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인간을 넘다](3) 인공지능과의 공존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면 누구 책임?…‘규범체계’ 마련 시급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지난달 14일,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 인근에서 길에 떨어진 모래주머니를 피해 크게 우회전하려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버스와 부딪치는 사고를 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버스와 부딪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부 책임이 있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구글에서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만약 이 사고에서 인명피해가 났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2010년 5월6일, 장 마감 15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5분 동안 뉴욕 증시가 갑자기 998.5포인트(9.2%) 폭락했다. 순식간에 자산 1조달러 이상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범인은 뮤추얼 펀드의 초단타매매 프로그램이었다. 설정된 매도 지점에 주가가 이르자 이 프로그램은 기계적으로 7만5000주 매도 주문을 넣었고, 매수자가 없어 해당 종목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다른 투자은행의 프로그램들 역시 잇따라 매도 주문을 실행한 탓이었다. 이 같은 혼란의 책임을 컴퓨터에 물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빠르게 상용화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기 위한 윤리적·법적 문제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로봇윤리, 인공지능법과 같은 새로운 규제가 점점 필요해지는 시대에 와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규범체계 마련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15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제기되는 규범적 이슈는 크게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로봇의 자율성과 인간의 통제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이다. 자율주행차, 드론, 군사용 로봇 등의 사용으로 이미 다양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돼 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고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탑승자와 제조사, 개발자 사이의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지침이 필요하다. 또 인명피해가 예상될 경우 어떻게 운전하도록 알고리즘 자체에 도덕적 기준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다.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화된 기술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야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알고리즘을 짜는 단계에서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되기까지 파급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규정이 적용되는 사례는 없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경우 구글에 인수되면서 ‘인공지능 윤리위원회’를 설립해 기술 개발에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윤리위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등 아직 투명하게 그 실체가 공개된 적은 없다. 이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의 사회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고용절벽에 대한 공포를 크게 느끼고 있다.

올해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2015~2020년 사이에 로봇의 발전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 200만개가 증가하고,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총 5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사무·행정, 제조·생산, 법률 등의 영역에서 일자리를 많이 빼앗길 것으로 예측됐다. 알파고만 하더라도 사람이 평생을 해도 못할 학습량을 5주 만에 소화했다.

고용절벽이 현실화할 경우 사회적 불평등과 소득격차 확대도 불가피하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극대화된 생산성의 열매를 고르게 분배하고 중산층 붕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가 공포가 될 것인지 더 나은 미래가 될 것인지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준비와 견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방식도 창의력과 정보능력 격차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정립돼야 한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기술 발전에 동참하면서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알파고와의 대국은 우리 사회, 교육, 정치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논의가 시작되는 지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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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152105525&code=610100#csidxc88d6539b0118399ab47e9dab899e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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