는 기간을 길게 잡았다. 그만큼 소비자들 처지에서 관세 인하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삼겹살이다. 현재 삼겹살에 대해 부과되는 25%의 관세 철폐 기한은 발효 후 10년 내다. 또 조제분유(36~40%)와 버터(89%)는 10년 안에 관세가 사라지며 치즈(36%)는 관세가 없어질 때까지 15년이 걸린다.

관세 인하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이들 품목에 대한 수요가 꾸준해 수입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돼지고기 수입량 중 EU산의 비중은 30% 수준이며 국가별로는 프랑스산(1만4000t)이 가장 많고, 오스트리아산 1만3000t, 네덜란드산 1만1000t 등이다.

최 연구위원은 "과거 EU산 돼지고기는 전체 수입량 중 50%를 차지했다가 2008년부터 30%로 떨어졌지만 FTA 체결로 점차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연간 1200억원의 국내산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위스나 덴마크 등에서 치즈 등 낙농제품 수입도 국내 수요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수산물의 경우 골뱅이, 넙치, 참다랑어 등의 어종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개발원은 FTA 체결로 연평균 1273만달러 수산물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호 기자 / 정욱 기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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