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내인설'의 핵심 증거인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내인설"의 핵심 증거인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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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으로 검증된 바와 같이 우현 35도에서 좌현 8도로 러더(방향타)가 돌았을 가능성은 없다."

박병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진상규명국장이 26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 세월호 거치현장에서 열린 '세월호 전타 선회현상 등에 대한 모형시험 결과 중간발표'에서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 가능성은 낮다"면서 강조한 말이다.

앞서 2018년 8월 김창준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위원장과 김영모 부위원장, 김철승 위원 등 3인은 급변침과 무리한 증·개축, 화물 과적, 부실 고박, 복원력 감소 등 선체 내적인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세월호가 내적인 요인으로 침몰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발생해 러더가 우현으로 각도를 바꾸는 등 조타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이 우현 급선회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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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당시 권영빈 제1소위원장을 비롯해 이동권 위원, 장범선 위원 등 3인은 '외적인 충격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인설'을 부정했다. 

이날 박 국장의 발언은 세월호 선조위 위원 6명 중 3명이 주장한 '내인설'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러더(방향타)를 조절하는 유압조절장치다. 조타실에서 전기신호를 보내면 솔레노이드 밸브에 전달되고, 이 과정에서 작동한 유압이 러더를 좌우로 움직이게 한다. 러더는 방향 전환을 마치면 다시 '0도(수평상태)'로 돌아오도록 유압이 작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압을 제어하는 장치가 고장(고착) 나는 경우, 유압은 0도로 돌아오지 못하고 러더를 끝까지 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배는 급격히 회전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는 보통 좌우 35도까지 러더를 움직일 수 있지만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난 상태에서 37도까지 러더가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말은 곧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이뤄지면, 선체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된다는 뜻이다.  

사참위, 참사원인 조사 위해 모형 만들어 실험 진행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내인설'의 핵심 증거인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내인설"의 핵심 증거인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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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참위는 모형시험 결과 발표에서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시점에 대한 조사와 선원들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우현전타(37도) 여부 등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침몰원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는 우현 방향 급선회로부터 시작됐으며, 우현 급선회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중요한 시작임을 착안했다"면서 "세월호 우현 급선회의 원인이 무엇인지, 급선회 후 러더가 우현방향이 아닌 좌현 8도로 돌아가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위해 세월호 조타장치 모형을 제작해 실증 시험을 수행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참위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세월호와 동일한 형식과 성능을 구현하는 조타 장치 모형을 만들어 여러 시나리오를 적용해 러더의 움직임을 검증했다. 동시에 2018년 선체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된 '인천행' 타기장치 내부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을 전제로 실험을 진행했다. 선박에는 보통 두 대의 타기장치가 설치돼 있다. 세월호에는 각각의 타기 장치에 '제주행'과 '인천행'으로 표시됐다.

사참위 발표에 따르면, 세월호 선원들은 진술에서 제주로 항해할 때는 '제주행' 타기를 사용하고, 인천으로 항해할 때는 '인천행' 타기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밝혔다.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내인설'의 핵심 증거인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내인설"의 핵심 증거인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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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는 밸브 고장으로 방향타가 우현이 아닌 좌현 8도로 돌아가 있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인천행 타기장치 1대만 사용한 경우 △인천행·제주행 타기장치 2대를 동시 작동한 경우를 특정했다. 

그 결과 사참위는 첫 번째 조건인 '인천행 타기장치 1대만 사용한 경우'에는 "우현 조타 중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되면 방향타가 우현 37도까지 회전 후 각도를 유지하지만 방향타가 좌현 8도로 돌아가는 것은 설명이 불가하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사참위는 "(인천행) 타기장치 고장을 인지하고 이를 교체한 선원의 긴급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선원들은 이러한 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조건 1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라고 밝혔다.

두 대의 타기 장치가 모두 작동한 두 번째 조건의 경우 역시 "앞선 첫 번째 조건과 같이 우현 37도까지 회전 후 각도가 유지되지만 인천행 타기 장치 정지 후에는 바로 제주행 타기가 가동됨으로써 좌현 8도로 조타가 가능하지만 급선회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과 상관없이 정상 작동 중에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타기 장치 두 대가 모두 운용 중이었다는 말은 (밸브 고착)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결국 두 가지 조건에 대해 모두 '부적합하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인데, 사참위는 "선조위가 밸브 고착 시점은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양 이후 촬영한 몇 장의 사진만으로는 고착 시점을 찾기 어렵다. 동영상 등을 추가로 확보해야 정확히 조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참위는 "향후 조타 유압장치와 엔진 관련 프로펠러 오작동 여부, 침몰 당시 평형수 배출 경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침몰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7년 제정된 '사회적참사 특별법'에 따라 2018년 12월 11일 공식 출범한 사참위는 다음달인 12월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사참위의 계획대로 추가 조사가 가능할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내인설'의 핵심 증거인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내인설"의 핵심 증거인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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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의 발표 이후 정성욱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장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시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된 바 없다"면서 "사참위가 충분한 활동 기간을 보장받아,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달라"라고 호소한 이유다.

정 진상규명부장은 "침몰 원인은 확실히 규명돼야 한다"면서 "선조위가 범한 우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선조위는) 조타 장치를 조사하면서 밸브 고착의  과정은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결과적 현상만 놓고 판단했다. 많은 데이터와 실험을 통해 진상을 밝혀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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