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그냥 그대로 두라
4대강을 파괴한 이명박 식으로 얘기를 하자면, 내가 가봐서 아는데, 우리나라 섬들은 모두 아름답다. 섬들 중에 울릉도와 거문도가 가장 기억에 남지만, 제주도는 보석 같은 존재다. 보석은 한정되어 있기에 귀하고 비싸다. 제주는 여러 번 들렀으나, 처음에는 술 먹느라 바다를 보지 못했다. 술이 깨면서 맨 정신으로 본 제주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우리 국토란 말이지, 그러면 샅샅이 훑어보자.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육지는 겨울이었지만 일찍 당도한 봄은 제주를 휩쓸고 있었다. 가는 곳 마다 탄성을 질렀다. 특히 남원 포구에서 '쇠소깍'까지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 이런 곳이 있구나, 자라나는 세대에게 물려줄 땅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 이래서 제주는 한반도의 허파야, 중얼거리면서도, 우리는 좋은 것은 함부로 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움이 그저 공짜로 주어진 것으로 착각한다. 분명히 치러할 값을 치르고, 앓아야할 시간을 앓아야 아름다움은 온다. 자연이 우리에게 물려준 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받들어 모셔야 올바로 살 수 있다.
작가들은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대하면서 1번 국도를 걸었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추웠다. 자동차들이 사납게 소리를 지르면서 지나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으나 끝내 해군기지는 들어서고 말았다. 제주도가 다시 한 번 파괴되었다. 구럼비와 비자림의 말로를 보라. 인간은 편리함만 쫓지 자연을 그대로 안 둔다. 한 번 파괴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자연이다.
그런데 제 2공항이라니, 이건 아니다. 그렇게 돈이 좋나. 설문대할망이 흙을 뿌려 만들었다는 전설이 깃든, 오름 들은 모두 깎여나갈 것이다. 그 많은 파도와 해녀와 바람과 흙이 빚어놓은 제주를, 한라산의 산굼부리와 호수와 물고기와 짐승들을 쫓아내고 제 2공항이 들어선다니! 인간의 편리함 밑에 죽어가는 나무와 풀과 작은 넙궤와 큰 넙궤, 돌(현무암)은 어떻게 하나. 슬프지 않나. 우리나라 정치는 후진국 형이다. 미국의 눈치만 본다. 제주도를 그저 돈으로만 본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사기다. 녹색성장은 없다. 수구 꼴통들과 조금 진보적인 정당이 거짓말로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 아직 녹색당이 원내로 진출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제주도를 그대로 둬라. 조금 불편하게 살자. 그동안 제주는 너무 많이 아파왔다. 중병을 앓아왔다. 신음하는 제주를 이대로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나는 몇 가지 대안을 그려보았다. 제주도를 둘러보고자 한다면, 인터넷에서 추첨해서 당첨된 사람만 한정해서 받는다. 제주도에 가족이 있는 사람은 예외다. 일정액의 비싼 입장료를 내야 입도가 가능하다. 휴식년제를 도입한다. 꼭 보존해야할 가치가 있는 곳은 출입을 금지한다. 그리고 방문해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모두 되가지고 간다. 그래야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어디에 쓰레기를 묻으란 말이냐.
제 2공항은 제주를 한 번 더 짓밟는 짓이다. 4‧3영령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 얼마나 많은 신들을 묻어야 정신 차리는가. 제 2공항은 제주를 오염시킬 것이다. 제 2공항은 더 많은 인간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어쩌구저쩌구 하지마라. 인간이 지나가는 곳에는 쓰레기만 남는다.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매연을 봐라. 우선 섬에서 내연기관부터 몰아내자. 곳곳에 관광지를 둘러봐라. 지금도 넘쳐나는 게 육지 사람과 외국인이다. 나는 성산일출봉에 뾰족구두를 신고 올라가는 사람을 봤다. 설문대할망이 화를 낸다. 아름다운 제주를 목숨 걸고 지켜내어 자손만대에 물려주자. 제발 좀 가난하게 살자. 인간 없는 세상이 오면 제주도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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