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년내 다 없애라"는 최태원…26년전 이건희 보인다
머니투데이
- 황시영 기자
-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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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14 04:30
최태원 "기존 자원 3년 내 전부 없애는 정도까지 생각 해야"…혁신 無성역 선언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SK그룹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나온 최태원 회장의 '3년' 발언은 '게임 체인지' 지시다. 섬유에서 정유화학-이동통신-반도체-배터리 등으로 체질을 바꿔 온 SK그룹의 새로운 엔진을 찾자는 것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CEO들에게 '다 내다 팔더라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방법을 3년 안에 찾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그룹 관계자는 "혁신의 절박함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3년이 어떤 시한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최 회장의 발언을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신경영)에 겹쳐 본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삼성을 바꿔놓은 일갈이었다. ━ "딥체인지"→"3년", 혁신에 성역없다
━ 삼성은 신경영 선언 이후 품질혁신을 바탕으로 애니콜-갤럭시 신화를 썼다. 스마트폰과 TV 시장을 석권하고 반도체 왕좌에도 올랐다. 최 회장 역시 이정도 수준의 혁신과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의지의 크기는 높아지는 표현 수위에 비례한다. 최 회장은 수년 전부터 '딥체인지'를 강조해 왔다. '혁신하지 않으면 서든데스(갑작스런 죽음)를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수사에 이어 나온 '3년' 발언은 직접적인 혁신 주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제 팔 것은 팔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최 회장의 최근 강조하는 발언 중 하나인 '자산 재분배(re-allocation)'에서는 그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엿보인다. 최 회장은 CEO 세미나에서 "현재 자산가치가 큰 것이 미래에 작아질 수 있고, 현재는 자산가치가 작지만 미래에는 확 커질 수 있는 것도 있다"며 성역 없는 자산 재분배를 강조했다. 이미 자산 매각에서부터 성역이 사라진 신호가 감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가스전을 1조2500억원에 매각했다. 정유사가 금싸라기 광구를 판 이례적 사건이다.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주유소 310여개는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했다. 역시 1조원대 딜이다. SKC 화학 부문 일부는 쿠웨이트 PIC에 지분이 팔렸다. M&A 뿐 아니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및 네트워크를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과 결합시키는 시도 역시 자산재분배의 대표적인 예다. 미래 가치가 커지는 방향으로 자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돈뿐 아니라 계열사간 인력재분배도 포함된다. ━ "구글·우버의 하청업체 될까 두렵다"는 최태원
━ 매각에 적극적인 SK지만 아시아나항공, 웅진코웨이처럼 탐날 법한 매물 앞에서는 오히려 돈주머니를 묶었다. 배터리 사업 등에 앞으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해도 "SK가 뭔가 따로 큰 건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룹 내에서는 최 회장의 변화 의지를 '하청업체' 발언과 연결지어 해석한다. 최 회장은 수차례 "이대로 가면 유형자산이 없는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가 말하는 유형자산이 없는 기업은 우버나 구글, 넷플릭스 등 I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다. SK그룹은 통신과 반도체,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유화학 등 대규모 장치산업에 크게 의지한다. 반도체와 배터리도 결국 대규모 생산설비와 인력이 필요한 업종이다. 수요처의 정세나 원자재 수급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SK텔레콤, SK인천석유화학,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윤활유) 등 업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계열사 이름은 바꾸라고 지시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의중을 잘 보여준다. 비즈니스모델을 사명에서 규정하지 말고 전방위로 혁신하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정유화학 타격이나 한일 경제전쟁으로 인한 반도체 위기를 거치며 최 회장의 의지가 더 강해졌다"며 "CEO 세미나에서 나온 '3년 발언'의 의미를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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