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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로는 못 듣고 몸으로만 느끼는 소음

    •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정진이
    입력 2017.07.07 09:17

    지하철, 버스 등을 타고 갈 때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 때가 종종 있다. 피곤한 것도 아니고 딱히 잠을 자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유는 지하철이나 자동차의 흔들림이 사람을 가장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진동수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진동수는 2㎐로 1초에 두 번씩 진동한다)

    하지만 이렇게 알맞은 진동수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개운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잠을 잘 수록 더 피곤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대체 왜 그런 걸까?

    답은 '저주파 소음'에 있다. 저주파 소음을 좀 더 정확하게 정의하려면 전자파부터 언급해야 한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두 가지로 구성된 파동으로, 서로 반복하며 대기 중에서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 전자파는 주파수에 따라 그 종류를 나눌 수 있다. 높은 순서대로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초고주파, 고주파, 저주파)로 분류한다.

    전파는 주파수가 3㎔(초당 3조 번 진동, 파장은 100㎛) 이하의 전자파를 말하고, 이중 저주파 소음은 20~100㎐ 사이의 진동을 가리킨다. 사람은 보통 20~2만㎐ 사이의 소리를 듣기 때문에, 저주파 소음이 발생하더라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소음의 주파수는 어떻게 될까? 모기 날갯소리는 1,000㎐, 사람 간의 대화는 2,000~3,000㎐, 전기톱으로 쇠를 자를 때는 4,000~6,000㎐ 정도라고 한다. 들으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소리들이다.

    호랑이 울음소리에
    몸이 뻣뻣해지는 건
    '저주파 소음' 탓

    반면 저주파 소음(20~100㎐, 20㎐ 이하는 초저주파)은 귀 대신 피부로 느낀다. 지난 2003년 영국에서 17㎐가 나는 초저주파 발생 음을 750명에게 들려주고 설문을 했더니, 대부분 사람이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답했다. 

    "교회나 성당에서 대형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할 때 드문드문 초저주파 음이 나오는데, 이 순간에 사람들이 '신을 만난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느끼기도 한다"는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교(University of Hertfordshire)의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 교수의 주장도 저주파 소음의 존재를 뒷받침한다. 

    또 우리는 동물들의 울음소리에서도 저주파를 느낄 수 있다. 호랑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는 20㎐ 아래의 초저주파 불가청음이 포함돼 있다. 호랑이를 만났을 때 그 으르렁 소리에 도망가지 못하고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은 단지 호랑이가 무서워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DB

    이처럼 저주파 소음은 우리 피부를 통해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 운행 중인 기차나 달리는 자동차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오히려 더 피로를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고속버스·지하철·기차에서 모두 저주파 소음이 나왔다.

    KTX 객차에서는 광산에서 바위에 구멍을 뚫는 착암기가 내는 정도(소음 세기 100dB)의 저주파 소음이, 서울 지하철에서는 노선별로 차이는 있지만 심할 땐 록밴드 연주 수준의 소음(110dB)이 운행 중 나오는 것으로 측정됐다. 듣지 못했을 뿐, 차 밖보다 안이 더 시끄러운 상황에 노출돼 있었다.

    지하철에서 느끼는 멀미 증상, 알고 보면…

    이런 저주파 소음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우리 몸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두통이나 불면증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돼 불안감·우울감 등을 겪는다. 한국감성과학회에서 실험용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을 저주파 소음에 노출했더니,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60% 이상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주파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수축기 혈압이 감소해 호흡을 안정적으로 들이마시거나 내쉬지 못하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또 눈에 진동이 발생하거나 눈의 깜빡임이 증가하기도 한다. 임산부나 5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증상이 심화될 수 있어 이들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 

    에어컨 '저주파 소음', 불면증·두통 일으킨다
    저주파 마사지를 받고 있는 모습 (건국대 제공)
    하지만 저주파 소음이 나쁜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저주파 소음은 다시 말하면 저주파 압력 진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진동을 이용하면 뭉친 신경을 풀 수 있다. 의학적으로 잘 활용할 경우, 근육·뼈·관절 등이 아픈 사람에게 저주파 요법을 이용해 위축된 신경의 이완을 도울 수 있다.

    저주파 압력 진동은 인체의 근육 형성도 돕는다. 저주파를 몸으로 흘려보내 근육을 이완 ·수축시킴으로써 운동 효과를 높여준다. 이를 활용한 운동을 가리켜 EMS(Electronic Muscle Stimulation) 트레이닝이라고 한다.

    또 저주파 마사지가 탈모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 대학 연구실이 두피개선제를 바를 때 저주파 마사지를 병행하면 모발 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저주파 마사지, 탈모 완화 돕는다"
    /조선DB
    이처럼 잘 사용하면 도움도 받을 수 있지만, 지속해서 노출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저주파다. 이 저주파에서 나오는 소음의 피해를 줄일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우선은 저주파 소음에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정리해야 한다. 저주파 소음은 대부분 가전제품이 돌아갈 때 나는 진동 소리에서 느낄 수 있으므로 가전제품은 필요한 시간만 사용하고 이후에는 전원을 뽑아 놓는 것이 좋다. 또,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가급적 30cm 이상 거리를 유지하자. 밀착해 사용할 때보다 1/10 정도로 전자파가 줄어든다. 

    저주파 소음에 많이 노출됐다면 높아진 근육의 긴장도를 낮춰줘야 한다. 차분히 명상하거나 복식 호흡 등으로 근육 이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홈페이지
    저주파 소음 (정성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011년 6월 5일)
    생활 속 전자파 사이트(http://www.rra.go.kr/e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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